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맥 * 지맥/기맥 - 4

조은산 2012. 1. 23. 17:39

 

 

 

 

 

 

진양기맥을 준비하면서,


지형도를 펴놓고 선답자들의 발길을 따라 선을 그었다. 20km 전후로 하여 구간을 자르고, 남강댐에서 마지막 마침표를 찍으려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혼란이 생긴다. 남강댐의 북단. 그 지점은 바다도 아니요 강의 하구도 아닌 것이다. 산자분수령에 의해 산줄기는 물길을 갈라야 하건만 진양기맥은 기맥의 감투(?)를 썼음에도 남강의 하구도 아닌 중간부분에서 맥을 다한다. 진양기맥이 그리 가는줄 이제 알게 된건 아니다만서도, 지도위에 연필로 짚어 보고서야 비로소 눈치를 채니, 연식 탓인지 원 바탕이 그런건지 나도 모를 일이다.


남강의 하구를 따라 선을 그어보았다. 그 선은 의령 한우산(836m)에서 남쪽 자굴산이 아닌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응봉산 우봉산... 옥녀봉 남재고개 넘어 의령군 지정면 성산리 하동마을 기강(岐江)나루로 떨어지는데 신산경표는 이를 ‘우봉지맥’으로 이름 지었다.


어째서인가?

박성태님의 홈과 여러 선답자들의 글을 뒤져보니, 역시나 이를 지적한  글이 여럿 나온다. 박성태님의 진양기맥 개요 설명을 보면,

 

산줄기가 만들어질 때 백두대간이 이 산줄기에 1%만 더 힘을 실어 주었더라면 경전선 유수 터널 위에서 지금의 낙남정맥과 만나 실봉산. 대곡산. 무학산. 불모산 용지봉을 거쳐 낙동강 하구로 갔을 것이나 그 것은 어차피 가화강으로 인한 인위적으로 끊어진 낙남정맥의 안타까움으로 인한 가설일 뿐이다.


위 가설을 토대로 하여 그림을 그려보자.

낙남정맥의 산줄기가 가화천에 의해 잘린 사실은 익히 아는 바이다.

가정> 가화천은 원래부터 흐르고 있었고, 남강댐 역시 인공물이 아니라 당초부터 있었던 자연둑이라면... 이 가정은 지형도에서 인공물을 걷어내고 원래의 마루금을 찾아내는 통상의 작업과는 반대인, 눈에 보이는 인공물을 인공물이 아닌 자연물로 간주한다는 가정이다.

1. 낙남정맥은 영신봉에서 분기하여 동쪽으로 가화강을 가두며 사천만으로 들어가는 ‘가화지맥’이나 ‘진양지맥’쯤 되고

2. 남덕유산에서 분기한 진양기맥은 진주에서 남강둑을 넘어 실봉산으로 이어져 마침내 낙동강 하구로 가는 낙남정맥이 된다.


지금이라도 남강둑의 콘크리트를 흙으로 온전히 (물을) 막아버리면 산경표는 위 가정의 그림대로 다시 그려야 하지 않을까.


또 다른 설명으로는

하천법상 진양호에서 사천만에 이르는 국가하천인 가화천(실제로는 유역변경 수로가 가화천과 연결된 것임)이 낙남정맥을 자르고 지나가는 것을 설명할 때 진양호를 둘러싸는 산줄기가 백두대간과 낙남정맥 그리고 진양기맥이라고 간단히 설명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남강댐 북단으로 가게 했으며 자굴산으로 가기전에 한우산에서 왼쪽으로 가서 남강의 끝으로 가는 산줄기는 우봉지맥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진양기맥이 남강댐으로 간다고 해서 ‘산자분수령’를 무시한 것은 아닙니다. 한우산을 지나면서 부터는 남강의 지류인 의령천(가례천). 상정천. 대방천. 대곡천. 항양천. 지내천. 하촌천. 나불천을 차례로 가르고 있으며 끝으로 판문천이 남강 본류와 합수하는 남강댐 북단에서 끝이 납니다.



아, 가화천이라. 니가 계속해서 속을 썩이는 구나~

어찌되었든, 과제가 하나 더 주어진 셈이다. 우선 남강댐 구경을 한 연후에, ‘우봉지맥’을 따라 남강의 하구 기항나루까지 이어야 제대로 된 남강의 울타리를 다 밟게 되는 셈이라. 짜투리를 이용해 가뿐하게 진양 마무리하려다가, 계획에도 없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스스로에게 주는 임무이긴 하지만...

