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넓은 집

(연이의 그림일기)

여름꽃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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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처럼

2019. 7. 9.






능소화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만큼은 돼야지









언제부터인가 여름이면 능소화를 찾아 골목을 헤매는 습관이 생겼다

지난해 여름에는 3일간의 휴가를 아버지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서 보냈는데,

휴가 마지막날에 엄마와 교대를 하고서 한옥마을의 능소화를 찾아

8월 땡볕에 반나절을 돌아다녔었다


일주일 전쯤 이었을까.....

그날도 점심을 서둘러 먹고 h와 함께 보리한테 갔는데,

마치  "보리네집 방문을 환영합니다" 라고 현수막을 걸어놓은양

 길 양쪽으로 전봇대를 타고 올라간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게 아닌가


정말로,

하룻밤사이에 꽃들이 일제히 피어난것처럼

전날까지만해도 전혀 보지못했던 꽃이 너무도 당차고 화려하게 피어있었다

지금껏 내가 보았던 그 모든 능소화를 압도할만큼 강렬한 첫만남이다











이곳을 지나갈때면 항상 대문안에 있는 커다란 개 두마리가

크게 짖는 바람에 대문이 닫혀있어도 위협이 느껴져 빠른 걸음으로 걷곤 한다

요즘 이곳 담장에도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녀석들이 사납게 짖거나말거나 사진을 찍어본다

엷은 하늘색의 담장과 주황의 능소화가 너무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