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1. 29. 07:00

 

 

한동안 포근하던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이런 날이면 생각나는 다리,

외 나 무 다 리.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우리 동네에는 기계식 방앗간이 없고,

디딜방아만 있던 시절이라

콩가루를 빻거나 가래떡을 할 적에는

평은면소제지에 있는 방앗간에 가거나

평은초등학교 앞을 흐르는 시냇물을 건너

영은초등학교가 있는 동네에 갔다.

 

초등학교를 다녔을까 말까한 어느 섣달그믐쯤에

어매를 따라 영은에 가래떡을 하러 갔다.

집을 나서서 오솔길을 한참을 걸어 내려가

오개미란 동네를 지나

긴 논둑길을 걸어 들어간 곳에 시냇물이 있었다.

그 시냇물을 가로질러 놓은

제법 굵은 나무기둥을 잘라 냇물바닥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나무를 넓적하게 켜서 연결해 놓은 다리를 만났다.

둑에서 바라보기엔 살얼음 살짝 낀 시냇물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과 어울려 그

림같이 아름다운 것이었는데

어매는 그것이

"외나무리"

라고 했다.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나는 산골에서 매일 나무에 올라가서

감 따먹고 밤 따먹으며 놀던 시절이라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엔 이력이 나있어서

자신만만하게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처음의 살얼음 낀 부분은 잘 건너갔는데

중간쯤에 가니 물이 깊어서인지 얼어있지 않으니

흐르는 물과 가느다란 다리가 휘감겨 돌아가기 시작하고,

'어지럽다.'

싶더니만 그만 물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물은 그리 깊지 않아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옷이 물에 흠뻑 젖고 그 추운 날에 금방 꽁꽁 얼기 시작했다.

어매는 얼른가자고 내 손을 이끌었고

나는 옷에 물을 뚝뚝 흘리면서 따라가기에 바빴다.

방앗간에 도착해서 어매가 떡을 하는 동안에

아궁이 앞에서 옷을 말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엔

외나무다리 건너기는 어매 등에서 해결하였다.

 

그 때의 후유증으로 외나무다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그 무섭던 외나무다리를


한 번 쯤 건너보고 싶었다.

 

그 소망은 수 년 전 영주시 문수면 무섬마을에서 이루어졌다.

'외나무다리 축제'에 가서 다리를 무사히 건너면서

옛날의 공포는 사라지고 처음 외나무다리를 보았던

그 때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게 남아있게 되었다.


이전 댓글 더보기
저곳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를
늘 지나쳐만 다녔는데 아직 못 가 보았습니다.
렌즈님의 지난날의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무척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그래서 더 멋지세요^^
오늘도 건강 하시고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목요일 되십시요.
올해 겨울 눈이 제법 내렸다 싶은 날
무섬마을 달려가서
외나무다리에 눈이 수북이 길게 덮힌 풍경 사진 한장
담아 오려 했었습니다.만
올해는 적당한 기회를 만나지 못했네요.

가래떡 ... 꼬소하니 참기름 두르고 구워 먹고 프다요 ㅎ
무섬 마을의 외나무다리
이제 아름다운 추억의 다리로 유명한 곳이죠

편안한 오후시간 되십시요^^^
수채와 같은 무섬외나무다리 환상적인 비경에 빠져봅니다.
새해가 시작된지 엇그제 같은데 1월도 끝자락이네요!
새해 다짐을 생각하면서 행복하게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o^)v
어지러워집니다. 소중하고 멋진 추억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나무 다리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덕분에 추억을 담고 갑니다
저도 어릴적 건너다가 빠져본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립습니다.
지금도 외나무 다리가 남아 있네요.
길이가 제법 긴데..
무섬증을 느끼는 순간 발을 내딛기는 쉽지 않겠네요.

오늘 신문기사엔 목천다리가 철거 예정이라는데
윤흥길작의 기억속의 들꽃의 무대이기도한
이아기가 있는 다리를 보존해야 한다는 글도 읽었습니다.

아직 이런 외나무 다리가 있다는게
신기하고도 아름답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다행히 어렸을 적 생겼던 외나무다리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셨군요.
한겨울에 얼음물에.. 얼마나 추웠을까요..
저는 아직도 외나무 다리는 무섭던걸요..^^
좋은 추억입니다 건강 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참 아름다운 곳이네요
멋진 작품에 머물고 갑니다
영주는 이곳에서 아주 가까운데 문수면에 있는 그 곳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물에 떠내려가지는 않았을까 염려가 되네요
용준와 함께 건너보고 싶어요^^.
누구나가 다 이렇게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무서운것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어렸을때 성묘가거나 할때 너무 벌에 쏘인게
아팠던터라 벌은 보기만 해도 온몸에 힘이빠지는듯합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요 ㅋㅋ
전원생활을 축복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앞으로 많은 것을 배워야하겠읍니다. 전원생활에 대하여...
외나무다리 저는 건너기는 싫지만 보기에는 정말 정감이 가고 아름답기만 합니다.
어린시절 그런 추억이 있었군요...어른이 되어 떨쳐버리게 되어 그래도 다행이었네요..가 보고 싶은 곳에 추가입니다.
저는 무당집 소복에 얽힌 일화가 있습니다.
어린시절 좋지 않았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더군요.
나중에라도 극복 하셨으니 다행이네요.
오오(~)(~)
랭이두 건넌 다리군요...(ㅎ)
어릴적 기억은 공포였는데,
무섬마을에서 실제 경험하고서 공포를 떨치셨네요.
옛 이야기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