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 정맥/금남 금북

조은산 2012. 1. 23. 15:46

 

 

 

 

금북정맥  10구간


2007.10.21 (일)

산길 : 부수문이~성거산~태조봉~취암산~경부고속도로

거리 : 18.4km (누계 205.7km)

사람 : 산개미 장산 제이제이 조은산


 

(구간거리)

부수문이~2.3~위례산~4.1~성거산~1.7~걸마고개~3.5~태조봉~5.6~취암산~1.2~[21국도].....18.4km

Cartographic Length = 21.96km / 총소요시간: 06:50

 

 

10(부수문이~경부고속).gpx

 

 

 

 

(25,000지형도 표기지명)

부수문이고개~위례산(△524.0)~우물목고개~사리목고개~성거산(△556.5)~만일고개~걸마고개~유왕골고개~△358.7~도라지고개~태조봉(×422)~아홉싸리고개~유량리고개~장고개~배넘어고개~취암산(△319.9)~경부고속국

 

 

 

이번구간은 천안시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한다. 우로는 입장면과 성거읍, 좌로는 북면과 목천읍이다. 지난차 빗속에서 보이는것도 없어 냅다 달리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청명한 가을날씨 속에서 천안 시가지를 제대로 관망하고, 후반부에는 덤으로 흑성산(519.3m)을 한바퀴 둘러보듯이 시시로 바뀌는 각도에서의 조망이 다리의 피로감을 덜어주었다. 부수문이 들머리에서부터 취암산에서 내려설 때까지 도심지의 등산로가 활짝 열려있다. 금북정맥 전구간을 통털어 이런 수준의 등산로는 다시 만나지 못할 듯하다. 유왕골고개의 정자 옆에는 이동주점까지 있었는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반증이다.


옛 문헌에 나오는 ‘직산위례성’이라는 위례산(524m)은 백제시조 온조의 건국설화를 끌어들이고 있으나 ‘하남위례성’과 더불어 현재도 학자들간에 일치된 견해를 정립하지 못했다. 물론 위례산은 지형도에 나오지 않는 이름이다.

 

 

 


구간 최고봉은 성거산(579m)인데, 공군부대가 선점을 해 부득이 정상석은 그 다음봉인 556.5봉에 설치를 했다. 삼각점(평택22)은 556.5봉에 있었는데, 이 또한 군부대로부터 쫓겨 나온 듯 하다(오래된 지형도에는 현 군부대 자리에, 새지도에는 현재 자리에 삼각점이 표기되어 있다). 성거산 오름길의 포장도로(2.3km)가 다소 발바닥을 아프게 하나 도중에 천주교성지가 있어 그리 지겹게 느껴지지 않았고,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도는 길이 이번구간 유일한 잡목과 가시덤불의 방해를 받기는 하나, 400m의 길지않은 거리로 10분이면 지날 수 있었다.


이후 지형도에 나오는 많은 명칭의 고갯길은 거미줄 같은 도심지 등산로에 연이어 나오므로 장거리 산행에서의 주요 기착점(포인트) 같은 의미는 없고, 사실 어디가 어딘지 정확히 찍기도 힘든다. 지형도에 기재된 고개이름만 부수문이에서 배넘이까지 무려 열한개나 된다.

 

 

 


각 정상석과 마찬가지로 천안시에서 설치한 이정표와 등산로 안내판에는 ‘태조산 주등산로’로 적혀있었는데 이는 최고봉 성거산이 군부대에 뺏긴 차선책인지는 모르겠으나, 군보다 민이 우위를 점한지 오래된 시점에서 군부대를 쫓아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서로 협의하여 철조망 외곽으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등산로를 개척 내지는 개발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철조망 안에 버젓이 자리잡은 거대한 KT시설물을 보니 더욱 그런생각이 든다. -절대 불가침의 영역은 아닌 것이다- 그럼으로써 천안시민들의 위례~성거~태조산 종주 산행로가 개발이 되고, 금북정맥을 찾는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칭찬을 받을 일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10/20 (토)

20:00 서면 출발

23:40 이월저수지 도착

 

 

 


거진 세시간 반만에 잠자리인 이월저수지 정자에 도착했다. 아주 길눈 밝은 여비서 덕이다. 시키는대로 오창IC를 빠져나오니 고속도로 못지않은 17번국도로 연결이 된다. 이월면에서 닭한마리와 카쓰 두병을 싣고, 아주 제집 찾아들 듯 저수지 정자로 쪼삣하니 들어간다.


