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2021년 11월

20

문학이야기/명시 ​세상이 밝았다 / 나호열

그림 / 김 정 수 ​ ​ ​ ​ ​ 세상이 밝았다 / 나호열 ​ ​ 내가 떠나온 곳을 향하여 미친 듯이 되돌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등진 곳을 향하여 허기진 채로 되돌아가는 나 이 거대한 허물 속에 껍데기 속에 우리는 무정란의 꿈을 낳는다 나란히 눕자 꿈은 잠들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는다 나란히 누워 죽은 듯이 잠들자 잠들 듯이 죽어버리자 우리는 날카로운 비명을 듣는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무엇인가가 뛰쳐나오는 황급한 발자국 소리를 세상이 밝았다고 표현한다 허물분인 껍데기분인 세상에 꿈은 깨지기 위해 무섭게 꽃을 피운다 ​ ​ ​

18 2021년 11월

18

07 2021년 09월

07

문학이야기/명시 야생화 / 박 효 신

그림 / 김 정 수 ​ ​ ​ ​ 야생화 / 박 효 신 ​ ​ 하얗게 피어난 얼음꽃 하나가 달가운 바람에 얼굴을 내밀어 아무 말 못했던 이름도 몰랐던 지나간 날들에 눈물이 흘러 ​ 차가운 바람에 숨어 있다 한줄기 햇살에 몸 녹이다 그렇게 너는 또 한번 내게 온다 ​ 좋았던 기억만 그리운 마음만 니가 떠나간 그길 위에 이렇게 남아 서 있다 잊혀질 만큼만 괜찮을 만큼만 눈물 머금고 기다린 떨림 끝에 다시 나를 피우리라 ​ 사랑은 피고 또 지는 타버리는 불꽃 빗물에 젖을까 두 눈을 감는다 ​ 어리고 작았던 나의 맘에 눈부시게 빛나던 추억속에 그렇게 너를 또 한번 불러본다 ​ 좋았던 기억만 그리운 마음만 니가 떠나간 그 길위에 이렇게 남아 서 있다 잊혀질 만큼만 괜찮을 만큼만 눈물 머금고 기다린 떨림 끝에 나는..

01 2021년 07월

01

12 2021년 06월

12

문학이야기/자작시 강물로 그리는 새벽 별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강물로 그리는 새벽 별 / 이 효 ​ ​ 새벽 창가에 앉아 푸른 강물에 그림을 그립니다 흔들리는 나뭇잎으로 시를 쓰듯 절재된 마음을 그립니다 ​ 아주 오랜 세월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혼절한 사랑 구름과 눈물방울 비벼서 붉은 나룻배를 그립니다 가슴속 깊이 묻어 두었던 인연 조용히 떠나보냅니다 ​ 어차피 인생이 내가 그리는 한 점에 그림이라면 이제는 슬픈 강물이 되지 않으렵니다 창가에 앉아있는 소녀는 세월을 삼키고 오늘도 푸른 강물에 마음을 그립니다 ​ ​ 휑한 마음, 새벽 별 하나 안고 홀로 걸어갑니다. ​ ​ ​ ​ 사진 / 청송 주산지

12 2021년 05월

12

문학이야기/자작시 담장 안의 남자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 담장 안의 남자 / 이 효 ​ ​ 담장 밖에서 들려오는 수다 소리 남자가 하루 세끼 쌀밥 꽃만 먹는다 내게 말을 시키지 않으면 좋겠어 드라마를 보면 왜 찔찔 짜는지 ​ 남자는 억울하단다 죄가 있다면 새벽 별 보고 나가서 자식들 입에 생선 발려 먹인 것 은퇴하니 투명인간 되란다 한 공간에서 다른 방향의 시선들 ​ 담장이 너무 높다 기와가 낡은 것을 보니 오랫동안 서로를 할퀸 흔적들 흙담에 지지대를 세운다 ​ 나이가 들수록 무너지는 담을 덤덤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자 남자는 거울 속 여자가 낯설다 ​ 벽에다 쏟아부었던 메아리 담장 안의 남자와 담장 밖의 여자 장미꽃과 가시로 만나 끝까지 높은 담을 오를 수 있을까 ​ ​ ​ ​ ​ ​

15 2021년 03월

15

문학이야기/명시 사월의 노래 / 박목월 <작사>

https://youtu.be/RF8RaVTWjvQ 그림 : 김 정 수 ​ ​ 사월의 노래 / 박목월 ​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 ​ ​ *박목월 작사 김순애 작곡 사월의 노래는 일반 대중에게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로 더 알려졌다 노래가 탄생된 배경은 6.25가 끝나갈 무렵 당시 새로운 희망과 해방감에 젖은 시대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학생들의 정서 순화를 위해서 작곡된 곡으로 1960년..

14 2021년 03월

14

문학이야기/자작시 창문 앞에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창문 앞에 / 이 효 ​ 텅 빈 마음이 싫어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다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 것은 나의 마음을 여는 것 ​ 세상이 온통 흑백 사진 같을 때 나는 매일 아침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다 세상 사람들 미소가 하늘에 맑은 구름처럼 걸릴 때까지 ​ 이제껏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창문 앞에 꽃 한 송이 변변히 내어 놓지 못했다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손을 흔드는 일 ​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 일은 마음에 별을 하늘에 거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