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5. 5. 18. 06:30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경남 산청 정취암을 찾아

 

더웠다. 510, 초여름 날씨에 차의 창문을 모두 내렸다. 다행히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510일은 오전 730분부터 오후 930분까지 근무해야 하는 당직이다. 당직근무의 피곤을 달래주기 위해 당직자 휴식시간을 이용해 근무지에서 벗어나 평안을 찾아 떠났다.

 

 

경남 산청 정취암으로 가는 도로 한가운데에 마치 교통정리를 하는 양 소나무 하나가 오가는 길을 나누고 있다.

 

경남 산청-진주 국도 3호선에서 홍화원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인 간디고등학교 이정표와 같이 옆에 선 돌에 큼지막하게 쓰인 경남 산청 정취암. 포장은 잘 되어 있지만 둔철산, 대성산 자락인 까닭에 굽이굽이 돌아가고 간디고등학교를 지나고 나서는 내내 급한 오르막이 연속이다. 간디어린이학교, 먼당교육농장, 간디유정란 이란 이정표를 지나자 도로 한가운데에 마치 교통정리를 하는 양 소나무 하나가 오가는 길을 나누고 있다.

 

 

산청 정취암 바로 앞에는 둔철생태체험숲이 있다.

 

대성산을 휘감아 올라오는 꼬부랑 길.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까마득하다. 차창 너머의 풍경에 취했을 때 둔철생태체험숲이 나왔다. 옆으로는 노란색 글자로 쓴 정취암을 표지석이 나왔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스레 내려갔다.

 

 

일주문을 지나자 에밀레종 겉면에 조각된 비천상을 본뜬 비천이 바위에 돋을새김으로 있다.

 

사찰의 일주문에 해당하는지 조각상에는 양쪽에 어금니를 앙다문 사자에 연꽃 위에 있고 아래에 입차문래(入此門來) 막존지해(莫存知解)’가 새겨져 있다. 보통 사찰의 일주문에 새겨져 있다. “이 문에 들어오거든 알음 알이, 갖가지 견해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나 역시 내 머리 속의 찌든 묵은 정보와 고민을 떨어보자 다짐했다.

 

 

 

 산청 정취암 전경.

 

절벽 위에 핀 연꽃이라는 정취암은 절벽에 아스라이 매달린 형세다. 정취암의 경내로 들어가자 에밀레종 겉면에 조각된 비천상을 본뜬 비천이 바위에 돋을새김으로 있다. 서양의 천사와 달리 날개가 없어도 하늘을 나는 불교 천사의 비천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비천을 새긴 돌 너머로 산과 내()가 저만치 보인다. 해발 500m의 높이에 있는 정취암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모두가 시원하다. 절 내로 가는 길 양옆으로 새겨들을 좋은 글을 기왓장에 걸어두었다. 차를 타고 쉽게 올라왔다. 하지만 저 아래에서 등산하듯 찬찬히 올라온다면 수고로움은 바람으로 보상받았을지 모른다. 절 내에는 먹을 반찬으로 버섯을 재배하는 모양인지 버섯목들이 먹을 만큼 그늘에 서 있다. 맞은편에는 경주 다보탑 모형이 놓여 있다.

 

산청 정취암 원통보전.

 

그늘에는 하얀 개 3마리가 곤히 자고 있다. 사자를 닮은 중국에서 온 차우차우웅이와 이름 모를 개다. 원통보전 앞에는 불두화가 눈부시게 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부처님 머리 모양의 불두화 옆으로는 자주빛 매발톱꽃들이 피었다. 경내 곳곳에 매 발톱을 닮은 매발톱꽃이 고개 숙인 채 피어 있다. 매발톱꽃 옆에는 붓 모양을 닮은 붓꽃이 피어 있다.

 

정취암은 686(신라 신문왕6) 때 창건했다고 전한다. 동해에서 아미타불이 솟아올라 두 줄기 서광을 비추었다. 한 줄기는 금강산을 비추고, 또 한 줄기는 여기 대성산을 비췄다. 이때 의상대사가 두 줄기 서광을 쫓아 금강산에는 원통암(圓通庵), 대성산에는 정취사(淨趣寺)를 세워 오늘에 이른다. 비록 조선 효종 때 소실되었다가 중건했다지만 천하의 명당에 세워진 절의 가치는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산신각 옆에는 귀여운 아기 동자 미니어처들이 있는데 곤하게 옆으로 누워 자는 모습이 귀엽다.

 

절에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43호 산신탱화와 제314호 목조관음보살 좌상이 있다. 불교 신자라도 작은 절이라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절은 작지만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절대 작지 않다.

 

원통보전 뒤 산신각으로 올라갔다. 산신각 옆에는 관음보살상이 있는데 보살상 주위에는 귀여운 아기 동자 미니어처들이 있다. 곤하게 옆으로 누워 자는 모습이 귀엽다. 시원한 절 내에서 한숨 자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한다. 곤히 잠든 동자 미니어처 뒤에는 고행 중인 부처님이 있는데 가슴에 누군가 이순신 장군이 새겨진 100원 동전을 올려놓았다.

 

 

 산청 정취암 내 문화재보다 더 값진 보물을 찾아 좀 더 올라가면 세심대라 적힌 너럭바위가 있다.

 

산신각에는 돌사자 향로 뒤로 호랑이 등에 앉은 산신이 수염을 쓸어담으며 인자하게 내려다본다. 절 내 문화재보다 더 값진 보물을 찾아 좀 더 올라갔다. ‘세심대라 적힌 너럭바위에 섰다. 발아래 아찔한 바위에 뒤로 걸음을 물러났다. 바위 아래에는 절이 들어서 있고 너머로 합천 가는 길과 진주 가는 길이 보인다.

 

 

세심대 바위에는 고사목이 있는데 해돋이 풍경의 주요 모델이다.

 

산 능선은 논과 밭과 함께 어우러져 수묵담채화를 만든다. 바위 위에는 고사목이 있다. 해돋이가 멋있는 이곳의 주요 모델이 고사목이 서 있다. 방문객들이 많아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풍경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었다.

 

 

세심대에서 바라본 정취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살고 싶은 바람이 산 능선을 타고 여기, 서 있는 나를 시원하게 매만진다. 삶 속에 찌든 때를 바람은 씻어간다. 바람이 씻어간 자리에는 평안함이 찾아왔다.

 

 

 정취암에서는 내 옷자락을 흔들어 오는 바람에게 온갖 내 안에 든 묵은 때를 버렸다.

 

여름이 바람의 시간 너머로 다가온다. 정취암에서 만나는 바람은 마음을 잠시 멈추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의 선물에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정취암에서는 내 옷자락을 흔들어 오는 바람에게 온갖 내 안에 든 묵은 때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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