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또는 수집

개울물 2018. 2. 28. 22:52

벗겨내고 닦아내며 복원한 정겨운 한옥

조훈·김수진 씨 부부가 두 번째 고친 집 봐도 봐도 예쁘다. 구석구석 돌아보니 감탄이 절로 난다. 재미난 곳이 이렇게도 많다니. 이렇듯 멋진 집이 숨어 있을 줄 어떻게 알았을까. 집주인의 노력이 없었다면 묻혀버렸을지도 몰랐던 한옥. 조용한 농촌 마을의 평범한 시골집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멋진 공간으로 만들어낸 주인공은 조훈·김수진 씨 부부다. 글 이인아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벗겨내고 닦아가며 복원한 정겨운 한옥

사진충남 부여군 규암면 합송리. 눈썰미가 있는 이라면 대문 앞에 세워진 빨간색 조그만 입간판만으로도 눈길을 줄 만한 집. 이곳은 조훈(53)·김수진(48) 씨 부부가 두 번째 고친 집이다. 서울에 살던 부부는 2012년 귀촌을 결심하고 전남 해남으로 내려가 집을 빌렸다. 그나마 빌려주거나 팔려는 곳이 없어 어렵게 구한 집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비어 있던 집이라 손므 대지 않고는 생활 할 수 없는 상태. 부부는 직접 고쳐 살기로 했다. 남편 조씨가 귀촌을 결심하며 목공을 배운 터라 해낼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래도 집을 고친다는 게 쉬울 리가 없다. 좁은 방을 넓게 쓰기 위 해 칸을 트고 창틀과 문틀도 다시 만드는 등 작업은 끝없이 이어졌다. 1년여의 작업을 거친 후에야 집은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오래도록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게 세상일이기도 하다. 3년간 생활하던 해남을 떠나 2015년 이곳에 정착한 것. “처음 보는 순간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우리가 바라던 집이었습니다. 오래되긴 했지만 집을 고쳐본 경험이 있는 데다 당시 건물 상태도 무척 좋아 크게 수리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남편 조씨는 계약할 당시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보고 탐을 내던 집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집의 주인은 따로 있었나보다.




[예전 모습을 찾을수록 더 예뻐지는 집] “상량목에 단기 4289년이라 적힌 걸 보면 지은 지 약 60년 된 집이에요. 근대에 지어져 전통 한옥을 기본으로 창문이나 공간이 약간 변형된 구조더라고요. 창호지만 새로 바르고 쓰레기 정도만 버리면 되겠다 생각했지요.” 부부가 구입한 한옥은 생활의 흔적에 따라 개조가 된 상태였고 마감한 나무마다에는 페인트칠이 돼 있어 처음 지었을 당시의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부부는 변형된 공간은 원 상태로 복구하고 나무에 칠해진 페인트는 벗겨 닦는 작업을 해 예전의 모습을 복원하기로 했다.


부부는 가장 먼저 집의 서까래가 드러나도록 천장을 뜯어냈다.

벽지도 뜯어내 벽면의 굴곡지고 옹이 진 부분은 메워나갔다. 마무리 작업으로 벽면에 석회를 칠하는 데만 두 달 정도 걸렸다.

나무에 칠해진 페인트를 벗겨내고 옹이와 나뭇결을 그대로 드러내는 ?도 일 년 넘게 걸렸다. 전기 스위치도 옛 모습을 살려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대청에 있던 싱크대는 철거하고 화장실로 고쳐놓은 대청 옆 누마루도 다시 살려냈다. 누마루는 대청과 높이를 달리해 집을 방문하는 이들마다 한번쯤 앉아보고 싶어 하는 공간이 됐다.

부엌이 자리 잡는 데는 9개월이 걸렸다. 바닥 공사를 하며 아궁이는 살렸다. 실용성을 고려해 싱크대 상판은 시멘트로 만들고 상부장 대신 선반을 달았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집이 더 예뻐지는 거예요. 한 곳을 벗겨내면 예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드러나니 의욕이 ?겨 아내와 함께 힘들면서도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집을 복원하는 과정은 끝이 없었다. 돌을 파내고 시멘트로 다지 는 작업만 기계로 했을 뿐 나머지는 부부 둘이서 하느라 2년 넘게 걸렸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김씨도 한 사람보다 더한 일꾼 몫을 거뜬히 해냈다.


[창고 개조해 꾸민 독특한 분위기의 살림집] 부부는 작업하거나 물건을 구입할 때는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했다. 집을 구하고 수리하느라 자동차 까지 팔 정도였기에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야 했다. 하지만 빠듯한 비용은 뜻밖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돌담을 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팰릿용 나무가 싼것을 알고 이를 활용했는데 보는 이들마다 색다르다고 궁금해 한단다. 화장실만 해도 방수가 되려면 타일로 마감해야 했지만 차가운 분위기가 나고 마음에 드는 타일 제품은 가격이 비싸함석으로 바꿨다. 그 덕분에 비용을 줄인 것은 물론 집을 찾는이들마다 화장실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릴 만큼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집에 사용하는 가구는 모두 조씨의 작품. 물로 갠 시멘트를 페인트 통에 담아 원형 틀을 만든 다음 호박잎 등을 무늬로 찍? 디딤돌을 만드는가 하면 시멘트가 굳기 전 나무다리를 박아 근사한 의자를 만들기도 했다. 바깥마당 한쪽에 가축을 기르던 곳은 닭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집을 고치는 동안 지나는 이들이 호기심에 찾는 일도 부지기수.

게다가 지난해 여름에는 오래된 집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과정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결국 부부는 복원한 한옥이 두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넓고 아깝다는 생각에 이곳을 ‘합송리 994’라 이름 짓고 찻집으로 운영중이다.





대신 기존의 창고를 살림집으로 고쳤다. 본채는 복원 작?이었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살림집은 달랐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생활에 편리하게 고치다 보니 새로 짓는거나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힘이 든 만큼 우리의 생각대로 할수 있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곳이기도 해요. 규모가 작아 생활에 꼭 필요한 공간만 배치했습니다.” 창고도 천장을 뜯어내 서까래를 드러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맞은편에는 화장실을 만들었다. 벽은 나무의 결을 살리고 석회를 칠했다. 사용 못 할 만큼 낡은 사다리에는 조명을 달아 샹들리에 같은 효과를 냈다. 복층을 지어 침실로 사용하도록 하고 한지 ?른 문을 활용해 붙박이장도 만들었다. 이 같은 작업을 거치느라 살림집을 완성하기까지 1년 넘게 걸렸다. 부부의 안내로 둘러본 살림집은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분위기다.

부부는 집 짓는 과정 하나하나를 사진에 담아놓았다. 농촌에서 집을 개조하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에서다.

“집을 구경하고 싶어 오기도 하지만 귀촌을 결정하기 전 저희 부부의 삶이 궁금해 찾기도 해요. 이곳을 찾는 이들이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아도 정겨운 시골집에 온 것처럼 느끼고, 편안하게 쉬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대기업 홍보실? 근무해 사람을 상대해야 했던 도시의 삶을 피해 귀촌을 택한 부부. 하지만 자신들과 같은 생각으로, 같은 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기꺼이 시간을 내주고 싶단다.

월간 전원생활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