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해찬솔 2015. 10. 7. 23:01

경상사진마을 흔적 제25회 정기사진전을 구경하며

 

 

우리, 커플링 할까?” 어제저녁 아내가 경상사진마을 흔적정기사진전 포스터를 본 뒤 내게 던진 말이다. 오늘 커플링 사진을 찾아 경상대학교로 갔다.

 

우리, 커플링 할까?”

어제저녁 아내가 경상사진마을 흔적정기사진전 포스터를 본 뒤 내게 던진 말이다. 오늘 커플링 사진을 찾아 경상대학교로 갔다. 무료주차장은 대학 축제 개척대동제주점들이 차지하고 있어 창업보육센터 운동장에 차를 세웠다. 농악 소리가 차에서 내리는 나를 반기는 듯 들려온다. 교양학관을 지나 중앙도서관 쪽으로 걸었다. 싱그럽다. 진녹색의 나무가 드문 갈잎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 흔적 없는 긴 의자에는 어떤 이야기를 품었는지 모른다.

 

 

선배들이 거닐었고 나도 발자국을 보탰다. 후배들도 흔적을 남겨 결국 새로운 길을 만든 셈이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라는 루쉰 희망한 구절이 떠올랐다.

 

20여 년 전 정문에서 교양학관으로 걸어가던 샛길은 이제 보도블록이 깔렸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길이 되었다. 선배들이 거닐었고 나도 발자국을 보탰다. 후배들도 흔적을 남겨 결국 새로운 길을 만든 셈이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라는 루쉰 희망한 구절이 떠올랐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의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나무 곁뿌리가 땅 위에 드러난 판근이 저만치 보인다. 판근이 나무가 커가면서 쓰러지는 것을 막는다.

 

나무 곁뿌리가 땅 위에 드러난 판근이 저만치 보인다. 판근이 나무가 커가면서 쓰러지는 것을 막는다. 문득 나도 판근과 같은 사람인지 잠시 나 자신에게 되물었다. 학교에서 일하는 후배를 기다리며 도서관 주위를 구경했다. 사자 모양을 형상화한 중앙도서관 앞 분수대가 시원하게 물을 하늘로 하늘하늘 휘두른다. 물이 마치 지리산에서 발원에서 흘러가는 남강인 양 정문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경상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분수대가 시원하게 물을 하늘로 하늘하늘 휘두른다. 물이 마치 지리산에서 발원에서 흘러가는 남강인 양 정문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도서관 옆 경영대학 앞 가로숫길에 섰다. 가을이 농익고 있다. 올여름 고 이명숙 교수가 기증한 긴 의자들이 농익는 가을에 잠시 쉬어가라 붙든다. 경영대 붉은 벽돌을 담쟁이들이 타올라가고 있다. 아직은 4층 높이의 건물 중 2층을 채 가득 채우지 못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 온통 덮을 기세다.

 

 

옛 민주광장은 이른바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파헤쳐져 분수대로 바뀐 적이 있다. 이제 다시 잔디광장으로 바뀌었다. 더 는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부르짖는 열망들이 필요 없기 때문일까.

 

도서관을 지나 학생회관 쪽으로 걸었다. 옛 민주광장은 이른바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파헤쳐져 분수대로 바뀐 적이 있다. 이제 다시 잔디광장으로 바뀌었다. 더 는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부르짖는 열망들이 필요 없기 때문일까. 광장 가장자리 의자에 한가로이 앉아 책을 읽는 학생의 모습이 여유롭다. 어떤 책을 볼지 궁금했다. 옛 사진동아리 방은 사진실로 바뀌었다.

 

 

농과대학 옆 교양학관으로 가는 길에는 이제 가시나무가 제법 아름드리 자라 진녹색의 그림자 짙다. 도토리처럼 생긴 가시열매가 툭 하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학생회관 남쪽 농과대학에는 졸업 동문의 광역자치단체 부시장 승진과 갓 9급 공무원 합격이 알리는 펼침막이 내 걸렸다. 농과대학 옆 교양학관으로 가는 길에는 이제 가시나무가 제법 아름드리 자라 진녹색의 그림자 짙다. 도토리처럼 생긴 가시열매가 툭 하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가시열매 덕분에 내 새파란 젊은 날의 그 날, 이곳을 거닐던 나를 돌아보게 한다.

