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일상에 지친 친구들 쉬어 가는 곳, 시와 그림이 있는 곳 푸른 언덕에 누워보세요. 파란 하늘같이 쳐다봐요.

19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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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날마다 생일이다 / 강 경 주

그림 : 최 미 ​ ​ 날마다 생일이다 / 강 경 주 ​ ​ 이 나이 되어 봐라 날마다 생일이다 ​ 주어진 하루하루가 새롭다, 선물 같다 ​ 숨 쉬는 순간 순간이 이슬 같다, ​ 신기하다 ​ ​ ​ 본디 설렘이었던 것 / 강 경 주 ​ 씨앗으로 맺히기 전의 저 꽃은 무엇이고 ​ 꽃으로 오기 전의 설렘은 무엇인지 ​ 그 설렘 가마득한 길을 아지랑이처럼 가는 것 ​ ​ 그냥 웃는 것이듯이 / 강 경 주 ​ 웃을까 말까 생각하다가 웃는 거 아니듯이 ​ 꽃이라고 필까 말까 생각하다가 피겠느냐 ​ 애비야, 질까 말까 생각했다면 꽃이 문득 지겠느냐 ​ ​ 손 한번 잡지 않고도 / 강 경 주 ​ 간밤에 네 애비 와서 내게 손을 내밀더라 ​ 손 한번 잡는데 평생 걸리다니, ​ 손 한번 잡지 않고도 평생을 살았다니.....

18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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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무너진 사람탑 / 천 양 희

작품 : 이 명 일 무너진 사람탑 / 천 양 희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잠언은 망언이 된 지 오래다 오래된 것과 낡은 것은 다르고 변화와 변질이 다르다는 말 믿지 않은 지 오래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도전보다는 도약을 꿈꾼 지 오래다 허명도 명성이라 생각하고 치욕도 욕이라 생각 않은 지 오래다 젊은이는 열정이 없고 늙은이는 변화가 없는 지 오래다 예술과 상술이 혼돈하고 시업과 사업을 구별하지 못 한 지 오래다 고난이 기회를 주지 않고 위기가 기회가 되지 않은 지 오래다 그러니 꿈도 꾸지 마라 자존심 하나로 버틸 생각 죄 안 짓고 살 생각 그러니 너는 조금씩 잎을 오므리듯 입을 다물라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17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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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자작시 미얀마의 봄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미얀마의 봄 / 이 효 ​ 목련이 피기도 전에 떨어진다 수북이 떨어진 꽃잎 밟지 마라 누군가 말한다 꽃잎이 떨어진다고 뭐가 달라지나 ​ 붉은 핏방울 땅을 흥건히 적신다 자유를 향한 목소리 총알을 뚫는다 치켜올린 세 개의 손가락 끝에 파란 싹이 솟아오른다 ​ 밤새도록 울부짖던 어머니의 기도 붉은 등불로 뜨겁게 타오른다 오늘 밤에도 미얀마의 봄을 위해 타오르다 떨어지는 젊은 영혼들 ​ 잔인한 4월의 봄은 붉은 목련에 총알을 박는다 그래도 봄은 다시 온다. ​ ​ ​ 미얀마의 소식이 뉴스를 통해서 전해진다. 젊은 청년들을 비롯해서 어린아이들까지 목숨을 잃고 있다.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매일 벌이고 있지만 군경은 선량한 국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무력으로 민가에 ..

16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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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이야기2/걷기 좋은 길 주말 나들이 (경춘선 숲길)

​ 몽유 산책 / 안 희 연 ​ 두 발은 서랍에 넣어두고 멀고 먼 담장 위를 걷고 있어 ​ ​ 손을 뻗으면 구름이 만져지고 운이 좋으면 날아가던 새의 목을 쥐어볼 수도 있지 ​ ​ 귀퉁이가 찢긴 아침 죽은 척하던 아이들은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 ​ 이따끔씩 커다란 나무를 생각해 ​ ​ 가지 위에 앉아 있던 새들이 불이 되어 일제히 날아오르고 절벽 위에서 동전 같은 아이들이 쏟아져나올 때 ​ ​ 불현듯 돌아보면 흩어지는 것이 있다 거의 사라진 사람이 있다 ​ ​ 땅속에 박힌 기차들 시간의 벽 너머로 달려가는 ​ ​ 귀는 흘러내릴 때 얼마나 투명한 소리를 내는 것일까 ​ ​ 나는 물고기들로 가득한 어항을 뒤집어쓴 채 ​ 시집 :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 ​ 시인 / 김 용 택 ​ 내가 ​ 저기 꽃이 피었..

15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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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 양 희

그림 : 조 태 영 ​ ​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 양 희 ​ ​ 남편이 실직으로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딸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고뇌라는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물었더니 마음이 깨지는 거야, 한다 꽃잎 같은 아이의 입술 끝에서 재앙 같은 말이 나온 이 세상을 그녀는 믿을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기듯 시간을 넘기고 생각한다 깨어진 마음을 들고 어디로 가나 고뇌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아무 말 해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길모퉁이에 앉아 삶을 꿈꾸었다 ​ ​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 ​ 그림 : 권 영 애

14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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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봄의 시인 / 이어령

​ 봄의 시인 / 이어령 ​ ​ 꽃은 평화가 아니다. 저항이다. 빛깔을 갖는다는 것, 눈 덮인 땅에서 빛깔을 갖는다는 것 그건 평화가 아니라 투쟁이다. ​ ​ 검은 연기 속에서도 향기를 내뿜는 것은 생명의 시위. 부지런한 뿌리의 노동 속에서 쟁취한 땀의 보수. ​ ​ 벌과 나비를 위해서가 아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가 아니다. 꽃은 오직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서 색채와 향기를 준비한다. 오직 그럴 때만 정말 꽃은 꽃답게 핀다. ​ ​ 꽃은 열매처럼 먹거나 결코 씨앗처럼 뿌려 수확을 얻지는 못한다. 다만 바라보기 위해서 냄새를 맡기 위해서 우리 앞에 존재한다. ​ ​ 그래서 봄이 아니라도 마음이나 머리의 빈자리 위에 문득 꽃은 핀다. ​ ​ 시인의 은유로 존재하는 꽃은 미소하고 있는 게 아니다 가끔 분노로 타..

13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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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나비에게 / 이 해 인

​ 나비에게 / 이 해 인 ​ 너의 집은 어디니? ​ ​ 오늘은 어디에 앉고 싶니? ​ ​ 살아가는게 너는 즐겁니? 죽는 게 두렵진 않니? ​ ​ 사랑과 이별 인생과 자유 그리고 사람들에 대하여 ​ ​ 나는 늘 물어볼 게 많은데 ​ ​ 언제 한번 대답해주겠니? ​ ​ 너무 바삐 달려가지만 말고 지금은 잠시 나하고 놀자 ​ ​ 갈곳이 멀더라도 잠시 쉬어가렴 사랑하는 나비야 ​ ​ ​ 나비에게 / 이 해 인 ​ 너의 집은 어디니? ​ 오늘은 어디에 앉고 싶니? ​ 살아가는게 너는 즐겁니? 죽는 게 두렵진 않니? ​ 사랑과 이별 인생과 자유 그리고 사람들에 대하여 ​ 나는 늘 물어볼 게 많은데 ​ 언제 한번 대답해주겠니? ​ 너무 바삐 달려가지만 말고 지금은 잠시 나하고 놀자 ​ 갈곳이 멀더라도 잠시 쉬어가렴..

12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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