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간만그루/자연미술공방

한희영 2021. 2. 2. 17:37

"한국의 놀이터는 어리석음 그 자체다. 왜 어디를 가나 똑같은가. 여름 날씨는 더운데 놀이 기구는 왜 다 플라스틱이고 그늘은 왜 없나. 중앙에 비슷비슷한 놀이 기구 하나가 떡하니 들어서 있던데, 이런 놀이터는 아이들보다 엄마들을 위한 공간일 뿐이다."

독일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는 2014년 한국에 처음 와서 놀이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러게 말했다. '바보 같다', 심지어 '감옥같다'고 했다. 획일 적인 놀이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나왔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195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산업화.규격화된 놀이터를 모아 온 적정 기술과 기술놀이 교육연구가 김성원씨는 "한국의 놀이터는 미국어린이놀이터협회으이 로비로 전후 일본 놀이터에 적용되기 시작한 '4S'를 그대로 모방했다."고 설명한다. 4S놀이터는 1960년대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놀이터의 표준처럼 통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좀 더 창조적이고 개성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미국 놀이터를 일본 거쳐 그대로 베껴 60년대부터 획일적 놀이터 고착 서구선 사회운동과 맞물려 변화 자연주의 모험 놀이터 등 활발 어린이들이 설계 감리 참여한 순천 '기적의 놀이터' 등 최근 우리도 "바꿔보자" 움직임

 

5월 27, 28일 파주출판도시 보리출판사에서 열린 놀이터 제작 워크숍은 어른 20여명이 차여해 밧줄과 그물로 놀이터를 만들었다. 야외 데크에 설치한 기둥 구조물에 밧줄을 걸고 그물을 엮어 만든 그네와 정글짐, 나무에 매단 외줄 원반 그네는 놀러온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김성원씨와 숲밧줄놀이 강사 김창호씨가 이끈 이 워크숍은 숲이 없는 도시 놀이터에 밧줄과 그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터를 제안하고 매듭법 등 필요한 기술과 관련규정, 놀이 기구를 소개했다. 추상적으로 놀이터의 중요성이나 원칙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현방안과 기술을 다룬 것이 이번 워크숍의 특징이다.

 

김성원씨는 " 지금 한국에는 놀이 담론만 있고 놀이터와 놀이 기구에 대한 담론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놀이와 놀이터,놀이 기구를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나 놀이터 디자이너가 별로 없는 것도 아쉽다"고 덧붙혔다. 요즘국내에서 유행하는모험놀이터만 해도 "위험하지만 안전하게'라는 막연한 원칙만 있고 구체적 실현 기술과 구성 방법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획일적 놀이터는 사회 인프라 분야의 적폐"라고 비판하면서 "시민사회와 예술가들이 참여해 창조적인 놀이터를 만들 수 있도록 안전을 이유로 창의를 막는 행정 관행과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 놀이터, 한뼘 놀이터, 게릴라 놀이터 만들기를 사회적 일자리로 만들자."는 제안도 내놨다.

 

