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맥 * 지맥/기맥 - 4

조은산 2012. 1. 23. 18:53

 

 

 

 

 


 

 

영산기맥 4구간

 

 

 

2010.01.09 (토)

산길 : 깃재~태청산~밀재

사람 : 조은산 장산

거리 : 16.6km

 

 

 

구간거리

깃재~1.7~월랑산~4.1~태청산~2.8~장암산~2.5~월암산~5.5~밀재.........16.6km

Cartographic Length = 19.8km / Total Time: 08:25

 

 

04(깃재~밀재).gpx

 

 

 

 

 

 

高城山 靈光東三十里

磨岾山 一名鳳停 靈光東二十五里 分二歧

母岳山 靈光南二十里 咸平北三十里

 

 

산경표상 이번구간의 산은 마점산이 유일하다. 「마점산(일명봉정)」마점이나 봉정, 둘 다 현재에는 보이지 않는 이름이다. 현재의 태청산(593.3)과 장암산(481.5) 둘 중에서 하나를 칭함인데, 높은쪽으로 무게를 실으면 태청산 이겠다만 확신은 없다. 태청이나 장암 둘 다 “分二歧”하는 형태이고 대동여지도를 봐도 명확한 답을 못찾겠다.

 

장성군 삼계면과 영광군 대마면의 경계인 깃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마루금 서편은 내도록 영광군이고, 동편은 태청산에서 삼서면이 되고 칠봉산에 오르면서 비로소 장성과 이별하고 함평을 만난다. 밀재(선치)는 영광군 묘량면과 함평군 해보면의 경계가 된다.

 

지형도에 등록된 산 이름은 월랑산(×458), 태청산(△593.3), 장암산(△481.5), 칠봉산(×268), 가재봉(×281)이다. 태청산에서는 태청지맥, 장암산에서는 장암지맥이 분기한다. 형편봐가며 불갑산(△518.2)까지 넘어볼까 했지만  밀재로 내려서면서 쳐다본 불갑산은 내쳐 달리기엔 너무 높았다.

 

04:00 부산출발. 세 시간 정도 달리니 삼계면으로 들어간다. 날이 추워 그런지 불켜진 식당은 하나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 신청도 없이 자동으로 나오는 김치찌개다. 삼계농협 앞에 차 대놓고 택시타고 깃재로 올라간다(7,500원) 도로는 말끔히 제설이 되어있다.

 

 

 

 

 

 

(시간표)

07:50 깃재

08:53 월랑산

09:41 몰칫재

10:40 태청산

11:10 마치

11:58 장암산

12:33 사동고개

13:17 분성산

14:05 연정재

14:47 뱃재

15:15 가재봉

16:17 밀재

 

 

 

 

 

 

 

 

 

깃재 (210m)

장성추모공원 들어가는 길도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어, 기맥 마루금은 추모공원을 우측으로 휘감듯이 돌아가므로 그냥 도로따라 올라가보까 싶기도 하다만, 어디서 마루금으로 쉽게 연결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들머리 들여다보니 역시나 발자국이 없다. 발목까지 폭폭 잠기는 눈인데 비탈에는 미끌리니 힘이 배로 든다. 네발짜리 아이젠은 하나마나다.

 

구름위로 솟는 일출을 보니 오늘 조망은 시원찮을 조짐이 짐작된다. 10분만에 송전철탑을 만나고 위로 올라가보나 길이 없고,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완만히 내렸다가 오르면 두 번째 철탑을 만나고 이번엔 왼쪽으로 돈다. 눈길에 멧돼지인지 고라니인지 뭔가가 흔적을 남겼다. 이놈도 월랑산까지 올라갔다.

 

추모공원 납골당이 왼쪽 바로 아래에 와있다. 전위봉쯤 되는 450봉에서는 출발한 깃재에서 추모공원으로 들어오는 도로가 보인다. 그 뒤로 보이는 고성산은 높기만 하다. 살짝 내렸다가 다시 오르면 월랑산이다.

 

 

월랑산 (月朗山 ×458)

산중턱에 옥황월형의 명당이 있으며, 특히 달빛이 밝게 비치는 산이라서 월랑산이 되었단다. 그래서 납골당(추모공원)이 들어선지도 모르겠다.