잠자리가 바뀌면 적당한 수면제가 필요하다. 카쓰 두병으로 그 질은 적당했는데 양이 많은 단점이 있음을 알아내고(?), 다음차 부터는 소주두병으로 바꾸기로 했다. 첨엔 ‘소주 한병’으로 낙찰이 되는듯 했는데, “그거 묵고는 더 맹쑹해 진다”는 소수의견을 받아들여 두병으로 했다.


지난차 야밤에 경운기를 끌고 다닌 모씨, 작은집 들고 옆으로 자진해서 쫓겨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내 보다 더한 소리 들리더라~”는 항변을 한다.

“오잉~!! 또, 언넘이여~??”


 




 




10/21 (일)


(시간표)

07:25 부수문이고개

08:12 위례산

08:58 우물목고개

09:58 성거산

10:23 만일고개

10:35 영인지맥 분기점

10:44 걸마고개

11:23 유왕골고개

11:48 태조산

12:31 유량리고개

13:40 취암산

14:12 21번국도






06:00 기상

두 팀으로 나눈 릴레이전법의 장점 중의 하나가, 진행할 구간 세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게 되는 것이다. 소요시간이 정확하게 나오므로 일찍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밝아지면 시작하기로 하고 알람을 여섯시에 맞췄다. 눈을 뜨니 막 밝아지는 시점이고, 다들 숙달된 조교가 따로없이 집 두채 철거하고 국뎁혀 밥먹는데 그야말로 일사불란(一絲不亂)이다.

 

 

 


07:25 부수문이고개 (270m)

옥정현에 두 사람 널짜주고, 안성으로 돌아 부수문이 고개로 오른다. 키로수 30여에 택시비 돈삼만원 나오것다. 똑똑한 여비서가 있으니 어문데로 들래야 들 수가 없다. 컨테이너 초소 옆 공간에 차를 대놓고 들머리로 향한다. 이 차는 옥정현에서 내려오는 B팀이 끌고 올 것이다.(릴레이 전법)


부수문이고개 (부소문령 扶蘇門領) : 부소문이라고도 하는데 운영리에서 입장면 양대리로 넘어가는 높은 고개. 백제 때 온조왕이 위례성에서 도읍하였을 때 이곳에 부소문을 세웠다하며 소나무고개라고 하는 뜻도 된다고 한다.


출발 20분간은 널찍한 수렛길이고, 그 후로는 길은 좁아지나 이미 고도는 올릴만큼 다 올려져 순탄하게 나간다. 낙엽이 푹신하게 밟히는 그야말로 고전적인 가을길이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무심코 출발하다가 도저히 장갑 없이는 안되겠다. 장갑을 꺼내 끼고, 물도 이제는 따신물이 필요함을 느낀다. 거미들도 다 제갈길로 갔는지 얼굴에 걸리는 것도 없다. 배낭에 달린 온도계는 7℃쯤 된다. 남서에서 북서로 꺾이는 470봉은 생략하고 우측사면으로 질러간다.

 

 

 


08:07 524m (△447재설)

우측을 가리키는 [입장(양대리)] 이정표를 지나 6분 후 돌무더기와 삼각점이 있는 524봉에 오르고 이어지는 능선길 3분 후에 위례산 정상석을 만난다.


08:12 위례산

[기로리] 이정표 뒤쪽으로 정상석이 있는 움푹한 분지형의 터가 나온다. 남서쪽 나무사이로 겨우 시내의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천안시의 심벌마크가 새겨진 정상석 뒷면에는 “백제시조 온조가 이곳에서 최초로 백제를 세운 ‘위례성’의 역사를 안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토성과 석성...” 적혀 있다.


慰禮山

높이는 523m이다. 직산위례성·검은산·신산(神山)이라고도 한다. 차령산맥의 연봉을 이루며 북쪽 비탈면이 급경사를 이루어 천연 성벽 역할을 한다. 산 정상의 위례성터에는 둘레 550m, 높이 약 3m의 흙으로 쌓은 산성을 비롯하여 식수로 사용한 듯한 우물 '용샘'과 문받침돌로 여겨지는 큰돌 반쪽이 남아 있다.

이 산성과 마주하여 안성의 서운산성이 남향으로 축조되어 있어 주목된다. 일부 학자는 서운산성은 고구려 장수왕의 남쪽 끝 기지였고, 위례성은 백제 문주왕의 북쪽 끝 방어선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직산위례성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이곳은 그 동안의 일부 학자들에 의하여 부정된 바 있었던 백제의 첫 도읍지로, 최근에 와서 재조명되고 있다.

