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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2011. 11. 2. 02:05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기존 교육에 반기 든 엉뚱 삼총사

한국 현실과 너무 닮은 인도 영화 ‘세 얼간이’





작년 한 해, 불법 다운로드 시장을 휩쓸다시피 한 영화 한 편이 있었다. 바로 인도 영화 ‘세 얼간이(3 idiots)’다. 인도 영화가 1위라니? 인도 영화를 10년째 보고 있는 필자로서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개봉조차 안 한 ‘세 얼간이’는 네이버 평점 1위를 기록했고, 개봉 전까지 2만 건이 넘는 리뷰가 달리는 ‘사고’를 친다.국내에 2009년 개봉해 무려 80만 명이라는 관객몰이를 했던 인도 영화 ‘블랙’과 지난 4월 개봉돼 비수기에도 40만 명 가까이 흥행을 기록했던 인도 영화 ‘내 이름은 칸’의 개봉과정을 그대로 보는 듯했다.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어둠의 세계에서 군림하던 ‘세 얼간이’는 8월 17일 밝은 세상으로 나와 2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 속에는 ‘세 얼간이’가 나온다. 야생 사진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압력으로 공과대학에 온 파르한, 몰락한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압박에 종교에 자꾸만 기대는 라주. 그리고 어느 별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알 이즈 웰(All is well(모두 잘 될 거야)의 인도식 발음)”을 외치면서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외치는 재기발랄 엉뚱 천재 란초. 그리고 이 모두를 압박하며 “성적만이 살 길이다”고 외치는 냉혈한 학장. 이들 세 얼간이는 기존 교육 체제에 반기를 들고 곳곳에서 학장과 충돌을 일으킨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가훈처럼 여기는 학장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치는 세 얼간이….


영화의 설정 자체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우리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적성보다는 부모가 정해준 대로, 취직이 잘되는 대학으로 별 생각 없이 진학해야 하고 대학 간 뒤에도 전공에 대한 지식보다는 오직 스펙 쌓기에만 열중해야 하는 것이 서글픈 우리네 자화상 아닌가. 영화 속의 대학은 실제로 인도에 있는 세계적 권위의 공과대학 IIT가 모델이다.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체탄 바갓은 IIT를 졸업한 수재다.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었나 보다. 그래서였을까? KAIST에서 열린 ‘세 얼간이’ 시사회에서 학생들의 전폭적인 공감이 있었다고 한다.


‘세 얼간이’의 감독은 ‘문나 형님, 의대 가다(MunnaBhai MBBS)’와 ‘계속해요, 문나 형님(Lage Raho MunnaBhai)’으로 조폭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라즈 쿠마르 히라니다. 그러니 배꼽 떨어질 준비는 단단히 하고 봐야 한다. 그뿐인가, 춤과 노래가 함께 나오는 ‘세 얼간이’를 보며 관객들이 다 같이 ‘알 이즈 웰’을 외치는 묘한 경험도 하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 모두 ‘알 이즈 웰’을 되뇌며 가슴을 두드리는 장면은 이제 ‘세 얼간이’ 상영장에선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고 한다. 바로 이게 인도 영화의 매력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웃음과 재미만 선사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웃고 즐기는 사이 다가오는 뜨거운 감동,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기분 좋은 해결책도 제시한다. 웃고, 떠들고, 소리치고, 울고, 감동하고…. 바로 전형적인 ‘종합 선물 세트’ 영화다.


국내 개봉을 위해 20여 분 삭제된 장면이 있어서 아쉬웠다. 그런데 8월 25일부터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무삭제판(인도판)을 상영하고 있다. 인도식 춤과 노래를 맘껏 즐기고 싶다면 신촌으로 발길을 돌리면 된다. 물론 대부분의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잘렸다는 사실도 모르도록 상당히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으니 크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 ‘가훈으로 삼고 싶다’는 ‘알 이즈 웰’의 여운이 상당히 길게 가는 영화, ‘세 얼간이’.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통해 인도 영화의 새로움에 개안하시길 바란다. 알 이즈 웰!




세 얼간이 (2011)

3 Idiots 
9.6
감독
라즈쿠마르 히라니
출연
아미르 칸, 마드하반, 샤르만 조쉬, 보만 이라니, 까리나 까푸르
정보
코미디, 드라마 | 인도 | 141 분 | 2011-08-17
글쓴이 평점  



2011.9.
인도 영화 즐김이
한글로 정광현

* 한국 인도 영화 협회 회장 www.indiamovie.kr 

* 이 글은 중앙일보에서 나오는 "중앙SUNDAY" 234호에 제가 기고한 글입니다.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23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