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 정맥/금남 금북

조은산 2012. 1. 23. 15:58

 

 

 

  

 

금북정맥  21구간

 

 


2008.06.29 (일)

산길 : 쉰고개~매봉산~남산~지령산~안흥진

거리 : 20.5km (누계  440.5km) 

사람 : 장산 제이제이 조은산


 

 

(구간거리)

쉰고개~3.6~매봉산~2.4~남산~10.7~지령산~3.3~안흥해안....20.5km

Cartographic Length = 22.4km / 총소요시간: 08:06

 

 

21(쉰고개~안흥진).gpx

 

 


 

[산경표]...지령산(知靈山) 안흥진(安興鎭)





04.6.27 진부령에 내려서고, 08.6.29 안흥진을 끝으로 구정맥을 마감하니 정확하게 4년이 걸렸다. 낙남은 대간보다 먼저 했으니 4년에 팔정맥이 맞겠다. 쉼 없이 달린것도 아니므로 4년이란 기간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좌우튼, 백두대간 마친 날짜와 일치하는 것이 묘하다.


기왕에 날짜를 짚는 김에 다시 셈을 해 보면, 2002.5.19. 낙동강 매리에서 낙남정맥에 첫발을 들여놓고, 오늘 안흥 바닷가로 내려서게 되니 6년이 걸린 셈이다. ‘1대간 9정맥’이라는 주위 동료들의 칭찬과 축하 말씀에 빠지지 않는 “대단한 일” 을 과연 해낸건지 스스로 미심쩍기도 하지만, 짧지않은 세월을 되돌아보면 마눌님 말씀 마따나 ‘오라지게 미친’ 기간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졸업’ 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백두대간을 마치고 진부령에 내려설 때의 그것과는 달리 무덤덤해 지는 것은 이미 길고 짧은 여러번의 ‘졸업’에 충분이 단련이 되었음일 것이고, 앞으로의 산길 또한 지금 마무리하는 1-9와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손으로 쓰는 산행기 제목만 바뀔 뿐 그 외에 특별히 달라질만한 무엇도 없는 것이다.


정맥을 하면서도 틈틈이 달린 기맥이나 지맥이 이미 열댓개 되기도 하지만, 소위 말하는 ‘100개 지맥’을 다 하려면 그야말로 내 평생 다 이뤄내지도 못할 것이다. 감히 목표로 잡을 수도 없는 숫자이며 거리다. 그럼으로 인해, 목표로 잡을 수도 없으므로 여유는 있을 것이다. 어차피 채울 수 없는 목표라면 ‘오라지게 미친 짓’은 안해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흥이란 지명은 현재는 안흥항, 안흥성지 등에만 남아있고, 공식 행정명칭으로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다. 일제시대 이전에 근서면과 안흥면으로 있다가 일제가 들어와서 두 면을 합해 근흥면으로 바꿔 놓았다. 한편, ‘안흥찐빵’의 안흥은 강원도 횡성이다.


산경표 ‘안흥진(安興鎭)’에서의 진(鎭)은 조선시대에 각 도의 중요군사 거점에 설치된 군사진영 중의 하나였는데, 안흥이 그만한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말하는 것이다.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안흥은 중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찬란한 백제문화를 꽃피운 창구로써의 역할을 했다. 중국과 가까이 있는 만큼, 중국의 선진 문물을 최초로 받아들이면서 교역이 활발했던 곳이 안흥항이었다. 또한 ‘태안’은 우리 [부산山사람들]의 트레이드마크인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줄인 말이라고 하니 더욱 우리와는 친근감이 생긴다.


태안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서쪽으로 돌출된 지역이다.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북한을 뺀) 남한에서 섬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서쪽으로 뻗어나간 ‘땅끝’이다. 마지막 ×127봉에서 내려선 바닷가의 좌표가 동경 126°09′04.58″(WGS84)으로 국내에서 섬산행이 아닌 내륙산행에 있어, 이 수치가 더 작게 찍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소원면의 파도리가 더 서쪽 끝단 이긴 하지만 탈만한 산은 없기 때문이다.




