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신문 사설 및 칼럼 읽기

해우(海隅) 2013. 10. 18. 07:20

2013년 10월 18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신고리 원전 3ㆍ4호기 가동 연기

■ 군의 댓글 의혹

■ 급한 불 끈 미국 재정위기와 발목 잡힌 세계 경제

■ 허술하기 짝이 없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 제도

■ 국회 국정감사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신고리 원전 3ㆍ4호기 가동 연기

 

[한국일보 사설-20131018금] 비리·부실로 원전 완공 연기… 전력부족 장기화

 

신고리 원전 3ㆍ4호기의 각종 케이블이 성능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900㎞ 가까운 전력ㆍ제어ㆍ계장 케이블의 교체가 불가피해졌고, 내년 8월~9월로 잡았던 완공 시기가 최소 1년 정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여름 전력수급 차질과 함께 대체전력 확보를 위한 국가적 비용의 폭증 등 후유증이 크게 우려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새한TEP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에 따른 전면 재점검 결과, 신고리 3ㆍ4호기에 JS전선이 납품한 각종 케이블이 모두 기준에 미달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석 한수원 사장은 어제 국감에서 담합 사실이 드러난 국내 업체를 배제하고, 해외업체 제품으로 1년 안에 신고리 3ㆍ4호기의 각종 케이블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블 교체작업이 순조롭게 끝나더라도 애초에 목표로 했던 완공은 한참 뒤로 늦어지게 된다.

 

설비용량이 각 140만㎾, 모두 280만㎾인 신고리 3ㆍ4호기의 완공 및 운전이 1년 정도 늦춰진다면 당장 내년 여름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전력거래소는 내년 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8,166만㎾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부품검사서 위조 비리가 드러나 가동이 중단된 4개의 원전을 모두 재가동해도 총 공급 능력은 8,200만㎾에 불과해 적정 예비전력이 크게 부족하게 된다. 국민이 짊어지게 되는 추가비용도 심각한 문제다. 케이블 교체에만 약 360억 원이 드는 데다 전력부족을 메우려면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전의 분석에 따르면 280만㎾의 확보에 필요한 전력구입비 상승분은 하루 126억 원으로, 계획예방정비기간을 빼고도 연간 3조7,170억 원을 더 들여야 한다.

 

신고리 3ㆍ4호기 건설공사가 계획대로 끝날 것을 전제해 강행하고 있는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의 명분도 약해진다. 반대대책위가 즉각적 공사 중단을 촉구한 데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소보다 송ㆍ변전 시설이 먼저 설치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잘랐지만, 팽팽한 여론의 구도에 언제 금이 갈지 모른다. 이 엄청난 후유증을 어떻게 씻을 건가.

 

 

[한겨레신문 사설-21031018금] 원전 가동 늦어지는데 송전탑은 강행하나

밀양 송전탑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신고리 원전 3·4호기에 들어간 제어케이블이 성능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원전 가동이 적어도 2년 늦춰지게 됐다고 한다. 내년 여름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서라는 송전탑 건설 강행의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면 마찰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주민대책위의 요구를 수용해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민주적으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내년 8월 원전 가동 일정에 맞춰야 한다며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으나, 성능시험에서 떨어진 제어케이블을 철거하고 안전성이 입증된 새것으로 바꾸는 작업에는 2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제어케이블은 고온이나 고압 등 이상 상황에서도 제어실의 동작 신호와 원전 현장의 주요 데이터를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위조된 부품이 추가로 밝혀지거나 새로 교체한 제어케이블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전 가동 시기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 두 원전의 가동은 일러야 2015년 말에나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일찍이 주민대책위는 제어케이블이 성능시험에서 불합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정황증거를 제시하고, 시험 기간에 공사를 중단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나 한전 어느 쪽도 귀 기울이지 않고 공사의 절박성만 주장했다. 그런데 제어케이블은 본고사는 치르지도 못하고 예비고사에서 떨어져버렸다. 객관적 검증이 필요한 기술적인 측면에서 주민대책위가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누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지 확인된 것이다.

 

밀양 사태로 나이 든 주민들이 경찰과 충돌해 부상을 입는 등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송전탑 갈등은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잠재해 있다. 근본 원인은 한전이 가장 힘없는 마을에, 가장 손쉽게,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서 송전선로를 긋고 주민들은 계획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강요하는 데 있다. 유신 말기 만들어진 전원개발촉진법에는 사업계획 수립에서 추진, 보상 대책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민주성과 투명성, 객관적 검증을 담보하는 규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양 사태는 약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유지돼온 구시대적 전원사업이 이제는 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은 송전설비의 경제적·기술적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도출해내는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정부와 한전은 공사를 강행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사회적 비용을 줄이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동아일보 사설-20131018금] 올겨울, 내년 여름에도 전력난 고통 또 겪어야 하나

 

내년 8, 9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 4호기에 사용된 제어케이블 성능이 불량으로 확인됨에 따라 내년 여름에도 전력대란이 불가피할 것 같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 가운데 6기가 멈춰 있어 이번 겨울에도 지난여름 못지않은 전력난을 각오해야 한다. 그나마 전력 공급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되던 신고리 3, 4호기마저 준공이 늦어진다니 한국수력원자력은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가동 중인 원전만이 아니고 건설 중인 원전에까지 불량 케이블이 납품된 것은 품질 서류 위조와 불량제품 납품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보여준다. 신고리 3, 4호기에 들어간 케이블은 5월 말 시험성적서 조작으로 신고리 1, 2호기 등 원전 3기의 중단을 불렀던 부품과 유사한 제품이다.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를 냉각시키라는 신호를 보내는 원전 핵심부품이다. 일반 케이블과는 달리 고열과 고방사선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도 견뎌야 하므로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방사능 누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소모품의 품질 서류 위조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문제다.

 

불량 케이블을 만든 JS전선(옛 진로산업)은 LS그룹의 간판회사이자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이 지분 70%를 갖고 있는 회사다. 대기업 계열사가 온 나라를 전력난에 빠져들게 한 불량 케이블을 만들고 납품했다니 어처구니없다. JS전선 케이블도 지난번 두산중공업이 불량케이블을 납품했을 때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던 새한TEP가 검증했다. 시험결과를 위조한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시험조건 자체를 조작해 질 낮은 케이블로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정부는 신고리 3, 4호기에 불량케이블이 납품된 사실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부품 수입 등 ‘플랜B’를 마련해 두지 않았다. 920km나 되는 케이블을 포함해 부품을 모두 교체하려면 결국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대안이 없어 전력 부족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이제라도 부품 교체를 서둘러 원전가동을 최대한 앞당겨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 불신이 더욱 심해질 것 같아 걱정이다. 밀양 송전탑 공사도 신고리 3, 4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보내기 위한 것이다. 신고리 3, 4호기 준공을 전제로 강행한 송전탑 공사도 더 심한 저항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원전 안전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모두 중요하다. 어느 하나를 희생해서 다른 것을 얻을 수는 없다.

 

 

[조선일보 사설-20131018금] LS그룹, 原電 불량 부품 '수조원 피해' 뭐로 책임질 건가

 

내년 8월과 2015년 6월 준공 예정이던 신고리 3·4호기에 사용된 제어 케이블이 성능 시험에서 불합격(不合格) 판정을 받아 920㎞에 달하는 케이블 전체를 새로 깔아야 한다고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표했다. 지난 5월엔 전기를 생산 중이던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불량 제어 케이블이 사용된 사실이 확인돼 가동이 중단됐다.

 

불량 케이블을 공급한 JS전선은 제어 케이블을 일정 시간 열(熱)과 방사선에 쪼여 노화(老化) 처리를 한 후 캐나다의 성능 시험기관에 보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열풍기로 표면만 살짝 그을린 생(生)케이블을 보내 합격 판정을 받았다.

 

한수원은 외국 업체로부터 새 케이블을 공급받으려 하고 있다. 이제 외국 업체를 선정해 주문→제작→검증→재설치→시운전을 거치려면 16개월은 걸린다. ㎾h당 발전단가가 42원인 140만㎾급 신고리 3·4호기 대신 발전단가가 118원인 LNG 발전소를 돌리면 하루 추가 비용이 126억원씩 더 든다. 신고리 3·4호기 준공이 1년 늦어지면 3조원 넘는 손해가 불가피하다.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다섯 달 가동을 멈추는 데 따른 직접 피해는 9600억원이라고 한다.

