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 정맥/금남 금북

조은산 2012. 1. 23. 15:54

 

 

 

 

금북정맥  18구간


2008.03.16 (일)

산길 : 나본들~가야산~일락산~상왕봉~무르티

거리 : 20.5km (누계  374.4km)

사람 : 산개미 장산 제이제이 조은산

 

 


 

 

(구간거리)


나본들고개~1.1~뒷산(449)~4.2~가야산가야봉(677.6)~1.8~석문봉(653)~1.7~일락산(516)~5.4~상왕산(309)~5.3~동암산(176.3)~1.1~무르티고개..........20.5km

Cartographic Length = 22.06km / 총소요시간: 07:52

 

 

18(나본들~무르티).gpx

 

 

 

 

[산경표]....... 가야산(伽倻山) 성국산(聖國山) 팔봉산(八峰山) 백화산(白華山) 지령산(知靈山) 안흥진(安興鎭)



어제에 이은 이틀째 산행이다.

05시 기상하여 아침밥집을 찾는데, 번화가로 짐작 되는 곳을 크게 한바퀴 돌아도 식당이 언뜻 눈에 띄지 않는다. 따로 알아놓지도 않은 이유는 경험상 어두운 새벽에 불켜진 곳을 찾으면 바로 식당이겠거니 했는데, 불을 보고 다가가면 엉뚱한 ‘스포츠마사지’ 간판이다. 뭐하는 곳인지, 메뉴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간판이다. 두세 번 헛질을 한 다음에야 홍주성문 앞에 불 켜진 ‘광명식당’을 찾아냈다.


홍성 선지국밥의 컨셉은 ‘맑고 담백함’ 쪽이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체질인 ‘벌겋고 얼큰함’ 보다는 몇프로 모자라는 맛이었다. 그렇더라도 맛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아닌 무대뽀 노가다들이 맛타령하게 됐나.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다. 도시락통에 밥 한공기, 보온병에 온수가득 채워 넣고 일터로 나선다.


어제 덕숭산을 넘었고 오늘은 가야산(伽倻山 677.6m)이다. 합천의 국립공원 가야산(1,430m)과 한자는 똑같다. 옛 伽倻國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해인사를 품고 있는 합천 가야산보다도 옛 조상들의 자취를 더 많이 간직하고 있다. 서산과 예산의 경계에 있는 가야산은 주변 여러봉을 묶은 전체 산군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주봉인 가야봉, 동으로 원효봉, 북으로 석문봉, 옥양봉 등 전체가 가야산이며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애석하게도 주봉에는 통신시설이 들어앉아 있어 정상부에 올라설 수가 없다.




(시간표)

06:50 나본들

07:42 한티

09:10 가야봉

10:08 석문봉

10:57 일락산

11:48 목장초지

12:25 상왕산

13:28 삼화목장 출입구

13:44 가루고개

14:02 모래고개

14:19 동암산

14:42 무르티고개







06:50 나본들 (165m)

어제와는 반대로 아홉골에 장산님과 제이제이를 내려주고 우리가 나본들로 간다. 고려부페식당 앞마당 한켠에 차를 세우고 장비를 챙기는데 아뿔싸, 물을 안 담았다. 보온병에 끓는 물만 채우고 물병은 빈병 그대로다. 도리없이 식당 뒷문으로 들어가 보니 폐업한지 오래된 듯 방바닥과 테이블에 먼지가 두텁게 쌓여있다. 물론 사람은 없는 빈집이다. 주방 수도꼭지를 보이는대로 다 틀어보지만 바람 빠지는 소리만 피익~하고 날 뿐 반응이 없다. 포기하고 밖으로 나오면서, 뒷마당 쪽으로 나있는 마지막 수도꼭지를 별 기대없이 돌렸는데 물이 콸콸 쏟아진다. 이런 고마운 일이 있나. 청탁불문하고 한병 가득 담았다.


식당 왼쪽 비탈로 오르면 북쪽 하늘 높이 보이는 가야봉과 원효봉이 아득하기만 하다. 한차례 올라서면 넓게 터를 조성해놨는데 전원주택이라도 들어설 모양이다. 리본을 따라 산길로 들면 초장부터 땀을 빼는 까꼬막이다. 뒷산까지 300m을 올리는 작업이다.


