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일상에 지친 친구들 쉬어 가는 곳, 시와 그림이 있는 곳 푸른 언덕에 누워보세요. 파란 하늘같이 쳐다봐요.

04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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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6월의 언덕 / 노천명​

그림 / 신 정 혜 ​ ​ ​ 6월의 언덕 / 노천명​ ​ 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 들다 ​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 ​ ​

02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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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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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자작시 담장 안의 남자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 담장 안의 남자 / 이 효 ​ ​ 담장 밖에서 들려오는 수다 소리 남자가 하루 세끼 쌀밥 꽃만 먹는다 내게 말을 시키지 않으면 좋겠어 드라마를 보면 왜 찔찔 짜는지 ​ 남자는 억울하단다 죄가 있다면 새벽 별 보고 나가서 자식들 입에 생선 발려 먹인 것 은퇴하니 투명인간 되란다 한 공간에서 다른 방향의 시선들 ​ 담장이 너무 높다 기와가 낡은 것을 보니 오랫동안 서로를 할퀸 흔적들 흙담에 지지대를 세운다 ​ 나이가 들수록 무너지는 담을 덤덤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자 남자는 거울 속 여자가 낯설다 ​ 벽에다 쏟아부었던 메아리 담장 안의 남자와 담장 밖의 여자 장미꽃과 가시로 만나 끝까지 높은 담을 오를 수 있을까 ​ ​ ​ ​ ​ ​

20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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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명시 장미를 사랑한 이유 / 나 호 열

그림 : 김 정 수 ​ ​ 장미를 사랑한 이유 / 나 호 열 ​ 꽃이었다고 여겨왔던 것이 잘못이었다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 고통이었다 슬픔이 깊으면 눈물이 된다 가시가된다 눈물을 태워 본 적이 있는가 한철 불꽃으로 타오르는 장미 불꽃의 심연 겹겹이 쌓인 꽃잎을 떼어내듯이 세월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처연히 옷을 벗는 그 앞에서 눈을 감는다 마음도, 몸도 다 타버리고 난 후 하늘을 향해 공손히 모은 두 손 나는 장미를 사랑한다 ​ ​ *나호열 시인 충북 서천 출신 (1954) 경희대 대학원 철학(박사) 졸업 시집 : 이 세상에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있다 당신에게 말걸기 타인의 슬픔 안녕, 베이비 박스 수상 : 중견 신인상 (1986) 녹색 신인상 (2004) 한민족 문학상 (2007) 한..

29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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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이야기2/걷기 좋은 길 장마, 갈까? 말까?

장마가 참 오래간다. 친구랑 아침 산책을 같이 나가기로 약속했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갈까? 말까? 가자! 옷은 빨면 그만이지 그래 맞다 우리는 우산을 쓰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기분이 훨씬 좋았다. 어릴 적에 동네 친구들이랑 비를 쫄닥 맞으며 노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랑 동심으로 돌아갔다. 중랑천 뚝방길 천에 물이 가득 불었다. 작은 보에서 물이 쏟아진다. 다리 위에서 물이 시원하게 떨어진다. 아슬아슬하게 나무가 물에 잠긴다. 세상이 온통 깨끗해졌다. 마가목 ^^ 바람과 물에 쓰러진 풀들 물에 비치는 아파트가 아름답다. 장마는 순식간에 물이 불어 오른다. 천이 아니라 물이 많아 한강 같다. 자전거 타고 시원하게 달리는 아저씨 물고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