 

JS전선은 LS그룹 간판 회사인 LS전선의 자회사이다. LS전선도 원전 케이블 입찰 과정에서 다른 7개 업체와 담합한 혐의가 드러났다. LS그룹은 계열사들이 불량 케이블을 공급해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31018금]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원전 비리

 

원전 비리의 폐해가 끝이 없다.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3·4호기에 사용된 케이블이 모두 불량으로 확인됐다. 약 900㎞의 케이블을 다시 깔아야 할 판이다. 그중 제어 케이블은 원전의 핵심 부품이다. 원전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 케이블이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사소한 사고가 대재앙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한다. 부품 전량 교체로 각각 내년 여름과 2015년 가동 예정이던 고리 3·4호기 준공이 1년 이상 늦어지게 됐다. 두 원전의 발전용량은 각각 140만㎾다. 이에 따른 피해와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장 내년에도 더운 여름,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할 판이다. 올여름 35도가 넘는 폭염을 우리 국민은 부채 하나로 버텨야 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당시 “내년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올해만 고통을 참고 절전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이런 장담은 내심 신고리 3·4호기 준공을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장관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부의 늑장 대응도 문제다. 이번 신고리 3·4호기 불량 케이블은 JS전선이 납품했다. JS전선이 어떤 회사인가. 지난 5월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밝혀져 가동이 중단된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제어 케이블 납품에도 연루된 회사 아닌가. 그 때문에 5월 재시험에 들어갈 때부터 원전업계에는 해당 케이블이 불합격 판정이 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5개월을 대안 없이 손 놓고 있다 이제 와서 “해외에서 대체 부품을 찾겠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총 280만㎾의 원전 2기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으로 대체하면 하루 1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1년이면 약 4조원이다. 지금까지 비리로 멈춰선 원전 때문에 생긴 손실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수억~수십억원의 이득에 눈이 멀어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해당 업체와 관련자들에게 형사처벌 외에 반드시 배상 책임을 지워야 한다.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31018금] 밀양 송전탑 서두를 이유 없어졌다

 

한국전력과 정부가 밀양 송전탑 조기 건설의 명분으로 삼았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내년 8월 이전 상업운전이 불가능해졌다.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한 것으로 밝혀진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전력·제어·계장케이블이 성능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전량을 교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통상 신규 부품의 선정과 제작, 설치, 검증, 시운전 등에 1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니 2015년 하반기 이전에 신고리 3·4호기의 가동은 어렵게 됐다. 부정과 비리, 관리 소홀 등으로 전력 수급 계획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 것은 딱한 일이나 더 안타까운 것은 연일 피해와 고통을 당하고 있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다.

 

불량 부품 문제로 송전탑 건설의 시급성이 해소됐지만 정부와 한전은 “발전소보다 송·배전 설비가 미리 설치돼야 한다”며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모양이다. 납득할 수 없는 태도다.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정부와 전력 당국의 잘못이지 송전탑이나 밀양 주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수확철만은 피해달라는 주민들의 간곡한 요청마저 뿌리치고 수천명의 경찰력과 수백명의 인력으로 공사를 밀어붙였고, 그 과정에서 주민 33명이 다치기까지 했다. 그 유일하다시피 한 명분이었던 신고리 3호기의 내년 가동이 무산된 지금 결과적으로 주민과 국민을 기만하고 공사를 밀어붙인 데 대해 사과해야 할 정부와 전력 당국이 되레 큰소리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한전은 주민들이 수확을 할 수 있도록 일단 공사를 중단하는 게 도리다. 밀양 송전탑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전력 당국과 정부는 정당성과 신뢰를 너무 많이 잃었다. 당초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을 송전탑 공사 강행의 명분으로 삼았다가 원전비리로 물 건너가자 여름철 전력 수급으로 바꾸었다. 그마저 이번 부품 성능 시험 통과 실패로 명분을 잃고 말았다. 많은 정부 관계자들이 “신고리 3호기가 내년 8월까지 준공돼야 여름철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밀양 송전선로 공사가 시급하다”고 했으나 결국 빈말을 한 꼴이 됐다. 위조부품 문제로 신고리 3호기의 내년 8월 가동이 어렵다는 것은 밀양 주민과 반대 측 전문가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단순히 에너지 수급이나 사회적 갈등 관리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까지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월 전문가협의체가 파행으로 끝난 과정이나 ‘사회적 공론화’ ‘TV토론’ 등 주민 요구의 묵살, 공권력을 동원한 일방적 공사 강행 등이 그것이다. 경찰의 자의적인 시위자 연행과 채증, 생필품과 의료진의 농성장 출입 통제 등 인권침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사회까지 우려를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한전의 일방적 논리나 미봉책으로 해결하기엔 문제가 너무 커지고 말았다. 정부는 명분 잃은 조기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근본적 해법을 찾을 때다.

 

 

[서울신문 사설-20131018금] 엎친 데 덮친 원전 사태, 전력 대책 미리 세워라

 

도대체 원전(原電)은 언제까지 국민을 우롱할 것인가. 온갖 추악한 비리로 분노를 샀던 원전이 이번에는 부품 불량으로 완공이 늦어져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 문제의 원전은 신고리 3, 4호기로 이미 설치된 제어케이블이 성능시험에서 불합격해 총연장 900㎞나 되는 케이블을 모두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내년 8~9월로 예정됐던 완공 시기도 2015년 또는 2016년 이후로 지연돼 내년 여름에는 또 매일 같이 블랙아웃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지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지 허탈감이 들 정도다.

 

2010년 8월부터 JS전선이 납품한 케이블은 지금까지 수사에서 드러난 짝퉁 부품보다 더 엉터리다. 고열에 견뎌야 하는 케이블은 열노화(aging) 처리를 해야 하는데 열풍기로 표면만 살짝 그을려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간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는 시험 조건을 조작해 검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허위 부품을 그대로 썼다가 원전에 화재라도 발생했을 때 당할 재앙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부산과 서울을 왕복하고도 남는 길이의 케이블을 몇 년 동안이나 깔면서도 까맣게 몰랐다는 점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허위 부품을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부품업체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뒷거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사실은 검찰의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수백억원대의 케이블 교체 비용과 대체 전력원 구입비용 등 예상되는 피해액은 무려 3조원대라고 한다. 업체의 비리가 초래한 피해치고는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다. 신고리 3, 4호기의 발전용량은 각각 140만㎾, 총 280만㎾다. 100만~200만㎾의 전력 때문에 블랙아웃이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므로 신고리 원전의 중요성은 실로 크다. 더욱이 현재 원전 23기 가운데 3기는 짝퉁 부품 사용으로 가동이 중단돼 있다. 내년 여름과 겨울 전력난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일은 저질러진 것이고 관련 당국이 임시 발전소 가동이든, 절약이든 전력 대책을 지금부터 세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잖아도 당국은 신고리 원전의 송전 통로인 밀양송전탑 공사 과정에서 주민들과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그런 마당에 이번 일이 벌어졌고 공사와 관련해서도 미심쩍은 점이 많다. 신고리 원전에 엉터리 부품이 공급된 사실을 한수원 측이 검찰에서 통보받은 때는 지난 6월이다. 그런 사실을 모른 척하며 공사를 강행해 놓고 이제야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벌써 주민들과 송전탑 반대 단체들은 공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차피 공사가 지연될 것이라면 주민들과의 협상 시간이라도 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송전탑 공사를 일단 멈추고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더 갖기 바란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3018금] 원전 불량부품 한수원·JS전선 엄하게 문책해야

 

2014~2015년 준공될 예정이던 신고리 3, 4호기 원전에서도 불량 케이블이 쓰여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발표는 원전 불량 부품의 끝이 대체 어디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각각 설비용량 140만㎾의 원전 2기 준공이 1~2년 늦어지게 됐으니 전력수급 차질로 내년 여름에도 전력비상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케이블 교체는 고장난 부품을 바꿔 끼우는 차원이 아니라 사실상 부분적인 재시공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공정도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난 5월 말 부품시험성적서 위조 사건 때 신고리 1, 2호기 등에 쓰인 제어케이블이 JS전선 제품이었으니 같은 회사 제품을 택한 신고리 3, 4호기에 대해 응당 교체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아무리 가동하지 않은 상태라지만 일단 재시험을 해보자는 건 안이했다. 4개월간 손놓고 재시험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가 이제야 해외로 나가 대체 부품을 찾겠다는 데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전력난을 피하려 신규 원전을 빨리 준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결정적인 오판을 한 것이니 이런 결정을 내린 책임을 산업부와 한수원에 물어야 한다. 불량 케이블을 생산한 JS전선에는 배상책임을 지워야 한다.