07:25 뒷산 갈림길

꼬빡 35분 걸려 주능선에 올라섰다. 왼쪽이 뒷산이고, 정맥은 우측이다. 뒷산은 뒷전이고 가야산을 향한다. 능선에 올라서면서 서산시 해미면과 접하고, 해미면계는 일락산까지 이어진다. 하늘이 뿌연게 오늘도 황사 영향권에 드는 모양이다. 가야봉을 향해 내려서는데 한티고개 건너편에 한쪽면이 완전히 잘려나간 산이 보인다. 지도에 태양석산으로 표기된 곳. 이른 아침부터 돌 깨는 소리가 요란하다.

 

 


07:42 한티고개 (307m)

넓은 공터인 안부에 내려서니 원두막 같은 정자와 한쪽에는 화장실도 있다. 난데없는 하얀 진돗개 한마리가 공터를 한바퀴 돌더니 왼쪽길로 내려간다. 따라가며 불러봐도 들은 척도 아니하고, 개가 내려간 곳으로 [해미성지] 팻말이 보인다.


해미성지, 한티고개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 등 지속적인 조정의 천주교 박해기간 동안 내포지방에서 체포된 천주교 신자들이 해미군졸들에 의해 압송되어 넘던 고개가 한티고개다. 해미 고을은 조선 초기에 병마절도사가 치소 하던 곳이고, 조선 중기에는 현으로 축소 개편된 진영에 1,500여 명의 군사를 거느리는 무관 영장이 현감을 겸하여 지역 통치를 하던 곳이다. 내포일원의 해안 국토수비를 명목으로 진영장은 국사범을 독자적으로 처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해미 진영(지금의 해미읍성)의 두 채의 큰 감옥에는 내포 지방에 끌려온 천주학 죄인들이 항상 가득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박해 동안 처결된 천주교 신자의 수는 수천으로 추정이 된다. 해미읍성 옆에 조성된 해미성지에는 기념성전을 건립하여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셔놓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순교지 일대는 "예수 마리아!" 기도 소리를 "여수머리"로 알아듣던 곳이 이제는 주민들의 입으로 여숫골 이라는 이름의 땅이 되어 오늘의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티고개)


 


지난주 한남에서 김대건신부의 망덕고개(미리내성지)를 지났고, 오늘은 금북에서 해미성지를 지나게 되는데 연이어 천주교 성지순례를 하게 되는 묘한 상황이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다만 일부러 공들여 찾아올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정맥을 하면서 더불어 불식간에 여러 가지를 얻게 된다. 


한쪽 구석에 있는 화장실도 의외로 깨끗하다. 누군가 관리를 하는가 보다. 이제 본격적인 가야산 오름길에 들게되고 △411.2봉을 지나 [←한서대학 1시간] 팻말이 걸려있는 뚜렷한 갈림길을 지난다. 돌아보면 한서대 건물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가야봉 시설물은 조금씩 다가오는 대신 뒷산 봉우리는 점차 희미해진다.


이어지는 봉우리. 하나씩 넘을 때마다 가야봉이 조금씩 당겨오다가 마침내 봉우리 뒤로 숨어버린다. 이윽고 ×470봉에서는 지나온 산줄기가 모두 드러난다. 덕숭산에서 내려와 도로를 건너고, 뒷산에서 여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가 너무도 선명하다. 햇살이 따갑다. 그도 그럴것이 키작은 나무와 억새만 남은 봉이라 햇볕에 그대로 노출이 된다. 가야봉은 생각보다 멀다.


09:10 가야봉

둘러친 울타리의 남쪽 쪽문 앞이다. 한티에서 3.5km에 한시간반이 걸렸다. 철문 앞에 배낭내리고 물 한잔 마시는데 깃털이 불그스름한 작은새 한 마리가 나무 끝가지에 앉아 있다. 이름을 알아야 불러나 보지....곤줄박이였다.


철조망은 이중으로 둘러쳐있다. 철문 빗장은 자물통없이 걸려있다만 무리해가며 남의영역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왼쪽(서)으로 우회길을 알리는 리본이 걸린데로 들어가니 철조망과 그리 벌어지지 않고 따라간다. 북쪽 철조망 끝까지 정확히 370m다.

