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 정맥/금남 금북

조은산 2012. 1. 23. 15:53

 

 

 

 

금북정맥  16구간


2008.03.02 (일)

산길 : 스무재~오서산~아홉골

거리 : 19.6km (누계  331.7km)

사람 : 산개미 장산 제이제이 조은산

 

 

 


(구간거리)

스무재~3.0~물편고개~3.2~우수고개~2.2~오서산(-1.5)~7.0~생미고개~4.2~아홉굴고개...19.6km

Cartographic Length = 24.85km / 총소요시간: 07:51 (오서산왕복 3.6km)

 

 

16(스무재~아홉골).gpx

 

 

 

 

 

백월산에서 숨을 고른 금북정맥은 다시 힘차게 북진한다. 보령 청라면과 청양 화성면의 경계를 따라 스무재-은고개-가루고개를 거쳐 올라가면 금북정맥의 최고봉인 오서산(790m)이 내륙과 해안을 굽어보듯 위용을 자랑한다. 오서산을 지나면 지금까지의 불쑥불쑥 솟아오른 산세는 돌연 자취를 감춘다. 오서산에서 내려선 다음 홍성읍 살포쟁이고개까지의 20여km는 말 그대로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야트막한 능선이 이어진다. 살포쟁이고개를 넘어서야 홍성의 진산이자 산다운 산인 백월산(394m)을 만난다. (대전일보 기사 스크랩)


“萬世保寧” 표석이 있는 스무재에서 오서산까지는 보령과 청양의 경계로 이어진다. 오서산 능선에 올라서면서 홍성군의 경계에 서고, 봉수지맥 분기봉에서 내려서면 온전히 홍성땅으로 들게 된다. 홍성 장곡면 들판을 북으로 횡단하는 정맥 마루금은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니라는, 글자 그대로 비산비야(非山非野)의 밭둑과 농로를 타고 간다. 서해안 고속도로 ‘광천IC’ 이름을 지은 광천면에 불식간에 들었다가, 구간을 마친 아홉골 마을은 광천면과 홍동면의 경계에 있다.


오서산에서 내려온 정맥이 공덕고개를 지난 다음 북으로 방향을 바꿔 광성리 들판으로 내려앉는 반면, 그대로 세력을 잃지 않고 동쪽으로 뻗는 산줄기가 있는데, 정맥에서 가지를 쳐낸 봉수지맥이다. 왼쪽으로 삽교천을, 오른쪽으로 무한천을 가르는 봉수지맥은 숫고개, 봉수산(483.4m)을 넘어 삽교천과 무한천의 합수점인 예산군 신암면 신택리까지 도상거리 47.5km가 된다.


금북정맥의 최고봉이고, 보령시에서 “서해안 최고봉”으로 소개한 오서산에 오르면서, 서해바다를 내려다 볼 기대를 잔뜩 가졌었는데, 싸구려(!) 중국산 황사로 인해 뿌연 하늘만 바라보며 숨한번 크게 못쉬고 발길을 돌렸다. 스무재 출발 후 오서산을 내려오기까지 등산로는 그야말로 둘이서 어깨동무라도 하고 갈만큼 넓게 열려있었고, 오서산 자락에서 다 내려선 마을길과 밭둑은 따스한 햇살을 받아 물렁해진 황토흙이 등산화에 한뭉치씩 달라붙었다.


장곡면 마트에 잠깐들러 군것질을 하는 여유도 부려보고, 이후 농로인 마을길을 따르는 동안 먼저 지나가면서 흘려놓은 소똥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따라갔다. 한가하게 배낭매고 유람하는 처지(?)에 봄맞이 분주한 농심을 나무랄 일도 아니다. 싫으면 안가면 되지...






3.1 (토)


오랜만에 장산님 차가 출동한다. 19시 부산을 출발해 청양읍내에 들어가니 23시가 막 지난다. 별시리 땡기는 무엇이 있는곳도 아니건만, 그래도 하룻밤 맺은 인연이라고, 지난번 묵었던 리젠드모텔로 자연스레 들어간다. 두 번째로 왔으니 5천원 깎아달라 했더니, 기본이 3만원인데 사람 넷에 꼴랑 5천원 더받는걸 깎자느냐 한다. “아, 우리가 사람으로 보이요~?” 했지만, 아줌마 눈엔 틀림없는 사람으로 보인단다.





