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일상에 지친 친구들 쉬어 가는 곳, 시와 그림이 있는 곳 푸른 언덕에 누워보세요. 파란 하늘같이 쳐다봐요.

18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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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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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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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거지 / 뚜르게네프 Turgenev

그림 / Alessandro Tamponi ​ ​ ​ ​ ​ 거지 / 뚜르게네프 Turgenev ​ ​ ​ ​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늙은 거지 하나가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눈물어린 충혈된 눈, 파리한 입술, 다 해진 옷, 더러운 상처, 오오, 가난은 어쩌면 이렇게 처참히 이 사람을 갉아먹는 것일까! 그는 신음하듯 동냥을 청한다. 나는 호주머니를 모조리 뒤져 보았다. 지갑도 없다. 시계도 없다. 손수건마저도 없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거지는 기다리고 있었다. 나에게 내민 그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리고 있다. 당황한 나머지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그 더러운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용서하시오, 형제,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려" 거지는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파리한 ..

15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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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호수 / 이바라기 노리코

그림 / 이고르 베르디쉐프 (러시아) ​ ​ ​ ​ 호수 / 이바라기 노리코 ​ ​ ​ "엄마란 말이야 조용한 시간이 있어야 해" ​ 명대사를 들은 것일까! ​ 되돌아보면 땋은 머리와 단발머리 두 개의 책가방이 흔들리는 낙엽 길 ​ 엄마만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조용한 호수를 가져야한다 ​ 다자와 호수와 같이 푸르고 깊은 호수를 비밀스레 가지고 있는 사람은 ​ 말해 보면 안다 두 마디 세 마디로 ​ 그야말로 조용하고 잔잔한 쉽게 불지도 줄지도 않는 자신의 호수 결코 타인은 갈 수 없는 마의 호수 ​ 교양이나 학력은 아무 상관이 없다 인간의 매력이란 필시 그 호수에서 발생하는 안개다 ​ 빨리도 그것을 눈치챘나 보다 ​ 작은 두 소녀 ​ ​ ​ ​ 시집 /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 ​ ​ ​

14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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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저녁의 염전 / 김 경 주

그림 / 전 지 숙 ​ ​ ​ ​ 저녁의 염전 / 김 경 주 ​ ​ ​ ​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 온다 물 안에 스며 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물의 저녁이 있다 멀리 상갓집 밤불에 구름이 쇄골을 비친다 밀물이 번지는 염전을 보러 오는 눈들은 저녁에 하얗게 증발한다 다친 말에 돌을 놓아 물속에 가라앉히고 온 사람처럼 여기서 화폭이 퍼지고 저 바람이 그려졌으리라 희디힌 물소리, 죽은 자들의 언어 같은, 빛도 닿지 않는 바다 속을 그 소리의 영혼이라 부르면 안되나 노을이 물을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노을 속으로 물이 건너가는 것이다..

13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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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등에 관하여 푼다 / 박 순

그림 / 최 종 태 ​ ​ ​ ​ ​ 등에 관하여 푼다 / 박 순 ​ ​ ​ ​ 꺾인 허리 반쯤 펴고 들어 올린 들통 엿질금을 물에 담가 불리고 팍팍 문질러 꼬두밥 넣고 불앞에서 밤을 지새운 엄마 밥알이 껍질만 남긴 채 쏙 빠져나오듯 세상에서 젤루 어려운 것이 넘의 맴 얻는 거라며 투닥대지 말고 비위 맞춰 살라고 맴 단단히 붙들고 강단지게 살라고 했다 어여 가거라, 와이퍼처럼 손을 흔들던 겨울비 우산 속 키 작은 엄마는 어둠속으로 묻혀갔다 어매, 어쩌다가 꼬두밥이 되야 불었소 ​ ​ ​ ​ 시집 / 시작 : 시시한 일상이 작품이 될 거야 (출저 : 도봉문화원) ​ ​ ​ ​ ​

12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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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천관 (天冠) / 이대흠

그림 / 신미현 ​ ​ ​ 천관 (天冠) / 이대흠 ​ ​ ​ 강으로 간 새들이 강을 물고 돌아오는 저물녘에 차를 마신다 ​ ​ 막 돋아난 개밥바라기를 보며 별의 뒤편 그늘을 생각하는 동안 ​ ​ 노을은 바위에 들고 바위는 노을을 새긴다 ​ ​ 오랜만에 바위와 놀빛처럼 마주 앉은 그대와 나는 말이 없고 ​ ​ 먼 데 갔다 온 새들이 어둠에 덧칠된다 ​ ​ 참 멀리 갔구나 싶어도 거기 있고 ​ ​ 참 멀리 왔구나 싶어도 여기 있다 ​ ​ ​ ​ ​ *전라남도 장흥에 천관산이 있다. 봉우리와 기암 괴석이 솟아오른 모양이 "면류관"과도 같다고 해서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 ​ ​ 문태준 시집 / 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 ​ ​ ​ ​ ​ ​

11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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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그림 / 서순태 ​ ​ ​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 ​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 ​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 외로운 낮 달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 인간을 위하여 우시는 하나님의 눈물을 받아둔다 ​ ​ 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보라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있다 ​ ​ ​ ​ 정호승 시집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