 

 

 



 

 

 


하남위례성

TV사극 주몽에서 보았듯이 (물론 주몽은 드라마다) 주몽과 재혼해 고구려 건국에 지대한 공을 세운 소서노는 주몽의 본처인 예씨부인이 낳은 유리가 나타나자 두 아들,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남하해 비류는 미추홀(인천)에, 온조는 하남 위례성에 도읍을 세웠다는 이야기다.


직산위례성이나 하남위례성이나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채 각각 나름대로의 주장과 설(設)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고, 하남에 대해서도 (경기도 하남시가 아닌) 황하강의 남쪽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터이다. 지금부터 2000년전(BC18)의 일을 다시 조명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군단이] 갈림길 안부를 지나 오르면 성거산이 먼발치에 모습을 드러낸다. 왼쪽 건너편 만뢰지맥 능선은 햇살이 너무 강해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이어 유성목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에서는 우측으로 꺾어지며 천안시가지가 넓게 펼쳐진다. 시장저수지 뒤로 보이는 거대한 흰색기둥은 동양엘리베이터 시설물이란다.

 

 



 



08:44 성황당 안부

왼쪽 북면 납안리에서 입장면 호당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인데 큰 당산나무에 오색천이 메여 있다. 왼편에는 주차장이라도 내려는지 터를 조성중이다. 지형도상 명칭은 없는데 마젤란 지형도에는 혁고개(HeyrkGoGae) 로 나온다.


08:58 우물목고개

푹신하게 밟히는 낙엽을 발로 걷어차기도 하며 짙은 가을길 속으로 빠져든다. 하염없이 길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잠시, 송전철탑 뒤로 돌고, 좀더 다가온 성거산을 바라보며 내려서면 삼거리 아스팔트길이다. 우측 뒤편에서 올라온 길이 곧장 올라가고, 왼쪽 갈림길쪽으로 성거산이 쳐다보이지만 그 길은 납안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천주교대전교구 성거산성지]가 정맥이다. 승용차와 택시가 드물게 오르내린다.

 

 

 


09:13 성거산성지 제1줄무덤

우물목을 출발하면서 우측으로 입장면과 성거읍이 갈라지는 능선이 분기한다. 성거산 이름을 딴 성거읍이다. 혹은 그 반대인지도 모를 일이다만, 지난차 서운산도 서운면에 있었다. 지형도에 표기된 사리목고개가 여기 어디쯤으로 보인다. 북면 납안리에서 입장면은 우물목으로, 성거읍은 사리목으로 넘게 되겠다.


[성거산성지] 입간판과 돌표석이 있는 주차장에는 여러대 차가 있고, 우측 조망터에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앉았다가 우리를 보고 한잔하시고 가란다. 뭔지는 모르겠다만 고맙다 답례하고 길을 재촉한다. 조망터에 잠깐 서보니 발아래로 엄청나게 큰 천흥저수지 물이 보인다.

 

 

 


09:18 제2줄무덤

잠시 더 올라가면 성거산순교성지 제2줄무덤 표석이 있다. 무덤은 왼쪽 아래 비탈로 내려간다만 우리는 성지순례단이 아닌 국토순례단이므로, 국토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아직도 콘크리트 포장길은 끝이 안보인다. 바로 우측에 마루금을 두고 도로를 따르는 폼이 창원 불모산 오름길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09:39 공군부대 정문

우몰목에서 여기까지 2.3km에 40분 걸렸다. 혹시나 싶었던 초병들로부터의 제지는 고사하고, 전혀 관심사항 밖인 모양이다. 쳐다보지도 않는다. 사전에 숙지해 온대로 철조망 좌측으로 도는데, 우습게 볼 길이 아니다. 가시덤불은 그렇다치고, 비탈길에 나있는 길이 일부 무너져 내리는 곳도 있어 철조망을 한손으로 잡고, 발 디디기가 조심스럽다.


진행하면서 가만보니, 우측으로 쳐진 철조망이 이중이다. 안쪽에 철조망이 한줄 더 있는 것이다. 그 두 철조망 사이 폭이 2m 정도 되보이는데, 그리로 등로를 내어주면 얼마나 좋겠나 생각해 본다. 지뢰지대도 아닌 것 같고, 양쪽에 쪽문만 내주면 될일인데... 요즘은 뭐든지, 혼자서 떠들어봐야 알아주지도 않으니 단체를 만들어 목소리를 합쳐야 뭔 일이 되는 시대다. 전국중개인연합회, 화물연대에 이어 노점상연합회도 있던데 마루금연합회나 대간정맥연대 같은건 왜 안생기는지 몰러~.


