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곳엔 사랑이 있다.

물건너 작은섬에 종달새 운다 종달새 우짖으니 밭이 있겠지 . 거기엔 또한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사는 곳엔 사랑이 있다.

이현 . 그리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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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v and Arts

2021. 8. 6.

 

이현은 1950년 9월 7일 임시수도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생일을 축하할 수가 없었다.

본인도 생일 축하를 받을 마음이 없다. 이날이 어머니의 제삿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를 낳고 어머니가 바로 돌아가셨어요. ‘아들이냐, 딸이냐?’고 물으시고는 할머니가 ‘아들이다’라니까 ‘한번 안아보자’라고 하시고는 바로 돌아가셨다고 해요. 글자 그대로, 저를 ‘딱 한 번’만 안아보신 거죠. 그래서 저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움은 있는데 얼굴도 모릅니다. 모습도 사진으로밖에는 뵙지 못했으니까요.”

사인(死因)은 임신중독이다. 인천 상륙작전 결행일이 1950년 9월 15일이니 이현의 어머니 이혜란(李惠蘭) 여사 는 낙동강 전투가 한창이고 대한민국이 벼랑 끝에 몰렸던 시기에 아들을 출산한 셈이다. 출생지는 임시 수도 부산이다. 이형근 장군은 부산 출신의 유명한 의사 박기출(朴己出·1909~1977) 박사의 댁에서 세를 살았다. 진보당(進步黨) 조봉암의 정치적 동지로, 1967년 7대 대선 때 국민당 후보로 출마, 4위로 낙선한 바로 그 사람이다(득표율 0.36%).

이현 집안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현이 태어나고 불과 17일이 지났을 때 다른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작은아버지 이상근(李尙根·1922~1950년)의 전사(戰死)다. 이형근의 바로 아래 동생이던 육군 수도사단 이상근 대령은 9월 24일 영천지구에서 전사했다. 이 대령은 사후(死後) 준장으로 1계급 추서됐다. 이상근의 생애를 극화한 영화가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증언〉(1974)이다. 이상근 장군의 역할을 맡은 배우는 김진규다.

 

집안도 나라도 안팎으로 전시(戰時)요 비상시국이었던 것이다.

작곡가 박춘석 선생과 이현.

 

알 수 없는 슬픔이 깃든 노래


만삭의 임신부와 갓난아기를 섬세하게 돌볼 상황이 아니었다. 혼란의 와중에서 이현을 기른 건 할머니다. 그의 그리움은 그래서 그윽하고 아득하다. 허무하고 공허한 마음은 소년을 점점 내성적으로 만들었다. 어린 시절 소풍을 가면 늘 장기자랑에 나가 노래를 불렀으니 내향(內向)과 외향(外向) 어느 편이 더 천성(天性)에 가까운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어머니의 부재(不在) 때문이었을까, 올드팬들은 ‘가수 생활을 할 때도 이현은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쓸쓸하며 그래서 모성(母性)으로 품어주고 싶은 가수’였다고 말한다. 아무리 신나는 노래를 불러도 그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죠.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 내가 어머니를 이렇게 그리워하는구나, 다른 사람 눈에도 그것이 보이는구나 라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어머니 얘기를 하기는 좀 그랬어요. 어머니 얘기는 오늘 처음 털어놓는 겁니다.”

박춘석 선생은 이 사실을 알았다. 알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주변에서 눈치챌까 봐 사연을 살짝 바꿔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어 이현에게 주었다. 1971년에 나온 ‘그리운 어머니’라는 노래다.

 

이현 . 그리운 어머니

1971

박시춘 작사.작곡

https://www.youtube.com/watch?v=b83xE94-LDE

 

“저에게 별말씀 없으시다가 박춘석 선생님이 어느 날 무심한 듯 ‘이 노래 한번 불러봐’라시며 악보를 주셨어요. 영화 주제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느 잡지에 감정을 잘 살려서 노래했다고 기사가 나왔는데, 그냥 제 얘기니까 감정을 살리고 말고 할 것이 없었죠. 이 노래를 부르면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음속 어머니와 다시 만나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이 자리를 빌려서 고(故) 박춘석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현 . 먼여로

1972

정귀문 작사 고봉산 작곡

https://www.youtube.com/watch?v=0oWH5MePJ8c

 

 

이현 . 슬픈 행복

1972

박춘석 작사.작곡

https://www.youtube.com/watch?v=yrxjiFqQeUc

 

 

40년 만의 복귀

“팬들이 그러시는 겁니다. ‘어느 날 이현에 대해 뭘 찾아보려고 인터넷에 들어가도 자료가 거의 안 나오더라. 그래서 추억을 즐길 수가 없다’. 제가 처음 이 사회에 나와서 직업이 가수였잖아요. ‘그렇다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노래를 다시 하는 거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의(自意)로 활동을 중단했던 것도 아니니까 그 마음이 안 지워지더라고요.”

출연 승낙 후 매일 악몽을 꾸었다는 가수는 지금부터는 자신의 꿈에 충실하기로 했다.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연습을 재개하고 2020년 1월, 장욱조 작곡가에게 곡을 받아 앨범을 냈다. ‘멋지게 살아갈 거야’ ‘누가 주고 갔나요’ 두 곡이 담긴 CD다. 1975년 마지막 앨범 이후 무려 45년 만에 나온 신곡이다. 주저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CD를 내며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현의 소망은 현재진행형이다.

 

 

40년 만에 가수 복귀한 1970년대 하이틴 스타 이현

“다 가라앉은 나 같은 사람을 이렇게 챙겨주시는 분들은 누군가”

이현의 복귀를 알리는 공연 포스터

 

이현 신곡 멋지게 살아갈꺼야

24,788 views

Jan 17, 2020

https://www.youtube.com/watch?v=IqJj6WYN_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