 

이제 2기의 원전을 빼고 전력수급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산업부가 올 초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내년 여름 설비용량은 8699만㎾, 최대 전력수요는 8032만㎾로 예비력은 667만㎾가량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전력수급의 마지막 방어선인 500만㎾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여름 전력 부족 해소와 신고리 3호기 준공 시기에 맞춘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는데 난감하게 됐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미 공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송배전시설을 원전보다 먼저 설치하는 게 통례이니 이미 시작한 공사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31018금] 여름 전력대란 끝이라는 총리 약속 지킬 수 있나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6월 여름철 전력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절전대책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호소했다. 내년 여름부터는 더 이상 전력수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강조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악의 전략난에 봉착한 8월 초 긴급 대국민호소문에서 정부를 믿고 도와달라며 내년 여름에는 전력문제로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국무총리와 주무장관이 올 여름이 마지막이라며 무더위를 참고 견뎌달라고 요청한 게 엊그제인데 이제 와서 내년 여름철도 불안하다며 전력수급에 영 자신이 없는 눈치다. 또다시 원전비리가 불거졌다지만 원전 한두 기의 문제로 또다시 전력비상이 걸린다니 총리와 장관의 약속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안이하다 못해 국민 기만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전력수급과 보고체계에 뭔가 심각한 오류가 있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다.

 

정부는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3ㆍ4호기에 사용된 케이블이 검사 결과 불량으로 판명돼 전량 교체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신고리 3호기 준공시기는 내년 여름에서 1년가량 늦춰지게 됐다. 치러야 할 대가는 실로 엄청나다. 케이블 교체와 대체발전 비용으로 4조원쯤 혈세가 추가로 들어갈 판이다. 이들의 가동을 전제로 논란 속에 착공한 밀양 송전탑 공사를 예정대로 강행할 명분도 약해졌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여름 예비전력이 500만kW대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발전소 한개만 고장 나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상황이다.

 

문제의 제어 케이블은 5월 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신고리 1ㆍ2호기 케이블과 유사한 제품이다. 공급업체 역시 같다. 그렇다면 진작에 신고리 3ㆍ4호기 케이블이 제대로 된 부품인지 검증했어야 옳았다. 자고 나면 터지는 비리로 원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한낱 헛구호에 불과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러고서 연말 전기요금 인상을 누가 수긍할지 모르겠다.

 

 

■ 군의 댓글 의혹

 

 

[한국일보 사설-20131018금] 軍의 '댓글 의혹' 신속히 진상 밝혀 매듭지어야

 

지난해 대선 당시 '댓글 작업'을 한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이 올린 댓글을 재전송(리트윗)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까지 재전송이 확인된 것만도 국정원 요원들이 사용한 12개 트위터 계정의 글 22건이다. 시기는 주로 대선과 총선이 진행되던 때였고, 내용 역시 종북문제와 제주해군기지, 전교조 등 선거와 정치 관련 이슈가 대부분이었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과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서로 연계해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두 기관간의 댓글 공조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또 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에 따르면 사이버사령부는 지난해 40억 원, 올해 50억 원을 국정원에서 지원받았다. 국방부는 "국정원에서 일부 예산을 받는다고 지시-복종 관계는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그런 상황에서 국정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정원 심리전단이 확대 개편되던 시기에 사이버사령부가 대폭 증원된 것도 연계 의혹을 증폭시킨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선거가 있던 지난해 초 3개에서 4개 팀으로 확대됐고, 사이버사령부도 비슷한 시기 정원이 이례적으로 200여 명 증원됐다. 부대가 아닌 자택이나 오피스텔에서 댓글을 단 것도 행태가 유사하다.

 

사이버사령부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과 국정원과의 연계 의혹이 커지는데도 국방부의 조사는 미적대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본격 조사에 나서기도 전에 "요원들의 개인적 활동"이라거나 "수사가 아니라 사실확인 차원"이라며 사건 성격과 조사 범위에 대해 스스로 선을 긋고 있다. 국감장에 나온 사이버사령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군사기밀이라며 막무가내로 답변을 거부하거나 엉뚱한 말만 늘어놓았다. 진정 수사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진상조사를 통해 의혹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일 년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군의 댓글 의혹이 드러나 여야간 공방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군이 자체적으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계속 수사를 미적거린다면 민간 검찰이나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철저하고 신속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31018금] 또 안보타령으로 ‘군 정치개입’ 덮으려는가

 

새누리당이 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군사이버사령부를 변호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7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회의에서 유기준·한기호 최고위원 등은 “군의 비밀조직과 조직원의 비공개 활동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통탄” “군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고, 있다면 개인의 잘못일 뿐” “민주당의 공세는 북한을 도와주는 것” 따위의 주장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다. 우선 군의 불법행위 의혹에 국가 안보니 비밀 보호니 하는 논리를 갖다 붙이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사이버사령부는 아무리 나쁜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비밀조직이니까 털끝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이 조직이 안보는 뒷전으로 밀어놓고 정치 개입에 골몰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안보를 저해하는 행위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댓글 의혹에 대한 명백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안보를 앞세워 군의 불법행위를 덮으려는 것이야말로 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는 행위다.

 

댓글 사건에 군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고 단정짓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이 조직적 차원의 일이었는지, 몇몇 개인의 일탈행위였는지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다. 조사를 벌이기도 전에 제멋대로 조직적 개입이 아니라고 단정짓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다. 더욱이 최근 드러나는 정황은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달기 작업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 점 등 개인의 일탈행위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고민해야 할 것은 군의 정치 개입 의혹을 덮는 일이 아니라 효과적인 진상규명 방안을 찾는 일이다. 군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김관진 국방장관의 조사 지시에도 군의 합동조사가 미적거리고 있고, 그사이 문제의 댓글들이 삭제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자체조사가 이뤄져도 기껏해야 몇몇 사람의 개인적 잘못으로 결론지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의혹을 남겨 놓은 채 가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큰 짐이 된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발목 잡기, 물타기, 몽니 부리기 등 갖가지 추한 모습을 보이며 진상규명을 방해했다. 군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볼썽사납다. 군의 정치 개입을 근절하는 일에는 여야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새누리당의 맹성을 촉구한다.

 

 

[동아일보 사설-20131018금] 사이버사령부 댓글 철저히 수사해 논란 끝내야

 

지난해 4월 총선과 12월 대선 과정에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일부 요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올린 글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야권은 이번 사건을 군의 선거 개입이자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 등에 띄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군 검찰과 헌병대에 자체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의 직할 부대를 군 검찰이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군대 안에서 벌어진 만큼 군 검찰이 먼저 조사하는 것이 옳다. 군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SNS 공간에 정치적 의견을 단 4명의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행위인지, 아니면 조직적으로 벌인 일인지를 가리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사이버사령부의 2012년 예산 170억 원 중 45억 원, 2013년 예산 255억 원 중 57억 원은 국가정보원이 준 것이라며 국정원과의 연계를 의심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벌어졌던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과 같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정원 예산 지원을 곧바로 국정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몰아갈 수는 없다. 사이버사령부 요원의 SNS 활동은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에서 벌어진 일로 특정 사이트에 댓글을 올린 국정원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또 정보예산 중 일부가 관행적으로 국정원을 통해 집행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물론 군과 군인은 철저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군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SNS 공간에 논란을 빚을 만한 글을 올린 것은 잘못이다.

 

이번 기회에 사이버사령부 활동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2009년 북한의 디도스 공격 이후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 창설한 사이버사령부는 사이버 작전의 개념조차 세우지 못한 채 수세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래서는 3만 명이 넘는다는 북한의 정예 ‘사이버 전사’들의 침투를 막아낼 수 없다.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글이나 올리고 있기에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이 심각하다.

 

 

[경향신문 사설-20131018금] 군 댓글 의혹 규명, ‘셀프 조사’에 맡길 수 없다

 

트위터 등에서 ‘정치 댓글’ 작업을 한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측과 ‘공조’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이들이 국정원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의 글 수십건을 리트윗(퍼나르기)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이버사령부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는 물론 국정원과의 연계 가능성까지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들로 미뤄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댓글 작업’이 개인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첫째,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군의 정치중립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정치관여죄는 군형법상 2년 이하 금고에 처해지는 범죄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부 지시 없이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댓글을 올릴 사람이 있겠는가. 둘째,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 시기가 겹치고, 사이버사령부 일부 사업비가 국정원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버사령부 차원에서 국정원과 공조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황들이다. 셋째, 댓글 활동이 활발하던 시기 사령관을 맡았던 연제욱씨의 행보다. 그는 이른바 ‘임기제 진급’을 통해 장군이 됐지만 옷을 벗기는커녕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하고 청와대 국방비서관에 임명됐다. ‘보은인사’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어제 자체 조사 과정을 설명하면서 “(해당 군인·군무원들이) 글을 올린 것 자체는 시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글이 삭제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컴퓨터 복원 작업을 하는 등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 자체 조사로는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본다. 예컨대 국정원 댓글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이를 국정원 자체 조사에 맡겼다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군의 특수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전제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의혹 규명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군이 조사할 부분은 조사하되 국정조사든 특별검사 수사든 병행할 필요가 있다. 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한 줌도 안되는 ‘정치군인’을 걸러내는 것만이 국토방위에 전념하는 대다수 장병들의 노고에 값하는 길이다. 새누리당도 이치에 닿지 않는 주장으로 파문 확산을 막는 데만 급급할 때가 아니다. 군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한국 민주주의는 모욕당하고 있다.

