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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과학관의 연구원이자 학예사의 글쓰기 공간입니다.

육아휴직을 2달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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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1. 10. 21.

   어느덧 2021년 10월 말을 바라본다. 나는 올해 말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1년 동안의 육아휴직을 예상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조금 더 일찍 복직할 수 있다. 둘째와 셋째가 자라서 아내와 내가 둘 다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복직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1년을 계획하고 있다. 그래야만 나의 육아휴직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도 제대로 채용이 될 것이다.

 

   되돌아보면 한국장학재단에서의 5년 6개월은 나에게는 공공기관의 업무 처리를 배운 기간이었다. 국립대구과학관에서의 4년 3개월은 학예사로서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해 본 기간이었다. 과학관 전시를 하면서 나는 전시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제대로 된 준비와 연구가 필요하고, 전시 아이템 하나하나를 정말 꼼꼼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괜히 학예사가 전문 직업인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썩 괜찮은 학예사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나는 아직 너무나 미숙한 학예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나는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10년 동안의 직장 생활에 쉼표를 찍고, 휴직 동안에 아이들을 키우는 법을 배우면서 내 남은 학위 논문을 작성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어떻게든 남은 학위 논문을 작성해서 한 편의 박사 논문을 완성하고자 한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후 여유 시간에 틈틈이 논문을 쓸 생각이다. 육아, 학위논문 작성 이외의 다른 일들은 일절 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필요하면 번역을 할 생각은 있다. 특히 라이헨바흐의 [경험과 예측] 번역은 필요하므로, 생각보다 학위 논문 작성이 일찍 끝날 경우 이 책의 번역을 할 예정이다.

 

   비록 휴직을 하긴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에게 학예사라는 정체성을 부여한다. 학예사로서 자료들을 수집, 연구하고, 이들을 전시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전문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학사와 과학철학도 학예사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역사적인 자료들의 의미를 탐구하고 이를 해석하여 오늘날에도 유용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 나의 역할인 셈이다. 물론 학예사로서의 길이 그다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예사의 역할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나는 주기적으로 내가 학예사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나의 전문성을 키워나가고자 한다.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편한 생활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더 이상 아내에게만 육아휴직을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이므로, 아내가 직장에 복직하여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 나는 아내를 대신하여 아이들을 키우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관을 잠시 떠난다는 것이 다소 미안하기는 하지만, 영영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예정이므로 다른 과학관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할 뿐이다. 과연 내가 얼마나 육아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육아를 해 보면 직장 생활 못지않게 어려울 것 같다. 특히 나는 요리를 잘 못하고, 아이들을 달래는 것에서도 아내에 비해 많이 미숙한 편이다.

 

   직장 생활이든 육아든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삶이란 게 그런 것 같다. 어떤 순간도 쉽지 않다. 매 순간 힘들고 어렵고 겨우 겨우 헤쳐 나간다. 어쩌면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모든 어려움들이 끝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 이렇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의 삶은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다. 새삼스럽게 나의 아이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나의 아이들 또한 소중하고 고귀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나는 최소한 나의 아이들이 슬프거나 불행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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