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현아! , 멋진 청년이 되어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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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삶의 흔적들

2022. 3. 12.

 

봄을 알리는 우수 경칩이 지나니,

근처 공원에 봄꽃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향긋한 봄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오늘 우리집 주변에 있었던 이야기를 적어본다, 이야기속 아이 이름은 가명 임)

 

 

약 3년 전 옆집에 젊은 부부가 이사 왔었다.

10살된 아들과 7살 딸이 있는 다복한 맞벌이 부부였다.(지금은 13살 되었음)

이사온 날 저녁에 40대 중반의 남편이 아들을 대리고 우리집에 인사차 왔는데,

기억 나는게 비닐 봉다리에 밀감을 20여개쯤 담아서 초인종을 누른다.

(이럴때 통상 밀감 1BOX쯤 가져 오는데....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던가 보다)

 

그후 EV에서 종종 만나면 깍듯이 인사도 하고, 사람이 착해 보였는데...

한가지 아쉽다면 젊은 사람이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게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아마도 저녁에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EV 타면서 동승했으니 냄새가 났던걸로 기억된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해서 현관문 앞엔 언제나 자전거가 놓여 있었으며,

공, 휴일날엔 아들과 자전거로 하이킹을 하는게 건전하게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부인은 40대 중반쯤으로 직장에 다니며 약간 차가운 느낌(새침한 느낌)은 들지만

그런대로 인사성도 있고, 내가 말을 건네면 가볍게 대답하는 정도 였는데...

지난 2년간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였으니, 얼굴에서 풍기는 외모를 볼수 없었던게 아쉬웠다.

언젠가 EV에서 "남편이 공직생활 하세요?" 하고 물으니 "아닌데요, 왜 그러신데요?" 하고 되물어서,

"사람이 착해 보여서 공직에 계시나 해서 물었습니다" 했더니,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도 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초등학교 4학년 옆집아이 동현이는 EV에서 자주 만났는데,

대전에 사는 우리 손녀와 같은 나이라서 더 정이 갔던것 같다.(지금은 초등6학년 임)

성격도 활발하고 붙임성도 있고, 무척 똑똑해서 나와 자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언제가 "동현이 공부 잘 하나?" 하고 물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니라고 한다.

"야 임마, 어른들이 그렇게 물으면 '예, 잘 합니다' 하고 대답해야 되는거야, 그래야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고 말하는 너도 기분이 좋아져서 나중에 정말로 공부도 잘하게 되는 거야" 하고 말했더니, 고개를 끄덕 거리며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하기도 하였다.

또 어느땐가는 "동현아, 할아버지 집에 너와 같은 나이의 예쁜 손녀가 있단다, 지금은 대전에서 공부하고 있고 방학땐  부산에 오는데 그때 동현이 할아버지집에 와서 우리 손녀와 놀면 안되겠니?" 했더니 아이가 부끄러워 하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던걸로 기억된다,

 

한달 전 쯤, 밤 늦은 시간....

옆집 부부가 요란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 목소리는 작게 들리는데, 부인은 큰소리로 울먹이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복도까지 들린다.

부부싸움에 끼어들수도 없고, 벙어리 냉가슴 앓 듯, 칼로 물베기 하도록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

부부가 살면서 어찌 다투지 않고 살겠노?....부디 내일 아침에는 서로 웃으며 출근하길 빌었다.

 

그후, 옆집은 예전처럼 조용했으며, 간간히 동현이를 EV에서 만나 재밌는 이야기는 이어갔었다.

"동현이 6학년이 되었는데, 여자 친구 있어?" 하고 물었더니, 

"엄마가 꾸중하니까 나중에 커서 사귈거예요" 하며 수줍게 웃기도 하였다.

녀석이 어리지만 어른스럽게 행동하면서 이 할배와 대화가 되었으니...

 

오늘 아침, 복도가 약간 소란스러워 현관문을 여니,

옆집 현관문이 열려있고 가재도구가 복도에 나와 있으며 동현이 엄마가 복도에 서 있기에 깜짝 놀래서..

"이사 갑니까?"

"예, 저와 아이들만 이사갑니다".... 이 무슨 소리고?

현관문을 닫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사람이  갈라서기(이혼)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어 ~ 허 ~ 이런 변이 있나?,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찌 되는데?

아빠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단 말이가?....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단 한번의 싸움으로 두 사람이 갈라선다면 영특하고 똑똑한 동현이가 아빠없는 삶을 어찌 살라고?...

생각 같아선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참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오지랖 떨다가 무슨소리 들을것 같아서....

 

거실에 앉아서 복도 이사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속으론 기도를 한다...,

또한, 창문 넘어 이삿짐 차량 근처에 동현이가 보이는지 내려다 보았지만....

녀석은 보이지 않고 이삿짐만 하나 둘 싣고 있었으니, 마음을 다잡을수가 없었다.

 

지금은 오후 1시,

복도는 조용해 졌고, 이삿짐 차량은 떠나버리고, 내 마음까지 허전해지고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동현아!!

내 손녀와 나이가 같아서 더 사랑스럽던 이 녀석아!!!

너는 크면서 이 할배를 쉽게 잊겠지만 이 할배 가슴속엔 한동안 네 생각에 가슴앓이를 하겠구나,

어디에서 살더라도 지금처럼 명량하고 사랑스럽게 자라길 이 할배 빌어본다,

언젠가 멋진 청년이 되어 다시 만날수 있길 바라면서..., 동현아!!, 건강하게 잘 살아라!!"  - 끝- 

 

(P.S ; 지금은 5월, 혼자 살던 동현이 아빠도 이사 가고, 지금은 다른분이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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