 
(갈음이해수욕장)
 
 


 



(시간표)

05:26 쉰고개

05:33 장재

05:45 만수가든

06:54 매봉산

07:13 밤고개

07:54 후동고개

08:18 73.7m

08:33 근흥중학교

10:50 603번도로(죽림고개)

11:30 지령산

11:56 갈음이고개

12:18 ×143

12:33 갈음이해수욕장

12:57 ×127

13:40 신진대교






구드래나루에서 금남을 ‘졸업’하고, 마지막 졸업을 위해 금북으로 넘어간다. 지난 주 한남을 ‘졸업’ 했으니 졸업만 3연짱이 되는데 이는 우리끼리 작당한 준비된 씨나리오다. 한 정맥을 완료하고 다음 정맥으로 넘어가는 방식이 아닌, 금남북을 동시에 번갈아 진행하면서 한남도 기웃거리는, 넷의 시간이 동시에 허용하는 쪽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금북졸업에 합류하기 위해 기차타고 올라오는 제이제이를 픽업하러 천안아산역으로 갔다. 비는 아직도 오락가락 하면서도 고만둘 낌새를 보이기는 한다만, 제발 내일 아침에는 말짱해 줍시사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확하게 도착한 제이제이를 만나고, 그래도 한번 가봤던 곳이라고 기억에 남아있는 서산의 쉘부르모텔을 입력하니 똑똑한 내비는 바로 알아차리고 안내를 한다. 카운터 아줌마도 우리를 기억하는지 ‘특별히’ 5천원을 깎아준다.


앉은뱅이 선풍기를 빌려와 젖은 신발을 향해 밤새도록 돌렸으나 별무소득이다. 작년 운일암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본 기억이 있는데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 우리가 자는 동안 선풍기도 잤는가 모를 일이다.


24시 해장국집에 들러 밥 한그릇씩 말아 넣고, 점심은 어제와 같이 ‘양식’으로 준비했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마칠 시간이 점심시간과 크게 벌어지지 않을거라는 계산에서다. 부슬부슬 비는 내리는데 아침에 갠다는 예보가 있었으니 혹시나 해볼 밖에.


05:26 쉰고개

32번국도. 만리포로 가는 길이다. 장재까지는 도로가 곧 마루금이라 차를 몰고 살살 간다. 400m 거리다. [장재] 버스정류장을 지나 [만수가든] 마당 한켠에 차를 대고 행장을 차린다. 어제와 동일하게 신발에는 ‘테이핑 요법’을 그대로 적용한다. 나는 어제 그런대로 재미를 봤는데, 장산은 신발이 젖어 테이프가 붙지를 않는다.


05:45 만수가든

토종닭, 유황오리가 주메뉴인 모양이다. 오늘 같이 비오는 날 무슨 손님이 있겠나 싶어 마당에 차를 대 놨는데,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아무일 없었다. 만수가든 바로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오르면 인삼밭에는 파란색 열매가 부분적으로 빨갛게 물들고 있다. 이동통신 기지국을 지나 계속 임도를 따른다.


수렛길은 왼쪽으로 내려가고 리본을 따라 앞에 둔덕을 넘으니 새로 개간한 밭인데 주변정리를 한 벌목들로 길이 막혔다. 이리저리 쑤셔보는데, 장산은 ‘점잖게’ 마을로 내려가 버린다. 묵은 수렛길 흔적을 따라 우측으로 돌아가니 다시 리본을 만나고 ×62봉을 넘으니 수룡저수지와 마금리 찻길이 보인다.


06:25 마금리 도로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서고 잠시 도로를 따라간다. [공수골] 버스정류장을 지날 때쯤 비가 멎는 조짐이라 일단은 비옷을 벗어 넣었다. 속으로부터 후줄근하게 묻어 나오는 땀 보다는 흩날리는 빗물을 맞는게 오히려 시원하다.


06:40 아스팔트 끝. 목장

앞쪽으로 보이는 두 봉우리가 전막산과 매봉산으로 가늠이 된다. 우측에 넓게 목장 초지가 조성되어 있다. 그 초지 한가운데로 마루금은 이어진다만, 남의 영역이라 들어서기가 뭣하고 더군다가 물방울 송골송골 맺힌 넓은초지를 보니 ‘신발보전’ 차원에서도 돌아갈 수밖에 없다. 왼쪽으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 휘돌아 초지 상단부로 올라섰다.


