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애호가의 삶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과학관의 연구원이자 학예사의 글쓰기 공간입니다.

知彼知己, 百戰不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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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1. 8. 28.

   요즘은 음악을 잘 듣지 않는 내가 최근에 종종 듣는 앨범이 있다. 악동 뮤지션(악뮤)의 최신 앨범이다. 이 앨범의 첫 번째 곡 제목이 ‘전쟁터’인데, 실제로 우리네 인생 속 시시각각은 전쟁터에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가끔씩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도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외부에서 공격이 이루어질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특정한 적을 목표로 삼아 공격을 해도 늘 이기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고, 적과의 싸움에서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으며,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경우가 있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경우도 있다.

 

   과연 인간의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돌이켜보면 나 또한 이 세상에 나의 의지대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조금씩 자라면서 세계의 의미, 인생의 의미를 듣고 읽으면서 어느 정도 납득을 하긴 했지만, 과연 그러한 나의 이해와 납득이 정확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학생일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좋고 바람직하다고 맹목적으로 믿었고 딱히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는 세상이 일종의 전쟁터라는 사실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내가 졸업할 무렵인 2005년에는 대학생들, 특히 인문계열 출신 학생들이 취직을 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학생들은 취직을 잘하기 위해 마치 전쟁을 하는 것처럼 학점을 관리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해야만 했다.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나의 생존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이 세상을 살아왔다. 그리고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특정한 종류의 투쟁, 전쟁, 싸움을 치르는 것과 같다. 내가 태어났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이상, 인생 속에서의 끝없는 싸움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살아 있는 사람 중에 싸우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삶은 곧 전쟁이고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을 가진 한 명의 전사(戰士)다.

 

   싸움에서 졌다고 해서 반드시 죽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죽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싸움에서 진 사람은 반드시 무엇인가를 잃는다. 게임이나 도박에서 진 사람은 돈을 잃거나 신용을 잃거나 손가락 혹은 손목을 잃는다.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승리감을 느끼고, 돈을 얻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용을 얻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생명을 걸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싸움들이 전 지구적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싸움에 이긴 사람들은 진 사람들로부터 감정, 돈, 신체적 자유를 빼앗는다. 싸움에 진 사람들은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 잠시 기력을 회복한 후 다시 싸움에 임한다. 계속 싸움에 지기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생의 냉혹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실제로 계속 져 보면 삶의 비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전쟁터 같은 인생을 나 또한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금껏 살아왔다. 나이 마흔이 되어 새삼스럽게 나는 손자병법의 한 구절 ‘지피지기, 백전불태’를 떠올린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긴다고 하지 않아 이 문구가 더 마음에 든다. 과연 내가 누구인지 상대가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치르고 큰 상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내가 상대하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의 싸움을 피할 수는 없다. 계속 싸워가며 죽을 만큼 다치지는 않으면서도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조금씩 나아가고자 한다면,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때때로 반드시 되새겨보아야 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인생이라는 이 전쟁터 속에서 최소한 위태롭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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