 

 


가야산 (677.6m)

충남의 예산군과 서산시의 경계에 있는 가야산은 근동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이며 유난히 문화유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국보급 문화재인 일명 ‘백제의 미소’로 불리고 있는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비롯해 보원사지, 명암사지, 명종대왕태실, 개심사, 일락사, 문수사, 송덕암 등의 사찰과 명소들이 모두 주위에 위치하고 있다.  산세가 완만하고 풍경이 아름다워 부담 없는 산행을 즐길 수 있는데, 문화유산 체험의 기회도 함께 할 수 있어 연중 많은 관광객이 붐비고 있는 명산이다. 주봉인 가야봉을 중심으로 원효봉, 석문봉, 옥양봉, 일락산, 수정봉, 상왕산등의 크고 작은 봉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야산의 정상이라 볼 수 있는 가야봉(혹은 가사봉)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우횟길 옆에는 온갖 쓰레기들로 지저분하다. 철조망 안쪽에서 내던져진 물건들로 보인다. 그나마 다른데서 흔히 보는 ‘지뢰주의’ 팻말이 없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울타리를 다 돌아 북쪽끝단에 올라서니 여기는 쪽문도 없다. 중계소 정문은 동쪽에 있고, 덕산면에서 자동차로 올라올 수도 있다.


암릉에 서면 북쪽으로 석문봉이 보이고 그 우측에 솟은 봉은 옥양봉이다. 로프를 잡고 내려서면 갈림길 안부다. [→주차장] 이정표는 덕산도립공원 상가리 주차장을 말하고, 오얏골 아래 흥선대원군의 부친인 남연군묘가 있다. 대원군이 부친의 묘를 경기도 연천에서 이곳으로 이장한 후 아들이 왕(고종)이 되었다는 이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능선 도중에 바윗장을 여러장 쌓은 듯이 솟아있는 봉우리는 마치 기백산의 누룩덤을 연상시킨다. 양쪽으로 우횟길이 있다. 오얏골로 내려가는 [→주차장] 이정표를 하나 더 지나고 로프걸린 암릉으로 오른다. 돌아보면 가야봉은 하마 멀어지고 석문봉의 펄럭이는 태극기가 보인다.


10:08 석문봉 (石門峰 ×653m)

가야봉 보다 20m 가량 낮지만 정상을 빼앗긴 가야봉을 충분히 대신할만한 곳이다. 태극기 휘날리는 깃봉과 [가야산 석문봉] 정상석 뒷면에는 “내포의 정기 이곳에서 발원하다”라 새겨져 있다.


 


(석문봉)


 


내포(內浦)라 함은, 충남 아산(牙山)에서 태안(泰安)까지의 평야 지대를 일컫는 지명으로, 삽교천(揷橋川)과 무한천(無限川)의 물줄기가 흐르는 충남 중서부 지역의 총칭으로 사용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언급된 용어로 서산, 당진, 홍성, 예산, 아산, 청양 지역을 말하며 이 지역에서 태동한 문화를 내포문화라고 하는데, 조선후기의 서경덕 이지함 홍가신 등의 많은 실학자를 배출했고, 천주교 성지 또한 이곳에 집중된 것 또한 이 지역 사람들의 경직되지 않고 진취적인 사상을 말하고 있다. 또한 최근 가야산권역의 국보인 서산마애삼존불을 비롯한 수덕사 개심사 등의 불교 문화재를 포함해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여기서 산줄기가 갈라진다. 북동 옥양봉으로 가는 능선은 예산과 서산의 경계로 ‘석문지맥’이고 정맥은 왼쪽 이정표가 가리키는 [←일락사] 방향이다. 석문지맥은 여기 석문봉에서 삽교천까지 48.3km의 산줄기를 말한다. 삼거리 평상에 앉아 빵으로 간식을 먹는 동안 많은 등산객이 올라온다.


샛고개 (=사잇고개. 425m)

석문봉에서 15분가량 내려서면 용현계곡에서 올라온 임도가 일락사로 넘어가는 임도가 나온다. [보원사지 가는길 3.8km] 외에도 각 방향 이정표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이 임도는 자전거(MTB) 코스로 아주 그만이다. 금북정맥을 넘는 라이딩에 문화유산탐방을 겻들인 코스로 이만한데 따로없지 싶다. 해미읍성에서 일락사를 둘러보고, 샛고개 넘어 용현계곡으로 내려가면 보원사지와 남연군묘를 거쳐 마애삼존불까지 연결이 된다.