06:54 매봉산 (△101.6m)

높지 않는 봉우리라 전혀 부담이 없다. 시멘트길에서 5~6분 비탈을 오르니 전막산 분기봉인 약112m쯤 되는 봉이다. 전막산으로도 희미한 길이 보인다만 곧장 매봉산으로 간다. 거의 평탄한 능선길에 묵은 삼각점이 있다.


매봉산에서는 바로 왼쪽으로 내려선다. 멀리 바다가 아스라이 보이고, 뚜렷한 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우측으로 벌어진다. 아래로 보이는 빨간지붕 왼쪽이 마루금이다. 밭고랑을 밟으며 내려서면 시멘트길인 밤고개다.


07:13 밤고개

혹 전막산이 정맥 마루금이 아닌가 의심하며 주의 깊게 살폈으나 마루금은 매봉산에서 밤고개로 내려서는게 맞았다. 밤고개 건너편 역시 빨간지붕의 민가 뒤에서 돌아보니 더욱 확연하다.


 

(밤고개에서 돌아본 매봉산)
 

 

 

 

 


(문화재 등록 추진중인 안흥염전)


 


5분 후 다시 시멘트길이 넘어가는 고개에는 [성황당고개] 팻말이 걸려있다. 안기리 마을길인데 지도를 보면 뭍에서 돌출한 ‘태안반도’의 시작부분쯤 된다. 이제 좌우로 바다가 지척이고 바다로 빠지는 땅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07:47 남산 (×89)

민가가 가깝고 묘가 자주 나온다. 묘터에는 개망초가 대세다. 정리 잘된 잔디밭에는 분홍색 타래난초가 몸을 배배꼬고 원추리도 하나둘 봉우리를 열고 있다. 능선에 올라서니 남산은 우측으로 조금 벗어난 듯 하다. 왼쪽으로 꺾어 내려오면서 우측 송림사이로 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지도상 안흥염전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점차 사라지는 천일염전을 문화재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의 소래염전, 전북 곰소염전, 전남 비금도염전 등과 함께 이곳 태안염전이 그 대상이다. 이 들은 모두 1950년 전후로 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이어 온 염전들이며 개발로 인해 대부분 사라지고 몇 남지 않은 염전들이다.


07:54 후동고개

길을 새로 내려는지 잔자갈이 깔린 채 공사가 진행중이다. 선답자의 산행기에서는 좁은 시멘트 길이었는데 이제 아스팔트라도 깔 모양이다. 배낭 내리고 휴식과 함께 간식을 먹는다. 더 이상 비는 오지 않을 듯 하다.


건너편 들머리는 침목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길은 더 넓어지는게 마을주민들 산책로를 냈나본데 잡풀이 기승을 부린다. 얼마 안되는 비탈을 올라서면 ×103봉이고 돌탑과 벤취가 놓여있다.


08:18 73.7m (△근흥409)

좌우로 바다가 보이는 능선길로 근흥면 소재지와 염전도 여럿 보인다. 봉우리 같지 않은 능선길에 삼각점이 있고, 삼각점을 지나 이정표가 가리키는 [←면사무소]로 내려간다.


08:33 근흥중학교

하산로는 학교 담장 우측을 따라 내려가나, 울타리 터진 곳으로 들어가니 학교 운동장이다. 근흥중학교는 남녀공학 4학급이 전부인 작은 학교다. 운동장이 마루금이 되니 금북정맥의 정기는 제대로 받은 학교다.


정문을 나서면 603번 도로다. 근처에 가게도 보인다만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날씨다. 건너편 보건소쪽 길로 들어서면 식당 뒤로 소나무숲 봉우리가 마루금인 듯 보이지만 초원다방 앞으로 우틀한다.