09:49 철조망 끝

다행히 그리 길지는 않아, 400m 거리에 10분 걸렸다. 천안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금북정맥 종주로를 이 넘의 철조망이 두 동강을 내놨다. 부디 천안산꾼님들의 목소리가 모여 철조망을 끼더라도 좀더 ‘점잖고 고상하게’ 종주할 수 있는 산길이 뚫리길 기대해 본다.

 

 

 



 


내려선 안부에서 왼쪽으로 빠지는 길은, 역으로(남에서 북으로) 종주할 때, 군부대를 멀리 우회하는 길이다. 멋모르고 몇발 내려서보니 개울물 졸졸 흐르는 도랑을 건너게 되어있다. 정맥길은 안부에서 그대로 직진이다. 낙엽이 두툼히 깔려 있어 길을 담박에 찾지 못한 것이다. 군부대를 우회하는 동안 왼쪽면계가 갈라졌다. 북면에서 목천읍으로 들어와 있다.

 

 

 


09:58 성거산 (聖居山 556.5m △평택22)

“고려 태조가 이산을 바라보니 산위에 오색구름이 떠있어 신이 계시는 산이라 하고 조선 이태조와 세종대왕이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글귀가 정상석 뒷면에 새겨져 있다. 삼각점은 10여m 직진해야 있고, 정맥은 정상석 우측으로 꺾어 내려간다.


성거산

고려 태조는 직산의 수혈원에 들렸다가 동쪽의 성거산을 바라보니 오색이 영롱하여 그 아름다움을 보고 신령이 있는 산이라 믿으며 제사를 지내도록 했으며, 산 이름을 성거산이라 칭했다 (직산현誌)

 

 

 


10:23 만일고개 [만일사 1.1km]

계단에 로프까지 걸린 급비탈길을 다 내려서면 만일고개 안부다. 대동여지도에 성거산 바로 옆에 망일령(望日岺)이 보이는데 옛 망일령이 만일고개로 변하지 않았나 싶다만 아래쪽 만일사(晩日寺)는 또 어떻게 된건지... 해를 바라보는 고개에서 해가 저무는 고개로 바뀐 셈인가.

 

 

 


10:35 영인지맥 분기점

직진 [좌불상]에 우측으로 [국민은행 연수원]을 가리키는 스텐 이정표 뒷봉이 영인지맥 분기봉이 된다. 뚜렷한 길이 보인다. 동시에 성거읍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그 면계능선 바로 아래쪽에 ‘망향의동산’이 보인다


영인지맥 : 금북정맥 걸마고개 북쪽 200m 지점에서 서쪽으로 분기하여 연암산, 영인산(363.9), 입암산을 끝으로 안성천에 잠기는 44.8km의 산줄기로 안성천의 남쪽, 곡교천의 북쪽 분수령이 된다.


망향의 동산 : 해외에 이주해 살면서 연고지가 없거나 조국에 묻히기를 원하는 1백만 해외동포를 위한 국립묘원으로, KAL희생자 위령탑도 여기에 있다.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는 이곳의 이름을 본떠 만들어졌으며, 휴게소 맞은 편(동편)에도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10:44 걸마고개

우측은 만일사 왼쪽은 삼뱅이(메일골)을 가리키고, [계성군의 묘]와 [숙의하씨 묘]는 각각 반대편을 가리킨다. 숙의하씨는 영의정 하연의 딸로 성종의 후궁중 하나이고, 계성군은 숙의하씨 소생이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SBS의 ‘王과나’의 등장인물이다. 성종은 부인이 열둘이나 된다더만~, 조선 9대임금인 성종은 묘호를 ‘成宗’으로 얻었을 만큼 왕조의 기반을 굳건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집안은 제대로 다스리질 못했나 보다. 후사를 연산군이라는 폭군에게 넘기고 말았으니...


