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애호가의 삶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과학관의 연구원이자 학예사의 글쓰기 공간입니다.

나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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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3. 8. 18.

 

   나는 32살의 남자이다. 나는 서울에 소재하는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2000년에 수학능력시험을 칠 때까지 부산에서 살았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거쳐 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가 2학년 여름에 학교를 그만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도 고등학교 교과서들을 보면 그것들을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과학고등학교를 그만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식으로 과학을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나는 부산의 도서관들을 전전하며 과학 책과 철학 책을 읽었다. 그 내용들을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한 채로 말이다.

 

   타협. 평균적인 삶을 사는 것. 익명의 삶을 살아가는 것.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객관식 문제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는 객관식 문제들을 푸는 연습을 1년 동안 집중적으로 했다. 운이 좋게도 나의 시험 성적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나는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우직한 방식으로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 수시로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 정시로 합격했다. 나는 수학능력시험 430점 만점에 422.5점을 받았다. 그 정도 점수는 결코 남들에게 뒤쳐지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지원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나보다 수능 점수가 낮은 형이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 합격했던 걸 보면,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이나 사회대학에 지원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수학능력시험은 평균적인 지능 이상의 학생이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경우 충분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시험이다. 나의 집은 가난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돈 걱정 없이 초, 중, 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내 대학 학번은 2001-10236이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대개 도서관에 가서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면서 조용하게 지냈다. 나는 대학 시절 학점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졸업 평점을 보면, 나는 4.3점 만점에 3.03점이다. 평균이 겨우 B0를 넘은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휴학, 재수강을 하지 않고 4년 만에 졸업했다. 나는 2005년에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 그 해 7월 초에 육군 학사장교 46기로 군대에 입대했다. 나의 군번은 05-15173이었고, 병과는 통신이었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기계화보병사단에서 근무했던 나는 2008년 10월 31일에 전역했다. 큰 사고 없이, 그렇다고 크게 잘 한 것도 없이 전역했던 것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나는 서울대학교 자연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철학을 공부해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에는 취업 준비를 하여, 2012년 1월에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장학재단에 공채 6기로 입사하게 되었다. 내 나이 서른 한 살의 일이다. 서른 한 살이면 평균적으로 좀 늦은 나이였다. 하지만 내가 석사 학위를 위해 2년을 보내고, 남들보다 1년 더 군대 생활을 했음을 감안한다면, 과도하게 늦은 편은 아니었다.

 

   정식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나는 현재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그럭저럭 만족하는 편이다. 평균 이상의 체격 조건과 지능을 갖고 있고, 신체도 건강한 편이며,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까닭에 돈을 그다지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적당히 저축을 하며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정도의 돈은 벌고 있다. 뭐든 평균 이상으로 해내고 싶지만, 특별하게 남들에 비해서 무엇인가를 월등하게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 나는 성실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극단적이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다소 지루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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