 

 

두 세 걸음 뒤에서 힘껏 내달려 주먹을 휘두르며 힘을 과시하는 전자게임이 남자들로 북새통이다.

 

도서관 앞에는 사범대학 체육교육학과 등에 마련한 각종 체험부스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일본 만화 마징가 제트와 국내산 태권로봇이 서로 반갑게 악수하면 인사하는 캐리커처가 눈길을 끈다. 그 옆에는 남자친구 생기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비는 소원나무도 있다. 소원나무 지나자 두 세 걸음 뒤에서 힘껏 내달려 주먹을 휘두르며 힘을 과시하는 전자게임이 남자들로 북새통이다.

 

 

경상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106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경상사진마을 흔적25회 정기사진전.

 

도서관 주위를 둘러보고 이제 고갱이를 만나러 중앙도서관 1층으로 들어섰다. 오늘 경상대학교를 방문한 목적을 만나러 들어서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이 꾸벅 인사를 건넨다. 2015년 올해 경상대학교 사진동아리 흔적신입생이 25기다. 1기인 나와 20여 년 차이가 난다.

 

 

늦은 밤 어둠을 밝힌 도시의 빛을 배경으로 한 연인의 사진에 걸음을 멈췄다. 일부러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후배의 작품에 고개를 끄떡였다.

 

흔적 회장의 안내로 까칠하지만 뜨거운 사진을 만났다. 전시회 사진들은 모두가 제목이 없다. 찍은 이의 학과와 학년, 기수만 적혀 있다. 그래서 더욱 살뜰히 사진만 보았다. 늦은 밤 어둠을 밝힌 도시의 빛을 배경으로 한 연인의 사진에 걸음을 멈췄다. 일부러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후배의 작품에 고개를 끄떡였다. 안내를 맡은 주민규 (정보통계학과 3) 회장의 작품도 한참 들여다보았다. 연인이 언덕 위에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입맞춤하는 사진이었다. 사진 속 남자는 자기 자신이란다. 타이머를 맞춰놓고 찍은 모양이다. “얼레리 꼴레리~~” 놀려도 보고 싶다.

 

 

사진 전시회에는 고양이가 세 마리가 있다. 각기 다른 이들의 사진 속에 있는 고양이는 다양한 자세로 있는데 특히 사회복지학과 2학년 김진성의 고양이는 포근한 눈동자 덕분에 보고 또 보았다.

 

전시회에는 고양이가 세 마리가 있다. 각기 다른 이들의 사진 속에 있는 고양이는 다양한 자세로 있는데 특히 사회복지학과 2학년 김진성의 고양이는 포근한 눈동자 덕분에 보고 또 보았다. 마치 학교 가라고 깨우는 엄마에게 “5분만 더 잘게요라고 어리광을 부리는 듯 쳐다보기도 하고 쉼 없이 내달리는 내게 어서 여기로 들어와 쉬어가라 부르는 듯하다.

 

제주에서 렌즈를 보호하는 필터가 깨진 채로 찍은 사진은 아주 적당하게 깨진 부위가 피사체를 살려 주는 우연이 돋보였다. 집 옥상에서 찍은 동네 풍경도 노을처럼 따스하다. 멀리 미국까지 가서도 사진 찍고자 하는 열정을 놓을 수 없었는지 부회장 최슬기는 토이카메라로 옅은 안개 피어나는 광경을 사진으로 흔적 남겼다.

 

 

 이태백은 하늘이 호수에 담겨 물속의 달을 건지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박수인은 술을 한잔 마시고 저 달을 카메라에 담았을까? 저녁에 술 한잔 마시며 다시 이 사진을 떠올려 권하고 싶다.

