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5. 4. 14. 06:30

우리나라 최초의 밀수입자? 예전에 웃자고 많이 던진 문제였다. 정답은 삼우당 문익점 선생이다. 문익점 선생이 중국에서 목화 씨앗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추운 겨울 얼어 죽는 이들로 해마다 봄이면 인구가 줄었을 것이다. 또한, 세계 굴지의 토요타자동차도 생기지 않을지 모른다. 목화 씨앗이 일본 도요타 자동차로 꽃 피운 사연을 찾아 11일 산청한방약초축제 블로그(http://blog.naver.com/scherbfest) 기자단 체험여행(팸투어)을 떠났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사무소 근처에서 만난 금낭화가 햇살 좋은 날, 여행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햇살 좋은 날이었다. 진주에서 40여 분을 내달려 산청군 신안면에 도착했다. ‘원지라고 더 불리는 동네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 약속시각 30분 전이다. 원지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 둘러메고 동네 마실 떠났다. 면사무소 앞 좌판에는 얼룩무늬 군복 모양의 바지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면사무소 옆 생비량으로 가는 삼거리 작은 화단에 금낭화가 분홍빛으로 곱게 반긴다. 금낭화 밑에는 하얀 수선화가 수줍은 듯 고개 아래로 떨군 채 서 있다. 그 옆에는 아직 꽃을 활짝 피우기 전의 이름 모를 꽃이 초록 잎 사이로 보인다. 큼지막한 차양 아래에 봄처럼 고운 한복을 입은 아주머니 한 분이 서 있다. 아마도 결혼식 가려고 차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팸투어에 함께하는 버스 앞에는 유모차에 탄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도 있고 태권도 초록 띠에 파워레인저 장난감 칼을 찬 꼬마 아이들도 있었다. 모두가 햇살에 잠시 샤워한 뒤에 버스에 올랐다. 블로그 기자단답게 모두가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있었다.

    

 오는 51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산청한방약초축제 블로그 기자단을 맞아 열심히 설명하는 목화시배지기념관 이영복 관장.

 

첫 목적지로 향한 곳은 단성면 사월리에 있는 목화시배지. 버스 창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은 온통 초록 물결이다. 스쳐 지나는 풍경 사이로 전시관 못 미친 곳의 석재상이 보였는데 길가에 미끈한 남근석들이 즐비했다. 눈길을 끌려고 세운 것인지 궁금했다. 목화시배지에 내린 일행.

 

목화시배지 전시관을 오늘 처음 방문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 오늘도 그렇다. 목화시배지 전시관은 무명옷을 짜는 과정과 당시의 생활풍습을 전시하고 있다. 무명옷을 짜는 베틀과 기구들과 조선 시대 옷들이 있다. 선생이 목화씨를 들여오기 전까지 우리나라(고려)는 중국에서 짠 면을 많이 들여왔다. 그나마 그 면도 비싸서 일반 백성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목화에서 나오는 따뜻한 솜이 든 이불은 물론 그것으로 만든 옷감이 없었던 가난한 서민들은 한겨울에도 성긴 삼베옷을 입고 춥게 살아야 했다.

    

 삼우당 문익점 선생.

 

136410, 삼우당 문익점 선생은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고려와 사이가 나빠지자 중국 윈난으로 귀양을 갔다. 이곳에서 선생은 목화를 보았다. 선생은 목화씨 10여 개를 붓통에 숨겨 들어와 고향인 산청 단성에 살던 장인 정천익에게 보냈다. 10개의 씨앗 중 1개에서 싹을 틔웠다. 3년 뒤에는 면포를 제작할 만한 규모로 키웠다. 목화 덩이에서 씨를 빼내고 실을 잣는 방법을 알아내 널리 알렸다. 삼베와 모시옷으로 겨울을 날 수밖에 없었던 백성들에게 따뜻한 옷과 이불을 누리게 한 국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이었다.

    

 목화시배지 전시관 내부.

