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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과학관의 연구원이자 학예사의 글쓰기 공간입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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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1. 6. 15.

   오늘 오전에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가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주사를 맞았다. 10시가 접종 시각이었지만 좀 일찍 9시 30분쯤 병원에 가서 기다렸다. 역시 한국 사람들은 부지런했다.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다섯 사람이나 있었다. 나는 얀센 백신 주사를 맞았는데, 주사를 맞을 때 잠시 따끔했고 그 이후에는 괜찮았다. 백신 주사를 먼저 맞게 되어 감사했고, 아직 주사를 맞지 못한 사람들에게 다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지역 예비군에 편제되어 있는 나는 전쟁과 같은 국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전방 부대로 동원되어 임무 수행을 하게 될 것이므로 이번에 백신 주사를 먼저 맞았다. 이번 백신 접종을 계기로 내가 여전히 우리나라에 유용한 인적 자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법원, 정부, 군대는 우리나라의 기반을 이루는 제도들이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중요하긴 하지만, 국회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것은 나로서는 쉽지 않다.

 

   백신 접종 이후에는 학술지 논문 투고를 위해 집 근처의 카페에서 논문 원고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고등학교 1학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인을 위해 쓴 상대성 이론 책([상대성 이론 : 특수 이론과 일반 이론])을 읽었고, 이와 관련하여 논리경험주의 철학자 한스 라이헨바흐의 책([시간과 공간의 철학], 아마도 고등학교 2학년) 또한 읽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과학철학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 생각이 대학과 대학원에서의 공부에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상대성 이론의 철학적 의의에 관한 공부를 고등학생 시절 이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하고 있는 셈이다.

 

   나에게 학술지 논문 투고란 지금까지 내가 오래도록 해 온 개인적인 연구를 우리 사회를 위한 공적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런 생각은 나의 삶에 공적인 의미를 부여해 준다. 내 삶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연구 성과를 완성도 있는 논문이나 책으로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나라는 개인의 수고가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할 가능성 또한 높다. 하지만 나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계속 논문을 쓰고, 책을 쓰고, 번역을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최선을 다해야만 그나마 좀 더 나은 성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앞으로 남은 30년까지 합하면, 도합 50년 동안 나의 삶을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바치는 셈이다. 여기저기 다른 분야에도 기웃거리는 것보다는 지금껏 연구해 온 분야를 일관되게 계속 연구해야 할 것 같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지적 재능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손쉬운 방법은 바로 한 분야의 연구를 일관되게 해 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 나가기 위해서 좀 더 느긋하게, 조심스럽게, 만족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라이헨바흐의 책을 번역한 선배들과 라이헨바흐에 대한 글들을 쓴 선배들을 나의 스승으로 삼았던 것처럼, 나 또한 나의 논문, 책, 번역서를 통해 이후의 사람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내가 이들에게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와 아내 사이에 태어난 세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나의 학문적 업적을 전달하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나의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내가 부모님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것처럼, 아마 거의 확실히 나의 아이들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람의 작업 역시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이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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