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클럽 진주

세상다담 2012. 3. 3. 21:22

원래 내일 일은 모레로 미루는 타입인데, 서둘러 씁니다.

 

3월 2일 정모 후기 - 오후 세시의 시선

 

처음 정모에 꼭 나가야지 했던 이유는, 패널을 나눠서 토론한다는 이유, 그게 구미를 자극했습니다. 마치 마이크 타이슨 급의 핵주먹, 핵치아가 난무하는 링을 상상하면서. 그런데 제가 생각한 끝장 토론이 아니라서 더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토론한 내용들은 솔직히 거의 기억나지 않습니다. 처음엔 어떤 시스템인지 파악하느라 정신 없었고 다음엔 온종일 비 맞고 돌아다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비 비린내, 땀냄새 날까 신경 쓰였고 그것도 뻔뻔해질 때쯤 최근 혼자가 된 친구 녀석이 날린 메시지, 씁쓸함을 가장한 협박이 자꾸 신경을 긁어대서.

 

오히려 각인 된 건, 제게 미로 같았던 가좌동 동네를 테세우스처럼 빙빙 돌 때, 아리아드네 공주마냥 예쁘진 않지만 분명 그만큼 고왔으리라 추정되는 미소를 양껏 머금은 채 날 찾으러 부리나케(확인은 안됐지만) 오셨던 세상다담님의 얼굴. 뒤풀이에서 니나님이 말한 (자기 만족과 현실 타협). (번외 얘기지만, 처음 이 클럽에 가입하고 젤 먼저 제 호기심을 끈 건, 누군가 시를 많이 올렸다는 사실입니다. 그 하나로 이 클럽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고 믿었음. 진실) 한순간 나를 생각의 벼랑으로 내친 프랑님의 촌철살인 같은 한마디, 이 한마디가 아침 약속시간까지 영화나 보자고 했던 저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네요. 짧고 치열하게 부싯돌에서 불을 꺼내듯 생각했습니다. (제가 말한 엄마와 세상을 뒤집고 싶은 한방까지 포함한, 그외 모든 것들의 기다림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가식 중 입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는지도. 그래서 주어는 나도 몰랐던 혹은 유사품 미련에 당할까 모르고 싶었던 '기다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욤뮈소님의 (나이 차이는 별루 안나지만) 귀엽고 풋풋한 고백(?)들. 또 짧은 대화였지만 그 찰나에 쉽게 업로드 할 수 없는 감정을 용기 있게 먼저 말해 줘서 나 역시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을 스스럼 없이 꺼낸 즐거움. (그러나 정작 뮈소님 가고 자살에 대해 더 활발한 얘기가 오갔다는.) 시로님에게 굳이 초면에 그것까지(아버지에 관한 시기) 물어 봤어야 하나, 하는 뒤늦은 후회. 아기소(?)님 맞나 모르겠네. 질끈 동여 맨 포니테일. 저랑 동갑인 한의사님이 조용하지만 마스크를 찢을 듯한 의미로 내뱉은 말들. 중간에 오신 여자분, 31살로 기억하는데, 옆분과의 소개팅 얘기에서 평생 에프터 서비스를 자청하신 그 자비로움 ㅋㅋ.

 

어쩌면 저겐 이런 것들이 좋은 한권의 책을 용해 시켜 혈관으로 주입하는 것보다 더 영양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듭니다.

 

그리고 뒤풀이에서 얘길 맞추진 못했으나, 아나스타샤님이 제 커피를 들고 올 때, 순간 제가 맞닥드린 미묘한 당황 (초면이 아니면 느끼기 힘든). 제가 볼펜을 빌려달라고 해서 가방을 뒤적거리던 여군님, 그 모습을 멀뚱이 보면서 여분이 '있나 없나' 저도 속으로 복권 긁듯 쪼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토론 때 마치 대전차부대의 화력을 보는 듯 했던 노랑장미님.

 

포함

 

아직은 낯선 진주 블럭보다 그 끝에 서식하는 맛집보다 더 편안하고 맛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어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너 혼자 취해 편안했겠지, 하면 할 말 없음;;;)

 

 

출처 : 독서클럽 진주 ㅣ 글쓴이 : 오후 세시의 시선 ㅣ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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