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모곡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2. 19. 07:41


 

 

얼마 전 고운사에 갔을 때 가운루 누각 안에 가득한 시래기(우거지)를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열심히 셔터를 누르면서 어매를 생각했지요.

'지금이라면 겨울철이면 늘 터져있던 어매의 손을 위해 핸드크림이라도 사드렸을 텐데...'하고 말이지요.

 

 

골골이 배추 시래기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 9남매를 키우던 어매는 길쌈을 하는 사이사이에

먹거리를 만드느라 하루 해가 짧기만 했지요.

 파릇파릇하게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면 달래와 냉이,

 꽃다지와 쑥을 시작으로 풋나물을 먹거리로 사용하지만

가을에 서리가 내리고 푸성귀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어매의 먹거리 시래기 준비는 시작 되었지요.

 

지금처럼 비닐하우스도 없던 시절이라

찬 서리가 내리면 푸른 잎은 눈을 딱고

찾아보아도 찾기가 어려운 겨울을 위해

가을 내내 키워서 거둬들인 무청이나

김장을 하는 지부종 배추를 다듬은 겉잎을 말려서 보관하는 일이었지요.

 

지부종 배추를 다듬은 넓적한 겉잎이나 무청은

농사 지은 볏짚으로 얼기설기 엮어서 집 뒤 그늘진 서까레 밑이나

뒤뜰의 감나무 가지에 걸어둬서 살살 얼었다가 마르다가를 반복하며 말렸지요.

 

 

무청 시래기

 

 

그렇게 말린 시래기는 나무로 된 사과상자에 넣어두고 이듬 해 풋나물이 나기 전까지

어매의 맛깔스런 음식 솜씨로  우리 9남매를 위해 훌륭한 반찬이 되었지요.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는 푹 삶아서 하룻밤을 우려낸 다음 

 콩가루를 묻혀 무 채썰어 곁들인 따림이(푹 달인다고) 국도 끓이고

멸치 몇 마리 비벼넣고 무 몇 칼 썰어넣어 된장을 푼 된장국을 끓이기도 했지요.

동솥(작고 둥근 솥) 가득하게 따림이 국을 끓이는 냄새는 우리의 허기진 배를 부르게 했지요.

 

또 보드라운 속잎은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 버무려 무쳐먹거나

들기름에 살짝 볶다가 집간장으로 간을 하여 만들었지요.

 

 

 지부종 배추 시래기

 

 

그러면 지부종배추의 시래기는 주로 어떨 때 썼을까요?

지부종 배추의 시래기는 푹 삶아서 하룻밤 쯤 물에 우려내고는

큰 일이 있을 때나 끓이던 닭개장이나 육개장에 넣었지요.

토란대 말린 것이나 배추 시래기는 고기와 어울려

어느 것이 고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맛있었지요.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매일 먹는 시래기가 지겨워

"어매 시래기 국 고만 먹고 콩나물 국 좀 끓여 먹으면 안돼?" 

라고 말해보지만 콩 한 되라도 아껴 아이들 읍내로 중, 고등학교라도 보낼려는 욕심에

우리집의 짚으로 만든 콩나물 시루는 설이 다가와야 볼 수 있었지요.

 

 

 

 

겨울이면 어매는 사나흘에 한 번씩 시래기를 삶았지요.

9남매에다 할매와 일꾼,

자그만치 열 너댓은 먹는 부식이니 그렇게 삶을 수 밖에 없었지요.

비닐장갑도 없던 시절이라

꽁꽁 언 우물가에서 맨손으로 시래기 헹구는 일을 밥 먹듯이 하였으니

어매의 손은 언제나 터지고 피가 났었지요.

어쩌다가 바르는 멘소레담으로는 어매의 손을 곱게 할 수는 없었지요.