 

나무판으로 만든 정상표지판이 있다. 이런 표지판은 전국적으로 여러군데서 볼 수 있는데, 김문암씨(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작품이다. 98년도에 경기 연천의 성산 정상을 찾다가 죽을뻔한 경험을 한 이후 정상석이 없는 오지의 산봉우리를 찾아다니며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는데, 준희님과 비슷한 열정의 산꾼임에 틀림없다. 북쪽너머 영광들판은 온 천지가 하얀데 군데군데 섬처럼 작은 봉우리들이 솟아있다.

 

내려가는 길은 몇걸음 되돌아 나와야 된다. 정상에서 그대로 지나쳐 나무에 걸린 눈을 털어내며 길을 뚫는 장산을 불러 세웠다.

“어문 봉창 뚜디리지 말고 이쪽으로~”

 

멧돼지 발자국도 가만보면 길이 나있던 자리를 따라가다가 어쩌다 한번씩 어문데로 들어갔다 나온다. 생각없이 따라갈 일이 아니다. 바짝마른 줄기지만 가시는 생생하게 살아있어 무작정 밀고 갈일도 아니라 옆으로 밀어내야 된다. 내려선 안부 우측에 넓은 임도가 지나간다.

 

군감뫼 안부

[태청봉3.4km] 이정표가 있고, 우측의 넓은 임도에는 태청산등산로 안내판도 있다. 현위치 ‘군감뫼’다. 이정표가 나오니 길이 다소 나아질려나 기대했지만 별차이 없는 듯하다. 계속해서 멧돼지 발자국 따라간다. 특이한 이름의 군감뫼(군관매)는 군인이 현장을 지휘하는 형국이라는데, 내 수준으로는 이해 안되는 소리다.

 

편백나무가 마치 도열하듯 줄을 맞춘 조림지에 나무들의 사열을 받으며 지나간다. 이런 나무를 보고 간혹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 전봇대처럼 쭉쭉빵빵 자란 나무는 편백 아니면 삼나무다. 편백은 이파리가 넓고 삼나무는 바늘침이다. 편백, 삼나무 둘 다 상록성이고 겨울에 누렇게 낙엽이 들면 낙엽송(잎깔나무)이다. 측백은 이렇게 곧고 높게 자라지 못한다. 이만큼 아는척 하는것도 다 삼규 덕이라.

 

우측으로 [산림도로]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이어 나온다. 아까 군감뫼 안부 옆을 지나는 그 임도를 말함인데, 마루금과는 멀리 태청봉 허리를 휘돌아 가는 임도다. 영광70번 송전철탑을 지나 내려가면 몰치라 하는 고갯길이다.

 


 

 


 

(군감뫼 산림도로)

 

 

 


 

 

몰칫재 (351m)

왼편 삼계면에 말치마을이 보인다(지도). 그래서 몰치가 된 모양이다. 이정표는 그쪽으로 [대화레져관광농원]을 가리키고 긴급구조말뚝도 있다. 편백나무 숲은 계속 나오고, 여기서부터 비로소 길 같은 길이 나온다. 태청봉 등산로인가보다.

 

몰치에서 537.1봉을 향해 오르면서 마루금을 이탈하지 않는데도 GPS트랙이 자꾸만 우측으로 벗어난다. 등로가 우측사면으로 나있기 때문인데 삼각점 만나려면 없는길 뚫어야겠다만 삼각점이 밥 먹여주는것도 아니라 조은길 따라 능선에 올라섰다.

 

△537.1봉을 지난 서쪽 안부이고, 이정표는 △537.1쪽으로 [봉정사]를 가리킨다. 육군보병학교에서 새운 이정표도 있다. 우측으로 틀어 능선을 따르면 군감뫼로 이어지는 산림도로가 하얗게 드러나고 앞쪽으로는 태청산 봉우리 두 개가 나란히 보인다. 우측이 태청산이다.

 

태청봉이 바로 빤히 쳐다보이는 헬기장 [태청봉0.4km] 같은 공터를 지나 6분 더 오르면 좀 더 넓은 헬기장에 올라선다. 벤취가 놓여있고 상무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날 조은날은 무등산까지 보인다는데 오늘은 탁하다. 여기서 동쪽으로 태청지맥이 분기한다.[태청봉0.15km]

 

태청지맥 분기봉

삼서와 삼계면계 따라 내려가 황룡강이 영산강을 만나는 합수점까지 가는 40.6km 산줄기다. 땅바닥으로 내려앉는 지맥 마루금이 보인다만 보병학교 영역을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태청산 (太淸山 △593.3)

눈길 비탈이라 로프를 잡고도 바둥대며 올라가니 하얀눈을 소복히 덮어 쓴 태청산 정상이다. 조망을 위한 나무판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길쭉한 정상석에는 태청봉이라 새겨져있다. 주변에서는 가장 높아 날씨만 좋으면 안보이는데가 없겠는데 하얗게 펼쳐지는 벌판 끝은 바다인지 산인지 구분이 안된다.

