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망 / 김 명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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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2021. 3. 11.

그림 : 베르디쉐프 <러시아>

 

작은 소망 / 김 명 자

깊은 산중 꽃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그다지 예쁘지 않아도

애써 향기를 팔지 않아도

내 사랑 영원히 하나일 테니까

인적 없는 산속에 무심히 자란

풀이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구름이 가면 가는 대로

내 눈길 주고픈 대로

마음 주고픈 대로 모두 주어도

짓밟히며 뜯기는 아픔일랑 없을 테니까요

첩첩 산중 바위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내 마음 살피는 이 하나 없어도

마음 서운치 않고

세상에 뿌려진 어여쁜 시간들

가슴으로, 한 가슴으로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시집 : 인사동 시인들 <2020, 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