 

 

■ 급한 불 끈 미국 재정위기와 발목 잡힌 세계 경제

[한겨레신문 사설-20131018금] 급한 불 끈 미국 재정위기, 세계는 불안하다

 

사상 처음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미국이 협상 시한 마지막날인 16일(현지시각) 문제 해결을 내년 초까지 미루는 내용의 타협을 이뤘다. 이로써 16일 동안 이어진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끝내고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일단 피할 수 있게 됐으나 지구촌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하원에서 모두 통과된 타협안의 핵심 내용은 연방정부가 내년 1월15일까지 기존 수준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하고 내년 2월7일까지 국가부채 상한선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곧 내년 초까지 연방정부와 정치권 사이에 재정적자 감축 등을 둘러싼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합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이자 종전이 아닌 휴전안인 셈이다. 그때까지 합의가 이뤄질 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다. 여야의 인식 차이가 커, 지난 3년 동안 있었던 다섯 차례의 초당적 노력이 실패한 전례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적잖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불안 요소로 고착돼가는 상황이다.

 

패권국으로서 미국의 위신은 이미 상당 부분 떨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이 일부 제약된 것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당장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미국을 가리켜 ‘위선적인 나라’라며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 세계 질서를 대체할 때가 왔다”고 했다.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악용해 지역 대립을 조장하거나 자국의 금융위기를 세계로 전파하며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지금 상태의 미국으로선 감수할 수밖에 없는 비판이다. 미국이 앞으로 재정위기를 순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달러화와 재무부 채권이 지탱해온 경제적 패권은 지속되기 어렵다.

 

미국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력에 손쉽게 의존해온 경제정책 기조의 전환, 국내 저축률의 제고, 다른 나라에 모순을 전가하지 않는 수평적 협력의 강화,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무역적자의 축소 등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려면 연방정부와 정치권이 당파적 태도에서 벗어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미국이 이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구촌 곳곳에서 실질적인 ‘탈미국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계속되는 미국 재정위기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시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여기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 중심에는 경제·재정의 기초체력 강화와 격차 축소를 통한 국민통합이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31018금] 워싱턴의 정쟁에 발목 잡힌 세계 경제

 

미국이 가까스로 국가부도를 면했다. 미 하원은 재무부가 예고한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시점을 1시간30분 앞둔 16일 오후 10시30분(현지시간), 상원에서 넘어온 예산 및 국가부채 상한 합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양보와 타협이 실종된 미 정치권의 극심한 파당주의 탓에 미국과 세계 경제가 동반 침몰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다. 16일째 지속된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끝내고, 국가 디폴트 사태를 피하기 위해 예산안과 국가부채 처리를 내년 초까지 한시적으로 미뤄놓은 데 불과하다. 시한폭탄의 바늘을 잠깐 뒤로 돌려놓았을 뿐이다. 내년 1월 15일까지 예산안 합의가 안 되면 연방정부 기능은 다시 정지된다. 국가부채도 16조7000억 달러인 현행 한도를 상향 조정한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현 상한선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뿐이다. 내년 2월 7일까지 여야가 상한선에 합의하지 못하면 국가 디폴트 위기는 재연된다.

 

 예산안이 의회 통과를 못해 정부 기능이 정지되고, 부채 상한을 못 늘려 국가가 부도 위기를 맞는 한심한 상황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극심한 정쟁에 기인하고 있다. 양당은 서로를 국정의 파트너가 아니라 적(敵)으로 보고 있다. 타협은 곧 패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특히 소수 강경파인 티파티 세력에 휘둘려 공화당 지도부는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셧다운도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시행을 막기 위한 티파티의 결사 항전 탓이었다.

 

 워싱턴의 정쟁은 미국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정쟁에 발목이 잡혀 세계 경제가 출렁이며 피해를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 정치권의 대립 탓에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 통과가 지연돼 세계 경제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2011년 8월에는 정치권의 이견으로 국가부채 한도 조정이 늦어져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기도 했다.

 

 셧다운의 여파로 4분기 미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0.6~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미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 당연히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했다면 리먼브러더스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파장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1조2800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 채권국 중국부터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초강대국의 지위를 남용해 세계 경제를 위기와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중국이 미국을 비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로마가 망한 것은 외침 탓이 아니다. 게르만족의 침입은 최후의 일격이었을 뿐, 근본 원인은 방만한 재정과 극심한 정치적 분열에 있었다. 워싱턴의 정쟁은 미국의 신뢰와 리더십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며 미국과 세계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 정치권은 책임을 통감하고 냉철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31018금] 임시 땜질한 미국 디폴트,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미국이 국가 부도(디폴트)라는 파국은 피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막판 협상 타결로 상원과 하원은 16일(현지시간) 셧다운(정부 일부 폐쇄)을 종료하고 잠정예산안과 국가부채 상한 증액안을 연이어 통과시켰다. 이로써 오바마케어 시행 연기 논란에서 야기됐던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채무 불이행 사태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번 것이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게 아니다. 잠정예산안은 내년 1월15일까지, 부채한도는 2월7일까지 유예됐을 뿐이다. 미 의회는 올초에도 부채한도 적용을 3개월간 미루는 임시방편으로 디폴트를 모면했었다. 더구나 셧다운 피해가 240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하고,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는 게 신용평가회사 S&P의 경고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한국 등 신흥국의 대미 수출에도 파장이 작다고 볼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문제는 세계경제에서 상수가 돼버렸다. 계속 불어나는 국가부채가 문제다. 16조7000억달러였던 부채한도를 이번에 17조8000억달러로 늘렸지만 빚이 또 목에 차는 것은 시간문제다. 세계가 미국을 걱정한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이라고 해서 무한정 재정적자를 늘릴 수는 없다. 양적완화도 조만간 끝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연방정부 예산의 20%가 더 드는 포퓰리즘적 복지를 밀어붙인 데서 비롯됐다. 정치적 절충 끝에 위기를 넘겼지만 오바마의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여길 일이 아니다. 임시 땜질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복지지출 증가가 재정적자를 키우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디폴트 위기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미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가 이미 10년 전에 경고했듯이 미국도 ‘민주주의 과잉’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복지 포퓰리즘이 나랏빚을 눈덩이 굴리듯 키우는 행태는 미국 정치나 한국 정치나 똑같다. 정치권은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똑바로 보기 바란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31018금] 석 달 후로 미뤄놓은 美 디폴트 시한폭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미국 의회의 폭주가 국가부도의 벼랑 끝에서 잠시 멈췄다.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을 타협안이 상ㆍ하원을 모두 통과한 것은 국가부도에 이를 17일 0시(현지시간)를 불과 한 시간 반 남겨둔 시점이었다. 16조7000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연방정부가 디폴트에 빠졌다면 글로벌 경제 전체가 극심한 혼돈을 겪게 됐을 것이다. 누구도 미국 국채를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기지 않게 되고 21세기 패권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급격히 흔들리게 됐을 것이다.

