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물서도 견디는 호흡법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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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水)과 관련하여

2012. 4. 23.

돌고래와 교감 위해 영하의 바다에 뛰어든 나탈리아 아브세옌코 방한

 

작년 6월 심해(深海) 다이버인 나탈리아 아브세옌코(37)는 두꺼운 얼음 덩어리가 둥둥 떠 있는 러시아 무르만스크 인근 영하 1.5도 북극해로 뛰어들었다. 공기통도 물갈퀴도 없었다. 입고 있던 옷조차 다 벗었다. 인공 물질이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흰돌고래와 교감하기 위해서였다.

 

흰돌고래 두 마리와 차갑고 깊은 바닷속에서 헤엄친 시간은 12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인은 같은 조건에서 5분 안에 사망한다고 한다. 아브세옌코가 오래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호흡법'에 있었다.

 

2006년, 2008년 세계 프리다이빙대회(공기통 없이 잠수해 깊이와 거리를 겨루는 경기) 우승자이자, 세계 신기록 보유자이기도 한 그는 지난 21일 한국뇌과학연구원이 주최한 제1회 브레인 엑스포에서 '호흡과 명상을 통한 두뇌 훈련'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 브레인 엑스포 참석차 한국에 온 아브세옌코는 "호흡을 통제하면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작년 맨몸으로 영하의 북극해에 뛰어들어 세계적 화제가 됐던 사진. /데일리 메일

 

2008년 세계 프리다이빙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그는 6개월 전 앓은 폐압착증 탓에 폐용량이 평상시의 50%밖에 되지 않았다. 두렵고 혼란스러웠지만 아브세옌코는 훈련을 통해 배운 호흡법을 반복하며 자신을 비우려 했다. 그러자 마음이 가라앉으며 몸까지 편안해졌다고 한다.

 

아브세옌코는 호흡 훈련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코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쓰~' 하는 소리를 내며 입으로 길게 숨을 내쉬는 시범을 보였다. 이 '휘파람 호흡'은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뇌와 온몸에 산소를 원활히 공급하며,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아기는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복식호흡을 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타고난 호흡법을 잊어버리죠. 가슴으로만 하는 호흡은 이를테면 헬멧을 쓰고 숨 쉬는 것과 같아요. 왜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하나요?" 그는 "호흡을 잘 통제할 수 있으면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고도 했다.

 

모스크바 주립대학에서 국제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던 그는 6년 전 대학을 떠나 현재 요가와 명상을 통한 호흡수련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한편 다이버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수많은 다이빙 경험 가운데 영하의 바닷속에서 흰돌고래 두 마리와 헤엄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낯선 생명체를 보고 경계하던 돌고래들이 차츰 그에게 다가왔고, 한 마리가 주둥이로 그의 손바닥을 누르며 더 깊은 물 속으로 데려가자 다른 한 마리가 마치 질투하듯 다른 손바닥을 눌렀다. 피부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일시적 호흡 곤란이 오자 돌고래는 그 사실을 알아챈 듯 아브세옌코를 물 위로 밀어올렸다. 아브세옌코는 당시 경험을 "색다르고, 힘들고, 아름다웠다(different, tough, beautiful)"고 표현했다.

 

세계적 다이버도 때로는 바다가 두렵지 않을까. 답변은 이랬다. "물은 하나의 생명체이고, 그 안에 자신의 규율과 법칙을 갖고 있어요. 만약 그것을 거스르려 한다면 인간에게 트라우마를 남기지요. 마음을 활짝 열고 그곳의 규율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자연 역시 우리를 받아들여 줍니다." [조선일보] 오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