 

이날 일행을 반긴 이는 관장이며 문화관광해설사인 이영복 씨. 진파란색의 재킷을 입은 이영봉 문화관광사는 단정한 옷차림만큼 간결하면서도 알차게 설명을 들려주었다. 그중에서 내 귀를 사로 잡은 키워드는 목화 씨앗과 도요타 자동차. 목화와 자동차라니 생뚱한 조합이다. 문익점 선생이 가져온 목화 씨앗은 조선 시대 널리 퍼졌고 일본에도 전파되었다. 일본 목화 산업의 중심에는 ‘토요타 사키치(豊田佐吉 · 1867~1930)’가 있다. 일본의 에디슨으로 불린 발명왕이었던 토요타는 동력 직기와 자동 직기를 만들었다. 1910년 미국을 둘러본 토요타는 미래에는 자동차에 희망이 있다고 여겨 오늘날 세계 제일의 자동차업체 도요타를 만들었다. 목화 씨앗 한 톨이 가져다준 일대 혁명이 오늘까지 이렇게 전해져 온다는 사실에 놀랐다.

    

 낭군의 물레질이 빨리 끝나야 볼 수 있는 애간장 태우는 도령의 마음이 물레 소리라는 노랫말에 전해져 슬며시 연애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속된 말로 목화를 독점해 부를 쌓을 수 있었지만, 선생은 목화씨를 이웃과 함께했다. 선생의 배려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세종대왕은 이런 선생에게 조선의 부를 일군 공을 높이 사 부민후(富民侯)’로 추증했다.

 

목화 최초 재배지 전시관 앞에서 설명을 듣고 나니 전시관 내부의 전시물들이 박제가 아니라 살아 움직여 내게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 실제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목화씨를 들여오기 전에 어떤 옷을 입고 살았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과서의 역사적 사실들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전시관이다. 무명 베 짜는 모습을 재현한 전시관 안에서 칠순의 할머니는 그때는 저렇게 베틀을 발로 밟아 나오는 실을 얽혀 만들었지~” 할머니는 60년대까지 집에서 베를 짜 옷을 해 입었다고 했다. 예전에 베를 짜면서 심심해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어머니가 가르쳐주셨지.”

할머니께 물레 돌릴 때 부른 노래를 청했지만, 고개를 가로 지으며 저만치 일행을 찾아가 버린다. 다행히 전시관 한쪽에는 목화 관련 노랫말이 적혀 있다.

 

물레야 빼뺑뺑 네 잘돌아라/ 때밭에 김도령 밤이슬맞네/ 밤이슬 맞는거 둘째나두고/ 깔따구 등살에 내못살것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이들은 목화시배지 전시관 건물 나오기 전 모니터에서 나오는 목화 퀴즈 풀이에 열중이었다.

 

산청군 단성면 지역에서 전해진다는 <물레 소리> 노랫말이 정겹다. 낭군의 물레질이 빨리 끝나야 볼 수 있는 애간장 태우는 도령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아이들은 전시관 건물 나오기 전 모니터에서 나오는 목화 퀴즈 풀이에 열중이었다.

 

전시관을 나와 목화밭으로 향했다. 경북 경주문화원에서 관광버스로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이 보인다. 아침 8시 경북 경주를 떠나 여기 목화시배지 전시관을 시작으로 남명 조식 선생 유적지와 단속사 터를 둘러보고 돌아갈 예정이란다. 어르신들은 카메라에 추억을 담기도 하고 옛 기억을 더듬어 목화에 얽힌 하얀 이야기꽃을 피웠다. 효자비 앞에는 명자나무의 빨간 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명자 열매로 담은 술은 피로를 풀어주고 정기를 돕는데 효험이 있다는데 오늘은 꽃으로도 피로가 풀린다.

    

문익점 선생 효자비 앞에는 명자나무의 빨간 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명자 열매로 담은 술은 피로를 풀어주고 정기를 돕는데 효험이 있다는데 오늘은 꽃으로도 피로가 풀린다.

 

그냥 휙 지나는 여행이 아니라 알뜰히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사뭇 다르다. 전시물 하나하나에서 역사의 향기를 맡는다. 작은 전시관이지만 빨리빨리 재촉하며 움직이기 보다 가만 가만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상의 작은 것에 주목하고 어제를 마주한 여행이다. 목화 한 톨이 가져다 준 혁신을 배운 여행이다. 시간을 잠시 멈춰 세운, 목화 최초 재배지 풍경은 그렇게 해서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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