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넓은 집

(연이의 그림일기)

바위틈에서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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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2009. 1. 22.

 

 

 

 

 

 

아름다운 관계

 

 

                      박남준 詩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 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호위무사를 자처하기도 하고...(경주 남산) 

 

 

 

 

가녀린 몸이지만 나그네의 땀을 식혀주는 그늘이 되어주고...(진안 구봉산)

 

 

비가오나 눈이오나 늘 한 자리에...(대둔산) 

 

  

마애불의 벗이 되어주고...(선운사 도솔암) 

 

 

마애불의 우산도 되어주고...(계룡산 고왕암) 

 

 

초록의 물빛에 반해서 뿌리를 내리고...(내변산) 

  

 

멀리 바라보고, 겸손하게 굽어보고...(백암산)

 

 

혼자는 외로워 이렇듯 위아래층에 모여살기도 하지요(구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