 

파국은 피했지만 시한폭탄 뇌관은 그대로 남아있다. 민주ㆍ공화당은 연방정부가 내년 1월 15일까지 현재 수준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2월 7일까지 국가부채 상한을 그대로 둔 채 급한 돈을 끌어다 쓸 수 있도록 미봉책에 합의했을 뿐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과 오바마 대통령이 건보개혁법(오바마케어) 관련 지출을 비롯한 핵심 쟁점을 놓고 극한 대립을 계속하면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은 엄청난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이 디폴트를 피했다는 소식에 세계 증시가 큰 폭으로 뛰고 코스피는 사상 최장(35일)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연중 최고 수준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정치적 대량살상무기’라고 표현한 미국 의회의 부채상한 협상은 언제든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4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0.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기대했던 것만큼 세계 경제 회복세가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자본 이동과 수출시장 경기에 어느 나라보다 민감한 만큼 석 달 후에 재연될 수 있는 미국 재정 위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타협 없는 정쟁이 어떤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여야가 복지 지출 문제를 놓고 극한 대치를 계속할 가능성이 큰 터라 미국 의회의 벼랑 끝 대치는 결국 모두를 패자로 만들었다는 교훈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 허술하기 짝이 없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 제도

 

[중앙일보 사설-20131018금] 친환경 농산물, 소비자가 믿을 수 있게 하라

 

일부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브로커가 서로 짜고 농약 검출 여부 등을 확인도 하지 않은 농산물에 가짜 인증마크를 찍어주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소비자 믿음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가장 기가 막히는 것은 농약을 쓴 당근 10t 등 적어도 7억원 상당의 가짜 친환경 농산물이 학교 급식업체 등에 공급됐다는 사실이다. 농약을 쓴 농산물을 친환경 생산물이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먹였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농가 5700여 곳이 참여한 거짓 인증 면적이 63㎢나 되고 전남 고흥의 묘지와 장흥의 주차장, 나주의 축사까지 친환경 농지로 인증하는 등 가짜 인증이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놀랍다. 특히 친환경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인증센터에서 검사 시료·결과를 조작했는데도 공무원까지 가담해 감시망에 구멍이 뚫렸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친환경 농산물 시장의 성장으로 인증 기관이 난립하면서 생긴 과도기적 사회문제로 보기엔 소비자 피해가 너무 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금까지 매년 1회 이상 특별점검 등으로 운영 실태를 심사해 왔다며 앞으로 점검 빈도를 늘리고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정도 대책으로는 한번 잃어버린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친환경 식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춰 친환경 인증제도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는 인증 주체·과정·기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치밀하게 인증작업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소비자 참여·현장방문·감시 제도를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우선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를 올해까지 민간에 완전히 넘기는 정부 방안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간 이양은 큰 틀에선 바람직하겠지만 지금은 소비자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를 믿지 않고 외면한다면 관련 업무의 민간 이양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경향신문 사설-20131018금] 허술하기 짝이 없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 제도

 

검찰은 그제 가짜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내준 7개 민간 인증기관 대표와 브로커 10명 등 26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한 자치단체에서는 부군수 등 공무원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적극 가담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이들이 끌어들인 5700여 농가는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할 의지도 없으면서 농자재 무료 제공 유혹에 넘어갔다. 검찰에 적발된 이들은 엉터리 친환경 인증을 남발하고 자치단체가 주는 보조금(농가당 15만~30만원) 30억원을 챙겼다. 이들이 내준 가짜 친환경 농산물 경작지는 여의도 면적의 22배인 63㎢에 이르고, 여기서 생산돼 친환경 농산물 마크를 달고 팔린 농산물은 6억2000만원어치나 된다. 일부는 학교 급식용으로 공급됐다고 한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농산물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조여원으로 2020년에는 7조5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농식품부도 지난달 발표한 ‘2013~201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 계획’에서 친환경 농산물 공급을 2017년까지 5조7000억원어치로 늘리기로 했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공급은 농가 소득 증대와 소비자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적극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2001년 7월부터 시행된 친환경 농산물 인증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유기 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저농약 농산물’ 표시를 한 친환경 농산물을 100% 믿고 사는 소비자는 아직도 많지 않다. 그만큼 친환경 인증 농산물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얘기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인증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 먼저 민간 인증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규정 위반 시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인증 업무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2002년부터 지정한 민간 인증기관은 그해 4곳에서 현재 76곳으로 급증했다. 민간 인증기관의 인증 건수도 크게 늘어나 지난해에는 전체의 67.6%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농식품부의 민간 인증기관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지난 6월부터 엉터리 인증으로 3년간 행정처분을 3회 받으면 인증기관 지정을 취소하는 쪽으로 법이 바뀌었다지만 이것으론 미흡하다. 벌칙 제도를 도입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더 이상 소비자만 봉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31018금] 농림부, 가짜 친환경 농산물 척결 책임져라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 7곳과 브로커 10명이 거짓 인증마크를 남발하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 30억원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들이 지방자치단체, 농가와 결탁해 엉터리 인증마크를 발급한 사실을 밝혀내고 모두 2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인증기관 A사 대표는 올해 초 "농약ㆍ화학비료를 사용하더라도 친환경 인증을 공짜로 받아주겠다"며 2400여 농가를 끌어들였다. 이어 거짓 친환경 인증을 발급한 뒤 지자체 보조금 7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전남도가 친환경 농업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자 장성군 부군수는 인증기관 B사와 손잡고 300여 농가에 거짓 인증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전남도에서 ’친환경농업 장려상’을 수상하고 포상금 1억5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농약이 검출된 농산물에 인증기관이 ’불검출’ 판정을 내리는 등 공문서 위변조와 검사 시료 바꿔치기 사례도 적발됐다. 친환경 인증시스템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이번 사건은 당초 인증기관 7개에 영업정지 3~6개월을 내리고 끝날 뻔했다. 전국 78개 친환경 인증기관 관리를 맡고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올해 초 이들의 부실 인증 사례를 적발한 뒤 현행 법률에 따라 행정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박근혜정부가 불량식품 등 4대악 근절을 강조하고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단속반이 수사에 나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보조금 착복, 공문서 위변조 등 사건 전모가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현행 ’친환경 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 법률’에 부실 인증기관과 브로커를 처벌할 별도 규정이 없어 고민했다고 한다. 일단 이들을 사기공모 혐의를 처벌하고 향후 처벌 규정을 담은 법 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에 적발된 부실 인증기관을 곧바로 문닫게 할 법률 근거도 없다고 한다.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뭘하고 있었는지 그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 국회 국정감사

 

[조선일보 사설-21031018금] 국회가 국정감사 본래 뜻 빛바래게 만든다

 

국정감사는 헌법이 국회에 준 고유 권한이다. 국회가 행정부의 전횡(專橫)을 견제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뜻이다.

 

그러나 18일로 감사 엿새째를 맞는 올해 국정감사는 헌법 본래 취지를 잊은 듯하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17일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석채 KT 회장 등 기업인 20여명을 추가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느라 오전 회의를 그냥 흘려보냈다. 이 위원회는 이날 노사정(勞使政)위원회와 중앙노동위, 고용보험심사위 등 11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이 11개 기관은 이날 정상 업무를 접고 국회에 나왔다. 그런데 이들은 오전 내내 여야 의원들 간의 입씨름만 지켜봐야 했다.

 

미국 하원은 2010년 2월 급발진으로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본 도요타 본사 사장과 간부들을 증인으로 불러냈다. 8시간에 걸쳐 미국 의원들의 질의와 비판, 도요타 측의 답변과 반박이 이어졌고 결국 도요타 사장이 울먹이면서 미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책을 내놓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의 국정감사는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16개 상임위가 부른 기업인 증인이 200명을 넘는다. 어느 위원회는 기업 이름만 보고 부동산 임대업을 외제차 수입업으로 착각해 아무런 상관이 없는 증인을 부르는가 하면, 기업인들로부터 전후 사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소명을 듣기보다는 "'예' '아니요'로 짧게 대답하라"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한 기업인은 3시간을 기다려서 "나는 그 일과 관계없다"고 30초 동안 딱 한마디 하고 국감장을 떠나기도 했다.

 

국정감사가 국회의 횡포(橫暴)처럼 비치면 국회의 권위가 손상되고, 언젠가는 국회의 국정감사권 자체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국회의 권위를 다시 세우고 그 기반 위에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 국회가 헌법이 규정한 국정감사의 본래 뜻을 저버리지 않고 스스로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꼭 불러야 하는 사람을 증인으로 부르고, 준비를 철저히 해 꼭 물어야 할 것을 묻고, 국가적 현안의 진상을 밝히거나 해법을 제시하는 국정감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만 제대로 지켜도 국회와 국정감사를 보는 국민의 생각이 확 달라질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31018금] 국정감사, 대선 연장전으로 흘러선 안 된다

 

어제까지 나흘째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를 지켜보노라면 대체 국감의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헌법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정부의 국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도록 돼 있다. 정부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새해 예산은 어떤 방향으로 짜야 하는지, 부처별 정책 입안과 집행에 있어서 잘못은 없었는지, 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인지 등 국정 전반을 두루 살펴 행정부가 제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견인하는 헌법적 장치가 국감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감은 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려했던 대로 정파의 이해를 앞세운 공방과 함량 미달의 문답으로 점철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딱한 것은 국정감사가 대선 연장전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논란이다. 이미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까지 벌였고,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까지 진행되고 있으나 여야는 원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재탕 삼탕의 논란만 이어가고 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역시 검찰 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유리한 주장만 펴 대고 있다. 감사원 4대강 감사에 대해서도 서툴고 거친 감사원 사무총장의 답변을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끌어다 대 소모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고,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퇴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파문 등에 대해서도 실체 없는 제 주장만 펴고 있다.