좋은 놀이터를 만들려면 조경전문가, 건축가,ELWKDLSJ,어린이, 어린이 전문가, 놀이터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덴마크의 놀이터 디자인 기업 몬스트롬은 41명의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목수, 제작자들이 함께한다. 몬스트롬이 만드는 놀이터는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고, 아이들에게 상상과 도전을 통해 영감을 불어 넣는 것을 가장 중시한다. 60년전 4S시대에 멈춘 놀이터를 혁신할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서울 문화재단이 시작한 '문화가 있는 놀이터'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놀이터를 아이와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놀이터 디자인을 공모해 놀이터 모델을 개발하고 놀이기구를 비롯한 놀이터 외형을 바꾸고 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기업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협력한 이 실험은 놀이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퍼뜨리는 씨앗이 됐다. 낡고 오래된 놀이터 300개를 리모델링한 서울시의 '상상어린이공원' 프로젝트, LH공사의 친환경 놀이터 리모델링, 환경부 사업인 생태 놀이터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이런 시도는 놀이터 디자인이 어린이의 정서를 고려해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주로 형태에 치중하는 한계도 있다. 최근에는 생태, 친환경, 공동체, 주민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지자체의 놀이터 사업 중 요즘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순천의 기적의 놀이터다. 어린이들이 설계와 감리에 참여하고 전문가와 행정이 협력해 만드는 기적의 놀이터는 지난해 처음 선보였고 올해 5월 두번째가 개장했다.2020년 까지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틀에박힌 붕어빵 놀이 기구가 없고, 언덕과 비탈같은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하고, 스스로 몸을 돌보며 '건강한 위험'을 마주치는 놀이터를 지향하고 있다.  수원시도 올해부터 어린이가 직접 만드는 놀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디자인하는 이런 놀이터를 올해 5개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가 2015년 시작한 '움직이는 창의놀이터'는 어린이 문화예술교육을 하다가 놀이의 중요성을 절감한 작가들의 놀이터와 놀이 제안 활동이다. 하루동안 생겼다 사라지는 이 반짝놀이터는 그동안 시민청, 서울광장, 서울혁신파크에서 선보였고, 올해는 어린이날 어리이대공원에서 '놀이터가 미끄덩'이라는 이름으로 판을 벌였다. 잔디밭 비탈에서 무에 젖은 비닐 미끄럼 타기, 깡통 신발 신고 걷기, 커다란 고무통에 쑥 들어가 데굴데굴 굴러가기 등 여느 놀이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미끄덩 놀이터에서 펼쳐졌다.

 

놀이터는 자연이 사라진 산업도시의 산물이다. 산업화 이전에는 놀이터가 따로 없었다. 아이들은 어디서나 놀았고 자연은 가장 훌륭한 놀이터였다.

서구에서 놀이터의 역사는 160년쯤 됐다. 놀이터의 변화는 사회운동과 맞물려 있다. 예컨대 전후 등장한 숲놀이터의 뿌리는 1930년대 자연주의 놀이 운동이다. 1943년 나치 치하 덴마크 코펜하겐에 처음 나타난 모험 놀이터는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 68혁명의 열기를 타고 전 유럽에 퍼졌다. 놀이터 구성, 놀이기구 제작과 설치, 놀이 선택권까지 전부 아이들에게 맡기는게 모험놀이터의 본래 모습이다. 이런 맥락과 정신은 빠진채 어른들이 만들어서 제공하는 체험공간을과연 모험 놀이터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네델란드 흐로닝엔의 목수 축제에서는250명의 10-15세 아이들이 톱과 망치, 목재 팔레트로 나흘만에 모험 공원과 아지트를 만들었다. '플레이파크'로 불리는 일본의 모험놀이터가 무허가촌이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것도 완전한 자유의 결과다. 거기서 아이들은 불 피우고 구덩이 파고 나무에 오르고 기지를 만들고 댐을 짓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논다. 플레이파크는 1979년 도쿄 하네기공원에 처음 생긴 이래 일본 전역에 모험 놀이터 만들기 시민단체가 400개를 헤아릴 만큼 널리 퍼졌다.

 

건축가, 예술가, 교육자 등이 참여해 전후 다양한 발상과 시도가 넘치던 세계의 놀이터 디자인은 1980년대 들어 위기를 맞는다. 안전 관련 법과 규제는 놀이터 시공업자와 놀이기구 업자들을 위한 표준이 되어 놀이 기구의 획일화로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 상업화한 놀이터에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과 예술가들이 나서면서 다시 한번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놀 권리가 있다. 잘 놀아야 잘 자란다. 아이들은 놀면서 공간을 탐색하고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른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요즘 한국 아이들은 놀 시간도 장소도 함께 놀 친구도 없다. 아무 목적없는 즐거움 자체여야 할 놀이를 창의력발달에 중요하다며 생산성을 따지고, 놀이 체험 프로그램에 보내고, 키즈카페 같은 상업 공간에서 돈내고 소비하게 하는 어른들의 강박은 놀이라는 '알리바이'를 구성할 뿐이다. 놀이터도 마찬가지다.

