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클럽 진주

세상다담 2012. 2. 22. 00:30

이번 느낌나눔 책은 캄캄님께서 추천해주신 D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세상다담 님, 고흐의 해바라기 님, 시로1004 님, 열혈처녀 님, 앨리 님, 아나스탸사 님, 캄캄 님, 프랑(me) 8명이 참석했습니다. 선구적인 노동이론가이자 생태주의를 정립한 앙드레 고르가 투병중인 부인에게 쓴 편지인데요. 멀리 떨어진 이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닌 곁에 있는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 글이며, 지난날 부인과의 첫만남부터 연애, 결혼 후의 생활, 그리고 노년의 나이에 동반 자살을 마음먹게 된 두사람의 사랑까지 느끼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여전히 내겐 이해하고 밝혀내야 할 수많은 질문이 남아있습니다. 우리 사랑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그 온전한 의미를 파악해야만 합니다. 그 이야기 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에 의해 지금의 우리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내가 겪은 것들, 우리가 함께 겪은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당신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 D에게 보낸 편지, 앙드레 고르.

 

D에게 보낸 편지, 느낌나눔 모임 후기 - 프랑


♣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과 그 이유는요?

 

p. 24

그 뒤 석달동안 우리는 결혼할 궁리를 했지요. 내 마음속에는 이념상 원칙적인 반대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결혼을 부르주아 계급의 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에서 연유하는 것인 만큼 가장 비사회적인 부분들을 통해 두 사람이 연결되는 것인데도, 그 관계를 사회화하고 법적으로 문서화하는 것이 결혼이라 생각했던 거지요. 법적인 관걔란 두사람의 체험이나 감정과는 하등 상관 없이 자율화하게 마련이고, 또 그런 자율화는 그런 관계가 지닌 소명이기도 합니다. 난 또 이렇게 말하곤 했찌요. " 우리의 종신계약이 십 년이나 이십 년이 지난 다음에도 우리가 원하는 계약이 될지 그걸 누가 증명할 수 있겠소?

 

당신의 대답은 도망칠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평생토록 맺어진다면, 그건 둘의 일생을 함께 거는 것이며, 그 결합을 갈라놓거나 훼방하는 일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거에요. 부부가 된다는 건 공동의 기획인 만큼, 두 사람은 그 기획을 끝없이 확인하고 적용하고, 또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방향을 재조정해야 할 거에요. 우리가 함께 할 것들이 우리를 만들어갈 거라고요. 당신의 입에서 나왔지만, 이건 거의 사르트르의 말아니겠습니까.

 

상대를 구속하는 결혼제도를 비판하던 고르를 설득하는 도린의 말에서 결혼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깨달았던 고르의 입장에 공감이 갔던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도린에게서 사르트르의 면모까지 발견하는 고르를 통해 둘은 서로를 발전적으로 이끄는 관계란 걸 느꼈습니다.

 

p. 86-87

조르주 바타유의 표현을 빌리자면 - '실존을 나중으로 미루'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내 앞에 있는 당신에게 온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걸 당신이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게 당신의 삶 전부와 당신의 전부를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동안 나도 당신에게 내 전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밤이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이세, 관을 따라 걷고 잇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2006년 3월 21일 ~ 6월6일

 

두사람의 자살이 예견되기에 책속에서 가장 슬프고 아린 부분입니다.

 

 

♣ 평론가가 되어서 이 책에 대해 평론을 해 주세요.

 

동반자살이 있기 전의 글을 책으로 만든 'D에게 보낸 편지'. 과연 얼마만큼의 절절한 사랑을 담고 있을 지....라는 기분으로 책을 펼치게 됩니다. 첫 만남과 연애, 결혼 후 아픈 부인을 간병하는 이야기들이 간간이 서술되어 있지만 고르의 저서 '배반자' 속에 표현된 도린의 폄하된 이미지에 대한 고르의 자책이 무척 짙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고르의 글을 통해 도린의 말들을 읽으며 '도린의 답서가 있었다면... 독자에게 더많은 감동과 이해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고르가 도린에게 보낸 편지를 제3자가 읽고 이런 투정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죠.

 

 

♣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한 권 이상 추천해 주세요.

 

천년의 사랑(세상다담님 추천서), 배반자 (불어 모르는 프랑)

 

 

♣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이란 어떤 것인가요?

 

서로의 같은 부분과 다른 부분을 잘 조절해 가며 발전적인 관계가 되는 결혼이 이상적인 결혼이 아닐까라는 의견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앙드레 고르와 도린은 교집합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져 피아를 구분할 수 없게 된 것같다는 느낌을 나눴습니다.

 

 

출처 : 독서클럽 진주 ㅣ 글쓴이 : 프랑 ㅣ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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