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일상에 지친 친구들 쉬어 가는 곳, 시와 그림이 있는 곳 푸른 언덕에 누워보세요. 파란 하늘같이 쳐다봐요.

20 2021년 10월

20

문학이야기/명시 가을 사랑 / 도 종 환

그림 / 양 인 선 ​ ​ ​ ​ 가을 사랑 / 도 종 환 ​ ​ ​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 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 ​ ​ ​ ​ ​ ​

19 2021년 10월

19

18 2021년 10월

18

문학이야기/명시 ​가을 폭포 / 정 호 승 ​

그림 / 조 남 현 ​ ​ ​ ​ 가을 폭포 / 정 호 승 ​ ​ ​ 술을 마셨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라 가을폭포는 낙엽이 질 때마다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걸어 들어가 외로운 산새의 주검 곁에 누워 한 점 첫눈이 되기를 기다리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일어나 가을폭포로 가라 우리의 가슴속으로 흐르던 맑은 물 소리는 어느덧 끊어지고 삿대질을 하며 서로의 인생을 욕하는 소리만 어지럽게 흘러가 마음이 가난한 물고기 한 마리 폭포의 물줄기를 박차고 튀어나와 푸른 하늘 위에 퍼덕이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서 몸을 던져라 곧은 폭포의 물줄기도 가늘게 굽었다 휘어진다 휘어져 굽은 폭포가 더 아름다운 밤 초승달도 가을폭포에 걸리었다 ​ ​ ​ 시집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17 2021년 10월

17

문학이야기/명시 가끔씩 흔들려보는 거야 / 박 상 철

그림 / 이 신 애 가끔씩 흔들려보는 거야 / 박 상 철 가끔씩은 흔들려보는 거야 흐르는 눈물을 애써 막을 필요는 없어 그냥 내 슬픔을 보여주는 거야 자신에게까지 숨길 필요는 없어 물이 고이면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작은 상심이 절망이 될 때까지 쌓아둘 필요는 없어 상심이 커져가 그것이 넘쳐날 땐 스스로 비울 수 있는 힘도 필요한 거야 삶이 흔들리는 건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았다는 건 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가끔씩은 흔들려보는 거야 하지만 허물어지면 안 돼 지금 내게 기쁨이 없다고 모든 걸 포기할 필요는 없어 늦게 찾아온 기쁨은 그만큼 늦게 떠나가니까 시집 / 마음이 예뻐지는 시

16 2021년 10월

16

뚜벅이 이야기2/걷기 좋은 길 도봉산 (포대능선 오르는 길)

도봉산은 멋진 바위가 유난히 많다. ​ 망월사역에서 내린다. ​ 대원사를 지난다. ​ 담장에 가을이 올라앉았다. ​ 노랗게 물든 나뭇잎들이 "어서 오세요" 인사를 한다. ​ 길 위에 낙엽이 많이 떨어졌다. ​ 나뭇잎 위에 여름과 가을의 흔적이 수놓아졌다. ​ 불안해 보이는 바위지만 참 오랜 세월 잘 버텨준다. ​ 소리 없이 물드는 가을이 너무 아름답다. ​ 단풍잎이 곱게 옷을 갈아입는다. ​ 나도 저렇게 곱게 물들고 싶다. ​ 바위가 떨어질까 봐 철심을 박아놓았다. ​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간다. ​ 멀리 보이는 도시들이 멋지다. ​ 바위와 곱게 물든 나무들이 잘 어울린다. ​ 철끈을 잡고 바위를 타고 올라간다. ​ 바위에 철심을 박아서 참 아프겠다. ​ 경사가 만만하지 않지만 조심히 올라간다. ​ 멀리 ..

15 2021년 10월

15

문학이야기/명시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 송찬호​

그림 / 이고르 베르디쉐프 (러시아) ​ ​ ​ ​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 송찬호 ​ ​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 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 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빛을 잃을 것이냐 ​ 먹고 버린 달 껍질이 조각조각 모여 달의 원형으로 회복되기까지 어기여차, 밤을 굴려 가는 달비처럼 빛나는 단단한 근육 덩어리 달은 꽁꽁 뭉친 주먹밥이다. 밥집 위에 뜬 희망처럼, 꺼지지 않는 ​ ​ ​ 시집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 ​

14 2021년 10월

14

문학이야기/명시 시월에 / 문태준

그림 /정 영 희 ​ ​ ​ 시월에 / 문태준 ​ ​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 ​ ​ ​ 시집 / 문태준 ​ ​ ​ ​

13 2021년 10월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