3.2.(일)



(시간표)

06:50 스무재

07:42 물편고개

08:34 보령고개

08:51 우수고개

09:31 가루고개

10:40 오서산

11:30 공덕고개

13:03 신풍고개

13:49 생미고개

14:06 생미고개

14:40 아홉골



 
(스무재)

 

 


변함없이 두 사람씩 짝을 맞춰 장산-제이제이가 뒷구간이고, 산개미-조은산이 앞구간이다. 지난차 구간을 서로 바꾼 셈이라. 05:30에 기상하여 여관방에서 준비해온 아침을 먹고, 학당리로 간다. 지난번에 한번 왔던 곳이라 어둠 속에서도 눈은 밝다. 장산님과 제이제이 널짜주고 스무재로 향한다. 어둔 밤이라 네비게이션 없이는 이 짓도 못한다. 스무재 아랫마을 ‘장계리’를 찍고 따라가니 여주재를 넘어간다. 대간 정맥을 하면서 차로 넘는 고갯마루에서 고개이름 아는 채 하는 맛이 쏠쏠하다. 추억이 스며있는 고갯마루에서 느끼는 감흥을, 산꾼이 아님사 그 맛을 알겠냐만,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06:50 스무재 (106m)

길바닥에 박힌 수준점 옆에 차를 대고 행장을 꾸리는데, 택시하나 미끄러져 들어오더니, 역시나 산꾼 넷이 내린다. 이 시각에 이런데 올 사람은 열이면 열 산꾼 밖에 없다. 향토색 짙은 전라도 말씨의 부부산꾼팀 인듯한데 우리와는 반대방향이다. 산마루의 공제선이 희미하게 드러나는 시각이다. 하늘은 씨커먼게 금방이라도 뭔가 내려올 폼이다. “비 조금, 황사 지독”의 예보를 받은 날씨다.


건너편의 널찍한 수렛길로 드니, 우측 산길로 리본들이 안내를 한다. 묘터에서 돌아본 백월산은, 오르기 전에는 긴가민가했던 것이, 이제 한눈에 알아보겠다. 처음넘는 묵은 고개는 지도상 은고개로 보이는데 오늘구간에 참 고갯길 많다. 고갯길 없는 산줄기가 있냐마는 그 많은 고갯길마다 다 이름을 갖고 있으니, 고개이름 다 떠올리기도 만만찮다. 아직 어둑한 시각인데 왼쪽 마을에는 아침꺼리로 떼거리로 잡는지, 개짖는 소리가 온산을 울린다.


오서산을 왼쪽으로 보며가다가, ×267봉에서 왼쪽으로 트니 오서산은 정면으로 오는데 갑자기 내리막이다. 그나마 지긋하게 올린고도를 한방에 까먹는데, 얼마나 가파른지 오르막보다 더 힘든 내리막이다. 그 비탈만 다 내려서면 길은 순하디 순한, 진양기맥에서 본 간판 “전국최고의 웰빙등산로” 못지않다.


이 구간 역시 송전철탑이 많다. 따라가는게 아니라 정맥을 넘어가는 전깃줄이고, 한둘이 아니라 한 곳에서 쳐다본 하늘은 거미줄이 생각날 정도로 어지럽다. 철탑을 지나니 귀로는 차소리가 희미하게 들어오고, 코로는 꾸리꾸리한 냄새가 스며든다. 알고보니 우측의 닭 공장에서 풍기는 냄새다.