 

1차 구간계획은,

토, 일 양일간으로,  첫 날 남덕유로 올라 바래기재까지, 두 째날 바래기재에서 춘전재까지 끊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두 째날은 여러가지 변수로 막판 세시간 거리를 남겨두고 신기마을로 탈출했다.

 

 

(1/25,000지형도 도엽)



 

 
 

영각사~수망령

 

 

 

수망령~바래기재

 

 

 

 

 

진양기맥 1구간



2006.12.16 (토)

산길 : 남덕유산~남령~월봉산~수망령~금원산~기백산~바래기재

거리 : 23.0km / 159.1km

사람 : 객꾼 조은산



상세구간 (25,000지형도 기준)

남덕유산(△1,507.4)~하봉(×1263)~△1014.7~남령~×1167(칼날봉, 수리덤) ~×1099~×1234~월봉산(△1279.2)~×1275~큰목재~거망산갈림길~×928~수망령~금원산(△1352.5) ~×1349~×1287~×1283~×1279(누룩덤)~기백산(△1330.8)~×1141~×1067(오두산갈림길)~×980~늘밭고개~△872.2~×819~×619~상비재~△580.7~바래기재(3번국도)


도상거리 : 영각사-남덕유산 (접근, 남덕유 왕복) 4.2 + 기맥 23   (계 27.2km)

구간거리 : 남덕유산~6.7~월봉산~2.9~수망령~2.2~금원산~3.7~기백산~7.5~바래기재  (23km)


 

 

01(영각사~바래기재).gpx

 

 

 

 



(시간표)

 

06:40 영각사 매표소

07:46 영각재

08:15 남덕유산

10:10 남령

12:08 월봉산

13:12 수망령

14:32 금원산

15:55 기백산

16:46 늘밭고개

18:00 상비재

18:45 바래기재




12.15(금)

객꾼이 진주철인 모임에 얼굴만 내밀고 오겠다고는 하지만 별시리 서두를 일도 없어 군북IC에서 국도를 따라 규정속도에도 못미치게 느긋하게 밟아, 단성에서 3번국도를 만나고 산청 함양을 지나 안의에 당도하니 연료게이지 눈금이 한칸은 덜 내려간 듯하다. 경제속도 어쩌고 하더니 뻥은 아닌가보네.


19:30 부산출발 세시간 걸려 바래기재 도착했다. 휴게소의 불이 막 꺼지고 있다. 개들이 마구잡이로 짖어대 주위를 살피지도 못하고 그대로 차에 앉아 기다리다 30분 후, 객꾼차가 도착하고는 그대로 각자 차박이다. 드문드문 지나는 차소리는 그런대로 들리는듯 하다가 이내 잠에 빠진다.



 

12.16(토)

05:00 알람에 기상했다. 그믐이 가까웠는지 얄팍한 초생달을 겨우 알아볼 정도다. 다행히 눈은 내리지 않는다. 객꾼차는 그대로 두고 내차로 이동한다


06:00 영각사

동그란 아치형 지붕의 버스 승강장에 앉아 국을 데워 아침밥을 먹고, 절 입구 공터에 차를 대고는 들머리가 헷갈려 절마당으로 들어간다. 고요한 절마당을 한바쿠 돌고는 아닌거 같아 다시 나오는데 아래쪽에 버스가 올라오더니 후레쉬 불빛이 여러개 움직인다. 저쪽인 갑따~... 매표소 가는 길은 영각사 아래  버스승강장 바로 뒤쪽이다.


승강장에 걸린 버스시간표 (함양교통은 ‘함양지리산고속’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함양읍→영각사 첫차 06:30, 영각사→함양 막차 18:25 / 1시간소요(지리산고속 055-963-3745)


06:40 영각사 매표소

매표소는 아직 문 열기 전이다. 건물에 딸린 화장실에는 난방도 된다. 우리말로 ‘호텔’이다. 백두대간 하면서 하루 유했던 죽령의 그 호텔(화장실) 생각이 난다. 점잖은 자세로 화장한판씩 때리고 무료입장한다.


