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JEJU/제주에 살다

민욱아빠 2010. 3. 31. 23:35

   제주도에는 맛집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공간이나, 잊혀져가거나 육지에서는 이제 없어져버린 조그만 가게단위의 레코드점, 서점, 열대어 수족관같은 동네 아이템(?)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 중 헌책방은 요즘은 뉴스에 실릴 기사거리가 되었을 정도로 희귀해졌죠.  서울의 청계천 상가가 아니면 어느 지역의 골목 구석을 뒤져야 찾을 수 있는 그런 추억의 장소가 되어버린 겁니다.  하기사 인터넷 서점이 발달한 요즈음, 일반서점도 학생들 참고서나 수험서위주가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든데 헌책방이 존재한다는 것 조차도 신기한 일인 거죠. 

 

  오늘은 제주도내에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헌책방인 책밭서점을 다녀왔습니다. 

 

   밖에서 보아도 조도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 형광등 불빛이 빛바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책밭서점 주인아저씨는 농사를 지으신답니다.  주인아저씨는 2006년 한겨레에 기사로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그 기사에 의하면 아저씨는 문학에 심취해 신춘문예에도 여러번 응모하셨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산굼부리의 제동목장에 목장근무를 하시다가 책방에 일주일에 두 세 차례 들르던 것이 인연이 되어 인수까지 하셨다네요.  그리고 지금 농사와 함께 이 책방을 운영하고 계신 겁니다.  요즘은 농사를 하시는 분들에 대한 어떤 경외심을 가지고 있는데, 음...  삶의 근본에 대한 이해 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어서랄까..  단지 재미나 소일거리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이 땅을 경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주인아저씨는 개량한복에 안경을 끼고 중국관련 서적을 넘겨보고 계시더군요.  역시 어떤 기운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셨습니다.  책방 안을 촬영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긴 했지만 아저씨를 찍는 것은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책방의 한쪽 통로입니다.  책이 쌓이고 쌓여 통로에도 눕혀있습니다.

 

   희귀한 고서들은 손을 대지도 못하게 해 놓았습니다.  위치도 계산대의 바로 앞입니다.  대체 얼마나 오래된 책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알 수가 없었죠.

   책을 둘러보다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93년도에 출판된 책인데 수능 1세대인 94학번들의 수능대비용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이 책을 만드신 분은 제가 다니던 신흥고등학교 바로 옆의 기전여고의 국어선생님께서 만드셨는데 우리 학년에게도 구입하도록 안내가 되었던 책이죠.  물론 저도 구입했었구요.  그때 아마도 전국적으로 판매되지는 않아서 전주시내에서나 구입할 수 있었던 책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것을 제주의 헌책방에서 만나다니, 이런 재미있는 우연도 생기네요.

 

   누군가의 쪽지를 벽에 붙여놓으셨습니다.  서산대사의 이야기랍니다.  근데 이 글을 쓰신 분은 누굴까요?

 

   고른 책들을 계산하면서 내부를 찍어보았습니다.  오래된 책의 빛바랜 향기가 풍겨오는 것 같지 않나요?

   둘러보며 골라 구입한 책들입니다.  6권 합해서 만 삼천원이네요.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는 아내의 선택이었고, 나머지 소설들은 제가 대학생때 도서대여점에서 빌려읽었던 것들을 다시 모아보고파 구입했습니다.  공지영과 신경숙의 거의 초기작품들이죠.  그때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요?  '아웃사이더'라는 책은 2002년 전후로 진중권씨와 홍세화씨 등이 합작하여 만든 사회과학 잡지인데 어떤 시선으로 만든 잡지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꽂혀있던 두 권을 집어들었습니다.

