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의 낙서장/한글로의 음악카페

한글로 2006. 7. 23. 12:46

 

 

 

한글로의 음악카페

취중 진담, 취중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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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기다리시면 취중진담이 흘러나옵니다♪

 

 

□글쓴날 : 2000년 11월 12일 한글로 www.hangulo.net

□원본글 : http://www.hangulo.net/mywork/drunken.htm (한글로 홈페이지)

 

 

요즘 들어서 부쩍 술을 먹고 기억을 잃는 때가 많다. 연말 연시라는 이유뿐만이 아니라 그저 나의 생활이 이상하게 술을 가까이 할 수밖에 없게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억을 잃을정도로 술을 먹고 하는 행동은 정말이지 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힘들정도다. 무척이나 대담해지고, 마치 자기가 깡패 두목이라도 되는줄 알고 설친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고 무척 불안해지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그냥 놓아둔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몇 번이나 글에서 쓴 기억이 있지만 언제나 첫 질문은 '여기가 어디지?'와 집인걸 확인하고 나면 '내가 왜 여기있지?'다. 고스란히 모든 기억은 허공속으로 빼앗긴채.

 

그냥 친구들과 재밌는 추억 (혹은 퍼포먼스)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쉬울 수도 있다. 그리고 나 조차도 나의 그런 대담함(?)에 놀라며 즐거워한다. 도덕책으로 억누른 나의 자아가 도덕책을 잠시 덮어두고 뛰쳐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나의 악마성이 천사를 잠시 잠재우고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다. 술에 취하면 누군가와 자꾸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술을 먹었을 당시에는 오직 술밖에 먹지 않으므로 별 이야기를 못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어김없이 전화할 상대를 찾는다.

 

그게 누가 되었든, 상대방은 곤혹스럽다. 혀가 비뚤어진 것 같으면서도 어쩔 때는 너무나도 정상적인 듯 발음을 하니 말이다. 그리고 별의 별소리를 다 들어주고 나면, 한두시간은 쉽게 지나간다. 전화를 끊으라고 해도 잘 끊지 않는다.

 

아침이 되면, 나는 내 핸드폰의 발신 번호를 살펴본다. 아, 내가 또 이사람에게 전화를 했구나. 문자 메시지 하나를 날린다. "어제밤에 나 때문에 고생했지. 미안해...." 하지만 정작 나는 전화를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하물며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때로는 일부가 기억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공식적으로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덮어둔다. 그 기억나는 말 조차도 내가 정상적인 '도덕책' 모습으로는 말하지 못하는 말이니까 말이다. 항상 마음을 활짝 연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나의 다락방에는 온갖 잡동사니 생각과 비밀들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것을 덮을 수 있는 커다란 천막도 있다. 다른 사람은 항상 천막속에서 내가 '진실'을 꺼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언제나 '거짓'을 보여주며 '진실'이라고 믿게 한다.

 

아, 어쨌든, 그런 실수가 계속되면 나는 마음이 불안해진다. 도대체 그 피해자(?)에게 어떤 말을 건내야 사과가 가능할까. 앞으로도 계속 이럴테니 미리 미안하다고 말을 한다? 아니다. 그런 방법은 아무 효력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핸드폰에서 그 사람의 번호를 지우고, 내 머리속에서 지우는 것이다.

 

나는 전화번호를 거의 외우지 못한다. 숫자는 거의 암기를 하지 못한다. 하긴 숫자뿐이랴. 외우는 것에는 정말 소질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한 번 외우게 되면 그게 무척 오래간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아무리 핸드폰에서 전화번호를 지워도, 술로 마비된 머리속에서는 술술 잘도 그 번호가 흘러나오고, 실수는 계속된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말하지 못할 때, 이런 추태를 부린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최근에 와서다.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들려나오는 전람회의 노래 '취중진담'의 멜로디를 들었을 때, 마치 누군가가 내 머리를 세게 쥐어박은 것같은 충격이 몰려왔다.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나 불안해할지도 몰라
하지만 꼭 오늘밤엔 해야할 말이 있어


 

난 그 할말을 하지 못해서 계속 같은 이에게 전화를 걸고 아침이면 그 말을 잊어 버리고 불안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말을 정상적일 때 해야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데, 그것은 끝내 나로서는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인 듯 했다.

 

그저 나는 미안한 마음 뿐이다. 아마도 엊그제 또한번 나의 취함 속에 무슨 말인가를 내가 했을 것이고, 그것을 듣고 나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기억하지도 못하거니와 그 말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볼 수 도 없다.

 

취중 진담 이었는지, 취중 농담 이었는지, 아니면 주사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이런 버릇은 없애야 하고, 더 이상 나로 인해 주변 사람이 기분나쁘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뿐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윤동주, [서시] 중에서

2000년 11월 12일
한글로

hangulo@hanmail.net
www.hangulo.net

 

 

 

 

이 글들은 오래전부터 제 홈페이지에 공개되던 글을

합법적인 음악과 함께 게시하기 위해서 다음 블로그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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