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일상에 지친 친구들 쉬어 가는 곳, 시와 그림이 있는 곳 푸른 언덕에 누워보세요. 파란 하늘같이 쳐다봐요.

31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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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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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 하

그림 / 김 정 수 ​ ​ ​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 하 ​ ​ ​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빛 열매를 낳은 능금나무처럼 ​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절들, 뒤돌아보면 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 그녀를 기다리던 교정의 꽃들과 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 그 기차의 희망, 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 그 햇살의 짧은 키스 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 내 혀 속의 푸른 새 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 ​ 그 사랑을 빚고 싶은 욕망이 나를 떠나자, 내 눈 속에 살던 그 모든 풍경들도 사라졌다 바람이 노을의 시간을 거두어 가면 능금나무..

29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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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ᆞ1 / 용 혜 원

그림 / 강 풀 ​ ​ ​ ​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ᆞ1 / 용 혜 원 ​ ​ ​ ​ 그대를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 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 한마디, 한마디의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있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둥지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함께 맞추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 그대와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입니다 ​ ​ ​..

28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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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그림 / 김 정 수 ​ ​ ​ ​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 ​ ​ ​ ​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 ​ 시집 / 그리운 여우 ​ ​ ​ ​

27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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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별들은 따뜻하다 / 정 호 승

그림 / 권신아 ​ ​ ​ 별들은 따뜻하다 / 정 호 승 ​ ​ ​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 ​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두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 ​ ​ ​ ​ ​ 시집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 ​ ​ ​

26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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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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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원룸 / 김 소 연

그림 / 임 노 식 ​ ​ ​ ​ 원룸 / 김 소 연 ​ ​ ​ 창문을 열어두면 앞집 가게 옥외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내 방까지 닿는다 ​ 주워 온 돌멩이에서 한 마을의 지도를 읽는다 밑줄 긋지 않고 한 권 책을 통과한다 ​ 너무 많은 생각에 가만히 골몰하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듣는 느낌이 온다 ​ 꿈이 끝나야 슬그머니 잠에서 빠져나오는 날들 꿈과 생의 틈새에 누워 미워하던 것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 이야기는 그렇게 내 곁에 왔고 내 곁을 떠나간다 ​ 가만히 있기만 하여도 용서가 구름처럼 흘러간다 내일의 날씨가 되어간다 빈방에 옥수수처럼 누워서 ​ ​ ​ ​ ​ 김소연 시집 / 수학자의 아침 ​ ​ ​ ​

24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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