해찬솔일기

해찬솔 2015. 1. 29. 10:50

천천히 오셔도 돼요~”

퇴근길 약속 장소로 가는 데 전화가 걸려왔다. 반가운 이름이 발신자 이름에 떳다. 차를 도로 한쪽에 세웠다. 부탁의 전화였지만 도와드릴 처지가 못 되었다. 그럼에도 천천히 오셔도 된다며 안심을 시킨다. 경남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근처에 차를 세웠다. 겨울방학인데도 가방을 둘러메고 거리를 다니는 중고등학생들이 보인다. 저녁 7시쯤의 쌀쌀한 날씨에 몸을 움츠린 채 학생들이나 나나 잰걸음으로 각자의 목적지로 걸었다. 3층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었다. ‘진주여성민우회’. 밝은 전등 빛처럼 환한 얼굴로 반겨주는 정겨운 얼굴들. 인사를 나누고 잠시 뒤 사무실에 상을 차렸다.

    

회계를 맡은 김미정 샘이 부지런히 준비한 저녁거리다. 회비 1만 원으로 저녁도 먹고 영화도 보고, 수다도 떠는 <진주인권교육센터>의 모임. 18, ‘꽃각시에서 마시던 발효 녹차도 좋았다. 이번에는 더 든든하게 채웠다.

 

 

 

먼저 콜라로 건배했다. 튀긴 닭이며, 샐러드, 김밥, 떡볶이를 먹었다. 잠시 뒤늦게 도착한 김현숙 샘. 다시 건배로 인사를 대신했다.

    

밥을 먹고 나누는 시간을 함께한다는 우리는 미래와 꿈을 더불어 나눈다는 의미다. 만원의 행복이 펼쳐진 밥상은 어느새 잔칫집이 되었다. 아저씨는 군대, 아줌마는 출산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속설처럼 출산의 비밀이 공개되었다. 아내의 출산 무렵 새벽녘 자라는 아내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잤다고 혼이 난 이야기, 출산한 아내에게 잠시 샤워하고 오겠다는 남편이 집에서 잠을 잔 이야기 등 출산 과정의 비밀이 쏠쏠했다.

    

이야기꽃이 저물자 선터장 권춘현 샘이 추천한 우리 지역의 영화 <우아한 가족>(감독 김경호/42)을 시청했다. <우아한 가족>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여성인 후엔짱의 다문화 가정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을 통해,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다문화 가정도 한국의 일반 가정과 다를 것 없이 동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라고 한다. 연기자의 투박한 연기와 대사는 보는 내내 아슬아슬했다. 낯익은 폐철길 독산터널과 반성장, 수곡 비닐하우스 가 눈에 띄었다. 지역 이웃들의 낯익은 모습과 목소리가 아슬아슬한 연기를 덮었다.

   

 

영화 보는 중에 2명의 회원이 더 함께했다. 영화를 본 뒤 어색한 연기 너머에 결혼 이주 여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권 샘은 부지런히 적고 우리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는 여주인공 푸엔짱이 한국식 김미향으로 바뀌는 장면이 눈에 밟혔다. 다문화, 다양성의 시대에 굳이 한국식으로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영화는 다문화 가정이 여느 한국 가정과 별반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행복한 결말로 끝났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다문화 가정을 다른 게 아니라 낯설어하는 게 사실이다.

    

내달 210, 이마트 진주점 옆에 자리잡은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를 찾아 영화 너머 이주여성의 인권을 공부할 계획이다.

 

아참, <진주인권교육센터>는 회비 만원으로 저녁을 함께 먹으며 매달 2회 정도 모여서 수다로 인권을 이야기하고 생각할 예정이다. 인권에 관심 있고 즐거운 저녁을 나누며 식구가 될 사람은 언제나 환영한다.

 

연락처 : 센터장 권춘현 (010-4563-9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