 

  책을 수집목적으로만 삼거나 읽고 소장한다는 것이 그다지 좋은 습관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대학생때 빌려읽었던 책들에 대한 욕심이 조금 나기도 하고, 그것을 또 일종의 핑계삼아 책밭서점엔 종종 들를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걸어서 다니는 베이스학원 가는 길에 위치해 있기도 해서 들를일 만들기는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도 않구요.^^  자주 들러 아저씨 눈에 들면 조금 무뚝뚝한 기운을 저에겐 좀 풀어주실래나 하는 기대도 해 봅니다.^^  

옛날에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를 읽고 공지영을 좋아하게 되서
그 뒤로 한동안 공지영 책만 읽었던 게 생각이 나네요 ^-^
물론 인간에 대한 예의도 읽었었구여~
제가 가지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도 바로 딱 저 책인데 신기하다 ㅋㅋ
오래된 책이라 제가 더 아끼고 있죠 ~~후훗
나리간호사가 한 책 읽었었구만.. 반가운 일일세.. 나도 저 책들 읽으면서 머릿속 생각들이 확 틀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는데.. 지금은 어떤 느낌이 들까.. 정말 궁금해.. 다들 잘 지내고 있지? 제주는 이틀째 비오는 중임..
정말 이처럼 좋은 서점이 있다는게 복일 겁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다시 보이니 감회가 새롭네요.
가끔 책장속에 있던 예전의 책들을 다시보면, 이런 내용이 있어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 하게 되죠....
오늘도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4월도 좋은 소식 기대하구요...
오늘은 국수에 대한 뱃속의 고통을 안느끼고 가니 아쉽기는 하네요.
예전제주 자연사 박물관앞에서 먹었던 국수가 생각나네요 상호는 잊었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싸게 사는 것도 좋지만 서점에서 책들을 둘러보아가며 내가 원하는 책을 직접 찾아내는 것도 어떤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런데 이 책방은 왠지 경건함까지 느끼게 해 주더라구요.. 발소리도 내면 안될 것 같은.. 시간만 많다면 한구석에 주저앉아 몇시간이고 책을 보고싶었습니다.

고통은 계속 될 겁니다.ㅋㅋ 지금 맛집 리스트 작성중입니다.
저도 한때는 헌책방 운영해보는게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ㅎㅎ 저는 오래된 책을 참 좋아해요. 지금 갖고있는 명심보감은 종이가 누렇게 변하다못해 삭아서 잘못 건드리면 종이가 바스러집니다. 그 책을 펴들고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면...아~ 너무 좋아요. 책 읽는걸 좋아하는게 아니라 냄새를 좋아한다구여? 그럴지도..ㅋㅋㅋ
책은 수집의 목적은 아니지만 책만큼은 무조건 버리질 못하는 습관때문에 70년대 보던 남편의 명작고전(표기법도 이상한게 많아요.ㅎㅎ)전집을 구박 받으면서도 여전히 끼고 있지요. 새 책은 쉽게 누구 줄 수 있는데 오래된 책은 절대..하하~

아..글고, 신흥고등학교 나오셨나요? 혹시 청주에 있는?? 맞으면 혹시 몇회 졸업생이신지...
청주에도 신흥고가 있지요.. 전 전주에 있는 신흥고를 졸업했습니다.

헌책의 매력은 눈이 아프도록 빼곡한 딱딱해보이는 활자체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이랄까요? 그 느낌은 리영희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처음 느꼈지요.. 신림동 '그날이오면'이란 책방에서 월드컵 즈음에 딱 한권남은 것을 사들었는데.. 그걸 군대 혹한기 훈련 작은 텐트 안 랜턴 불빛 아래에서 읽었었지요.. 74년이면 저보다도 오래된 책이었는데 그 내용이 아직도 제 머리를 지배하고 있지요.,.
와... 농사를 지으면서 운영하는 헌 책방이라...
말만 들어도 존경스러움이 막 밀려옵니다.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용기가 제게 있을까 모르겠네요.

암튼, 94학년도 수능 얘기를 읽으니 ㅎㅎ 저두 옛날 생각이 나네요. 두 번이나 치렀던 수능시험. ^^

제주에 가신 민욱아빠님과 가족들이 너무 부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사람 냄새 나는 삶... 참 좋아 보입니다.
94학번이시군요.. 두번 치르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죠..