07:42 물편고개 (126m)

610번지방도로 2차선 아스팔트다. 커다란 ‘대천해수욕장’ 간판 뒤로 오서산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바로 옆마을이 물편이라 산꾼들끼리 통하는 명칭일 것이다. 물편이란 말은 시루떡이 아닌 떡을 지칭한다는데, 절편이란 말은 흔히 들어봤지만 물편은 생소하다. 혹은 군소재를 달리하는 마루금 양편에 물편마을이 있는걸 보면 떡과는 무관하고 물과 관련한 지명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마을과 인접한 산길이라 시골마을의 내음이 그대로 전해온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땅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인가 보다. 농사법에 대해 따로 물어볼 필요도 없이 원초적인 냄새로 바로 알아챌 수가 있다. 마루금을 타면서 참으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한다.


08:34 보령고개 (삼포재 216m)

지도에는 거창하게 이름이 붙어있다만, 짐승이나 넘나들 만한 낙엽 수북한 고갯길이다. 유달리 이 지역은 고개마다 이름이 붙어있다. 우측아래 논 가운데에 누군가가 불을 피워놓았는데 불길 높이가 적잖이 걱정스럽다. 바람이 없는게 다행이다만, 그 불길의 속마음을 우찌 짐작할 수가 있겠으며, 내맘대로 조절이 가능하다면 산불 날 일도 없을 것이다. 사방 둘러가며 납골함을 만든 가족묘터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천마산부터 백월산까지 한눈에 다 들어오는 자리다.


×258봉을 넘고는 우측으로 휘도는 지형이다. 왼쪽으로 돌아내리니 철망 울타리가 나온다. 울타리 안쪽이나 바깥쪽이나 별반 다름없는 산비탈인데 돈들여 울타리를 두른 이유를 모르겠다. 울타리 끝부분 절개지 아래는 아스팔트 도로다.


08:51 우수고개 (위수고개 192m)

자치구에 따라 빈부의 격차가 있음인지, 아스팔트 포장인데 보령쪽은 2차선, 청양쪽은 아직 1차선이다. 건너편 절개지로 올라서면서 오서산 본자락에 들게된다. 그렇지만 여유를 두고 서서히 높아지고 길 또한 널찍하게 열려있어 부담은 전혀 없다. 눈발이 살살 흩날린다.


09:31 가루고개 (380m)

그렇긴 해도 800m 가까운 오서산까지의 오름이 부담되는건 사실이다. 왼쪽 하늘위로 쳐다보이는 오서산은 주눅이 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왼쪽 아래 염불소리 들리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휴양림 산막이 보이기도 하는데 지도에 나오는 월정사는 보이지 않는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독경이 일정한 리듬이 있어 발걸음에 흥을 실어주기도 한다. ×385봉까지 올랐다가 잠시 떨어지면 노송과 잔자갈이 어울린 분위기의 가루고개에 내려선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오서산휴양림으로 이어지겠다. 묘터 뒤로 올라서니 왼쪽 아래에서 올라온 더 넓은 수렛길을 만난다. 비탈이 만만찮은데도 바닥에 바퀴자국이 찍혀있다. 지능선에 올라서니 [오서산2.0km] 이정표가 있고 내쳐 10분 더 오르면 오서산 갈림길이다.


09:49 능선 갈림길(525m) [←오서산1.7km 광성주차장→]

정맥은 우측이고, 오서산은 왼쪽으로 왕복 3.6km 거리에 한시간반은 잡아야 된다. 암만 갈 길이 바쁘다고 해도 금북정맥의 최고봉을 생략 할 수가 있겠나. 그런 연유로 미리 구간 거리를 짧게 잡기도 했다. 지체없이 오서산으로 향한다.


위로 쳐다보이는 오서산 봉우리가 제법 멀어 보인다. 능선에 바람이 밀어올린 눈이 두텁게 쌓여있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눈을 피해 나가려니 발걸음이 수월치 않다.  20분 후 왼쪽 휴양림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는 넓은 사거리 안부에 이른다. 등산로안내도와 우측으로는 내원사를 가리킨다. 맞은편 비탈은 아이젠 없이는 오르지도 못할만큼 눈이 얼어붙었다. 지난번 백월산에서 욕본 일이 있는지라 아이젠은 야무지게 챙겨왔다.


