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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수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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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2021. 7. 12.

   최근에 [과학철학]에 논문 한 편을 투고하고, 같은 내용으로 2021년 과학철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도 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많이 부족하고 어설픈 내용의 논문이라 이번에는 게재가 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저 논문 투고를 통해 다른 철학 박사님들의 의견들을 수렴하고 싶다는 생각에 투고한 것이었다.

 

   7월 초에 논문 심사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는 ‘조건부 게재’였다.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세 분의 심사위원께서 심사를 해 주셨고, 심사위원들 모두 나에게 소중한 조언들을 남겨 주셨다. 이후 나는 논문 원고 초고를 상당 부분 수정해야 했다. 논문의 주장을 전체적으로 고쳤을 뿐만 아니라, 논문 초고의 한 장 전체를 삭제하고 새로운 장을 처음부터 새로 썼다. 논문 수정을 위해 스탠포드 철학 백과사전의 “Moritz Schlick”와 “Ernst Cassirer”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았고, 슐리크가 카시러의 책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1921년에 쓴 논평도 꼼꼼하게 읽고 정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 스스로 많이 배웠고 박사학위 논문 작성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돈 하워드(Don Howard), 마이클 프리드먼(Michael Friedman), 토머스 리크먼(Thomas Ryckman)이 1920년대 논리경험주의의 발전사를 특정한 방식으로 서술하는 이유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왜 이후 라이헨바흐가 철학적 분석의 대상을 “상대성 이론”이 아닌 “시간과 공간”으로 설정했는지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나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기에 논문을 대폭 수정하면서도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는 이렇게 계속 다른 분들의 조언을 받아 가면서 연구를 해 나가야 할 것 같다. 학문적 능력이 뛰어난 분들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서 논문을 투고하는 까닭에 논문 심사 후 별로 수정을 많이 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내가 연구하는 주제인 ‘논리경험주의의 역사’가 그다지 쉽지 않은 주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나의 학문적 재능, 구체적으로 말해 나의 철학적 재능인 것 같다. 재능이 부족하니 시행착오를 많이 거치면서 조금씩 천천히 나에게 맞는 방향과 경로를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나는 작년인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과학철학에 관련된 학술논문들을 투고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 학술지들에 투고하고 있고, 지금보다 더 연구를 심화시켜서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게 되면 영어로 논문을 써서 국제 학술지에도 투고할 계획이다. 물론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려면 국내 학술지에서 겪었던 것의 몇 배가 넘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투고를 계기로, 나의 논문에 대한 해외 우수 학자들의 의견 또한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내가 그런 수준에 이를 수 있을까. 과연 그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기나 할까.

 

   나도 모르게 생각이 너무 멀리 가버렸다. 아직 최종 게재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정이 나지 않지 않았는가. 겸손한 마음으로 좀 더 기다려야겠다. 만약 게재 가능하다는 판정이 난다면, 이후 내가 들여다 볼 논문들은 1920년대에 카르납이 썼던 물리철학 논문들이다. 카르납의 박사학위 논문 [공간](1921년)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이지만, 확실히 카르납은 프레게, 러셀, 화이트헤드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기호논리학을 이용한 논리적 분석 방법은 카르납의 과학철학이 보여주는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라이헨바흐와 카르납이 논리경험주의의 두 대표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이 두 사람의 저술들을 연구하면 할수록, 나에게는 두 사람 사이의 유사성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이 보인다. 어떻게 이렇게 이질적인 철학적 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이 논리경험주의의 두 대표가 될 수 있었을까? 이러한 물음을 안고 한동안 카르납의 저술들에 파묻혀서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번에 투고한 논문이 최종 게재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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