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세상다담 2011. 8. 29. 12:32

 

 

 

 

조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1313~1375, 이탈리아)는 <데카메론>에서 명료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세속적인 욕망을 추구하고 인정하는 당대의 인간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편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그는 <데카메론>에서 운명과 맞서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며, 나아가 운명을 개척하는 인간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 준다. 선과 운명이라는 이 뚜렷한 이원론은 르네상스적 감성과 사고에 뿌리를 둔 것이다. <데카메론>에는 페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뒤, 거리 곳곳에 시체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고,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피렌체가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곱 명의 부인과 세 명의 청년이 한 성당에서 우연히 만난다. 이들을 대 참사를 피해 피렌체 교외 피에졸레 언덕에 있는 큰 별장으로 피신을 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 2주간 머물며, 무료함을 달래고자 그리스도 수난일인 금요일과 휴식을 취하기로 한 토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10일 동안 열 사람이 각자 하루에 한 편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데카메론’은 그리스 어로 ‘10일 동안의 이야기’란 뜻이다. 10일 동안 열 명이 이야기한 100편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이다.

  

   <데카메론>에는 다양한 계층의 온갖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 왕, 왕자, 공주, 장관, 기사, 지주, 수도원장, 수녀, 수도사, 군인, 의사, 법관, 철학자, 상인, 여관 주인, 심부름꾼, 농부, 노예, 하인, 불한당…….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그 성격만큼이나 처한 상황도 제각각이다. 귀족과 상인 계급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들은 성직자와 여성이다. 이들은 당시의 시대상과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며, 작품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욕망에 충실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훗날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14세기~16세기)라고 일컬어지는 당시의 정신적․경제적․문화적 분위기가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더군다나 <데카메론>의 이야기가 작가인 보카치오가 모두 새롭게 창작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현실감’은 더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보카치오는 당시 이탈리아와 13세기 이탈리아 중부 지방에서 떠돌던 이야기에, 자신이 다른 작품에서 선보인 이야기를 덧붙여 <데카메론>의 기본 골격을 완성했다. 즉 <데카메론>의 이야기는 허구라기보다 사실에 더 가까운 것이다. (5~6쪽)

 

  

♣♣ 알리기에리 단테와 조반니 보카치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인문주의자이다. 특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작품 전반에 넘치는 성직자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바탕으로 교황의 권력을 격렬하게 비판한 단테의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 신성한 희극)에 견주어 종종‘인곡’(人曲, Umana Commedia, 인간 희극)으로 일컬어진다. 그런데 단테의 작품에 ‘신곡’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이 보카치오였다고 한다. 단테가 1307년부터 쓰기 시작하여 죽기 얼마전인 1321년에 완성한 <신곡>의 원래 제목은 ‘희극(Commedia)’이었다. 보카치오는 이 작품의 위대함에 감복하여, 제목 앞에 ‘Divina(신성한)’라는 수식어를 붙여 ‘Divina Commedia’, 곧 ‘신곡’이라 불렀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마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작품이라는 찬사이다. 보카치오가 세상을 떠나고 한참 뒤에, 이탈리아의 문학사가이자 문예 비평가인 데 상티스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인간의’라는 의미의 ‘Umana’라는 수식어를 붙여 ‘Umana Commedia’, 즉 ‘인곡’이라 칭하였다. <데카메론>도 단테의 <신곡> 못지않게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였다. 보카치오는 또 1373~1374년에 <신곡>을 처음 공개 강연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로써 단테는 고대의 고전 작가들과 함께 유럽의 대학 교과 과정에 채택된 최초의 근대 작가가 되었다. 이처럼 단테의 <신곡>은 보카치오에게 매우 의미가 큰 작품이다.

 

   <신곡>의 구성은 단순하다. 단테 자신으로 볼 수 있는 한 인간이 기적적으로 저승세계를 여행하게 되어, 지옥․연옥․천국에 사는 영혼들을 찾아간다. 그에게는 안내자가 둘이 있는데, 하나는 지옥과 연옥을 안내하는 베르길리우스이고, 다른 한 명은 천국을 안내하는 베아트리체이다. 1300년 부활제인 성(聖) 금요일 저녁부터 부활절(일요일)을 약간 넘긴 시간에 일어난 이 허구의 만남으로써, 단테는 자신이 추방될 것임을 알게 된다. 실제 이 글을 쓸 당시 단테는 이미 추방된 몸이었다. 이런 구상으로 단테는 자신이 망명 중에 겪게 될 이야기를 창조했을 뿐 아니라, 자기가 이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설명하고, 더 나아가 이탈리아가 처한 난관의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단테의 이야기는 이처럼 역사적 특수성과 전형성을 띤다. <신곡>의 구조를 이루는 기본 구성요소는 곡(曲, canto)이다. <신곡>은 모두 100개의 곡으로 되어 있는데, 이 곡들은 크게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의 세 편으로 나뉘어져 각 편마다 33개의 곡이 있다. 다만 ‘지옥편’에는 작품 전체의 서문 역할을 하는 곡이 하나 더 있어서 전체 100개의 곡이 된다. 단테의 <신곡>과 보카치오의 ‘인곡’ <데카메론>은 둘 다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낳은 걸작으로, 참다운 ‘전체적인 인간성’을 추구하는 서구 인문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328~329쪽)

 

: 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 서해문집, 2009.10.1. (초판 3쇄)

 

  

 

  데카메론 - 8점
  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장지연 옮김/서해문집

 

<데카메론>은 1353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뒤로 무수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모방작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정해진 시일 동안 몇 사람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 주제별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 무엇보다도 인간의 실수와 어리석음까지 끌어안는 무한한 '인간 긍정'의 서사가 시대를 뛰어넘는 호소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원작 자체보다도 많은 모방이나 아류에 의해 더 알려진 것 같습니다. 저도 정작 원작은 접하지 못하고 만화라든지 다른 형태로 데카메론을 수없이 접한거 같군요. 그러나 이제 원작을 구해 정독을 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넵, 편집장 님. 근데 저도 아직 완역판은 읽어보지 못한 터라, 좋은 책 발견하시면 가르쳐 주세요. ^^*
이 책을 고등학생에게 권해도 될까요? 중학생은 어떤가요? 읽어보니 생각보다 19금이 있는 듯 해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