어쨌던 천안은 역사의 고장이라 할 만큼 짚어볼 사연도 많다. 걸마고개는 갈마 갈뫼 등 여럿으로 불리는데 아마도 칡이 많은 고개를 뜻하는 ‘갈뫼’에서 변한 듯 하다. 다른데서도 갈밭고개, 갈전리 등 칡葛자를 쓰는 고개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59 벤치 2개 [상명대학교] 이정표

뺀질뺀질 닳다 시피한 길을 잠시 따르면 벤치가 나온다. 당연히 배낭 내리고 휴식이다. 점심도 준비 안한터라 떡 한조각씩 나눠 먹는다. 우측으로 [상명대학교]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데 앞으로도 그렇지만 도심지길보다 이정표가 더 많은 것 같다.


연이어 정자가 나온다. 그리고 이제부터 많은 인파와 부대낀다. 그야말로 동네 등산로로 요즘 뜨는 산악마라톤 코스로도 적당하겠다. 무릎 아픈 돌길도 없고, 숲도 적당히 볕을 가려 얼굴 거슬릴 일도 없다. 그래 놓으니 평소 속도대로 진행을 했는데도 전구간 평균시속이 3km가 된다.

 

 

 


11:23 유왕골고개

세 번째 정자가 있는 곳이다. 드디어 여기는 막걸리를 파는 주점까지 있다. 막걸리 2,000원에 커피는 1,000원이다. 분위기나 조용하면 한잔씩 하겠다만 너무 소란스러워 얼른 벗어나고 만다.


유왕골(留王洞) : 점말 북쪽에 있는 마을인데 백제시조 온조왕이 위례성에 도읍을 정하고 봄가을이 되면 이곳에 와서 머물면서 농사를 지었다고 목천읍지에 기록되어 있고, 고려 태조 왕건이 태조산에 진을 치고 있을 때 이곳에서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왕이 머물렀다는(留王) 말은 알겠는데, 농사까지 지었다는건 과장으로 들린다. 어쨌던 지형도에 연이어 나오는 고개이름 맞추기 게임이라도 해볼 만큼 고개마다 이름을 갖고 있다. 그에 걸맞게 이정표 기둥에다 고개이름을 적어놨으면 더 좋았을 터다. 우측으로 빠진 △358.7은 암만 둘러봐도 삼각점을 찾지 못하겠다.

 

 

 


11:48 태조봉 (×422)

키보다 높은 초록색 울타리 안쪽으로 길은 이어지고, 울타리를 따라 올라가면 태조산 정상이다. 천안시 심벌마크가 찍힌 삐딱한 정상석이 있다. “천안의 진산으로 고려 태조왕건이 삼국을 통일하기 위하여 친히 산에 올라 오룡쟁주(五龍爭珠)형국의 지세를 살핀 후...” 예닐곱 살쯤 먹은 남자애가 정상석 뒷면의 글을 또박또박 읽어 내린다.


태조산 (천안시의 진산인 태조봉)

고려 태조가 이 산의 서쪽에 주둔함으로써 칭명케 되었다고 전해오는 태조산은 유량천, 산방천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고 정상에 오르면 천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으로...

 

 

 


태조봉을 ‘천안의 진산’으로 소개를 하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주산이니 진산이니 또는 안산이니 하는 용어는 모두 풍수가들의 용어다. 물론 예전 도선국사 이후로 풍수사상이 신앙만큼이나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를 잡았었지만, 100층을 쉽게 부르는 고층빌딩이 솟고, 돈되는 땅이 곧 명당인 요즘 시대에 까지 그 용어를 그대로 쓰는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나 역시 반풍수도 되지 못하는 주제이다만, 그 용어를 제대로 이해를 하고 쓰는지 의문이다.


태조산을 뒤로하면 인파가 확연하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길도 덜 닳은 듯 풀이 밟힌다. 내려서는 길에서는 왼쪽 건너편으로 흑성산이 보인다. 흑성산은 지형도상 아홉싸리고개 직전봉에서 남동으로 분기한다. 한편 아홉싸리고개는 정맥상의 고개가 아니라 왼편 아래 지산리에서 덕산리로 넘어가는 아스팔트 도로상의 고개(하이트맥주 공장)를 칭하는 듯 하다. 즉, 금북정맥에서 흑성산으로 가는 도중의 고갯길이 아홉싸리고개란다.


흑성산(519.3m)

독립기념관 뒷배경이 되는 바로 그 산이다. 흑성산성(흑성문)이 깨끗하게 복원되어 있으나, 성안에는 미군부대를 비롯한 군시설과 TV중계소 등이 있다. 정상부까지 자동차가 올라가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도 있다.