급비탈 오름길을 왼편으로 돌기도 하며 조망바우에 올라섰다. 대단한 기대를 했건만 뿌옇기만 하다. 볼일없이 발길을 돌리고 남은 오름 마저 올라 정상인가 싶어 돌아보니 정상석은 왼쪽 건너편 봉우리에 있다. 2분거리다. 바람이 매서워 벗어 넣었던 윗도리를 꺼내 입었다.


10:40 오서산 (烏棲山 790.7m △대천23)

3단으로 이어붙인 큰 정상석은, 너무 무거워 나눠 옮겨 붙인건지 모르겠다. 도솔봉 정상석을 올릴 궁리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기 때문이다만, 우리처럼 헬기를 지원받을 형편이 못된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제대로 살펴보고 감흥에 젖을 분위기는 고사하고, 씨커먼 하늘에 공기조차 누런 황사라 숨도 맘놓고 못쉴 지경이다. 서해바다는 보여주지 않더라도 바람이나 덜 맵지. 콧물을 훔치며 하릴없이 돌아선다.


묘한 것이 지리원의 5만지형도 도엽은 ‘보령’인데, 삼각점 명칭은 ‘대천’으로 표시되어 있다. 2만5천 지형도의 도엽으로 보더라도 ‘대천’이 아니라 ‘나원’에 속하기 때문이다.

 

삼각점 명칭에 대해 국토지리정보원에 문의한 바,

 

ㅇ 문의하신 삼각점은 우리원에서 복구한 삼각점으로 설치당시(1986년)에는 1/50,000지형도의 도엽명이 대천이었습니다. 

1998년('99년?) 도농통합으로 대천시와 보령군이 합쳐지면서 보령시가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1/50,000도엽명을 대천에서 보령으로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ㅇ 따라서 삼각점의 명칭도 대천23에서 보령 23으로 변경되었습니다.

ㅇ 그러나, 해당 삼각점은 복구당시(1986년)의 5만 도엽명(대천)을 부여하여 설치하였고, 명칭을 바꾸기 위해 삼각점을 다시 설치하기는  곤란 하여, 현장에 있는 그대로(대천23)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ㅇ 도농통합으로 인한 5만지형도 도엽명이 변경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천→보령,  선산→구미,  삼천포→사천,  이리→익산,  충무→통영,  점촌→문경

 

 


(오서산 정상)


 


오서산 (烏棲山) 

충남 보령시 청소면과 청라면, 홍성군 장곡면 경계에 있는 오서산(791m)은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나침반 혹은 등대 구실을 하기에 예로부터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려왔다. 정상을 중심으로 약 2km의 주능선은 온통 억새밭으로 이루어져 억새산행지의 명소이기도 하다.


이름난 산이라 그런지 오늘같은 날씨에도 한 무리의 산행객이 북쪽 능선을 타고 내려온다. 우리가 올라온 공덕고개쪽 보다는 정암사쪽에서 올라오는 코스가 일반적으로 보인다. 북으로 1km 거리의 약760봉(25000 지형도에는 한글로 ‘오서산’ 표기)에서 여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억새능선이다. 760봉에는 멀리서도 뚜렷한 정자가 보인다.


다시 올라왔던 곳으로 내려선다. 오름길에 잠깐 머뭇거렸던 조망바위에서 진행할 마루금이 훤하게 보이는데, 공덕고개를 지나 계속 뻗는 봉수지맥이 차라리 정맥처럼 보이고, 정작 금북 마루금은 왼쪽 광성리 논바닥으로 꺼져버리는데, 과연 마루금이 이어지기나 할까 의문이 들 정도다.


11:15 능선 갈림길 원위치

눈덮힌 비탈은 내려오기가 더 어렵다. 4발 아이젠의 착지 각도가 오름보다 내릴 때가 훨씬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먼길이다. 왕복 3.6km에 한시간반 가량 걸렸는데, 정상에서 더 꾸물거리기라도 한다면 두시간은 잡아야 할 거리다. 가루고개에서 올라섰던 T자 삼거리에서 그대로 직진한다.


