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편지들/계절편지

하늘별 2010. 12. 15. 13:13

 사랑하는 나의 이웃들에게


출근길에, 모양이 좀 빠지기는 하지만 귀까지 덮는 모자를 쓰고 두꺼운 장갑까지 끼고 자전거를 탔는데도 귀가 시려지는 것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청 추운 날임을 온몸으로 이해했습니다. 퇴근 무렵에는 더 추워질 것이고 눈까지 내린다고 하니 슬그머니 걱정이 됩니다. 며칠 전 빙판길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꽈당! 하고 넘어져서 무릎에 멍이 들었었기 때문입니다. 작년까지는 첫눈이 내리고 나면 자전거를 놓고 걸어 다녔는데, 올해는 그냥 자전거를 더 열심히 타보려고 했다가 당한 일이었습니다.  아픈 것 보다 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나? 에 신경이 쓰여서 얼른 일어나서 아무렇지 않은 듯이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기는 했지만, 정말 아팠습니다. 두꺼운 바지가 약간 찢어질 만큼 크게 꽈당 했었습니다. 


어느새 12월도 절반이나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행복한 한해를 보내셨는지요?

저는 올 내내 병과 전투를 치루고 있었습니다. 1월 초에 발병한 녹내장을 치료 하는 일에 집중을 했습니다. 안과에서는 녹내장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안압이 더 높아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을 했지만, 저는 높아진 안압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12달 내내 한약을 먹고 있는 중이고, 제법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편지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녹내장에 이르게 한 이유가 소화기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란 결론을 얻었고, 그래서 녹내장 치료는 내내 소화기를 치료하는 한약을 먹는 것에 집중되었습니다. 참 고약하고 사나운 약을 매일 매일 먹고 복통에 시달리며 지냈습니다. 요즈음의 복통은 2시간 안쪽으로 줄어들었고, 배도 많이 따뜻해졌습니다(이것은 한의사로서 드리는 말씀.... 배는 언제나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것이 정상입니다. 배가 차갑고 눌러봐서 단단 것들이 만져지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꼭 치료해야 하는 병입니다).


1년 내내 한약을 먹고 복통을 겪는 일.. 참 힘에 겨웠습니다. 중간 중간.....내 소화기 어딘가에 암세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이렇게 아플 수가 있을까? 뭐 이런 생각도 얼핏 얼핏 자리를 잡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은 모두다 피부가 더 좋아졌다. 얼굴색이 좋아졌다.....뭐 이런 말을 해주셔서, 제가 소화기를 치료를 하고 있기는 하구나...이렇게 거꾸로 위로와 격려를 받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한약을 먹고 있고, 언제까지 계속 먹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사인이 많이 나아졌고 처음에 비하면 80% 이상은 좋아진 것이 분명하니까, 완치까지 그리 긴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리라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안약도 2가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하나는 좀 약한 것으로 바꾸고도 안압이 정상 안압을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에 3가지 안약을 사용하던 것을 생각하면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복통에 시달리는 덕분에 참 게으르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이 한 줄도 읽히지 않는 시간들이 제법 길었습니다. 그냥 많이 잠자고, 바보상자 켜놓고 수많은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 참 재미있더라고요. 최근에는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아주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여자들이 공부를 할 수도 없었던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행운인가! 를 확인하면서 보았습니다.


세상에는 좀 많이 무심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저절로 들려오는 소식만으로도 마음의 평화가 깨어졌고, 그것을 회복하는 것도 힘에 겨운 일이었습니다. 정의감이 빼어난 사람도 아니면서 돌아가는 세상 소식에 끝없이 분노하는 것도 참 지치는 일이었습니다. 좀 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에는...


저에게 많은 즐거움이 되었던 것은 교회에서 초등학교 아이들과 하는 공부였습니다. 이즈음 교육을 통해서는 본문을 읽고 그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울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했던 방법이었습니다.  성경을 그냥  읽히고,  그 내용을 꼼꼼하게 읽었어야 대답할 수 있는 문제들을 매주 만들어서 대답하게 만들고. 채점하지 않았고 몇 개나 맞았는지도 묻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대로 된 대답을 찾아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보람찼었습니다.  문제를 만들어 내는  일이 좀 고되긴 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읽기 실력을 보면서 제법 괜찮은 일을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함께 공부하는데 40분 정도 집중해서 해내는 것을 보면 대견합니다. 세상에 넘쳐나는 얼치기 종교인들 대열에 제가 가르친 아이들은 끼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램을 담아서 하는 일입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서 1박2일 또는 2박3일 캠프를 하려고 합니다. ‘요나서’를 여러 가지 번역으로 있는 것을 읽고 문제 풀고 이야기도 시켜보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지켜볼 예정입니다. 세상을 남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일, 그 일에 제가 희망을 거는 중입니다. 10명이 채 안되는 아이들을 매주 만나면서 꾸는 꿈입니다.


한해를 돌아보면 참 길게도 앓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그래도 다들 시력을 잃어버린다는데 나는 시력을 잘 유지하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하게 감사한 일인가! 이런 마음이 먼저입니다.

실명할 수 도 있다는 안과의사의 말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꼈을 때 두렵고 무섭던 시간들은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습니다.

지극히 제한된 일과 지극히 제한된 사람들과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깊어졌던 많은 생각들은, 인생은 그저 감사할 일이고 황송할 따름이구나.....란 결론이었습니다.  인생 속에서 탐욕을 내는 어리석은 대열에는 결코 끼어들지 말자는 결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능한대로 모든 이에게 다정하고 친절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했습니다.


얼마 전 은사님께서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다가 ‘나이 오십이 넘으면 세월과 세상이 보이지...’라고 하시더군요. 송구스럽게도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주신 은사님 전화통화 속  말씀에 문득 아! 나도 오십이 넘었지, 그래서 세월이 보이는 것일까? 아님 아프기 때문에 달라 보이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어떤 질문을 던지며 지내시는 지요?


저에게 따뜻한 이웃들이 있어서 올 한해 많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인사드립니다.

2011년 한해도 다정한 마음으로 평화롭게 시작하시길 ...

보내는 2010년 감사가 가득한 송년의 날들이시길 기도합니다.

평화!!!


                   2010년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