 

 

 

(흑성산)
 
 



(천안시가지)

 


 



태조산을 내려선 안부는 교보생명연수원 빠지는 길이고 다시 올라서면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에서 세운 이정표가 나온다. ‘보1’이라 새겨진 삼각점모양의 물건이 땅에 박혀 있고 이정표 기둥에는 POST 번호가 적혀있다. 3POST로 가는 다음봉은 [전망좋은곳]이다. 교보생명연수원, 중앙민방위학교, 호서대학교를 지도와 맞춰본다. 정면은 천안IC 방향이다.

 

 

 


12:21 아홉사리고개

지형도상 아홉싸리고개인데, [←흑성산2.1 →유량동1.1km] 이정표 따라 왼쪽으로 가면 흑성산으로 가게 되겠다. 태조봉에서 2.5km 지점이고 취암산은 3.3km가 남았단다.

 

 

 


12:31 유량리고개

모처럼 숲에서 벗어나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도로를 터널식으로 덮은 위쪽의 ‘동물이동통로’다. 사람도 동물이니 남의 길로 여길 일은 없겠다. 숲이 훤히 터지니 흑성산 전체가 조망이 된다. 정상부에 페러글라이딩이 두세개 떠다닌다.

 

 

 


12:59 장고개

딱히 고개라 할 것도 없는 안부를 지나는데, 아이들을 동반한 아줌니가 이쪽으로 가면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다. 남의 동네에 와서 그 동네사람들에게 설명을 하자니 영 내키지를 않는다만, 스스로 차려입은 복장도 있는지라(!) 모르겠다 할 수도 없어, 지도에 나오는대로 대충 일러준다. 정맥길이 아닌 동네로 내려가는 길을 난들 어찌 알겠느뇨~.


왼쪽으로 꺾이며 내려서는 내림길에 벤치와 뭉퉁한 바위가 하나 있다. 올라서니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끝에 취암산이 보인다. 아직도 한참가야 할듯하다. 비탈길 다 내려서면 배가 넘어 다녔다는 배넘어고개를 지난다. 과연 배가 넘어 다녔을까... 무넘이고개는 물이 넘었다는 말인가. 이는 마음으로 해석을 해야한다. 실제로 물이 넘어 무너미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농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물이 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또 배가 넘어 다닐만한 그리 높지않은 고갯길임을 강조하는 마음에서 그리 불렀다는 것이다.

 

 


배넘어고개에서 20분 걸려 오른봉에는 돌무더기가 있다. 오늘중 가장 깨끗한 시가지 조망을 보여준다. 성거산이 까마득한데 고속도로는 발아래 와있다. 지형도상 발아래로 신설 21번국도가 터널로 지나가는데 그 입구와 출구가 어디쯤인지 보이지를 않는다.

 

 

 


13:40 취암산 (鷲岩山 319.9m △평택464)

다시 뚝 떨어졌다가 오른봉. 여기서 목천읍의 경계는 우측으로 빠지고 정맥은 이정표상 [동우아파트]쪽이다. 정상석은 없고 잠깐 더 나가면 삼각점이 있다.


벤치가 있는 곳에 ‘책을 든 남자’가 앉아있다. 가을철 이런 산길에서 읽는 책은 어떤 책일까. 그런 여유가 부럽다. 취암산 이름값을 하는 암봉이 볼록 솟아있다. 영판 매(鷲)의 머리가 목천읍을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이다. 암봉을 우측으로 돌아 나가면 계단길이 나온다. 이제 끝이 나는가 싶지만 늘 그랬듯이 산길은 자꾸만 늘어난다. 아파트 안방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절개지에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정맥꾼들만 다니는 길이다.

 

 

 


14:12 21번국도

아파트를 왼쪽에 두고, 아파트 갓길을 따르는데 편편한 분지형태라 길찾기가 만만찮다. 가능한 왼쪽으로 붙는 기분으로 숲을 이리저리 헤치며 나가면 발아래로 철계단이 나오고 국도와 이어진 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인다.


먼저 도착한 B팀의 산개미님과 제이제이가 반겨준다. 어쩌다 한번씩 짜장면이 땡기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라. 눈앞에서 펄럭이는 짜장면 글자를 못본 채 한바쿠 헛돈 후에야 제대로 찾아들어 간짜장 하나씩 주문을 했다. 천안의 간짜장에는 계란후라이가 없다는 사실을 부산사람들은 미처 몰랐다.



 

 

(천안시를 관통하는 금북정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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