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세상다담 2011. 10. 10. 12:49

 

   

 

 

“나는 아직도 혼자예요. 몬느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거든요.” 그녀는 아주 낮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한숨이 후회와 숨 막히는 자책을 의미한다는 생각에, 나는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상한 두뇌 속에 얼마나 많은 광기가 가득 찼는지! 아마도 모험의 취미가 모든 것보다 강한 모양이죠!” 그러나 젊은 부인은 내 말을 끊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 저녁 그 자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몬느에 관해서 내게 말했다. “프랑수아 쇠렐 씨,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에게만, 아니 나에게만 있어요. 우리가 한 짓을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그에게 말했잖아요. ‘여기 행복이 있다. 청춘 시절에 네가 찾던 것이 여기 있다. 네 꿈의 전부였던 여인이 있다’고 말예요. 억지로 끌고 온 사람이 어떻게 망설임과 두려움,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겠으며, 어떻게 달아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어요?” “이본, 당신이 바로 그 행복이고, 바로 그 여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잖소.” 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제가 잠시나마 어떻게 그런 오만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그런 생각이야말로 모든 것의 원인이 된 거예요.”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제가 당신에게 말했었죠. ‘저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예요’라고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가 그토록 나를 찾았으니까, 그리고 그를 사랑하니까 나는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어야만 한다’고 말예요. 그러나 그의 열기와 그의 신비로운 회한을 가까이서 보았을 때 나는 다른 여자들처럼 가련한 부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는 결혼식 날 밤과 그 이튿날 새벽에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못 됩니다’라고 되풀이 말했어요. 그를 위로하고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지요. 그러나 조금도 그의 고통을 진정시켜주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내가 말했지요. ‘만약 당신이 떠나야만 한다면, 그리고 아무것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순간에 내가 당신에게 온 것이라면, 그리고 당신이 마음을 잡아 내 곁으로 돌아올 때가지 잠시 나를 떠나야만 한다면, 당신에게 떠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라고요.” 어둠 속에서 그녀는 나를 올려보았다. 그녀가 나에게 한 것은 일종의 고해성사와 같았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행동을 칭찬을 하든 벌을 주든 불안해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마음속으로 나는 서툴고 야성적인 예전의 몬느를 보는 듯했다. 그는 변명을 하거나 어떤 허락을 요구하기보다는 항상 벌을 받는 쪽을 택했다.

  

물론 이본 드 갈레는 그에게 강제로라도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다음과 같이 말했어야만 한다. “당신이 무슨 짓을 했어도 상관없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사람은 누구나 죄인이 아닙니까?”라고. 물론 그녀가 관용과 희생 정신을 보여줌으로써 그를 그처럼 모험의 길로 떠나가게 한 점에서는 대단히 잘못했다. 그러나 내가 어찌 그와 같은 선의와 그와 같은 사랑을 부인할 수 있단 말인가?

  

: 대장 몬느, 272~274쪽, 알랭 푸르니에, 문학과지성사, 200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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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현재의 아픈 우리를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솔직한 과거를 만나야 한다는 것. 어쩌면 상처받고 있는 지금의 삶보다 더욱 아픈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아픈 우리에겐 아름다운 과거가 필요하다...

 

 

 

 

   

 

  대장 몬느 - 6점
  알랭 푸르니에 지음, 김치수 옮김/문학과지성사

 

알랭 푸르니에는 잃어버린 시절, 잃어버린 이상향에 대한 지극한 향수와 열망을 담은 글쓰기로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문명을 떨친 작가다. 장편소설 <대장 몬느>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듬해 1914년에 제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 미랑드에서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이 작품과 함께 '영원한 사랑과 청춘과 모험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당당히 거머쥐며 프랑스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잠깐 인용해 주신 내용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28의 아까운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니 더욱 애잔한 생각이 듭니다. 잘 보았습니다.
좀 엉뚱하지만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사실로써 역사보다, 진실로써 역사가 더 멋있는 건 아닐까...
소설 같은 과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를 위로해줄 수 있는 과거도 괜찮은 건 아닐까...
다시 고쳐 번역했는지 궁금하네요. 첫판은 좀 엉터리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