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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1살, 직장 생활 10년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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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2. 1. 21.

   2022년인 올해 나는 한국 나이로 41세가 되었다(1982년생). 유아원 1, 유치원 1, 초등학교 6, 중학교 3, 고등학교 3, 대학교 4년 등 일반 시민이 되기 위한 교육을 총 18년 받았다. 대학원 석사 2, 박사 2년 등 총 4년은 학자로서 성장하기 위한 교육 기간이었다. 군 복무를 3, 직장 생활을 10년 했으니, 생계를 위한 조직 생활은 지금까지 약 13년을 한 셈이다.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때부터 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 활동을 좋아했다. 나는 별로 사교적인 편이 아니었고, 내가 해야 하는 의무적인 일들은 책임감을 갖고 해냈지만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부와 관련해서 나는 내가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은 별로 없었고, 그냥 공부를 하는 게 재미있었고 성실하게 열심히 했을 뿐이다. 나의 학문적인 재능은 중상급 정도였지 최상급은 아니었으며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다닐 때 나는 도서관에서 책들을 읽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으며, 졸업 학점 역시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나는 대학원에서 과학철학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지만, 말하기에는 서툴러서 다른 대학원생들과 철학적인 토론을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다행히 글쓰기에는 약간의 재능이 있어, 학기마다 꼬박꼬박 보고서를 써서 학점 취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내가 학자로서 성공할 확률이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석사 졸업 이후 회사에 취직을 했다. 그런데 직장 생활 10년을 해 본 결과, 나는 지금까지 직장 생활에서도 두드러지게 뛰어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저 평균적인 성과를 얻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학문 연구에도 그다지 재능이 없고 직장 생활도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다소 특이한 점은 하나 있다. 내가 책과 논문을 읽고 생각하고 글 쓰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좋아한다고 해서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이와 같은 활동을 ‘과도할 정도로 매우 좋아한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나의 갈등은 시작된다. 두드러진 재능은 없지만 나 스스로가 행복한 삶(연구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는 삶(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나를 사뭇 괴롭게 한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를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이 주제를 계속 연구한다고 해도 내가 세계적인 수준의 학술 성과를 얻어 대학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직장 생활을 계속 하기에는 학문에 대한 나의 갈망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직장 생활을 계속 할 수는 있겠지만, 늘 퇴근 이후에는 논문이나 책을 뒤적이며 학문에 대한 갈급함을 느끼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번 휴직을 기회로 삼아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어쩌면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내 삶이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조금만 더 확실한 지적 재능이 있었다면 과감하게 학문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 텐데 무척 아쉽다. 이럴 때 탁월한 지적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이미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도 내 주변에 많이 있다. 대학원 선배님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탁월하고 뛰어날 수 없다는 것, 탁월하고 뛰어난 사람들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더 많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나는 다소의 위안을 얻는다.

 

   그래도 최소한 확실한 결론이 하나 있다. 학문 연구를 포기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최소한 과학철학을 위해 내가 기여할 부분이 없지 않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함으로써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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