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대한 생각/이런 저런 가벼운 생각들

하늘별 2010. 6. 17. 16:56

1. 5월 초이던가? 좌판에 남자아이가 그 어머니 손에 이끌려서 들어왔다.
어머니는 이미 안절부절이었고, 아이는 분노가 가득한 몸짓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사건 개요는 이러했다.
전날 어머니는 큰아들의 담임에게 호출을 당했고, 가서 두어달 동안 그 아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다 들었고, 마지막 권고 사항으로 정신과에 가서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권면을 받은 것이었다.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못한 우리 사회의 인식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수소문 끝에 내가 일하는 좌판을 찾아온 것이었다.

부모호출의 주된 원인이 된 사건은 이러했다.
점심시간에 밥을 순서대로 먹기 위해서 줄을 섰는데. 아들이 자신과 친한 아이를 새치기 시켜주었다. 뒤에 있던 아이들이 불평을 했고. 담임은 그 사실을 확인하고 아들과 그 친구를 함께 맨뒤로 가서 줄을 서게했다. 아들은 그 벌을 거부했고.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가 책걸상을 걷어차고 사물함도 걷어차고 문을 열고 교실 밖으로 나가면서 담임에게 욕을 퍼부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수업시간이고 어느 시간이고 끊임없이 반항하는 여러가지 일을 반복해서 했던 것이었다. 2달 정도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지만 아이는 훈육을 거부했고 결국 부모가 호출이 된 것이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한숨과 함께 이야길 털어놓고,'제가 직장을 관두어야 할까요? 뭐 먹이면 아이가 얌전해지는 그런 약 없을까요? .......'
아이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 난 지금의 직업이전에 아동심리 상담 뭐 이런 동네에서 좀 길게 공부하고 실전을 쌓은 경력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좀 특별한 관심이 있다.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아이와 대화를 시도했고. 난 그 아이에게 분노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가 내게 고백한 분노는 이것이었다.
6학년이 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났으니, 담임이 자기 이름 정도는 알아 줄때가 되었는데 여러번 자기 이름을 틀리게 불렀다. 그래서 화가 났다. 다른 아이들도 다 뒤에서 담임을 욕한다. 그런데 난 그냥 앞에서 좀 정직하게 욕을 했을 뿐이다. 그게 뭐 문제냐? 그리고. 난 2분단이었으니까 벌을 주려면 2분단 뒤로 가라고 해야지 왜 3분단 뒤에까지 가라고 하냐 그것은 부당하다.


2. 일단 아이 어머니에게 직장생활 하는 것과는 관계없는 일이니 직장을 그만둘 필요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설명을 했다.
친구가 배고파해서 먼저 밥을 먹게 해주고 싶었으면, 니가 2분단 뒤로 가고 니 친구를 니가 서있던 자리에 세웠어야 했다. 너와 친한 친구는 이익을 보고 너하고 별로 친하지 않은 다른 친구들은 불이익을 받게 되는 상황은 공평하지 않다. 넌 공평하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이고. 담임샘의 벌은 타당했다.

화가 났어도, 책걸상을 발로 차고 하는 행동은 과격한 것이고 예의가 없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 다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담임샘에게 욕을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한 행동이다. 너의 생각에 부당한 부분이 있으면 공손하게 항의를 했어야 했다. 2분단 뒤로 가야지 왜 3분단 뒤로 가야 하는 지에 대해서만 니가 항의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반친구들이 뒤에서 담임샘 욕을 하니까 앞에서 욕을 하는 것은 정직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착각이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넌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넌 친구들과 담임샘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

3. 그 날 그 아이는 긴 이야기 끝에 여러가지를 동의를 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그리고 잘못을 만회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반성문 쓰기가 시작되었다.
거의 매일 반성문을 고쳤다. 이미 한달하고도 달포가 지난 일이다. 반성문 써오면 고칠 곳을 지적하고 다시 써오고 다시 지적하고 다시 써오고..................이제 거의 다 완성이 되었고 한두번 정도 더 교정을 하고 나면 담임에게 제출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말씀을 드리게 될 것이다 그 아이는. 그리고 반성문을 쓰는 동안에 새로이 알게된 일도 있었는데 사실 그 내용, 그 아이의 생각이 너무나 잘못되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 이야긴 생략한다. 그 아이에겐 가르쳤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악한 것이고. 너무나 부끄러운 생각이라서 반성문에 쓸 수도 없다. 그리고 넌 꼭 기억해야 한다. 아주 나쁜 생각이라는 것을.... 아이는 반성문을 쓰면서 많이 순해졌다. 그 어머니가 좀 온순해졌다고 증언도 했다. 그 아버지가 그 아일 아주 무자비하게 때려서 키웠다는 이야길 또 들게 되었다. 나중에....