 

지나온 고산과 고성산을 짚어보고, 돌아서 장암산을 향해 내려간다. 장암산 능선길이 하얗게 드러나 길은 좋겠다며 안심을 한다. 이정표의 [마치1.3km] 뱡향으로 내려서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직진은 법당이고 기맥은 우측이다.

 

마구 쏟아지는 급비탈을 줄줄 미끄러지며 내려간다. 거의 일직선으로 내려가는 능선길을 하강하듯 30분간 떨어지면 마루금을 넘어가는 고갯길인 마치에 내려선다. 태청봉에서 1.3km다.

 


(△537.1 안부)

 

 

 

 

 

 

 

 

 

 

 

(태청산)

 

 

 


 

 

 

 

 

마치 (330m)

30분에 고도 300을 낮췄다. 말을 타고 넘는 고개라 마치(馬峙)인가. 뚜렷한 십자로인데, 왼편은 보병학교 영역이라 넘어가도 되는가 모르겠다. 마치 내려서기 직전에 우측이 영광군 대마면에서 묘량면으로 바뀐다.

 

작은마치재 (330m)

봉우리 하나 살짝 넘으면 다시 고갯길인 작은마치재다. 이정표 기둥에 이름표를 붙여놨다. 마치재와 해발은 동일하고, 우측으로 [석전모정]을 가리키는데 묘량면의 마을이름인 모양인데 지도를 봐도 석전은 있는데 모정은 안보인다 [장암산2.3km]

 

다시 장암산을 향한 오름이 시작된다. 눈길은 여전하지만 등로가 확보되어 걸리적 거리는게 없으니 한결 편하다. 태청산과 달리 비탈도 순하다. 느긋하게 올라가는데 장암산 일대는 온통 산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앙상한 고사목이 흰눈과 선명히 대비된다. 돌아보는 태청산이 웅장해 보이고, 상무대 골프장이 보인다. 그린마다 눈이 쌓여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샘터정 (팔각정)

장암산 직전봉인 475봉에는 팔각정이 있다. 팔각정 마루판에는 두터운 이불처럼 눈이 깔려있다. 팔각정을 지나 몇걸음 내려가면 샘터삼거리인데, 여기서 기맥은 왼쪽으로 내려가고 장암산은 정면으로 200m 거리다. 장암산으로 간다. 쉼터의 테이블, 의자마다 눈이 소복히 얹혀있다.

 

 

장암산 (場岩山 481.5m △고창 311)

멋진 정상석과 사방으로 시원한 조망이 열린다. 태청산에서 이어온 능선길은 한장의 흑백 수묵화다. 묘량면 넓은 들판 한가운데를 서해안 고속도로가 달리고, 석전마을 저수지에 꽁꽁 얼어붙은 얼음판위에 묘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자연이 그린 그림이다. 먼저 온 산객 두분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은 묘량쪽으로 내려간다.

 

 

정상부의 너럭바위에는 고관집 도련님과 가난한 농부의 딸에 얽힌 애틋한 전설이 남아있다. 행글라이더장이 있다는데 온통 눈이 덮혀있어 어딘지 모르겠다. 삼각점은 맨 상단부만 눈위로 머리만 빼꼼히 내밀고 있다. 남쪽 아래에 팔각정이 있는데, 그 옆으로 내려가는 길이 영광읍내를 거쳐 법성포 끝단으로 가는 35.4km의 장암지맥이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숯가마샘터]로 내려간다. 50m 아래에 토굴같은 숯가마터가 있고 바로 아래 샘터에는 이 엄동설한에도 맑은 물이 졸졸 흘러나온다. 장암산 전후로 산불흔적이 아주 광범위하게 남았는데 혹시 숯 만들려고 일부러 태웠나.