 

 


10:57 일락산 (日樂山 521m)

석문봉에서 샛고개로 내려선 만큼 다시 오르면 일락산이다. 사각정자와 나무의자가 있다. 여기서도 일락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정맥은 북쪽 이정표가 가리키는 [개심사] 방향이다. 해미면에서 벗어나 운산면으로 들어간다.


일락산을 뒤로하고 10분만 내려서면 길은 그야말로 고속도로다. 바닥도 폭신폭신해 이런 길이라면 사나흘이라도 걷겠다. 이 임도급의 길은 도중에 목장 울타리를 만나 잠깐 좁아지기도 한다만 상왕산 오르기 직전까지 약 5km가량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도중에 임도좌우로 약간의 오름이 있는 봉우리는 굳이 올라설 필요를 못느낀다. 군자는 대로행이라 했느니~.


우측으로는 용현계곡의 깊숙한 골짜기가, 왼쪽 앞으로는 목장초지가 펼쳐진다. 서울말 쓰는 그리 젊지 않아 보이는 누부야 들이 올라오더니 보물발굴지를 묻는다. 아마도 보원사지 발굴현장을 찾는가 보나, 낸들 자신있게 대답할 형편은 못된다.

 

 


11:43 358.8m (△당진447)

임도 바로왼쪽에 있는 봉우리다. 서너걸음만 올라서면 새로 설치한 삼각점을 만난다(2007 복구). 삼각점봉에서 내려서면 곧 길은 좌우로 갈라진다. 정맥은 보다 덜 뚜렷한 왼쪽으로 꺾게되고, 우측은 보원사지 가는길이다. 대부분의 등산객이 그쪽으로 내려서는데, 보원사지를 거쳐 바로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로 가게된다. 준희님이 금북길에서 꼭 들러볼 곳이라며, 추천을 하신 두 곳(칠갑산과 마애삼존불)을 결국 ‘말로만’ 들러보게 된다. 


백제의 미소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오래되고 뛰어난 작품인 국보 84호 마애삼존불. 6세기 중엽 백제 작품으로,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여래입상과 반가사유상, 보살입상의 웃는 모습이 제각기 다르게 보이는 신비한 마애불이다. 마애삼존불은 아침 저녁의 미소짓는 모습이 다르고 계절마다 표정이 각도 등에 따라 각각 그 모습의 변화가 다양하다. 서양에 모나리자의 미소가 있다면 우리에겐 마애삼존불의 미소가 있다. 아래에서 위로 옆으로 어디서 봐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 모습, 세 불상마다 머금은 미소가 다르다. 습기를 방지하고자 최근 암벽에 덧대어 놓았던 지붕을 걷어냈다고 한다. 자연채광에서의 미소를 볼 수 있어 좋아졌는데, 손상의 우려 또한 크다.

 
 
 

 





 


S커브를 두 번 그리며 돌아내리면 목장 초지가 펼쳐진다. 울타리가 우측에 있는걸 보니 목장 영역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백두대간 선자령을 지날 때 파란 풀이 돋아나면 가자고 석달을 기다렸었는데, 선자령 만큼은 못 되더라도 흔한 풍경은 아니다. 파란 풀이 돋아나고, 벚꽃까지 어우러진다면 가히 한풍경 나올 곳이다.


잠깐 울타리를 넘어 빽빽한 숲길도 지난다만 이내 수렛길 형태의 넓은 길로 나온다. 목장길 20분에, 지도상 좌측 보현동에서 올라온 점선이 넘어가는 안부를 지나고는 임도에서 벗어나 왼쪽 산으로 올라야 한다. 수레길은 우측으로 곧장 가지만 아무래도 밟은 흔적이 없어 보인다.

 

 


12:25 상왕산 (象王山 309m △당진28)

억새 우거진 봉이다. 큰 소나무 한그루가 있어 그 아래에 자리 깔고 앉아 점심상을 편다. 양말 벗어놓고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니, 발이 좋아한다. 특이한 점은 일락산 자락에 있는 일락사도, 개심사도 더 멀리 있는 상왕산을 현판에 걸고 있다. 상왕산일락사, 상왕산개심사. 높이도 일락산(521m)이 훨씬 높은데 어째 일락산을 외면하고 상왕산을 걸었을까.