[덕유01-54]말뚝부터 시작되는데, 지난번에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곧바로 내려온 길로 오르고자 왼쪽을 주시했지만 어둠속에 들머리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길따라 오른다. 별수 없이 영각재에서 정상까지 왕복을 해야 되겠다. 먼저 출발한 사람들을 하나씩 따돌리며 앞서 나간다. 해발 천고지 이상은 내린 눈으로 얼어붙어있고 구름탓인지 시간은 되었는데도 날이 좀처럼 밝지 않는다.


07:45 영각재 (1,355m)

주능선이다. 남덕유산이야 여러번 올랐지만 진양기맥의 출발점이자 母山인 정상에 신고를 아니할 수는 없다. 시간이 모자라도 생략할 수는 없는 일이라 정상까지 왕복하기로 한다. 말뚝번호가 [덕유01-49]이면 54번까지 다섯 개. 5×500 하면 매표소에서 여기까지 2.5km라는 얘기다.


07:49 참샘 입구 [남덕유산0.8 영각매표소2.6 /1,440m]

‘남덕유산 참샘 / 경남의 젖줄 남강 여기서 발원하다’ 팻말을 단 말뚝이 있다. 지금은 내려 가봐야 필경 말랐을 터다. 그대로 올라간다.


08:15 남덕유산 (南德裕山 1,507m  덕유01-47)

싸락눈이 내린다. 구름속이라 아무것도 안보인다. 정상석 앞에 소주한잔 부어 올리고 예를 올린다.

“진양기맥을 신고 하나이다, 굽어 살피옵소서~”

  




 


 

사방천지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으니 머무를 일도 없어 곧바로 발길을 되돌린다. 나무계단 손잡이파이프에 눈이 하얗게 덮혀있다. 백두대간 첫날 칠선골로 오르던 기억이 난다. 눈위에 겨우 드러나는 저 파이프를 잡고 뒹굴며 난리를 쳤던, 까딱하면 인생 종쳤을 그날 밤은 아직도 생생하다.


철계단은 생각과 달리 오를 때 보다는 내려오기가 수월타. 눈이 깔려 미끌리지만 발목 뒷부분이 계단판에 지지가 되니 더 안정이 된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덮어쓴 자켓모자 위로 싸락눈이 따다닥거린다.


08:50 영각재

다시 원위치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 정면으로 ‘탐방로 아님’ 로프를 넘어간다. 그랴, 이 길은 기맥이지 탐방로는 아닐끼라. 이 사람들은 초등학생도 알아보는 등산로, 등산객을 놔두고 탐방객, 탐방로, 탐방안내... 해대는 탐방의 의미는 뭔가.


08:58 하봉 (헛질~09:11)

하봉 간판 뒤로(좌회전) 들어가야 되는데, 간판의 글을 다 보고는 그대로 간판 앞을 지나쳐 진행을 하다가(진양기맥이라 적힌 어문 리본도 두개 있음) 나침반을 보니 방향이 아니다. 남동이어야 하는데 남서쪽으로 가고 있다. 이 길도 초행이 아니건만 눈길은 생소하다.


다시 하봉 간판까지 되올라오고, 간판 뒤로 내려간다. 객꾼이 새로(처음) 준비한 리본을 하나 건다. ‘山은 生命입니다’. 풀이 웃자란 작은 헬기장(09:24)을 지나고, 두 번째 헬기장은 엄청 넓다(10:00)

  

헬기장에서 잠깐(2분) 내려서다보면 봉우리도 아닌 길가에 박혀있는 삼각점을 만나는데 지형도상 △1,014.7봉이다. 차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계속해 내려서면 남령 절개지다.


10:10 남령(藍嶺 928m)

함양서상과 거창북상의 경계다. 2003년 ‘남득유 6.6 모임’ 때 여기로 올랐다. 도로는 넓어졌고 포장도 새로 했지만 절개지 흙은 지금도 줄줄 흐른다. 제설작업 차량과 인부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건너편 대형간판 앞에 배낭을 내리고 오름길에 대비해 아이젠을 찬다.


여기부터 월봉산, 큰목재 지나 거망산 능선까지는 초행이다. 간판 뒤쪽 급비탈 능선이 마루금이겠지만 모두들 옆능선으로 돌아 오르는 모양이라, 그대로 길따라 오른다. 초장부터 급하게 쳐올려 금새 땀으로 젖는다. 첫능선 올라서니 이미 남령 고개쪽은 구름바다라 아무것도 안보인다.


