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금융

세상다담 2011. 3. 24. 00:31

 

 

 

 

  인도 뉴델리에서 일하는 버스 기사 람은 시간당 18루피를 받는다. 스톡홀름의 버스 기사 스벤의 시급은 130크로나로 2009년 여름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870루피 정도 된다. 스웨덴의 버스 운전사는 같은 일을 하는 인도 기사에 비해 50배를 더 받는 셈이다.

 

  자유 시장 경제학에서는 어떤 상품이 그와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상품에 비해 값이 비싼 것은 그것이 더 나은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말은 자유 시장에서는 노동을 포함해서 모든 상품이 제값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스웨덴 운전기사 스벤이 인도 운전기사 람보다 50배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스벤의 생산성이 람에 비해 50배가 더 높다는 뜻이 된다. (48쪽)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임금 격차는 개인의 생산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각 정부의 이민 정책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나라 간의 이주가 자유롭다면 잘사는 나라의 일자리는 대부분 못사는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이 차지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임금이라는 것은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뒤집어 보면,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것은 가난한 계층의 국민들 때문이 아니라 부유한 계층의 국민들 때문이라는 말도 가능하다. 사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잘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부자 나라의 부자들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부자 나라의 부자들이 개인적으로 특별히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들의 높은 생산성은 단지 역사적으로 축척해 온 다양한 제도들 덕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개인의 가치에 맞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신화를 깨뜨려야만 한다. (47쪽)

 

 

 

  간단히 말해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들과 붙여 놓아도 지지 않는다. 정작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그들의 생산성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부자들의 불평은 얼토당토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 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이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높은 생산성 덕에 자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부자 나라의 부자들이 너무 의기양양할 것에 대비해 한 가지 경고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부자 나라의 어떤 개인이 비슷한 일을 하는 가난한 나라의 개인보다 실질적으로 생산성이 월등히 높은 분야에서조차, 그 격차는 개인의 능력 차라기보다는 시스템의 차이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자 나라의 일부 개인이 가난한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에 비해 생산성이 수백 배나 높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머리가 더 좋다거나 교육을 더 잘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나은 기술, 더 나은 조직, 더 나은 제도와 물리적 인프라를 가진 경제 환경에서 살기에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수세대에 축적된 집단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55쪽)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2011. 1. 12. (초판 62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10점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세계적인 경제학자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책으로,그 동안 신자유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해온 장교수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첫 단행본이다. 책은 우리가 무심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곤 하는 경제 문제 23가지에 대해 역사적 사실(史實)과 주변 사례(事例)를 가지고 그 이면을 짚어 준다.

 


 

     

좋은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퍼가요~♡
장하준 님의 책들은 책 속 내용보다 그 마음씀씀이에 더 끌리더라구요. ^^*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세상 중 가장 나은 세상이 아니다 - 장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