 

의원들의 질의가 주요 쟁점에 집중되다 보니, 이와 관련 없는 증인과 참고인들은 몇 시간 동안 국감장을 지키다 입 한 번 떼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유례없이 많은 기업인들을 부른 탓에 1분 안팎의 주마간산식 문답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고, 심지어 참고인을 잘못 불러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일례로 임준성 한성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사흘 전 국회 정무위 국감에 불려 나와 ‘한성자동차와 같은 회사냐’는 질문에 아니라는 답변만 하곤 세 시간을 더 앉아 있어야 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국회의원의 호통이 줄어드는 등 일부 나아진 대목도 물론 없지 않다. 정쟁에 파묻혀 빛을 보지 못했지만 발로 뛴 의원들의 심도 있는 정책 질의가 간간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국감 초반 성적표는 예상대로 낙제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진영 논리를 앞세워 모든 현안을 정쟁화하는 구태를 벗지 못하는 한 올해 국감도 어김없이 무용론의 화살을 비켜가지 못할 듯싶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31018금] 신한은행 고객정보 무단조회는 '불법 사찰' 수준

 

신한은행이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정ㆍ관계 주요 인사들의 고객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조직적으로 불법 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신한은행 고객정보조회 관련 내부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주장이다. 해당자들은 '신한 사태'로 알려진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사장 간의 경영권 다툼에서 신 사장 쪽으로 분류될 만한 인물이 대부분이어서 흠집을 찾기 위한 표적 사찰이었다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신한은행 경영감사부 등은 해당기간에 내부 고객정보파일(CIF) 등을 이용해 매월 약 20만 건의 고객정보를 조회했다. 그 중 신 사장은 물론이고 박지원 정동영 정세균 민주당 의원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에 대해서는 각각 수십 차례씩 집중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민주당과 관계 일각에서는 라 전 회장의 '50억 원 비자금 의혹'을 추궁하던 상황이어서 불법조회 과정에서 라 전 회장 측의 관여 여부가 주목 받게 됐다.

 

하지만 이번 의혹의 심각성은 비단 은행 내부 권력다툼에 활용할 목적으로 유력인사들에 대한 고객정보를 무단으로 엿보았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유력인사들의 고객정보까지 불법 조회하는 마당인데 일반고객의 정보는 어떻게 취급될까 하는 근본적 의구심과 불안이 더 큰 문제다. 그러잖아도 금융감독원은 지난해와 올 7월 신한은행 종합검사 결과 각각 5,306회, 1,621회의 고객정보 부당 조회를 적발했다. 그러나 이번 의혹 관련 사실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데다, 적발된 부당 조회에 대해서도 경징계에 그쳐 부실한 검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현행 신용정보보호법은 금융사가 고객정보 이용에 포괄적 동의를 받았더라도, 고객 신용정보 등을 조회할 땐 별도로 고객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의혹의 핵심인 유력인사에 대한 금융사찰 의혹은 물론이고, 매월 20만 건에 달한 고객정보 조회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도 철저히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금융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신뢰회복 차원에서 엄단해야 마땅하다.

 

 

[동아일보 사설-20131018금] 北 교화소에서 죽어가는 85세 국군포로 데려오라

 

중국으로 탈출했다 공안(公安)에 체포돼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정모 씨(85)가 북한 교화소에서 3년째 복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4년 전 체포 당시에도 얼굴 한쪽이 마비돼 있을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대로 두면 고령과 혹독한 수감생활로 인해 영영 귀향(歸鄕)의 한을 풀지 못할 수 있다. 6·25전쟁 때 조국의 부름을 받고 전선(戰線)으로 달려갔다가 60년이 넘도록 고초를 겪고 있는 국군포로를 국가가 모른 체해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노병의 조속한 귀환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 씨는 아오지탄광에서 노역을 하다 2009년 8월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으나 공안에 붙잡혔다. 중국은 6개월간 정 씨를 억류하다 북한으로 보냈다. 우리 정부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중국의 비인도적 처사를 막았어야 했다. 국민 보호의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다.

 

늙고 병든 노인을 억류하고 있는 것은 북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지레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송환의 길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 정 씨의 석방을 요구할 명분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정부가 1993년 이인모 씨 송환을 시작으로 2000년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를 북송한 사실을 북한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달 초 국군포로 손동식 씨의 유해가 60년 만에 국내로 봉환됐다. 손 씨는 “유해라도 고향땅에 묻어 달라”는 애통한 유언을 남겼다. 손 씨의 딸은 유해를 중국으로 숨겨 나온 뒤 사단법인 물망초의 도움을 받아 국내로 모셔왔다. 정 씨의 수감 사실도 함께 복역하던 지인이 남한의 대북소식통에게 알려 확인됐다. 정부는 언제까지 이런 일을 민간에만 맡기려는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탈북 국군포로들을 초청해 “국가가 너무 소홀했고, 대한민국이 비겁했다”며 사과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그제 국정감사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프라이카우프를 비롯한 여러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프라이카우프는 경제적인 대가를 지불하고 포로를 데려오는 방안이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도 시도했고 야당까지 지지하고 있다. 국군포로만큼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반드시 모셔 와야 한다. 그게 국가가 할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20131018금] '遺産 기부' 상류층에서 중산층으로 더 넓게 번져가길

 

각계 인사 8명이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와 자신의 유산(遺産)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기업 사장·변호사·회계사·전(前) 군참모총장 등 이력이 다양한 이 인사들은 "지금 우리가 있기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며 "그 고마움에 답하는 뜻에서 유산을 사회에 되돌려주는 것이 의무라고 느꼈다"고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벌이고 있는 '유산 기부, 아름다운 약속'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인사들의 결심의 계기도 각기 다르다. "자녀에게 좋은 뒷모습 남기고 싶어" "감사하는 마음을 일깨워 준 이웃을 잊지 못해" "남은 집 한 채까지 기부했던 어머니를 닮고 싶어서" 유산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유산 기부는 미국·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발달한 기부 방식이다. 미국에선 100명 이상의 억만장자들이 유산 중 최소한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은 국민 10%가 유산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선 2005년 두 사람이 처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유산 기부를 약속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36명이 기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기부금에서 유산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은 8%, 영국은 33%에 이르지만 우리는 0.5%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민법에는 고인(故人)이 법적 공증을 거쳐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유언을 남긴 경우에도 유족들이 일정한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항이 있다. 우리 사회엔 아직도 자신이 평생 축적한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자녀들도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을 당연한 권리라도 되는 듯이 여긴다. 이런 상속 문화와 법·제도가 유산 기부를 어렵게 하는 큰 걸림돌이다.

 

국민은 재벌가 형제들이 경영권 대물림 과정에서 원수가 돼 서로 등을 돌리고, 그 여파로 기업 자체가 존폐(存廢)의 위기를 맞는 것을 보고 또 봐왔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온갖 풍상을 겪으며 기업을 키운 창업자와는 달리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호를 받아온 2세·3세들이 기업을 경영하다 결국엔 선대(先代)가 물려준 재산도 잃고 창업자의 명성까지 땅바닥에 추락시키고 마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재산권과 재산 상속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 서 있다. 이런 토대가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려면 재산권 행사와 재산 상속이 국민의 심정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복지 혜택을 늘려야 하는데도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에는 많은 국민이 반발하고 있다.

 

그래서 민간 자선단체들이 복지 역할의 일부를 떠맡는 게 중요하다. 다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솔선해서 기부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데 앞장을 서야 자선단체들도 제 몫을 할 수 있다. 유산 기부는 부유층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산층과 그보다 어려운 사람들도 액수의 다과(多寡)와 관계없이 유산 기부에 동참하는 길이 있다. 적은 재산이라도 이를 선용(善用)해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공동체의 체질도 건강해질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31018금] ‘막장종편’ 재승인으로 엄정히 가려내야

 