11:00 수리덤(칼날봉)

안내도나 이정표에는 칼날봉으로 적힌 수리덤이다. 조은 우리말 놔두고 칼날봉(이것도 우리말이구만~)이라 했는고? ‘수리’는 높은 봉우리를 뜻하는 ‘술’에서 변한 말이다. ‘시루봉’ 역시 떡시루를 말하는게 아니라 ‘술’에서 어원을 찾는단다. 떡시루를 암만 뒤집어봐라, 산봉우리 같이 생겼나...


수리덤은 왼쪽으로 우회다 오늘 같은날은 상상조차 불가다. 왼쪽으로 한구비 꺼지며 돌아 지능선에 올라서고 다시 우측으로 더 올라가면 이정표 [←남령 칼날봉→] 있다. 칼날봉은 또 ‘다음에~’ 된다. 눈은 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조망은 온통 허옇기만 하다.


암릉길이 만만찮다. 수구리고 엎디리고 벌벌기며 두손 두발 있는대로 동원이 된다. 깊은 벼랑이 안보이는게 오히려 다행일까. 잠시 억새밭에서 해방이 되는 듯 하더만 다시 암릉이 나온다. 용아장성의 개구멍 만은 못하지만 만만찮은 틈새에 밧줄도 애매한 굵기다.   





 


12:08 월봉산 (月峰山 1279.2m △함양305)

함양군에서 세운 정상석은 군일대 봉우리마다 있다. 어느 잡지에 함양군수가 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분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정상석 올린다고 욕봤겠다~’ 하니 ‘아, 헬기로 실어 날랐을낀데 먼 걱정을 한다요~?’ 한다. 싸락눈이 파카를 더 세게 뚜드린다.

 

남령에서 월봉 정상까지 굉장한 난코스라 기력이 다빠질 정도였는데, 정상을 지나고부터는 부드런 흙길로 이어진다. 계속되는 내리막이다.


12:38 큰목재 (970m)

사거리 갈림길 안부다. 왼쪽은 임도, 우측은 서상 상남리를 가리킨다. ‘임도’가 유혹을 하지만(임도로 내려서면 수망령으로 연결이 된다) 진양 초반부터 요령을 피울 수는 없는 일이고, 미완의 숙제가 곧 해결되는 거리라 그대로 올라간다.


12:50 거망산 갈림길

남령에서 여기까지 잇지를 못해 늘 숙제로 남았던 부분이 해결되었다. 함양 서상면과 안의면, 거창 북상면이 만나는 꼭지점이다. 우전마을에서 시작했던 황석,거망,금원,기백. 우리말로 ‘황거금기’라며 돌았던게 벌써 재작년 일이다. 시간은 밥때가 지났지만 적당한 자리가 없어 수망령까지 가기로 한다.


13:12 수망령 (水望嶺 880m)

바람이 너무 세 밥먹을 자리가 없다. 나무계단 아래쪽은 비는 비할 수 있겠다만 사방이 열려있어 아무 구실도 못한다. 객꾼이 위쪽을 쳐다보며 바위 아래로 가면 될듯하다 해 금원쪽으로 오르다가 남쪽 사면에 둥글게 파논 구덩이로 내려가 점심을 먹는데, 밥이 얼어 제대로 씹히지도 않는다. 손가락도 얼어 젓가락질도 어렵다. 이거야 원, 보온병이나 버너라도 갖고 와야 하는데 객꾼이나 내나 남 뭐라 못하는 무대뽀 기질은 피장파장이다. 돌을 씹는듯하다. (13:20~13:40 점심)


점심먹고 잠깐 올랐는데 [수망령1.5 금원산1.0] 이정표가 나온다. 벌써 1.5km를 왔단 말이가, 이정표 짊어지고 오르다가 무거워서 대충 박아놓고 내려간 모양이다.


금원산0.6 이정표 지나 위를 쳐다보니 온통 구름속이고, 저 구름속으로 올라설 생각하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만 그렇다고 조은날만 골라 산행할 수도 없는 일이다. 금원산 오름은 빡세지 않고 지긋하게 오르지만 땀은 줄줄 흐른다. 그래도 여기만 오르면 오늘 오름은 끝이니 그리 고달프진 않다.

