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시인 시상 10편을 감상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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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2.

 

 

1 홀로서기 / 서정윤

-둘이 만나 서는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사랑한다는 말은 / 서정윤

 

 

사랑한다는 말은

기다린다는 말인 줄 알았다

가장 절망적일 때 떠오른 얼굴

그 기다림으로 하여

살아갈 용기를 얻었었다

 

기다릴 수 없으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줄 알았다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마음은 늘 그대 곁에 있는데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살았다

 

그대도 세월을 살아가는 한 방황자인걸

내 슬픔 속에서 알았다

스스로 와 부딪치는 삶의 무게에

그렇게 고통스러워한 줄도 모른 채

나는 그대를 무지개로 그려두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떠나갈 수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3 노을 스러지는 그 뒤로 / 서정윤

 

 

산 뒤로 노을이

아직 해가 남았다고 말할 때

나무들은 점점 검은 눈으로 살아나고

허무한 바람 소리 백야처럼

능선만 선명하게

하늘과 다른, 땅을 표시한다

 

고통 속에서만 꽃은 피어난다

사랑 또한 고통으로 해방될 수 있음을

무수히 자신을 찢으며 깨달아 가는 것이다

노을 쓰러지는 그 뒤로

바람마저 저지나가 버리는 내 마음의 간이역에는

아직도 기다리는 엽서 사연들이

오래된 낙엽으로 밟히고

먼저 잠든 자의 표정에서

내 슬픈 방황 먼 흐름의 물길을 찾는다

 

창에 비치는 풍경이 눈앞에서 맴돌고

긴 흔들림에 영혼이 지쳐

내 속의 장미 시들어 가시만 남는다

귀가를 서두르며 나는

스러지는 노을, 그 뒤로 따라가고 있다.

 

 

4 그대를 사랑하는 / 서정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아서

살아있는 나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 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나는 그대를 좋은 친구로 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대는 나에게

즐겨 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두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이 될 수 있겠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5 절망 / 서정윤

 

 

이미 오래전에 결정되어진

나의 아픔이라면

이 정도의 외로움쯤이야

하늘을 보면서도 지울 수 있다

또 얼마나 지난 후에

이보다 더한 고통이 온대도

나에게 나의 황혼을 가질 고독이 있다면

투명한 겨울 단풍으로 자신을

지워갈 수만 있다면

, 알지 못할 변화의 순간들을

부러워 않을 수 있다

 

밤하늘 윤동주의 별을 보며

그의 바람을 맞으며, 나는

오늘의 이 아픔을

그의 탓으로 돌려 버렸다

헤어짐도 만남처럼 반가운 것이라면

한갓, 인간의 우울쯤이야

흔적 없이 지워질 수 있으리라

 

하루하루가 아픈 오늘의 하늘

어쩌면

하염없이 울어 버릴 수도 있으련만

무엇에 걸고 살아야 할지

아픔은 아픔으로 끝나주질 않는다.

 

 

6 그대에게 / 서정윤

 

 

무엇을 원하는 것으로

소유하려는 것조차

나의 욕심이라고 깨닫고

시인하며

가슴을 털며 돌아서면

사랑은 조건이 없는, 아니

진정한 사랑의 조건은

진실

그 하나만으로 족한 것

가면의 사랑으로 우리는

자기마저 속이려는 숱한

가여운 영원을 본다

사랑 없는 삶은

죽음보다 무의미한 것이기에

우선은

내 마음의 진실을 찾아

아픈 추억들 뒤지고 있다.

 

 

7 겨울 해변가에서 / 서정윤

 

 

소리치고 있다

바다는 그 겨울의 바람으로

소리지르고 있었다

부서진 찻집의 흩어진 음악만큼

바람으로 불리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했다

아니, 물보라로 날리길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겨울의 바다

오히려 나의 기억 한장을 지우고 있다

파도처럼 소리지르며 떠나고 있다

 

내가 바닷물로 일렁이면

물거품이 생명으로 일어나

나를 가두어두던 나의 창살에서

하늘로, 하늘로 날아오르고

그 바닷가에서 나의 모든 소리는

바위처럼 딱딱하게 얼어 버렸다

옆의 누구도 함께할 수 없는

그 겨울의 바람이

나의 모든 것으로부터 떼어놓았다

 

소리쳐 달리는 하얀 물살 꽃엔

갈매기도 몸을 피하고

바위조차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만

무너진 그 겨울의 기억을 아파하며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 내 속의 시간

오히려 파도가 되어 소리치는데

바다엔 낯선 얼굴만 떠오르고 있다.

 

8 눈물 / 서정윤

 

 

아직도 가슴에 거짓을

숨기고 있습니다

늘상 진실을 생각하는 척하며

바로 사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나만은 그 거짓을 알고 있습니다

 

나조차 싫어지는 나의 얼굴

아니 어쩌면

싫어하는 척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내 속에 잇는 인간적

인간적이라는 말로써

인간적이지 못한 것까지 용납하려는

알량한 <>가 보입니다

 

자신도 속이지 못하고

얼굴 붉히며 들키는 바보가

꽃을, 나무를

하늘을 속이려고 합니다

그들은 나를 보며 웃습니다

비웃음이 아닌 그냥 웃음이기에

더욱 아픕니다

 

언제쯤이면 나도

가슴 다 보여 주며 웃을 수 있을지요

 

눈물 나는 것이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9 소망의 시.1 / 서정윤

 

 

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햇살같이 가벼운 몸으로

맑은 하늘을 거닐며

바람처럼 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흔적 없이 사라 질 수 있는

바람의 뒷모습이고 싶다

 

하늘을 보며 땅을 보며

그리고 살고 싶다

길 위에 떠 있는 하늘 어디엔가

그리고 얼굴이 숨어 있다

깃털처럼 가볍게 만나는

신의 모습이

인간의 소리들로 지쳐 있다

 

불기둥과 구름 기둥을 앞세우고

알타이 산맥을 넘어

약속의 땅에 동굴을 파던 때부터

끈질기게 이어져 오던 사랑의 땅

눈물의 땅에서는 이제는

바다처럼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

맑은 눈으로 이 땅을 지켜야지.

 

 

10 홀로서기 / 서정윤

 

-둘이 만나 서는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도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서정윤시인 프로필

 

1957819, 대구

데뷔 1984년 시 '서녘바다' 현대문학 추천 등단

영남대학교 대학원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013.11 대구영신중학교 교사

- 대구영신고등학교 교사

 

2012 26회 금복문화상 문학부문

 

최근작 2019. 05. 20일 꽃 한 송이 잊는데 평생이 걸린다 외 45편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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