용신2리 마을회관앞 길가에 [허베이스프리트호 원유유출 오염피해 대책위 발족]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오늘 안흥해변에 도착했을 때 바닷물은 홀랑벗고 뛰어드는데 아무런 꺼림이 없었을 만큼 맑고 깨끗했다. 외형상 바다는 복구가 되었으나, 그 동안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복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7.12.7. 07:06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에서 예인선과 연결된 밧줄이 끊어진 채 표류하던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이 정박 중이던 홍콩 선적 14만6000t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Hebei Spirit)와 충돌하면서 유조선 탱크에 있던 총 12,547킬로리터의 원유가 태안 해역으로 유출된 사고다.



멀리 금북의 끝봉우리 지령산을 바라보며 15분간 아스팔트 도로를 따르다가 ‘도황1리’ 버스정류장에서 아스팔트길에서 벗어나 [채석포교회]로 들어간다. 그물을 둘러친 개 사육장 옆으로 들면 비로소 산길다운 산길을 만난다.


여기부터의 능선길은 지도상 반도의 잘록한 부분인데, 하늘이 안보일 만큼 숲이 잘 보존되어 있어 아주 깊은 오지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책로] 팻말이 걸려있고 내리막엔 로프도 걸려있다. 로프 마디에 그물에 달려있는 작은 부이들이 달려있어, 바다에서 그물로 쓰던 밧줄임을 알 수 있다. 바닷가 마을의 특색이 묻어있다.


09:41 아스팔트 도로 [연포교회]

‘채석포교회’부터 얼추 한시간 가까이 깊숙한 산길에 빠졌다가, 다시 아스팔트 길에 내려서면 ‘연포교회’가 기다린다. 마루금은 연포교회쪽이 아닌 왼쪽이다. 목장승 두 기가 이빨을 다 드러낸 채 웃고 있다. 이 도로는 603번 도로에서 연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다.


장승 뒤쪽 밭을 지나 다시 숲으로 들어가면 호젓한 산길은 당분간 더 이어진다. 외야골 시멘트길을 건너 다시 숲으로 들고 깊은 오지느낌은 계속된다. 금북정맥은 마지막까지 울창한 숲길로 산꾼의 흥을 돋구어준다.


여우섬은 섬이 아니라 마을이름이다. 여우섬마을을 지나 지령산쪽 우측으로 방향이 꺾이는 지점. 25,000 지형도상 △86.5봉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지점이다.


산경표의 오류

산경표를 보면, 금북정맥 마지막이 지령산(知靈山) 안흥진(安興鎭)으로 끝이 나는 바, 지령산으로 가려면 여기서 우측으로, 안흥진으로 가려면 좌측으로 꺾어야 되기 때문이다. 즉, 지령산에서 안흥진으로는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설마하니 ‘안흥진’이 안흥성이 아닌 갈음이해수욕장 혹은 그 북쪽 어디를 칭하지는 않을 것이고, 지령산에서 안흥성(안흥진)으로 가려면 물줄기를 건너야 하는 지형임엔 틀림없다.


그리되다보니, 지령산을 오른 산꾼들은 갈음이 해수욕장을 지나 마지막 ×127봉에서 내려선 다음, 방파제를 따라 안흥진(안흥성)으로 이동을 한다. 지금은 매립이 되어 골프장이 들어섰지만, 그 이전 양식장이 있을 때 양쪽에 물이 출렁거리는 방파제를 걸으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역으로 -내 기준으로- 진행한 이들도 많다. 그들 중 어떤 산행기에 금북의 시작점을 ×127봉으로 기록한것도 이와 같은 생각에서였겠으나, 산경표의 안흥진은 어찌된건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산경표의 부분적인 오류야 이곳 뿐만은 아니니, 그런줄로 알고 넘어가자.


10:50 603번도로

‘죽림고개’로 불리는 지령산 아래 아스팔트 도로다. 근흥중학교 앞에서 이어 온 도로로 [낙당골주유소] 버스정류장 팻말이 있다. 지령산 오르는 마루금은 주유소 옆길과 좌측 아스팔트길 사이의 능선이나 굳이 마루금 고집할 일없이 왼쪽 너른 아스팔트길을 따른다.


2차선 아스팔트로 ‘관계자외 출입을 금한다’는 국방과학연구소장님의 경고문이 있듯이 정맥과 관계가 없는 사람은 올 일도 없다. 그늘을 골라 도로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하며 갈지자로 올라간다.