 

 


(장암산)

 

 

 


 

(숯가마터)

 

 

 

(불갑산)

 

내려가면 멀리 불룩하게 솟은 불갑산이 보인다. 저걸 넘으려는 계획이었다니, 오늘 같은 날 가당치도 않는 일이다. 길은 더 넓어지고 남사면이라 눈이 녹아 흙길이 드러났다. 우측 건너로 장암지맥 능선이 함께 뻗어 내린다.

 

사동고개로 내려서면서 상무대 골프장이 다 보이고 식당이 있다는 건물도 보이는데 오늘 같은 날 손님이 없으면 문을 열었을까 싶기도 하다만. 키 큰 소나무 숲을 지나 아스팔트길로 내려선다.

 

 

사동고개 (205m)

지형도에는 덤바위재로 표기되어 있으나 사동마을이 있어 사동고개로 통한다. 군부대 시설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말끔이 제설이 되어 있다. 왼편(동) 상무대골프장에 식당이 있다는 정보에 따라 골프장 건물로 내려가니 옥상에서 누군가 뭐라한다. 식당에 간다하니 오늘 장사 안한다네... 도리없이 건물 벽에 설치된 차양시설 아래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풀었다. 여기 식당 믿고 점심을 안쌌더라면 큰 낭패 볼 뻔 했다. (~13:00)

 

사동고개로 원위치하고 건너편 비탈로 붙는데 온통 눈밭이고, 길은 보이질 않는다. 행복은 여기까지였고 이제 고생길만 남았나. 대충 가늠해 올라서니 대나무밭 입구에 리본이 하나 팔랑거린다. 대나무밭 속으로 들었다가 우측으로 비켜 오른다. 죽은 나무덩걸에 가시줄기가 사정없이 훑어댄다. 능선으로 오르는데, 앞서 간 발자국이 하나 있다. 상태로 봐서는 오늘 찍은 발자국 같기도 하다. 진행 하면서 혹시나 앞선이를 만날까 싶은 기대도 했지만 밀재 내려설 때까지 그 주인은 못만났다.

 

 

분성산 (320m)

25000 지형도에는 여기도 장암산인데, 분성산이라 새긴 작은 정상석이 박혀있다. 왼편 아래에서 올라온 뚜렷한 길이 보이는데 아침운동 코스로 적당한 봉우리다. 그대로 넘어 내려가면 길은 더 험해지고 눈길에 육군 말뚝이 이어진다.

 

월암산(△354.5)으로 갈라지는 봉우리에서 90도 왼쪽으로 꺾인다. 내려서고도 다시 왼쪽으로 꺾이니 아마도 봉우리 직전에서 바로 오는 길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후 펑퍼짐한 사면이라 독도가 난해하다. 육군공병학교의 경고문도 보이는데 글씨가 지워져 뭘 조심하라는지 모르겠다. 잡목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다가 연정재 내려서기 직전봉 (약250m)에는 [기관총진지초소]가 있고 왼쪽으로 틀어 내려간다.

 

 

 

(상무대 골프장 식당건물)

 

 

 

 

단디이 하입시더~

 

 

(연정재)

 

연정재 (225m)

절개지라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돌아 내려서야 하는데 장산은 우측으로 나는 왼쪽으로 내려갔다. 콘크리트 포장된 고갯길로 넓이는 2차선은 되겠다. 서쪽아래 연정마을이 보이고 동쪽은 군부대로 보인다.

 

잠시 배낭 내리고 의관을 수습한다. 건너편 둔덕 끝부분으로 오르니 의외의 조은길이 나오는 듯 하나 잠시뿐이다. 육군 시멘트말뚝은 마루금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오름이 다한 270봉에서 우측으로 꺾이는데 왼쪽으로 군계가 갈라진다. 비로소 시작부터 적을 둔 장성군에서 벗어나 함평군을 만난다. 서쪽은 그대로 영광군 묘량면이다.

 

칠봉산 (×268) 정점은 우측으로 조금 떨어져 있으나 잡풀더미속의 봉우리라 가볼 일도 없이 왼쪽으로 내려간다. 묘 한기 있는 공터에 나서면 월봉산 봉우리가 앞 능선 위로 솟아있다.

 

광산김씨세장비

우측 연암제와 왼편 월계제를 잇는 안부 고갯길인데 아주 큰 비석이 눈길을 끈다. “通政大夫秘書監丞 광산김공 碑”

 

비서감승이란 호칭은 처음 보는데, 찾아보니 조선시대 왕명출납을 담당한 승정원의 벼슬을 말한다. 산길 댕기면서 가선대부와 통정대부는 어쩌다 한번씩 만나는데 가선대부는 종2품(차관급)이고 통정대부는 한 끝빨 아래인 정3품(1급공무원)이다.