10분 진행하니 왼쪽으로 [←광성주차장1.3km] 하산길이 나오고, 다시 5분 후에는 [←광성주차장3.3km] 이정표가 나오는 공덕고개다. 광성주차장이 어디 있길래, 5분 거리에 2km 차이가 나노?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정표다. 지난구간 백월산 앞에도 공덕재가 있었는데 여기는 공덕고개다. 공덕이야 많을수록 좋은거다.


봉수지맥 분기점 (11:45~12:15 점심)

잠깐 올라가면 너른 평상이 있는 봉, 여기서 직진은 봉수지맥이고 정맥은 왼쪽 내림길이다. 평상에 배낭 내리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장비점에 파는 즉석건조식품 ‘바로비빔밥’을 한봉지 시험삼아 가져왔다. 보온병의 뜨신물을 부어놓고 10분을 기다리라는데, 3분짜장은 몰라도 10분은 너무하다. 한 성질 하시는 산개미님은 그새 도시락통 다 비웠다. 멍청하게 기다리기엔 너무 긴 세월이라 이 비빔밥 먹으려면 책이라도 한권 갖고 다녀야겠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게 라면보다는 나아 보인다. 돈이 얼만데...(2,900원)

 

 


 


(봉수지맥 분기점)

 


 

봉수지맥길은 활짝 열려있다만 정맥은 비탈도 비탈이지만 이건 길도 아니다. 오지 지맥 수준이다. 많이들 안다녔다는 얘기인데, 그도 그럴것이 [광성주차장]을 가리키는 두군데 이정표에서 어디든 왼쪽으로 내려서면 이쪽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있으므로, 잠시 ‘임도사랑’에 뜻을 두면, 이런 길에서 허우적 거릴일 없는 것이다.


얼어붙은 급비탈에 긴슬라이딩 한판 먹고, 엉댕이 다 베렸다. 지난달 산개미님은 잘못 미끄러지는 바람에 손가락이 탈골하는 부상을 당했는데, 다행히 손상된 부분은 바지 엉댕이 뿐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잡목을 헤치며 내려오니 임도가 나온다. 북사면이라 하얀 눈이 소복하게 깔려있다. 임도를 그대로 건너 다시 잠깐의 잡목지대를 헤쳐야 된다.


12:48 임도길 안부 (119m)

비탈이 끝나고 묘터로 내려서니 하늘이 말짱해 지면서 햇살이 나온다. 아직도 오서산 산정은 구름이 둘러싸고 있지만 속세에는 광명이 찾아왔다. 광성리 마을이 지척인 임도 안부는 해발고도가 겨우 100을 넘는다.


신풍저수지 

광성리 바닥까지 내려온 정맥은 신풍저수지 옆을 스쳐 지나는데, 신풍저수지는 삽교천 최상단에 있는 못으로 삽교천의 발원지로 봐도 무리가 없겠다. 하구에서 무한천, 곡교천과 합수하여 아산만으로 들어간다. 삽교천은 유역면적으로 비교하면 남한 일곱 번째이고 만경강 형산강보다 넓다.(07건교부통계연보)

 



(삽교천의 발원, 신풍저수지)
 
  

 

 

 (밭둑 따라가는 금북정맥 마루금)

 

 


13:03 신풍고개(86m)

오서산을 내려서고 첫 번째 만나는 시멘트길인데, 이제 아홉골까지 이런 시멘트길을 수시로 건너고 따라가게 된다. 해발고도 역시 아홉골까지 100m를 넘지 않는다. 우측에 민가가 지척이고 내려선 쪽으로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제 마칠 때까지 산길은 없다. 마을을 지척에 두고, ‘들로 산으로’가 아니라 ‘들로 밭으로’가 이어진다. 수시로 접하는 마을길 농로에는 달구지가 지나가면서 흘려놓은 소똥을 요령껏 피해 밟고, 그 구수한 냄새가 코에 젖도록 따라 다닌다. 꽃밭굴고개라 부르는 화계리 밭에는 밭고랑 다듬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지나는 산꾼에게는 관심줄 여유도 없다.