그런 거친 손으로 등을 긁어주면 시원하다고 우리는 철없이 좋아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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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국 생각만 해도 포근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줄리님도 그걸 아세요?
일본이야기를 주로 쓰시는 분이라....
햐~
시래기
고향의 구수한 향기가 절로 느껴지는 아름다운 작품을봅니다,ㅎㅎ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그러셨어요?
우리의 고향은 늘 저런 풍경이지요.
시레기를 보면서 어릴적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요즘은 이런 모습 보기 힘들던데....ㅎ
좋은 하루보내세요.
맞아요.
거의 다 아파트에 살다보니....
시레기는 바람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려야됩니다. 햇볕을보면 노랗게 변색되고 맛도 떨어지거든요.
교장선생님이 별걸 다 아시네요.
예전에는 그렇게 알았는데
지금은 햇살 좋은 곳에서 얼른 말려서 그늘에 보관을 하면 제일 색이 예쁜 것 같아요.
마음이 짠해져옵니다.
오늘 하루도 기분 좋은날 되세요. ^^
제가 또 요리사님 어머님을 떠올리게 했나요?
요리사님도 기쁜 나날이시길요.
아, 시래기에 얽힌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왠지 시래기 된장국 생각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추운 날에는 특히 생각나는 국이지요.
엄마 나이가 되어야 엄마를 이해할수 있는것 같아요,,,거친 손으로 등 긁어줄때 저도 좋아했거든요,,,,ㅠ
시래기,,,겨울별미죠,,,나물해먹고 된장국해먹고,,,냉동실에 있는거 꺼내놔야겠어요~^^
은별님네도 냉동실에 시래기가 들어있군요.
우리도 남편이 같이 올라갈 땐 늘 시래기를 삶아가지고 가지요.
작가님!
시래기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참으로 귀중한 자리를
차지 하고 있음이지요
구황식품도 되고, 요즘은 웰빙 식품으로 각광 받기도 하구요
우리 어머님들의 한이 베어 있는 귀한 식자재이기도 했지요
의미 깊은 영상 가슴으로 새겨 봅니다
고맙습니다
그렇지요.
우리 서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식재료지요.
늘 공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산마을님.
없이 살던 시절 서까래 밑 시래기가 온 겨울내 국으로 된장으로 나물로...
밥상을 점령하던 호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시래기 그 양이 줄어 귀빈 대접을 받습니다.
그 맛 변함없음에......
맞아요.
이제는 먹고 싶으면 식당에서 사먹고 마는 사람들이 많은 시절이지요.
배추 시레기 맛있지요.(^^)
(즐)감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은하수님도 배추시래기의 깊은 맛을 아시는군요.
어릴때의 고향으로 달려가게 하네요.
집 벽 곳곳에 매달아놓은 시래기들.....
그러셨어요?
함께 공감해주시니 저는 고마울 따름이지요.
ㅎ 저도 좋아하지요
즐겁고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중년이라면 모두 다 좋아하는 식재료지요.
시래기는 마음의 고향이지요(~)(~)(~)지난 겨울 처가에서 시래기를 잔뜩 가져와 요즘 시래기로 여러가지 요리를 하고 있지요(~)(~)(~)
부모님을 생각하는 님의 마음이 넘 곱네요
그러셨군요.
처가댁이 시골이라 드실 수 있지만
그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누가...(?)
좋은 말을 하면 좋은 결과가 일어나고

부정적인 말을 하면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든지

좋은 말을 해야 합니다.

또 자신에게도 좋은 말을 해야 합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바람도 불고 제법 쌀쌀했는데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봄 소식이 조금씩 들려오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하시길 기원드리오며
님의 멋진 블방에 머물다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봄이오는가 했는데 다시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척사대회 소식 그리고 대보름나물 준비하는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것 같은밤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다녀 갑니다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척사대회
요즈음 아이들은 그 단어가 윷놀이를 뜻한다는 걸 절대로 모를 겁니다.
잘~ 보고갑니다,,,
추워진 날씨 대단해요,,,
건강 조심 하세요 ,,^*^,,,
감사합니다.
저로서 생각 하지 못한 다양한 영상미에 렌즈포착에
세상을 보는 글문 감사히 읽어 봅니다
우리들의 밥상 저가 좋아하는 된장과 시레기국
안녕 하십니까
2월중순을 넘어 겨울의 끝과 봄을
알리는 공존하는 시기 입니다
새 싹이 돋아나는 푸른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고 늘 행복 함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렌즈는 늘 제 마음을 대신하지요.
올봄은 모두에게 푸르렀으면 좋겠습니다.
정다운 님~
시래기 옛시절에는 겨울양식 역활도 겸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잊혀져가는것 같아서...

다시 찾아온 차가운 날씨
봄을 기다리기에는 아직은 먼 이야기네요
변화가 심한 일기에는 건강 조심하시는거 아시죠
내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오늘도 즐겁고 활기차게 출발하세요~♡♡
그렇지요?
이제 먹을거리가 너무도 풍부하니.....


다시 추워진 날씨에 매니아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사람사는 향이 느껴지네요!!
도심에 살다보니 참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시골생각 납니다
어릴적 시절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