 
 
 

 

14:32 금원산 (金猿山 △1352.5m)

전에 못 본 대형 정상석이 놓여졌는데 내가 보기엔 방위가 안맞다. 우째 동쪽을 보고 앉았을꼬...? 정상석이 남향으로 앉아야 우리같은 사람들 정상석을 향해 북향제배 하기에 딱 맞구마는. 정상석 뒷면에는 지재미골, 서문가, 유안청(儒案廳 : 지재미골에 이 고장 선비들이 공부하던 곳), 금원숭이, 금은산... 등의 내력이 상세히 적혀있다. 유한청은 또 무신소린지 원...

 


 

여기서 북동으로 뻗는 능선이 서문가바위로 유명한 현성산과 필봉, 성령산까지 이어져 위천과 만나며 그 아래에 수승대가 있다. ‘지재미골 관리사무소’팻말과 표지리본이 주렁주렁 걸린 동봉 쪽으로 간다.


지척에 있는 동봉(1,349m)에서는 우측으로 꺾어 내려간다. 직진은 유한청(유안청이 맞는거 아이가) 폭포행이다. 안부로 내려서면 [유한청폭포3.0 기백산4.3] 이정표가 있는데 4.3km는 좀 많고, 3.5km 정도다. 우리는 1시간10분 걸렸다.


바람이 비교적 없는 산죽길에 잠시 쉬었다가 넓은 공터로 된 수망령에서 올라온 임도를 건너고, 시흥골 안부에 내려서기 전에 비로소 누룩덤과 기백산 능선의 장쾌한 모습을 본다.


전방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셋인데, 첫봉은 옆모습이 고릴라 얼굴형상의 암봉(1,283m)이고, 다음봉이 여러장의 바위를 겹쳐놓은 누룩덤(1,279m)이다. 둘 다 여름철에는 올라설 수 있는데, 올라서서 보는 조망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용추계곡을 둘러싸며 황석 거망에서 금원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장쾌하기 그지없다...만 다 날 조은날 얘기다.


누룩덤(1,279m) 우측사면으로 밧줄이 메여있다. 바위 슬랩은 하얀눈이 깔려있고 밟은 흔적따라 얼음판이 형성되 있다. 밧줄잡은 손목에 힘이 더 들어가고 한발 한발 발바닥 상태를 확인하고서야 다음 발을 옮긴다.

 

 


 


15:55 기백산 (箕白山 1,330.8m △거창21)

잠깐 하늘이 뚫리며 햇살이 비치지만 건너편 황석은 깜깜한 구름속이다. 아직도 바래기재는 세시간의 거린데 벌써 4시가 된다. 바지런히 가야겠다

 

기백산(箕白山 1,331m)은 마리면, 위천면과 함양군 안의면에 걸쳐 있는 덕유산의 가지이다. 옛 이름은 지우산(智雨山)이며 마치 술을 빚는 누룩더미 같이 생긴 바위들이 여러층 탑을 쌓아 올리듯 쌓아진 봉우리를 갖고 있어 누룩덤이라고도 부르는 산이다. 산 이름은 이십팔술 별자리의 하나인 箕와 인연을 갖고 있다.


우측으로 떨어지는 길은 용추계곡이고, 기맥은 직진(남동)이다. 7분 거리에 구둘장 같은 편편한 돌이 있는 다음봉에 서면, 남동으로 내려앉은 후 오두산(942m)으로, 바래기재로 갈라지는 능선이 훤하다. 그나마 조망이 터지니 다행이다. 그때 여름철 아무것도 안보이는 숲속에서 길 찾느라 얼마나 혼이 났던지.


불뚝선 사각기둥 모양의 선바위를 지나 계속 내려간다. 리본도 여러장 걸려있고 길도 뚜렷하다. 기백출발 25분에 오두산 갈림길인 분기봉(×1,067m) 앞에 이르렀다. 오두산 가는 길이 어디있나 살펴봐도 오직 한길뿐이다. 뚜렷한 길따라 봉우리 우측사면을 다돌아 나가니 비로소 희미하게 갈라지는 길이 보이고 리본이 한 장 외로이 팔랑거린다. 물론 기맥 쪽으로는 리본이 수두룩하다.


앞에 뿔같이 솟은 봉. 지난번에는 그대로 올랐는데(새로 산 옷 한벌 다버렸다) 오늘은 갈길이 바빠 좌측으로 나있는 우회길로 가고 다음봉도 왼쪽으로 돌아간다. 잠시 잡목의 저항을 받지만 두 번째 봉우리(×980)만 돌면 길은 좋아진다.


