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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루 2008. 4. 27. 12:31

 

그는 나름대로의 처세술을 지녔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그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도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선 일단 모르는 척하였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말할 때까지 계속해서 시침을 때는 것이었다. 그리곤 계속해서 순진한 미소와 함께 그 사실에 대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은 큰 호의를 베푸는 것 마냥 약간의 과장까지 섞어가며 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말하게 되었다.

상대방이 그에게 친절하게 되는 이유에는 그의 꽤나 호감가는 웃는 모습이 한 몫을 하고 있었다. 그가 대화 중간에 간간이 지어주는 미소는 상대방에게 근거없는 우쭐함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에게서 더이상의 순수한 웃음은 없었다. 진심을 알기 힘든 웃음과 별다르게 웃기지 않은 말들 뿐 이었다. 상대방의 지식을 먼저 알아 보는 것은 그에게 성격상의 장점이었지만 그는 이런 점을 충분히 활용하지는 못했다.

그는 상대방의 지식을 자신의 지식에 더해 보다 나은 지식을 산출하는 발전의 방향을 따르지 않았다. 상대와 그의 다른 점만을 확인하려 하였다. 그리곤 상대방과 다른 의견을 갖는 대상에 대해서는 그와 더이상의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대부분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서만 찾으려하는 습성을 지녔다. 다른 사람들의 깊은 고민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와 업무적으로나 생활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사람은 오래지 않아 그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언뜻 보기에는 무척이나 세심하고 다른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자상한 사람이지만 깊게 보면 매우 고집이 세어 변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 것을 그 나름대로는 처세술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그것은 사실 고집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시의 발등에 떨어진 일들을 처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에게 그런 일의 원인을 찾아 보라는 것은 무리였다. 눈 앞에서 일어나고 들리는 사건들의 표피적인 사실에만 머물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에게는 너무도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