내년 초 재승인 심사를 앞둔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안쓰럽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애초 종편 한 두 곳만 사업 승인을 하는 게 적정했다고 본다”며 ‘종편 정리’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종편의 생존투쟁은 더욱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공동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침묵의 카르텔’을 뒤로 한 채 서로에 대한 날 선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제기한 채널A의 우회투자 의혹을 대서특필하는가 하면 주주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MBN을 겨냥한 공세도 만만찮다. 의혹대로 채널A의 편법투자가 사실이라면, MBN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방송법을 위반했다면 재승인 심사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종편의 편파성과 파행운영에 대해서는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지금 종편은 엄밀한 의미에서 종편이라고 할 수 없다. 지상파 방송처럼 보도와 오락·교양 등 모든 분야의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역량, 곧 ‘종합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종편이다. 올해 보도편성 비율은 TV조선은 48.1%, 채널A는 46.2%에 이른다. 이쯤 되면 ‘보도채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에 시사토크 프로그램 등을 남발하다보니 종편은 이미 싸구려 ‘정치토론꾼’들의 말놀이 장터가 됐다. 국민의 건전한 여론 형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이 박이다시피한 자극적·선정적 보도행태는 급기야 ‘5·18 북한군 개입설’ 같은 왜곡방송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는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종편을 단순한 돈벌이 사업으로만 여긴다면 정말 천박한 일이다. 그동안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공익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가 되돌아보기 바란다. 종편4사의 지난해 콘텐츠 투자액은 애초 사업계획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7.4%에 불과하다. 그러니 무슨 방송의 알맹이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과 방송경쟁력 강화라는 거창한 출범 취지가 무색하다. 이행실적을 재승인 심사에 꼼꼼히 반영해야 한다. 종편 출범 시 정치적 논리가 개재되지 않았다고 할 순 없다. 그나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비극이라도 막으려면 김이라도 제대로 매야 한다. ‘막장’ 수준의 종편을 솎아내지 못하는 한 방송생태계의 발전은 요원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1031018금] 한국 기업이 급속히 쇠락해 간다는 경고

 

한국 기업의 체력이 급속하게 바닥나고 있다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이다. 이 연구소는 ‘위기 후 5년 한국 기업경영의 현주소’라는 보고서를 통해 과거 위기일수록 빛나던 한국 기업의 저력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경종을 울렸다. 외환위기 5년 뒤 기업 실적은 위기 전 수준을 상회했던 반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후 5년이 지난 최근의 기업 실적은 위기 당시보다도 악화됐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734개 상장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0년 7.4%로 위기 직전인 2007년 7.1%를 잠시 뛰어넘었지만 이후 2년 연속 내리막을 타더니 지난해에는 2008년(5.6%)보다 못한 5.2%로 곤두박질쳤다. 노쇠했다는 일본(5.8%)에도 뒤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더 큰 문제는 위기불감증이다. 연구소는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 위기에는 경제주체 모두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당장 정부부터 그렇다. 현오석 부총리는 엊그제 국정감사장에서 “내년 3.9% 성장 전망은 중립적”이라고 밝혔다. IMF(3.7%) 한국은행(3.8%)보다 높지만 결코 낙관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최근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하지만 올 들어 기업실적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대 그룹 계열 45개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수치상으론 19.4% 늘었지만 반도체 효과가 컸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빼면 오히려 8.2% 감소했다고 한다. 웅진 STX 동양그룹으로 이어지고 있는 기업 부실 문제가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 성장 전망을 3.1%로 낮춰잡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물론 기업 활력이 떨어진 데는 위기시 몸을 사리는 기업 스스로의 문제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 불감증에다 반기업정서, 경제민주화를 표방한 엄청난 규제야말로 기업 의욕과 체력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건 기업이 더 힘이 빠지기 전에 마음껏 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업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31018금] 통신료 원가공개 논란, 요금인가제부터 없애라

 

통신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최문기 장관이 통신요금 원가공개 불가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 시민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원가공개 소송에 대해 미래부가 항소하지 말고 원가자료를 공개하라고 압박하자 최 장관이 소송을 취하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아무리 의원들이 몰아붙였다지만 정부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돌연 입장을 번복했으니 통신사들이 반발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기업에 원가는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영업비밀이다.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그동안 정부가 시민단체 요구를 거부해왔던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행정법원이 시민단체가 제기한 원가공개 소송에서 영업보고서와 요금제를 인허가받을 때 내는 약관 설명자료 등 일부에 한해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그것조차 영업비밀일 수 있어 정부와 통신사가 항소 중인 상황이다. 아무리 국감이라도 소송 중인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정보공개법도 기업이 심각한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판에 주무부처 장관이 소송 취하 운운하니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원가공개를 주장하는 측은 가계 통신비가 비싸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그렇지만 통신요금은 서비스 내용이 복잡해 비교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국내 요금이 외국보다 특별히 비싸다는 분명한 증거도 없다. 비싸게 느껴진다고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기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단말기 할부금, 과소비 등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요금 탓으로만 돌리려고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원가공개 논란이 그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요금 인가제라는 후진적인 규제가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해괴한 규제다. 요금을 올릴 때도, 내릴 때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통신산업은 크지 못한다. 인가제부터 폐지해 요금경쟁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30118금] 한국형 고용률 제고전략 마련하라는 고언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한구 의원이 17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고용률 70%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한국형 고용률 제고전략'을 주문했다. 우리 경제가 최근 10년간 63%대의 고용률을 보여왔고 대내외 여건까지 좋지 않은데다 고용률을 70%대로 끌어올린 독일 등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10여년 사이 고용률을 70%대로 5%포인트 이상 끌어올린 독일ㆍ네덜란드의 사례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두 나라의 성공사례가 해고ㆍ파견근로ㆍ기간제고용 관련 규제완화를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 법인세율ㆍ고용보험료율 등 기업부담 경감을 통한 투자활성화 정책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본질을 놓아둔 채 곁가지 정책만 모방한다면 고용률 70% 달성은커녕 지금의 고용률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 5년간 약 7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인한 고용률 하락효과만 해도 9%포인트에 이른다고 하지 않나.

 

독일ㆍ네덜란드의 성공은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해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개혁한 덕분이다. 경기침체ㆍ실업증가 등 단기적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포퓰리즘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은 정치 리더십도 한몫 했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각종 법과 수사ㆍ세무조사로 대기업집단을 몰아붙이고 있다. 노사정이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일정을 일방적으로 앞당기고 세법과 노동ㆍ화학물질 관련법으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시간제 등 다양한 근로형태를 활성화해 기업이 경영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시간제근로자의 고용보호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본말이 뒤바뀌면 일자리 확충은 물 건너가고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면서도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전략만이 고용률을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31018금] 정부는 삼성연구소의 위기 경고를 새겨들으라

 

삼성경제연구소가 우리 경제의 이상징후를 경고하고 나섰다. 기업과 정부ㆍ사회의 위기의식으로 극복했던 외환위기와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5년차 이후 한국 기업의 체력소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삼성그룹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정작 이런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대상은 삼성 사장단보다 정부다. 경기낙관론을 주도해온 주체가 사실상 정부이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글로벌 투자은행 같은 외국계 는 물론 한국은행까지 정부가 제시한 내년 성장률(3.9%)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놓았으나 정부는 여전히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중립적"이라고까지 말했다.

 

물론 정부의 논리에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2ㆍ4분기 성장률이 9분기 만에 0%대에서 벗어났고 국민총소득(GNI)도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외국인의 최장 순매수 신기록에 힘입어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기업과 가계에 희망을 주고 싶은 정부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의 고언은 바로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무리 민간연구소라도 정부 입장과 상반된 시각의 보고서를 낸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위험하다. 정부는 착시현상으로 인한 위기불감증이야말로 진짜 위기의 근원이라는 지적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경제는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와 같다. 북핵보다 경제성장이 멈춰버린 게 한국의 진짜 위기'라던 맥킨지의 지난 4월 한국 리포트와 일맥상통한다.

 

위기에 대한 현실인식 없는 난국 극복은 불가능한 법이다. 민간의 경고를 무시해 외환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과거를 우리는 기억한다. 근거가 희박하고 불투명한 낙관론이 아니라 위기경고를 가계와 기업에 알리고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정부의 직분이며 의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노재현(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20131018금] 결혼해 사는 것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 결혼 안 하고 사는 것

 

2010년 혼인상태생명표’에 따르면 2010년에 태어난 남자아이 다섯 명 중 한 명(20.9%)은 평생 결혼하지 않거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동갑내기 여자아이도 15.1%는 죽을 때까지 미혼일 것이라 한다. 2010년생이 결혼한 뒤 이혼할 확률도 남자 25.1%, 여자 24.7%로 나타났다. 넷 중 하나꼴로 배우자와 헤어진다는 얘기다. 2010년생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양 특별해서가 아니라 과거·현재의 추이를 꼼꼼히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한 유명 결혼정보회사가 며칠 전 흥미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재혼을 원하는 남녀를 위한 ‘계약 재혼’이다. 사실 결혼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사랑’이지만 이혼하는 사연은 천차만별이다. 재혼하려 해도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결혼정보회사의 전문 매니저가 어느 정도 교제기간을 거친 양 당사자와 상의해 경제·가사 분담, 가족관계, 라이프스타일, 성생활, 자기관리, 동거기간, 헤어질 경우의 조건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단 동거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살아보고 결혼하세요’다. 이 회사 이웅진(48) 대표는 “일부 비판도 예상되지만 정식 결혼에 앞서 사회통념상 말하기 꺼리는 항목들을 계약서로 명확히 해놓고 먼저 살아보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어제까지 열흘 동안 40대를 중심으로 60명(남자 32, 여자 28명)이 신청했다니 첫 시도치곤 관심을 모은 셈이다.