여기도 여지없이 송전철탑이 박혀있다. 온 산천 곳곳에 박혀있는 송전철탑을 의당 그러려니 하는 생각도 이젠 옛 사고다. 가야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내고 송전탑을 설치하는 계획에 반대해 일대 사찰 스님들이 단식투쟁을 했단다. 문명의 혜택이나 개발도 달갑지 않은 곳이 있는 것이다. 개발, 그리고 삼화목장에 대한 옛 기사를 보니 삼화목장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알겠다.


삼화목장. 개발의 시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었던 전 국무총리는 난데없는 목장 개발계획을 들고 나와 조선시대 12진산(鎭山)의 하나였던 상왕산의 울창하던 숲을 베어내고 638만 평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대의 목장을 만들었다. 그 꿈의 목장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정축재재산 환수라는 절차를 거쳐 지금의 농협 한우개량사업소가 되었다. 그 연유야 어떻든 4월 중순 무렵이면 어김없이 하얀 꽃을 피워 올리던 목장길의 벚꽃터널은 여전하지만, 이 나라를 휩쓸었던 구제역의 여파 때문에 지금은 개방하지 않으니, 그저 곁눈질로 탐미하며 지날 수밖에.


5공 정권 이후 JP는 강압에 의해 헌납당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는 기사도 본 듯하다. 현재는 농협 소유로 국내 한우의 품종 및 품질 향상 등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는 곳이라 더욱이 규제가 심한 편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종우(품종 개량을 위한 숫소)가 여러마리 있는데, 한 마리의 가격이 1억이 넘는단다.

 


 

 

 


13:28 목장길 안부 (92m)

시멘트길이 지나가는 평탄한 고개인데, 양쪽 모두 목장문으로 막아놓고 [출입금지]를 걸어놨다. 내려온 쪽은 가드레일 형태라 살짝 돌아 나왔지만, 건너편은 높은 철망 문이고 닫혀있어 우측으로 울타리 바깥쪽을 따를 수밖에 없다. 볼록거울에 산꾼 둘이 비춰진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올라서니 왼쪽으로 철망이 터졌고, 들어선 흔적이 있다. ‘목장침입’ 상황이 되지만 계속해 가시밭을 헤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목장 안쪽 시멘트길로 들어서니 아래쪽에 사무실이 있다. 혹시나 들킬까봐 고무신 타는 냄새가 나도록 내뺀다.


13:44 가루고개

시멘트 길 따라 언덕을 살짝 넘으니 다시 가드레일 형태의 문을 빠져나오고, 2차선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선다 가루고개다. [소중1리] 표석과 버스정류장이 있다. 건너편에도 초지가 조성되어 있다. 초지 갓길로 돌아 올라가니 능선너머에 고속도로가 나타나고 차소리 요란스럽다.


14:02 모래고개 (114m)

절개지따라 내려서면 자연스레 고속도로 아래로 통과가 된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 1km 지점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소리가 거의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로 들린다. 절개지만 올라서면 길은 평탄하다.

 

 


14:19 동암산 (銅岩山 △176.3m )

보잘 것 없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이름을 갖고 있다. 잡풀만 소복한 가운데 묵은 삼각점이 산이름을 유지하는 듯 하다. 銅岩이란 이름에 주위를 둘러봐도 광산같은 거는 보이지 않는다.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서산IC가 바로 아래로 보인다.

 

 


14:42 무르티고개

무로치, 무르티 어느게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갈산1리] 버스정류장이다. 현대주유소가 있고 뒤쪽 넓은 광장은 서해컨벤션웨딩홀이다. 지도에 서산휴게소 표기가 있는걸 보니 전에는 휴게소였던 모양이다. 자판기 커피한잔 뽑아 앉아 있으니 장산님과 제이제이가 온다.


16:00 해미읍성

해미읍 허름한 목욕탕에 들러 이틀간 뒤집어 쓴 먼지 털어내고, 올라올 때 고속도로를 역순으로 내려간다. 서해고속도로~동군산~전주~익산장수고속도로~장수~대전통영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 의령에 40년 묵은 소고기국밥집에 들렀다가 부산 들어오니 여덟시 반이 된다.



 



 
(해미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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