 

심리학과 2학년인 박수인의 덩그러니 놓인 달과 구름 한 점의 사진은 하늘이라는 호수에 담겨 있다. 문득 술을 좋아했던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떠오른다. 이태백은 달빛이 내리는 초저녁 호수에 배를 띄웠다. 이태백은 하늘이 호수에 담겨 물속의 달을 건지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박수인은 술을 한잔 마시고 저 달을 카메라에 담았을까? 저녁에 술 한잔 마시며 다시 이 사진을 떠올려 권하고 싶다.

 

 

이제 곧 졸업을 앞둔 수의학과에 다니는 후배는 전시회 한쪽에 자신의 졸업작이 될 사진으로 꾸몄다. 그중에서도 별이 흘러내리는 하늘을 향해 깡충 뛰어오른 모습에서 곧 사회로 나설 후배의 앞길을 미리 축하해주고 싶었다.

 

사진전은 신입 회원들 사진은 한쪽에 모여있었는데 동아리방 앞에서 찍은 횃불 닮은 사진이 좋았다. 학교 내 더운물을 끓여내는 굴뚝을 찍은 사진인데 굴뚝에 하얀 구름이 절묘하게 얹혀 횃불처럼 힘차다. 하늘 가득 덮은 구름에 집을 짓는 공사 자재 사이 인부가 있는 사진은 집 앞에서 찍었단다.

 

남강 다리 아래에서 찍은 사진에서 나도 스무 살이 되었다. 스무 살 나도 그곳에서 이 사진과 비슷하게 찍었다. 이제 곧 졸업을 앞둔 수의학과에 다니는 후배는 전시회 한쪽에 자신의 졸업작이 될 사진으로 꾸몄다. 그중에서도 별이 흘러내리는 하늘을 향해 깡충 뛰어오른 모습에서 곧 사회로 나설 후배의 앞길을 미리 축하해주고 싶었다.

 

 

전시회 가운데에는 필름으로 만든 흔적의 상징인 발자국이 평발의 곰 발바닥처럼 놓여 있다. 사진 좋아하는 마음을 우직하게 드러낸 의지이리라.

 

전시회 가운데에는 필름으로 만든 흔적의 상징인 발자국이 평발의 곰 발바닥처럼 놓여 있다. 사진 좋아하는 마음을 우직하게 드러낸 의지이리라. 뒤늦게 온 바로 아랫기수 후배 남유경(흔적 2)은 가마득히 아래인 후배들과 인사를 살갑게 나눈다. 다음에 지나갈 때 사무실에 들러 커피 한잔 하라고 부른다.

   

뒤늦게 온 바로 아랫기수 후배 남유경(흔적 2)은 가마득히 아래인 후배들과 인사를 살갑게 나눈다. 다음에 지나갈 때 사무실에 들러 커피 한잔 하라고 부른다.

마침 인사 나누는 후배가 포스터 사진을 찍은 철학과 2학년 김주혜다. 아내의 말처럼 남편의 손에 다정하게 얹은 아내의 손이 클로즈업 된 사진은 찍은 이의 부모님들이다. 거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딸 덕분에 부모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우리는 다시금 체온을 사진너머로 전해 받았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돌아나서는 내게 후배들은 다음에 다시 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이미 내 가슴 속에는 모교와 동아리 흔적이 준 싱그러운 추억으로 이미 가슴에 새겨 넣었다. 지친 마음에 쉼표를 그리고 간다.

 

대학 후배들의 사진 전시회를 구경하면서 사진 전시회라는 목적이 아닌 그 자체가 즐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상대학교라는 모교가 주는 푸근함에 세상의 빠른 속도감에서 벗어나 잠시 멈춰 20여 년 전 내 푸르던 열정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 쉼 한 번 쉬었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돌아나서는 내게 후배들은 다음에 다시 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내 가슴 속에는 모교와 동아리 흔적이 준 싱그러운 추억으로 이미 새겨 넣었다.

 

지친 마음에 쉼표를 그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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