 

 평생 독신이 점점 는다 해도 조물주의 섭리가 여전한 이상 진짜 처녀귀신·총각귀신으로 늙어 죽진 않을 것이다. 앞으로 미혼 남녀가 사귀고 합치는 방식도 점점 다양해질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파트너와 사는 길을 택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같은 경우다. 우리 사회도 결혼이 꼭 거쳐야 할 절차인지 의문을 표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각자 가정을 유지하면서 상대 이성과 파트너 관계를 지속하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도 주변에서 보았다. 결혼한 부부 못지않은 ‘신의성실의 원칙’이 필수이겠지만.

 

 서서히 변화하는 남녀 간 결합, 가족 형태에 비해 우리 사회의 법적·제도적 준비는 논의조차 활성화되지 못한 처지다. 사안 자체가 문화·종교·여론 측면에서 매우 민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들도 아직은 득표에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전통방식의 부부가 아닌 커플의 법적 지위, 그들 자녀의 권리 등을 감안하면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법(PACS), 독일의 파트너등록법 같은 제도 도입이 언젠가는 큰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적어도 2010년생이 혼인 적령기에 이르기 전에 말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종탁(논설위원)-20131018금] 실업률

 

미국에서 실업률은 돈 되는 정보다. 매월 발표되는 실업률의 등락에 따라 주식시장이 춤을 춘다. 각종 경제통계를 작성하는 미 노동통계국(BLS)이 보안에 가장 신경쓰는 게 다름 아닌 실업률이다.

 

위정자도 실업률에 민감하다.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는 사람이 정권에 지지를 보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실업률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데에도 주효한 지표로 꼽힌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도 실업률이 ‘마(魔)의 8%’ 밑으로 떨어졌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업률은 한때 국가적 사안이었다. 외환위기 때 김대중 대통령은 매월 실업률 통계를 직접 보고받고 노동부 장관에게 실업대책을 세세하게 지시하곤 했다. 당시 실업률은 대대적인 공공근로를 통해 실업자를 흡수했는데도 7%를 웃도는 수준이어서 정권 차원의 ‘실업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어떨까. 통계청이 작성한 지난 9월 고용동향에서 국내 실업률이 2.7%로 기록됐다. 2002년 9월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실업률을 5%대로 떨어뜨리려고 갖은 애를 썼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노동지표를 거저 얻다시피 한 것이다. 정권의 속성상 박근혜 정부의 치적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도 같은데 그런 기미는 없다. 실업률 통계가 국민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정부도 아는 것이다.

실업률은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그런데 실업자의 개념을 ‘일정 기간 구직활동을 했으나 실패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포인트다. 일하고 싶지만 어디 오라는 데 없다는 실망감 때문에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사람은 실업자 분류에서 제외된다. 국민이 체감하는 실업률과 정부의 공식 통계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이유다. 이 실업률 계산법은 물론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통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엔 외국보다 ‘숨어 있는 실업자’가 많아 통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거짓말 소리 들을까 싶어 대놓고 자랑도 못하는 통계라면 하루빨리 계산 방식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31018금] 마포나루 새우젓

 

예부터 “마포 사람들은 맨밥만 먹어도 싱거운 줄 모른다”고 했다. 전국의 소금배와 젓갈배가 마포나루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서해안에서 올라온 고급 새우젓을 팔러 다니는 사람들로 종일 붐볐다. ‘마포 새우젓장사’로 부자가 된 사람이 급증하자 도성 바깥인데도 은행 지점이 두 곳이나 들어섰다.

 

젓갈과 소금을 파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염리동이라는 마을이 생겼다. 용강동 일대는 젓갈류를 보관하는 옹기를 굽는 동네라고 해서 독막·동막으로 불렸다. 가을철 김장 때마다 아현동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마포 쪽에서 새우젓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는 기록도 보인다. 전차에는 화물칸을 따로 만들어 새우젓독을 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까지 날랐다고 한다.

 

마포나루에서 소금·젓갈을 대규모로 취급하던 상인들은 ‘마포염해여각’으로 불렸다. 여각은 부피가 큰 품목을 취급하기 때문에 커다란 보관시설과 우마차 등 운송수단을 갖춰야 했고, 그래서 일반 객주보다 규모가 컸다. 18세기 이후 전국적으로 세력을 키운 경강상인(京江商人)의 전신이 바로 이들이다.

 

새우젓은 반찬뿐만 아니라 김치 담그는 조미료로도 인기여서 1년 내내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음력 정월 그믐부터 4월 사이에 잡은 새우로 담근 것을 풋젓이라 했는데 살이 연하고 희어서 인기였다. 그중 2월에 담근 것을 동백하젓이라고 했다. 5월의 오젓과 6월의 육젓, 7월 차젓도 별미였다. 8월에 담근 추젓은 잡새우들이 섞여 있어 모두 삭힌 뒤 김장 때나 다음해 젓국에 썼다. 9~10월의 동백젓, 동짓달의 동젓, 눈처럼 흰 백하젓, 분홍빛 건댕이젓도 입맛을 돋웠다.

 

서울 사람들은 진한 멸치젓보다 담백한 새우젓을 더 좋아해서 무더위에 지친 여름에는 양념한 새우젓만으로 입맛을 되찾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젓갈은 자가분해효소와 유리아미노산 등의 상승 작용 덕분에 짠맛과 함께 특유의 감칠맛을 낸다. 숙성 중 연해진 새우껍질은 칼슘 공급원으로도 유용하다.

 

오늘부터 사흘간 상암월드컵경기장 평화광장 등에서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가 열린다. 옛 복장을 한 뱃사공, 보부상과 함께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맛깔진 새우젓도 산지가격에 살 수 있다고 한다. 마포 8경의 으뜸인 ‘낙조 속의 돛단배’를 재현해 황포돛배 7척까지 선보인다니 더욱 입맛이 당긴다. 이렇게 되면 농바위 부근 밤섬의 맑은 모래밭과 아스라이 저녁 짓는 연기 또한 옛 사진첩 속에서 되살아나려나.

 

 

[서울경제신문 칼럼-더블 클릭/송영규(논설위원)-20131018금] 로비스트

 

한국인 한 사람의 사진이 1976년 10월15일자 워싱턴포스트 1면에 큼지막하게 실렸다. 폭로 기사였다. "한국 정부가 미국 의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박동선과 정보기관 요원들을 동원해 의원들에게 현금과 선물을 제공했다"는 것. 1970년대 후반 미국 정가를 뒤흔들었던 '코리아 게이트'의 베일이 벗겨진 순간이다. 박동선이라는 로비스트의 이름도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로비(lobby)'는 영국 의사당 하원의원 대기실에서 유래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입법을 청원하기 위해 기업 또는 이익단체들이 몰려들면서 의미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1800년대 중반 율리시스 그랜트 미국 대통령이 자주 갔던 위저드호텔 로비를 시초로 보는 설도 있다. 기원이야 어쨌든 로비스트는 정치인에게 줄을 대 원하는 사업이나 법안을 성사시키는 게 지상목적이다. 최대 무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돈.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겠다는 경제원리는 여기서도 작동한다.

 

△로비의 성공은 곧 막대한 이익을 뜻한다. 지불 비용보다 얻은 이익이 200배 이상 되는 사례가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온갖 수단이 동원되는 게 무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직후 적산불하에서 개발연대의 특권인 은행 대출, 1999년 옷 로비 사건, 2000년 린다 김 사건, 최근의 원자력 발전소 납품비리까지 이권이 있는 곳에 로비가 따라붙었다. 어디 우리만이랴. 영국에선 상ㆍ하원의원이 로비스트로 가장한 언론의 뇌물 유혹 함정취재에 걸려 망신을 샀다. 2006년에는 미국 공화당을 뒤흔든 잭 아브라모프 로비 사건이 터졌다. 로비스트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

 

△로비스트 단체인 '미국 로비스트연맹(ALL)'이 '대정부 전문직협회'로 이름을 바꾸기 위해 회원투표를 실시한단다. 돈으로 정책을 사고파는 사람이라는 세간의 불편한 시선을 회피하기 위한 터. 툭하면 터지는 부정부패가 명칭을 바꾸면 사라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어린 시절 들었던 동화가 머리를 스친다. 공작 깃털을 꼽고 공작새 흉내를 내던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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