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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통론 독서노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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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2016. 12. 16.

 

John Maynard Smith & Eörs Szathmáry(2000), The Origins of Life: From the Birth of Life to the Origin of Language(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Chapter 10: The Evolution of Many-celled Organisms, pp. 109-124.

 

마크 W. 커슈너C. 게하트 지음, 김한영 옮김(2010), 생명의 개연성(서울: 해나무).

 

  

   『생명의 기원들8장과 9장에서 메이너드 스미스와 서트머리는 유전자 분쟁공생을 다루었다. 생명이 시작된 이후 오래도록 이어진 진화의 주요한 맥동들을 짚어보는 데에 있어 이 두 주제는 일종의 막간극의 역할을 했다. 10장에서 저자들은 7장에서의 성의 진화에 이어서 다세포 유기체의 진화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룬다.

  

   생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54천만년 전부터 매우 다양한 형태의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체 생명은 어떤 핵심적인 발명(crucial invention)을 이루어냈기에 그와 같은 생명의 대폭발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여러 세포들로 구성된 생명은 어떤 기제를 통해서 그토록 다양한 형태로 세포들을 분리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다세포 유기체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세포들이 어떻게 각자 다른 기능을 갖는 세포들로 성장하는지에 대해서, 생물학자인 아우구스트 바이스만(August Weismann)은 가능한 두 방법을 제안했다. 분화되는 딸세포마다 특정한 유전자들만을 전달하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모든 유전자들이 모든 딸세포들에게 공통적으로 전달되지만 세포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들이 활성화되는 것이 그 두 번째 방법이다. 현재로서는 바이스만이 제안한 두 번째 방법이 옳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어떤 외부적 자극에 의해서 서로 다른 세포들이 서로 다른 유전자들을 활성화시키는지, 구체적인 기제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유전자 조절의 기제를 밝혀줄 최초의 단서가 프랑스의 생물학자인 프랑수아 자콥(François Jacob)과 자끄 모노(Jacque Monod)에 의해서 제시되었다. 자콥과 모노는 대장균(Eschericia coli)이 어떻게 당(sugar)인 락토오제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그들은 특정한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는 조절 단백질을 생성하고, 이 단백질은 유도 락토오제에 의해서 그 기능이 억제된다는 것을 밝혔다. 조절 단백질이 갖고 있는 입체 특이성이 유전자를 조절하지만, 문제는 유도 락토오제가 조절 단백질과 결합하는 부분이 유전자 조절과 관련된 부위와는 달랐다는 데 있다. 이는 굳이 유도 락토오제가 아니더라도 조절 단백질을 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유전자 조절의 기제가 임의적(arbitrary)’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조절 기제는 살아있는 세포 전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다세포 생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세포 유전현상이다. 예를 들어 상피세포(epithelial cell)의 경우, 세포 분열 이후 생성된 세포들 또한 모세포와 마찬가지로 상피세포가 된다. 이는 세포분열 시에 DNA의 복제 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활성화 상태들또한 복제됨을 의미한다. 어떻게 이러한 유전자 활성화 상태의 복제가 가능한 것일까? 세포들은 유전자들에 꼬리표(label)’를 붙임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한다. 꼬리표가 붙은 유전자들은 세포 분열 이후에도 여전히 꼬리표를 유지하며, 꼬리표가 붙은 유전자들만이 활성화됨으로써 세포 고유의 특성이 발현된다.

  

   다세포 생물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생식세포(germ line)’체세포(soma)’의 분리이다. 체세포로부터 생식선이 분리되는 것이 생명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었던 것일까? 일반적인 체세포가 세포 유전을 통해 딸세포에게 유전자 뿐만 아니라 세포로서의 특징까지도 물려준다면, 온 몸 구석구석에 전파되어 어떤 조직 세포로든 분화될 수 있는 분화 전능(totipotent)’의 상태에 있는 세포도 생산될 필요가 있을 것이고, 그러한 전능 세포의 생산을 생식세포가 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한 유전자가 3차원 입체 구조를 갖고 있는 특정한 단백질을 생산해낼 수 있을까? 이 물음을 대답하지 않고서는 유전자 조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저자들은 일단 생물학적이지 않은 재생산의 세 가지 방법들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방법은 템플릿(template) 재생산인데, 이는 기존에 있던 형식(form)면 대 면 접촉을 통해서 자신의 복제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방법은 주형 복제인데, 특정한 형태로 만들어진 주형에 녹인 금속을 넣어서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세 번째 방법은 정보 복제인데, 이는 컴퓨터에 입력된 정보가 프린터에서 출력물로 복사되는 것 및 염기서열의 정보가 특정한 단백질로 구체화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 때 정보와 출력물은 일 대 일로 대응한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된 방법들과는 달리 생명체의 특정 구조는 여러 유전자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대부분의 유전자들 또한 하나의 구조가 아닌 복수의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유기체는 복잡한 형태를 발달시키기 위해서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첫째, 세포는 세포 외부로부터의 특정한 영향을 수용한다. 예를 들어 척추동물의 렌즈 세포는, 두뇌와 연결되어 있고 이후 망막과 광학 신경으로 변하는 특정 세포(eye cup)와 접촉함으로써 다른 상피세포들과 차별화된다. 둘째, 세포는 특정한 물질의 집중도에 따라서 유전자 활성을 변화시킨다. 이 방법은 루이스 울퍼트(Lewis Wolpert)가 제안한 것으로, (embryo)의 특정 부위에서 생산된 화학적 물질의 물매(변화, gradient)에 따라 세포들이 차별적으로 반응한다. 화학 물질의 물매는 세포 내에서 둘 많게는 세 개의 지역에 특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장의 마지막에서 메이너드 스미스와 서트머리는 가장 중요한 다음과 같은 물음을 다룬다. “유전자에서의 변화가 어떻게 개체의 형태 변화를 유발시키는 것일까?” 저자들에 따르면 최근의 연구를 통해 생명 초기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혹스(Hox)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는 배()의 전 영역에 분포하면서 다른 유전자들을 적절하게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든 좌우 동형(bilaterally)의 대칭적 동물들이 5억년 전부터 지금까지 혹스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혹스 유전자 신호 체계가 공통적으로 보존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신호 체계가 생명의 서로 다른 집단에서 전혀 공통점을 가지지 않은 서로 다른 구조들을 구체화한다는 데에 있다.