전에 못본 이정표가 이어진다 [기백산1.6 마리면고학리2.4]에 이어 첫 번째 헬기장에도 [기백산2.8 마리면고학리2.4]. 마리면 고학리를 엄청 강조하는데 고학리에 가면 뭐가 있는가 모르겠다. 노랑색 ‘마리사랑’ 리본도 이어진다. 마리면에도 산꾼이 한분 계시는가보다. 어쨌던 첫 번째 헬기장이 지형도상 늘발고개로 짐작이 간다만 확신은 없다.


두 번째 헬기장은 웬만한 농구장만하다. 5분 후 다시 나오는 세 번째 헬기장에서 배낭을 내린다. 뭔가 좀 보충하고 어둑해지니 후레쉬도 꺼내야겠다. 배낭을 뒤지던 객꾼, 남덕유에서 고사 지내고 남은 술이 있다면서 양놈지갑 주운양 좋아한다.


달라빼기 바쁜 마당이라 △872.2봉 삼각점은 애써 찾을 필요성도 느끼지 않고, ×819봉에서 좌측으로 크게 꺾는다. 헬기장을 두 개 더 지났다만 고만고만한 능선길이라 어디가 어딘지도 지형도와 맞추기도 어렵다.


벌목잔해가 널부러져 등로가 뚜렷하지 않은 송림속의 펑퍼짐한 비탈길. 이미 주위는 깜깜해졌다. 굉장히 지루하고 길게 느껴진다. 어둠속에서 GPS 화면의 트랙만 따라간다.


18:00 상비재 (505m)

넓은 수레길을 만나 잠깐 따라 내려가면 그 끝 안부가 상비재로 보인다. 어두워 제대로 식별이 안된다. 재작년 황거금기 하면서 상비재로 알고 하산한 그곳은 이미 한참전이다. 상비재로 내려간게 아닌것이다.


△580.7봉

지형도상 바래기재까지의 능선상 마지막 봉이다(18:13). 묘가 자리 잡았다. 묘 앞에 앉아 마지막 휴식을 가지고 이제 차소리 들리는 곳을 향한다만 어두워 눈에 뵈는게 없다. 자꾸만 트랙을 우측으로 벗어나는듯해 좌측을 주시하지만 뚫을 구석이 안보인다. 희미하나마 식별되는 길따라 내려오니 앞이 넓게 터지는 묘터이고, 잡풀더미를 헤치고 내려서니 바래기재 우측(100m)으로 떨어졌다. 밝은 날에는 아래쪽 휴게소(식당)가 보이므로 좌측으로 붙으며 옳은 마루금을 찾으면 되겠다.


18:45 바래기재(3번국도 350m)

산길도 해발500m대 아래로는 눈이 없었고, 도로 역시 말짱하다. 영각사 매표소에서 12시간 걸린 거리라 해 긴 여름에는 모를까 겨울철에는 하루구간으로는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철에 따라 해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가. 최대 다섯시간 정도가 차이가 나는데, 억울한 생각이 든다.


차회수

여기서 영각사는 거창으로 해서 황점, 남령을 넘어 가는게 빠르겠지만 남령고개가 수상해 안의로 돌아간다. 제설이 다 되었는지 지금은 얼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광인님과 접선

내일 수도공사(수도지맥)하러 온다는 일정을 알고 있으므로, 어디어디 어떻게... 문자를 날리니 금방 답이온다. ‘오케바리~’  다만, 새벽에 도착을 하고, 쌍방간에 내일 일정이 빠듯하므로 ‘한초식’은 뒤로 하고 대면하는걸로 만족할 밖에 없다. 둘이서 거창시내를 이리저리 돌다가 요상한 간판 [탄다 뒤비라]에 이끌려 삼겹살 몇조각 뒤빈다.


성림모텔

거창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여관이다. 머스마 둘이서 아무짓(!)도 않고 잠만 잘테니 좀 깎아쥬쇼~ 해도, ‘남녀불문 30,000원’이란다. 둘이서 더운물 실컷 퍼부으며 씻으니 목욕값 치면 비싼 방이 아니다. 문고리에 부산사 리본하나 걸어놓고 ‘뒤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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