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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 전 부총리님을 뵙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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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 이야기

2021. 3. 18.

   오명 부총리는 1940년에 2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1958년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경기고등학교 3학년 때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결심했는데, 당시 김원규 교장선생님의 말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육사로 가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육사 생도 시절 4년 동안 이전까지의 독선적이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완전히 개조했다. 또한 군대 무기 체계가 전자적인 것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전자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1962년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에 편입하여 1966년에 졸업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미국으로 유학, 1972년에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육군사관학교 교수(1966~1979), 국방과학연구소 책임 연구원(1979~1980)을 지냈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공자원분과 위원을 역임했고, 청와대 김재익 경제 수석의 권유로 청와대 과학기술 담당 비서관(1980~1981)으로 일했다. 이후 체신부 차관(1981~1987), 체신부 장관(1987~1988)을 역임하며 한국형 전전자교환기(TDX) 개발, 반도체 개발, 행정 전산망 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대전 세계엑스포 정부대표 겸 조직위원장(1989~1993)을 맡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1993~1994), 교통부 장관(1993~1994), 건설교통부 장관(1994~1995), 동아일보사 사장과 회장(1996~2001), 아주대학교 총장(2002~2003), 과학기술부 장관(2003~2004),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2004~2006), 건국대학교 총장(2006~2010), 한국과학기술원 이사장(2010~2013)을 역임했다.

 

    나는 내가 살면서 이런 분을 뵐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국립대구과학관 2020년 정책연구 대상자로 오명 부총리님께서 선정되었고, 나는 작년에 작성된 부총리님 구술보고서 내용을 교정한 후 이에 대한 확인을 받고자 연락을 드렸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주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 주 화요일(2021. 3. 23.)에 건국대학교 근처의 한 식당에서 뵙고 함께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오명 부총리님의 회고록 [30년후의 코리아를 꿈꿔라]를 읽으면서 대략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남부럽지 않은 좋은 환경 속에서 성장했지만, 권위 의식이나 특권 의식을 갖지 않고 순수한 열정과 비전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인물이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수 요원으로 발탁된 것,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편입해서도 가장 우수한 성적을 얻은 것,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짧은 기간 동안에 무사히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오명 부총리님의 지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래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평소 생각했던 것을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소신 있게 차관과 장관 시절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사심 없이 소신과 열정으로 진행했고, 거기다가 영리함과 기민함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본다.

 

    이미 우리는 바뀐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렇게 세상을 바꿨는지 잘 알지 못한다. 실제로 나도 그랬다. 이번 정책연구 결과보고서를 읽기 전까지는 오명 부총리라는 분이 누구인지도 잘 알지 못했으니까. 매일 매일을 살아가는 게 바쁘고 힘들다보니까 이런 것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하신 어른을 만나게 되었고, 나는 이 사실을 참으로 감사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한편으로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큰 뜻을 품었고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능력과 행운도 있었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런 운명을 갖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나는 늘 내가 뜻은 크게 품었지만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다음 주 화요일의 만남은, 다소 두렵지만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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