  

   아마도 생명은 같은 신호를 사용하면서도 그 신호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변경시킴으로써 적응을 이루어냈을 것이다. 신호 외에도 보존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계통발생(phylogeny)’ 단계에 일어나는 체제(body plan)’ 구획이다. 생물 부류에 따라 배 발생 초기 단계에 체제에 의해 배 구분이 이루어지고, 그와 같이 구획된 부분에서 이후의 세부적인 발달이 일어난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진화는 생명의 발달에 있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계통 발생(체제의 구획)에 있어서의 변화를 일으킨다. 둘째, 계통발생 단계 이후의 단계에서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두 번째의 방법에서는 유전형에서의 작은 변화가 표현형에서의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관건임을, 다시 말해 프로그램을 모듈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저자들은 10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커슈너와 게하트는 생명의 개연성에서 촉진된 변이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생명이 환경과는 무관하게 무작위적으로 유전자를 변화시킴으로써 적응을 이루어 내었다는 이전까지의 자연 선택이론을 상당 부분 보완하고 있다. ‘보존된 핵심 과정’, ‘약한 연결’, ‘탐색 행동’, ‘구획화등이 커슈너게하트가 제시하는 촉진된 변이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생명체 변이의 핵심은 구속탈구속에 있다. 생명은 단백질 합성의 기본적인 정보처리 기제, 세포내막과 세포골격의 기능(진핵 생물), 접합부와 세포외기질의 기능(후생동물), 혹스 유전자의 발생기 역할(좌우대칭형 후생동물문) 등과 같은 보존된 핵심 과정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이 과정들에 구속되어 있지만, 이 핵심 과정은 새로운 조합으로 쉽게 연결될 수 있고 새로운 시간과 장소에서 사용되어 새로운 표현형을 생성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탈구속적이다.

  

   생명의 역사에 있어 새로운 핵심 과정이 출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고, 그러한 출현 이후에는 오랜 휴지기가 뒤따랐다. 핵심 과정에서의 단백질 상호 작용은 이른바 약한 연결을 갖고 있다. ‘약한 연결에서 신호는 최소한의 정보를 담고 있지만, ‘반응은 최대한으로 준비되어 있고 쉽게 촉발된다. 이와 같은 약한 연결은 핵심 과정의 제한 아래에서 신호와 조합 방식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될 수 있도록 생명에게 유연성을 제공해주었다. 또한 생명은 핵심 과정의 토대 위에 탐색 행동의 기제를 개발하고 사용했다. 생명의 발달 단계에서 탐색 행동은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신호의 연결 및 조합을 산출해냈고, 이러한 조합들 중 생명에게 유리한 조합만을 보존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생명은 배아의 공간을 조직하는 구획화의 방법을 사용했고, 구획화된 서로 다른 영역들에 서로 다른 과정들이 작동하도록 만듦으로써 생명의 서로 다른 부위들이 독립적인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생명의 진화에서 변이는 무작위적인 방식으로가 아닌 보존된 핵심 과정의 제한 안에서 일어나며, 생명이 갖고 있는 놀라운 적응의 힘은 보존된 핵심 과정이 갖고 있는 생물학적 유연성과 강건함, 다재다능함에서 비롯된다는 커슈너게하트의 주장은 진화 과정에서 생명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 비록 생명이 진화를 위해 유전자의 무작위적 변이라는 기제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 기제는 생명의 보존된 핵심 과정및 환경에 대한 생명의 적극적인 적응 노력범위 안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논평 및 질문] 메이너드 스미스와 서트머리의 글이 다세포성의 진화에 대한 아주 일반적인 개요를 제시해준다면, 커슈너와 게하트의 책은 유전자 변이와 표현형 변이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커슈너와 게하트의 책은 메이너드 스미스와 서트머리의 글을 적절하게 보완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커슈너와 게하트의 설명은 생명의 참신함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들 또한 지적하고 있듯, 생명의 진화 역사상 몇몇 보존된 핵심 과정의 혁신적인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예를 들어 저자들은 진핵세포 고유의 특징인 유사분열, 세포골격, 세포막 경계에 의한 세포 기능들의 구획 등의 단초를 원핵세포에서도 발견할 수 있음을 지적하지만, 구체적으로 원핵세포에서 진핵세포에로의 이행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말해주고 있지는 않다. 저자들의 논의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전 단계에서 새로운 단계로 어떻게 보존된 핵심 과정이 개발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지적하고 싶은 사항은 다음과 같다. 만약 저자들의 설명이 옳다면, 생명은 보존된 핵심 과정의 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해서 생물학적 정보를 매우 복잡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길렀을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세포 내에서 다양한 방식의 되먹임을 통해서 세포 구성 성분들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후 발생하는 유전자 변이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같이 생명체 내에서의 복잡한 정보 순환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에서의 정보개념에 대한 더 상세한 규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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