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영혼

세상다담 2012. 2. 9. 01:18

 

 

 

 

나는 더 이상 - 조르주 바타유의 표현을 빌리자면 - ‘실존을 나중으로 미루’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내 앞에 있는 당신에게 온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걸 당신이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게 당신의 삶 전부와 당신의 전부를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동안 나도 당신에게 내 전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 D에게 보낸 편지, 89~90쪽, 앙드레 고르, 학고재, 2007.12.5. (초판 2쇄)

   

 

♣ 또 다른 글 :  절대로 당신은 나보다 먼저 가면 안돼요 - <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 먼저 가서 미안해요... 고마웠어요. "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참 가슴 저미게 아름다운 글입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생을 정리하는 것도 후회없는 일이지 싶습니다.
네. 또 "먼저 가서 미안해요... 고마웠어요."도 참 눈물나는 글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