 


 

(지령산에서 보는 금북의 마지막 봉우리)


11:30 지령산 (智靈山 △218.2m)

603번 도로에서 30분 걸렸다. 부대정문은 굳게 잠겨져 있고 근무자는 보이지 않는다. 금북정맥의 마지막 봉우리인 지령산 정상부는 군부대가 굳건히 지키는 바람에 문안인사도 못 올리고 철조망 팬스를 따라 왼쪽으로 돈다. 울타리가 2중으로 쳐져 있는데 그 안에 까만 염소 세 마리가 놀고 있다. 잘못 들어가서 갇힌 놈들인지, 아니면 부대에서 공간을 활용(?)해 키우는 놈들인지 모르겠다.


철조망 바깥쪽을 잠시 돌아나가면 드디어 신진도와 신진대교가 보이고, 마지막 남은 봉우리 두개 사이로 갈음이해수욕장도 보인다. 산사태가 난 너덜지대에서 왼쪽 비탈을 내려서면 아래쪽 군부대 철조망을 만난다. 다행히 철조망 외곽으로 깨끗하게 벌초를 해놓아 아무런 방해가 없다.


11:56 갈음이고개 (28m)

위쪽이나 아래쪽이나 군부대 철조망을 적당히 따르다가 벗어나야 된다. 아래쪽 군부대는 대공초소가 보일 즈음 우측 숲으로 들어간다. 리본이 걸려있어 눈만 뜨면 보인다. 7~8분 숲길따라 내려서면 시멘트길이 지나가는 갈음이고개다. 한적한 곳이라 홀라당 벗어재끼고 앉았는데 오토바이 탄 할아버지 한분이 지나간다.


12:18 ×143

이제 발걸음마저 카운터다운에 들어가는 기분으로 한발한발에 의미를 새기며 디딘다. 10여분만에 오름이 다한 봉우리에는 군통신 단자함이 있을 뿐 실망스런 봉우리다. 방향이 남으로 바뀐다. 이제 방향마저 마지막으로 잡히는 남향이다.


숲으로 둘러싸 나뭇가지 사이로 바닷물이 엉기성기 보이더니, 멋진 조망바위 하나가 해수욕장을 내려다보게 해 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실상 봉우리에서의 마지막 조망이다.


12:33 갈음이해수욕장

해수욕장을 끼고 도는건 낙동과 같은 그림이다. 모래사장 뒷벽으로 마루금은 이어지지만, 일부러 백사장을 밟아 보는것도 재미다. 백사장 한가운데 마치 파라솔처럼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이채롭다. 이미 백사장엔 비키니 여럿이 눈에 띈다.


12:57 ×127

해수욕장을 지나 올라서는 비탈은 산길임에도 모래투성이다. 정상부 거의 다 미친 지점에 바닥에 게가 기어 다닌다. 그야말로 게나 고동이나 다 오르는 봉우린가. 아무런 볼 것도 없는 봉우리를 무심히 지나쳐 내려서면 [종주를 축하합니다] 서산 괜차뉴님의 팻말이 환영해 준다.


알탕.

팔각정자가 있고, 원두막도 있는데 모두 골프장의 시설로 보인다. 여기 내려선 지점이 골프장 영역 안쪽인 모양이다. 지도에는 아직 안흥양식장으로 기재된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골프장을 만들었다. 그냥 덤덤히 선채 마지막을 맞기엔 두고두고 후회될거 같아 홀라당 벗어 던지고 바닷물에 퐁당 뛰어 들었다.


그려, 이 맛이여... 지리산 골짝 알탕도 시원했지만, 구정맥의 찌든 때를 행궈내는 이 짠물 맛이야 말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만하다.

 

 




골프장 경계역할을 하는 방파제를 따라 신진대교 다리쪽으로 가는데, 중간지점에 골프장 직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공조심 하란다. 듣고보니 다리쪽에서 이편을 향해 날아오는 공이 있다. 사실 이 방파제는 출구가 아니다. 그렇다고 산에서 내려와 골프장 영역 안쪽으로 떨어지고 보니 출구 자체가 묘하다. 골프장 손님도 아니라 정문을 통해 나가는것도 눈치보이기는 매 한가지다.