그 어머니는 나에게 그랬었다. 아이가 공부는 잘합니다. 그래서 학습 걱정은 없습니다. 그런데 행동이...
6학년 공부를 잘한다는 그 아이, 맞춤법도 거의 잘 안맞고, 떼어쓰기도 제대로 안되고, 무엇보다 자신이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더라는 점이 충격이었다.
그랬다. 정말 이게 공부를 잘하는 6학년 아이들의 모습?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의심스러워졌다.

4. 약간 변두리에서 6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시내 중심지에 있는, 우리 도시에서 강남이라고 불리는 동네에 있는 학교에서 역시 6학년 아이들을 담임하게 된 가까운 지인을 오랫만에 만났다. 그리고 기구절창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다들 공부들은 잘하는데 하는 행동이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절대로 손해볼 것 같은 것은 못하겠다고 떼창을 하고, 예의도 없고........ 죽 이야길 들으면서 내 가슴이 턱 막혔다. 교사 생활 10년 만에 이렇게 제멋대로인 아이들을 처음보았다며 아주 힘들어했다. 이런 저런 말로 위로해주다가 저 위에서 써놓은 아이 이야길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담임샘에 대해서도.

그 담임샘은 우연히 좌판에 왔었다. 여기 저기 아프다고 왔는데, 표정을 보니 몸이 아픈것보다 마음에 문제가 많이 있어보여서 말을 건네었다가, 그 아이의 담임인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교육하기가 너무나 힘에 겨워서 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18년 경력이 있는 아주 유능한 교사가 휴직을 고민할 만큼 아이는 거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아이와 그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와 담임을 통해서 직접 듣는 이야기 각도가 좀 다른 이야기였고 좀더 충격이었다. 교실이 정말 무너져 내렸구나.... 이런 것이 실감이 났었다. 그런 이야길 들려주며 경력 10년차 지인에게 위로를 했었다.

5. 어제 인터넷에 올라온 소식을 보았다. 친구 헨드폰을 빼앗아 쓰는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다가 듣지 않자 뺨을 한대 때렸는데 그 아이가 그 담임을 마구 폭행했다는 소식. 사건은 간단했지만 그 소식을 읽는 나는 참담했다. 물론 뺨을 때린 교사가 실수를 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폭행을 저질러 반 아이들이 모두 달려들어 막아야 했을 정도였다면 그것은 그 아이의 분노가 대단했을 터.... 이미 내재된 분노가 있었다는 사실이 거의 분명하다.


6. 오늘 방송된 소식을 보았다. 아버지가 이혼하고 혼자 기른 아들이 자기 집에 불을 지르고 겁이 나니까 방화벽을 뚫고 옆집으로 나갔다가 그곳에 살고 있는 20살 대학생을 죽였다는 것. 그 아이는 고2인 19살. 평소에 자신을 방치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다는 것이다.
불만이 있다고 다함께 사는 공동주택에서 불을 지르고 자기는 살겠다고 피난을 하면서 그 옆집에 사는 사람을 죽이는 폭력성....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혼하고 그 아들을 혼자 키우느라 나름 수고했을 아버지에게, 나를 이따위로 밖에 키우지 못하냐고 대드는 아들?........

7. 경찰이 범죄 혐의자에게 고문을 했단다.
국가 인권위원회가 조사를 해서 밝힌 내용이다. 고문..... 잊혀진 단어, 다시는 듣지 않게 될 단어인 줄 알았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고문.........
우월한 지위를 갖은 자가 그 공권력을 가지고 고문을 한다.
누가 그 면허를 주었는가? 잊혀진줄 알았던 단어를 다시 꺼내 쓰게 만들고 있는가?


8.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잠정적으로 낸 결론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국제 사회에 제시했다고 그 앞에가서 시위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을 때린다.... 이런 폭행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공권력을 지닌 자들이 있는 앞에서 행해지는 테러가 아니고 무엇일까? 누가 그들에게 폭력의 면허를 주었을까?


폭력이 정당화 되는 사회.
가장 큰 폭력은 정당하지 않은 행동을 한 자가 최고의 권력을 쥐는 것이다. 김영삼의 삼당 합당에 대해서 결코 동의할 수 없었던 노무현. 반칙을 행한 자가 최고의 권력을 쥐는 것을 경험한 세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반칙. 폭력행사.
그것이 그렇게 두려운 일이라던가 잘못이라던가 이런 생각 자체를 말살한 도덕 불감증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탈세와 위장전입 군복무 면제 삼종세트를 달고도 총리도 되고 장관도 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교실에서 담임이 '폭력은 안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