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애호가의 삶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과학관의 연구원이자 학예사의 글쓰기 공간입니다.

28 2021년 08월

28

일상 知彼知己, 百戰不殆

요즘은 음악을 잘 듣지 않는 내가 최근에 종종 듣는 앨범이 있다. 악동 뮤지션(악뮤)의 최신 앨범이다. 이 앨범의 첫 번째 곡 제목이 ‘전쟁터’인데, 실제로 우리네 인생 속 시시각각은 전쟁터에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가끔씩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도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외부에서 공격이 이루어질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특정한 적을 목표로 삼아 공격을 해도 늘 이기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고, 적과의 싸움에서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으며,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경우가 있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경우도 있다. 과연 인간의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돌이켜보면 나 또한 이 세상에 나의 의지대로 태어난 것은 ..

댓글 일상 2021. 8. 28.

22 2021년 08월

22

과학철학 의식이라는 꿈 속에서

[의식이라는 꿈]이라는 책을 알게 된 것은 올해 6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사님과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다니얼 데닛이 쓴 이 책을 내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박사님께서 번역하셨다는 사실 또한 그때 알았다. 이후 나는 이 책을 사거나 빌려 읽지는 않았지만, 책의 제목 “의식이라는 꿈”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주체의 입장에서 의식은 아름다운 하나의 꿈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여겨졌다. 이 표현이 주체의 나르시시즘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 이런 나르시시즘이 없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 We are always in our sweet dream. Its name is “consciousness”. 의식은 꿈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게끔 만들어 주는..

댓글 과학철학 2021. 8. 22.

15 2021년 08월

15

일상 그저 내 할 일을 할 뿐

아이들 셋을 키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부모님, 장모님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무사히 자라줘서 감사하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사는 것 같다.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주된 동기도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나는 올해로 만 10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내가 맡은 일을 부지런히 한다. 최근 회사에 어수선한 일이 있긴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그저 나의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는 나의 모든 삶을 회사의 일로 채우려고 하지는 않는다. 회사에서는 일을 열심히 하고, 퇴근하면 회사의 일은 잊고 다른 것들로 나를 채운다. 이제는 정말 박사과정 졸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퇴근하면 육아를 ..

댓글 일상 2021. 8. 15.

09 2021년 08월

09

과학철학 역사의 아이러니

내가 번역한 리처드 뮬러의 책 [나우 : 시간의 물리학]의 첫 부분에서 뮬러는 '지금'에 대한 아인슈타인과 카르납 사이의 입장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인슈타인은 인간에게 '지금'이 갖는 독특한 의미를 물리학이 포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다소 괴로워한 반면, 카르납이 보기에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물리학적 언어에서 말하는 '지금'의 의미가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것이며, 아인슈타인이 생각하는 그와 같은 독특한 의미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뮬러는 아인슈타인에게 다소의 공감을 표시하고, 카르납에 대해서는 비교적 강하게 반대하면서, 물리학이 포착하지 못하는 '지금'의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뮬러에 따르면 시간은 실재하고,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고 있으며, 과거는 결정되어 있는 반면 미래..

댓글 과학철학 2021. 8. 9.

04 2021년 08월

04

과학관 이야기 아마추어의 즐거움

과학관에서 내가 하는 일의 즐거움은 가령 이런 것이다. 나는 업무 과정에서 우연히 오명 전 부총리님을 알게 되었고, 부총리님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부총리님이 쓰신 책들과 관련 자료들을 받아 읽었다. 1940년에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교수와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우연한 계기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된 후 체신부 차관과 장관을 하며 1980년대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약진하게 만든 중요한 한 명의 인물을 알게 된 것이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님을 알게 된 것도 흥미롭다. 1944년에 태어나 어렸을 때 큰아버지로부터 한학을 공부했고,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삼성에 입사하여 새로운 사업으로 전자산업을 제안했다.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