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세상다담 2011. 4. 6. 00:21

 

 

 

 

 

  “ 정말 안 돼요. 아빠, 배심원을 없애버려야 해요. 무엇보다도 그 사람은 죄가 없는데도 유죄 평결을 내렸잖아요. ”
  “ 젬, 만약 너와 다른 열한 명의 애들이 배심원이었다면, 톰은 풀려날 수 있었을 게야. 지금까지 네 삶에서 어느 것도 너의 판단 과정에 방해가 된 적이 없었지. 톰의 배심원들은 열두 명의 일상적인 삶을 사는 이성적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지만 넌 그들과 이성 사이에 뭔가가 끼어드는 것을 본 거야. 그 날 밤 감옥 앞에서 네가 본 것도 이와 똑같은 거였지. 그 패거리가 발길을 돌렸을 때 그들은 이성적 인간으로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야. 그들은 우리가 거기 있었기 때문에 되돌아간 것뿐이지. 이 세상에는 사람들이 이성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 아무리 애써도 공정할 수많은 없는 거야. 우리 법정에서 백인의 말과 흑인의 말이 서로 엇갈리면 이기는 쪽은 언제나 백인 쪽이지. 비열하지만 그게 현실인 걸 어쩌니. ”
  “ 그건 옳지 않아요. ”
  오빠가 대꾸했다. 한 주먹으로 무릎을 가볍게 내리쳤다. 

  “ 그런 증거만 가지고 한 인간에게 유죄를 선고할 순 없어요-그럴 수 없다고요. ”
  “ 너희들은 그럴 수 없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했다. 네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더 그런 일을 보게 될 거야. 무지개 색깔 중 어떤 피부색을 하고 있건 한 인간이 평등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법정이란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원한을 배심원석까지 가지고 가게 마련이지. 네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일상생활에서 매일 백인들이 흑인들을 속이는 걸 보게 될 거다. 하지만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이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흑인을 속이는 백인은, 그 백인이 누구이건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건 아무리 명문 출신이건 쓰레기 같은 인간이야.
  아빠는 너무나 조용히 말씀하셨기 때문에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는 마지막 말이 우리들 귀에 쟁쟁하게 울렸다. 내가 고개를 들어보니 아빠의 얼굴이 격해 보였다.
  “ 흑인의 무지를 이용하는 저질 백인보다 구역질나게 하는 건 없단다. 절대로 바보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그 모든 것이 쌓이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테니까. 그런 일이 너희들 세대에 일어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

: 앵무새 죽이기, 415~417쪽, 하퍼 리, 문예출판사, 2010. 11. 15. (2판 12쇄)

 

 

 

♣ <앵무새 죽이기(1960년 출간)>에 영향을 준 사건 : 스코츠버러 사건 (Scottsboro case)

 

  1931년 앨라배마 주 스코츠버러에서 2명의 백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9명의 흑인 청년에 대한 재판을 둘러싸고 제기된1930년대의 미국 시민권에 관한 유명한 논쟁.

 

  당시 9명의 흑인은 린치를 당해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 체포된 지 3주 만인 1931년 4월에 스코츠버러의 법정으로 이송되었다. 피고인들은 개정 첫날이 되어서야 2명의 자원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2명의 백인 여성을 검진한 의사가 강간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백인 배심원들은 피고인들에게 유죄평결을 내렸고, 12세의 가장 어린 소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형선고를 받았다. 재판 결과 선고가 공표되자, 남부지역 밖에서 이 재판이 오심(誤審)이라는 강력한 비난이 쏟아졌다. 한편 북부의 자유주의적이고 급진적인 단체들, 특히 미국 공산당에서는 '스코츠버러 아이들'의 주장을 지지했고, 몇몇 사건에서 동일한 주장이 인용되었다.

 

  1932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중대한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적절한 법적 원조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번복했다(Powell v. Alabama). 그후 앨라배마 주에서는 이 강간사건 피고인 가운데 1명을 재심하여 다시 유죄판결을 내렸다. 1935년 노리스 대 앨라배마 판결(Norris v. Alabama)에서, 연방대법원은 앨라배마 주가 계획적으로 배심원에서 흑인을 배제했다고 판결하면서 이 유죄판결을 번복했다. 앨라배마 주는 다시 피고인 중에서 헤이우드 패터슨을 재심하여 유죄판결을 내렸는데, 이때 패터슨은 7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시민단체의 계속적인 압력이 있은 후 이미 6년의 수감생활을 한 4명의 어린 피고인들을 석방할 때까지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이 계속되면서 재평결과 피고인승소의 항소심판결이 있었다. 나중에는 패터슨을 빼고 모두 가석방되었다. 패터슨은 1948년 미시간 주로 탈주했고, 3년 후 그곳에서 다른 흑인을 칼로 찔러 죽여 고살(故殺)의 유죄판결을 받고 교도소에서 죽었다. 생존한 피고인 중에서 1946년에 가석방된 후 북부로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클래런스 노리스는 1976년에 앨라배마 주지사로부터 사면을 받았다. ( 출처 : 브리태니커 )

 

 

 

 

앵무새 죽이기 - 8점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문예출판사

 

1961년 퓰리처 상 수상작. 1930년대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의 조그만 마을인 메이콤을 배경으로, 진 루이스 핀치(스카웃)라는 여성이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진한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시골 마을의 풍경,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감어린 묘사, 유년기의 아스라한 기억들이, 따뜻하고 정밀하게 그려진다. 이 소설을 얘기할 때 대개 '인종차별', '흑백갈등' 쪽에 초점이 맞춰져왔지만, 이 소설은 보다 보편적인 차이와 관용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 아줌마. 왜 아줌만 흑인 말투를 - 그게 좋지 않다는 걸 아시면서 흑인들에게 그런 말투를 사용해요? ” (...) “ 글쎄다. 우선 첫째, 나는 흑인이고 (...) 둘째로,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좋아 하지 않아. 화가 나는 거지. 말을 올바로 한다고 해서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변화시킬 수 없어. 그들은 스스로 배워야 하거든. 그들이 배우고 싶지 않다면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처럼 말하는 수밖에. ”

: 앵무새 죽이기, 239쪽, 하퍼 리, 문예출판사, 2010. 11. 15. (2판 12쇄)
1일 1000명 방문자 어려운 일 아니예요...
백수탈출 님, 방문 감사드립니다. ^^*
읽고 싶은 책이네요.
작가의 첫 작품이면서 유일한 발표작이라 그런지 문체가 세련됐다는 느낌은 좀 덜해요.
하지만 책에 담겨진 생각들을 곰곰이 짚어볼 만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