어른들 생각대로 만든 '알리바이 놀이터'가 많다. 이제는 놀이터다운 놀이터를 아이들에게 돌려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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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영 2021. 2. 2. 15:35

부모들은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칠까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부모들이 바라는 위험하지 않은 , 안전하기만 한 놀이터를 만들자 아이들이 놀이터에 오지 않는다. 잘 뛰어놀지 않게 되자 아이들의 비만율도 높아진다.

 

생활 기술 연구가이자 놀이터 디자이너인 김성원씨는신간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 놀이터에 꼭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미국에서 처음 놀이터를 만든 뉴욕시는 1912년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놀이터에서 높은 사다리나 링이 달린 밧줄같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등반 놀이 기구를 금지했다. 그러나 오릐는 "암벽과 나무에서 살던 원숭이 후예인 아이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고 가장 거센 유혹"이라고 한다.

 

등반 놀이 기구 사고율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2001년 '틴스워스 &맥도널드 보고서'에 따르면 등반 놀이 기구 사고율이 53%, 그네가 19, 미끄럼틀이 17%를 차지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의외로 안전 규정을 준수해서 만들었을 학교 운동장 놀이터에서 부상률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공공놀이터였다. 그다지 안전 규정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졌을 집 마당 놀이터나 자가 제작한 놀이 시설에서 사고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처럼 놀이기구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사고가 줄어 들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안전한 놀이 시설에서도 창조적으로 위험하게 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하드웨어의 안전성이 사고를 줄일 것이라는 생각은 막연한 기대나 환상일 뿐""이며 "집 마당의 놀이터나 자가제작놀이 시설에서 사고가 적은 것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며 안전에 신경 썼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뉴욕시가 놀이터 관련 사업가들과 손잡고 표준화해 보급한 '4S(Swing, Slide, Seesaw, Sandbox), 즉 그네, 미끄럼틀, 시소, 모래상자로 이뤄진 놀이터는 일본으로 전달돼 한국에도 인식된다. 그러나 이런 놀이터는 아이들 눈으로 보면 그리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라고 한다.

 

어린이들이 이런 놀이터에 흥미를 잃은 사이 "그 틈새로 막대한 자본을 들여 놀이 지도자와 완벽한 안전장치, 스릴 넘치는 모험 기구를 갖춘 "닌자 워리어 코스"와 같은 상업적인 놀이 시설들이 아이들과 청소년들, 성인들까지 끌어 모았다."고 저자는 탄식한다. "이제 놀이 공간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상품이 되었고 경제력에 따라 놀이도, 놀이의 기회도 양극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그 대안으로 자연주의 놀이터, 예술과 결합한 놀이터 등 이런저런  놀이터들을 소개한 뒤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 놀이터'를 제안한다. '재미'와 '안전' 사이의 갈등에서 그것을 해결할 유력한 대안이 모험 놀이터라는 것이다.

 

놀이터의 물리적 구조와 시설만으로는 안전이 보장되지않으며, 이것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 즉 '놀이터 시민 사회'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지역 공동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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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영 2021. 2. 1. 19:24

장애 아동, 지역주민에게도 인기

그물형태의 대형탑, 오두막, 원숭이 로프, 비밀 호빗홀, 대형그네, 외나무줄타기.

 

생소하지만 모두 영국 워킹햄 인근의 Dinton Pastures 도시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놀이 기구 이름들이다.

 

50만 파운드(한화 8억 6천만원)의 예산으로 조경가 데이비스 화이트(Davies White)가 만든 이 놀이터는 친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조성되었으며, 어린이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데이비스의 놀이 공간 모델을 본 어린이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고, 아이들의 관심은 디자인으로 이어져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기존 놀이터에서 만날 수 있는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숨바꼭질 구멍, 나무잎 쉼터, 깔때기 둥지 등 특별한 놀이 시설도 만나볼 수 있으며, 또한 남녀노소는 물론 휠체어를 타는 장애아동들도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기도 선보여 아이들은 물론 지역주민의 인기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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