농사와 헌책방은 왠지 모를 어울림이 있어요.. 그런 분인지라 어떤 포스도 느껴지고.^^

아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에서도 사람냄새가 충분히 느껴집니다. 아이들과 많이 사랑하며 사세요..
아, 아직도 저런 서점이 있군요.
부자된 느낌이시겠어요.
저도 어릴때는 책에 욕심이 많았었는데....
근데 나이들고 보니 다 부질없는 욕심이더군요.^^
책방주인 아저씨 정말 멋져요.^^

저는 농사를 짓는 분들을 조건없이 신뢰하는 편입니다.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이 보잘것 없다는 진리를
항상 배우는 분들이잖아요.
진리에 눈을 뜨고 겸손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저 역시 땅을 일구는 분들에 대한 경외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보면 그런 분들이 참 힘들게 사시는 경우를 많이 봐요.. 근본이 뒤바뀌어 버리고, 삶의 근본적 가치가 망각된 세상의 비참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책방주인아저씨.. 정말 멋있습니다. ^^
오 제주도는 여러번 갔었는데, 이런 서점이 있군요 ^^
오시면 연락주세요.. 소주도 한 잔 하고, 이 책방도 알려드릴께요.
아~~ 옛날 생각납니다.
예.. 이제는 옛날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템이 되어버렸죠..^^
비밀댓글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책에 대한 민욱아빠님의 모습은 저의 식탐과 비슷하려나요?? ㅋㅋ~
정말 대단하시네요~

처음에 제목보고 무슨 서점 포스팅일까 궁금했엇는데 정말 재미있는 서점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좀 더 깊이 읽고 성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은 책에만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많이 바쁘시죠? 요즘은 많이 뜸해지신거 같아요.. 그래도 봄날입니다. 봄기운 조금이나마 느끼시길 바래요..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갖고 싶은 책인데.....저도 하나 구해 주실 수 있나요? 내일 가는데.....
오시면 제것 드릴께요.. 형님 원하신다는데 드려야죠.. 게다가 저녁도 사겠다 하시는데..ㅋㅋ
와...진짜 멋진 주인아저씨에 멋진 서점이네요.
저는 농사지으면서 카페하는게 꿈인데...흠.
그나저나 과장님이 신흥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은 정말 놀랍네요.
저도 전주에서 10년을 살았는데 말이죠.그것도 그 옆의 대학을 다니면서...와우~-_-
헌책방은 전주에도 참으로 많았는데...전주를 떠난지 벌써 몇년이 흐른 지금은 그 헌책방골목이 어찌 되었나 궁금하네요.
참...저는 이태원사는 딴 데 간애 입니다. (저 아이디는 제 진짜 아이디)음화화화화~~~~


추억이 서린 동네를 함께했고만.. 전주도 헌책방 많았는데 그 거리도 아마 다 사라졌을 거예요.. 홍지서림 부근인가 그랬지.. 나도 농사지으면서 병원하는게 꿈인데.. 좀 아닌가?ㅎㅎ 그럼 농사지으며 식당하는 건 어떨까?ㅋㅋ
과장님은 병원하면 딱이죠!!! 병원해요.병원~~~
그럼 나는 농사 지으면서 과장님 병원에서 간호사 하면 되겠다~
결혼하면 신랑도 다 끌고 내려가고...하하핫...
이거이거 왠지 상상만으로도 재미나는데요~
어렸을 때 제주도에 여행 갔다가 엄청 살고 싶어 했었는데, 민욱아빠님 블로그를 보니까 정말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식구들은 산다는 생각에 신이 났는데 엄마 혼자만 시큰둥했었는데... 마치 강아지 들이기 꺼려하는 엄마처럼. 놀러 가는 거랑 사는 거랑 다르다는 건 알지만 저는 그 때 살고 싶었던 마음이 야자수가 신기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요.. 제주는 여행오는 것보다는 직접 살아보면서 느끼는 것들에 뭔가 다른 것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이곳에 쉽게 동화가 될 수 있는 매력도 있는 듯 하구요.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