 

건너편 오름길에는 시눗대라 하는 대나무 숲이다. 다 올라서니 200m쯤 되는 봉우리. 왼편 아래로 지도상 갈멜산수련원 인듯한 건물이 보인다. 우측으로 내려서면 뱃재다.

 

 

뱃재 (180m)

지형도상 표기위치가 좀 떨어져있어 뱃재가 맞나 구시렁거리니, 장산 왈,

“고개 생긴 꼴을 보소, 영판 배 한 대 지나간 흔적 이구마요”

좁게 V자로 파져 있으니 그리 큰 배는 아닌 모양이고, 지금은 사람도 안 다닐 길이다.

 

올라서면 왼편으로 월야면의 들판이 펼쳐진다. 다시 뱃재만한 안부를 지나 오르면 지형도상 가재봉(×281)인데 아까의 칠봉산이나 크게 다름없이, 뭐 이런데 이름이 다 붙었나 싶은 그런 봉우리다.

 

흰바위재

여전히 가시줄기는 사람 피곤하게 한다. 이리저리 긁혀 옷에는 보풀이 일고 맨 살에는 붉은 줄이 그였다. 어떤놈은 얼굴에 푹 꽂히기도 한다. 완만한 사면길을 다 내려서니 지도상 흰바위재인데, 그렇지 않아도 온 천지가 하얀판에 흰바위를 어디서 찾겠나.

 

이제 밀재는 2km 정도 남았고 능선도 고만고만하니 한시간도 안 걸리겠다. 불갑산이 한층 가까워졌다. 길은 여전히 사납기만 하지만 지형도상 마지막 봉우리인 ×273봉에 올라 택시를 부르고, 남은 봉우리 하나만 넘으면 끝인데, 암봉이 삐쭉삐죽한 봉우리 주위는 온통 가시덤불이 둘러싸  갑갑하기만 한데,  웬걸  의외로 왼쪽 사면으로 질러간다. 막판에 당국의 협조가 있음이 천만다행이다.

 

밀재로 떨어지면서 불갑산 능선의 철탑들도 보인다. 여러기의 묘가 기차놀이 하듯 줄줄이 모여있는 집단 묘터를 지나면 나무사이로 아스팔트 도로가 보인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하늘높이 우뚝솟은 불갑산 비탈을 보니 오늘 붙을만한 봉우리는 아니다.

 


  

 

 

 

 

(밀재)

 

밀재 (170m)

지형도에는 매미 선字 선치(蟬峙)인데 버스정류장 이름도 밀재이고 아래로 새로 뚫린 도로의 터널이름도 밀재터널이다. 행장을 수습하고 있노라니 불러놓은 택시가 올라와 서둘러 올라 타고보니, 버스정류장에 벗어놓은 아이젠이 생각난다. 2주 후에까지 그대로 있겠나... (삼계면까지 15,000원)

 

함평군 해보면 해보리. 순우리말로 하자면, 뭘해보라는 소린지 모르겠다만 한자로는 海保라 쓴다. 한때는 ‘문장시장’이라는 5일장이 열릴 때마다 함평 일대 상인들이 다 모여, 상업으로 융성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다 옛일이 되었단다.

 

 

 

택시타고 해보면으로 내려가는 길 우측에 국군통합병원이 있다. 장산님이 이쪽계통이라, 광주에 있던 것이 언제 이리로 왔냐 한다. 예전엔 이런 시설을 봐도 우리같은 사람이야 오면 오나보다, 가면 가나보다 했었는데 요즘 들어와서 씨끌벅쩍한 세종시 형국에서 보는거나, 대형시설 하나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걸 보고서야 비로소 눈이 떠진다.

 

택시기사님 설명도 보태진다. 상무대가 들어오면서 정문은 삼서면에, 동문(東門)은 삼계면으로 날 계획이라 삼서면에서는 가만히 앉아 정문 열릴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해 삼계면에서는 적극적인 작업(!)으로 군인아파트를 삼계면으로 유치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삼서면은 썰렁하고 삼계면은 북적인다. 위 통합병원 역시 광주에 있던걸 함평으로 뺏아 온, 모종의 작업이 있었을 터이다. 요즘 시대는 작업 잘하는 사람이 뜨는 시절인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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