산길을 걸으며 꾸준히 새로 돋아나는 야생화가 있을라나 두리번거렸지만 보이지 않다가 밭둑에 돋아나는 조그만 보라색꽃을 찾아냈다. 삼규쌤한테 물어보니 논두렁에 흔한 ‘큰개불알풀’이란다. 흔하거나 말거나 내 눈에 처음 띈 봄꽃에 틀림없다. 꾸리하던 소똥냄새가 이제 구수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13:55 장곡면

아랫생미 마을의 짤록한 고갯길 다음에 나오는 시멘트길에서는 우측 멀리 교회도 보인다. 군것질 생각이 동하는지라 지루한 ‘밭길 따라가기’를 잠시 접고 마을로 향한다. 장곡면 시내다. 면사무소 파출소가 있고 농협하나로 마트도 있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생미고개로 올라간다. [최신식 조합장의 당선을 축하합니다] 프랭카드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조합장을 구식에서 최신식으로 바꿨다네여~...”


14:06 생미고개

96번 도로를 따라 면소무소 앞을 지나 고갯마루로 올라서면 [신동마을]과 [3-1운동 기념광장]이 가리키는 시멘트길이 정맥이다. 올라가면 우측에 넓은 터가 나오는데 [3-1운동 기념광장]이다. 설명문을 보면 화계리 앞산 매봉재에서 만세를 불렀단다. 지도에 매봉재란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만 지나온 신풍고개나 꽃밭굴고개쯤 되겠다.


뒷구간 백월산을 넘은 장산님과 제이제이는 벌써 산행을 마쳤단다. 우리는 아홉굴까지 아직도 두시간정도 더 남았는데 좌우간 빠른 사람들이다. 저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려다가는 가랭이 째질까 무섭고 그렇다고 무한정 기다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짧은 다리나마 부지런히 옮긴다. 사실 이제는 마루금의 의미도 없이 시멘트길로만 이어진다.


기독교의식에 따라, 술과 음식을 놓고 제사를 올리지 말라. 적발시 강제파묘 하겠다는 어마무시한 경고문이 있는 교회묘터를 지난다. 잠시 비포장 수렛길을 따르다보니 △84.2 삼각점이 있는 곳으로 보이는 묫등과는 제법 벌어져 찾기를 포기한다. 양쪽 논 사이로 곧게 일직선으로 난 농로에도 역시 소똥이 즐비하다. 이 넘의 구루마는 빵꾸라도 났나. 흘려놓은 정도가 아니라 숫제 뿌려놓은 정도다. 직선의 농로 저편에 안면있는 차가 기다린다.

 

 

(운용리)

 


14:30 운용리 삼거리

지도에는 점선으로 표기되 있지만 시멘트길이다. 삼거리 한가운데 장산님과 제이제이가 기다린다. 배낭벗어 차에 싣고, 아홉골까지 줄창 시멘트길로 이어지는, 그 자체가 마루금이므로 굳이 두발로 밟을 필요를 못느끼고, 못이긴채 차에 얹힌다. 불감청고소원이다.



14:40 아홉골 (84m)

아홉골까지 도상 2.6km를 차를 타고 진행한다. [홍원리 하원마을] 팻말이 있는 사거리는 아스팔트길이다. 배낭 맨 채 걸어가면서 볼록거울 쳐다보고 찍던 사진을 오늘은 차에 앉은 채 찍어본다. 암만 평지라도 최소 한시간 이상 걸릴 거리를 10분만에 해치우고(!) 아홉골 원천리 중원마을 표석이 있는 아홉골고개에 도착했다. 하기사 압실마을 가는길에서는 5km가 넘는 길을 택시타고 가기도 했었다.



청양으로 나와 목욕탕에 들러 황사먼지 말끔이 씻어내고 사람의 형태로 변환한 다음 집으로 간다. 지난차엔 함양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오늘은 이른 시각이라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의령으로 들어갔다. 의령경찰서 앞에 있는 40년 전통의 복순할매 국밥집을 찾았다. 구수한 소고기국물맛은 다음에 또 찾을만 하다.

 


 

 

('집으로~'... 37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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