방파제 끝까지 진행했으나 울타리를 둘러쳐 나갈 길이 애매하다. 신진대교 아래를 지나 건너편 방벽을 오르고, 철조망 터진 부분으로 겨우 도로에 올라섰다. 우째 이리 마치는 장면까지 좀 고상틱한 연출이 안되노...?


안흥진

금북의 끝은 ‘안흥진’이나 산경표의 안흥진은 산줄기의 끝점이 아닌 의미상의 종점이다. 산길의 맥이 다하고 버스 다니는 찻길에 서고 보니 귀갓길이 급하다. 안흥성은 ‘또 다음 기회’로 접어진다.


13:40 신진대교

안흥마을 입구에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느긋하게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기다리는데 웬걸, 다리위로 버스가 휑하니 지나가 버린다. 물어보니 원래는 여기까지 들어왔다 나가는데 요즘은 그냥 지나간단다. 그것도 엿장수 맘인갑다. 다리위로 올라가 다음버스를 기다리는데, 30여분 기다리는 동안 택시는 눈 씻고 봐도 없다. 택시도 태안택시를 불러야하고, 버스도 태안행이다. 버스로 쉰고개나 장재로 가려면 도중에 갈아타야 된다.



 
 

(금북정맥의 끝단)

 



 

 

 

 


구정맥의 끝에서,

도상거리 2,782.2km 실거리(GPS) 3,112.2km. 순 우리식 거리로는 7,780리가 나온다. 서울-부산을 세 번 왕복하고 조금 남는 거리다. 이미 진행한 지맥들을 보태면 1만리가 더 되는 산길을 걸었다. 하지만 숫자가 주는 의미야 사람의 발걸음이 참 무섭기는 하다는 그것뿐, 보다 중요한 것은 그 걸음걸음에 담겨있는 숱한 사연들과 그 사연들이 내 삶에 미친 영향일 것이다.


낙남 길로 나를 떠밀어놓고, 그 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영원한 이별을 고한 ‘우정’. 그간의 세월동안 그는 우리들로부터 점차 잊혀져 갔고, 지금껏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듯 하다. 백두대간 첫 신고하는 날 까딱했으면 사망신고 함께 낼 뻔 했던 칠선계곡에서 천왕봉 북벽. 철인 객꾼과 둘이서 경주에서 부산까지 쉼 없이 100km를 걸었던 낙동길. 남도 마을마다 기웃거리며 잠자리를 깔았던 호남길은 유난히 사연이 많았다.


비 쫄딱 맞으며 지나쳐 버린 한북의 백미, 백운산구간의 아쉬움은 여전하고, 백두대간 그 숱한 금지구역 통제구역 무탈히 다 넘겼는데, 마루금타며 유일하게 자연공원법에 걸려 혼이 났던 계룡산의 추억. 날밤 새며 오로지 마루금 잇기에만 몰두했던 한남순환고속도로에 이은 구정맥의 끝을 장식한 금북... 어느것 하나 만만한 길 없었고 가슴 설레지 않는 길 없다.


오늘 같이 졸업하는 세분 친구 외에도 때와 구간에 따라 함께했던 여러 친구들이 있으나, 그 길고도 긴 산길 이어오는 동안 어느누구 손가락 발가락 하나 손상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함께 마침이 무엇보다 고마운 일이다.


도솔봉 신령님이 보우하신 덕일까. 전국 구석구석으로의 장거리 차량이동에도 그 흔한 접촉사고 한건 없었다. 미친놈 소리까지 들으며 주말마다 외면한 가족에게도 나의 소홀함으로 인한 우환이 아무것도 없음 또한 마찬가지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물심양면의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여러 산친구님들에게 진 신세는 아무런 부담없는 ‘즐거운 빚’으로 차곡차곡 남아있다. 앞으로의 남는 여유는 그 신세 갚는 일에 더 투자해야겠다.

 

 

- 첨부파일

21(쉰고개~안흥진).g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